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08화 (308/428)

Chapter 308 -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7)

“씨발, 좀비 새끼들… 하아, 보기보다 존나 단단하네.”

“허억, 허억… 그러게요.”

“야, 제대로 처리한 거 맞지?”

“네. 포인트 들어왔어요.”

“후우… 쓰벌 것들. 이래가지고 언제 강해지냐.”

좀비를 잡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 머리를 굴려서 한 마리씩 유인할 수는 있었지만… 한 방만 물려도 그대로 게임 오버 아닌가. 덫에 걸려 발악하는 좀비들을 안전하게 제압하고 놈들의 머리통을 깨뜨리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녀석들은 말이 좀비지, 사실 외형은 인간들과 크게 다를 거 없지 않은가. 살아 있는(?) 생명체를, 그것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었던 것들을 죽이는 건 두 사람에게도 부담스러움 일이었다.

결국 세 시간 동안 겨우 다섯 마리를 잡는데 그친 최진호와 한시우. 각자 15포인트와 10포인트를 번 두 남자는 계단 난간에 기대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뭔가 재밌네.”

“재밌다고요?”

“존나 게임 같지 않냐? 몬스터를 죽여서 경험치를 얻고, 그걸로 레벨업을 해서 강해지고. 완전 RPG게임이잖아.”

“그렇긴 하네요.”

“지금은 개 같이 힘들어도 이게 포인트 앵벌이라고 생각하면 버틸만 해. 원래 모든 RPG게임엔 노가다 구간이 있는 법이거든.”

“노가다라…”

“새끼. 네가 게임을 잘 안 해 봐서 모르나 본데, 노가다도 하나의 재미야. 빡세긴 해도 조금씩 성장하는 게 눈으로 보이잖아.”

이것 봐, 라고 말을 덧붙인 최진호가 구부러진 골프채 하나를 손으로 부러뜨렸다. 근력을 한 단계 올린 것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다. 그에 소리를 내어 감탄한 한시우가 포인트 상점을 열었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저는 아직 못 사네요.”

“크크크, 한 마리 더 잡고 싶지? 다들 그렇게 게임에 빠지는 거야.”

“하아… 이래서 게임이 무서운 거네요.”

“근데, 너 하린이랑 뭔 일 있었냐? 아침에 보니깐 되게 어색해 보이던데… 하린이가 그 새끼랑 키스한 거 때문에 그래?”

“그게… 후우…”

“쯧쯧. 야, 어제도 내가 말했잖아. 신경 쓸수록 네 손해라니깐? 남자가, 응? 대범하게 넘길 줄도 알아야지. 계집처럼 계속 그렇게 속앓이하면 여자들도 싫어해.”

“역시 그렇겠죠?”

“그래, 인마. 형만 믿고 돌아가면 바로 키스 갈겨 봐. 그러면 어색한 것도 금방 사라질걸? 새끼… 연애는 기세야, 기세. 쪼는 새끼가 차이는 거야.”

내가 하나랑 화해한 거 보면 모르겠어? 라며 자신만만하게 소리를 내는 최진호에게 오늘도 한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만 들으면 연애는 정말 쉬워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시우에겐 최진호가 말하는 대범함이 부족했다. 여자 친구한테 미안해 죽겠는데 어떻게 모르는 척할 수 있겠는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 가기에는 그가 이하린한테 한 짓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남들 눈치를 본다고 이미 키스한 사이라며 허세를 부린 것, 남자에게 겁을 먹어 마지막 기회인데도 첫 키스를 회피한 것, 다른 사람과 키스한 이하린한테 괜히 실망해서 시선을 돌린 것.

모두 다 욕을 먹어도 마땅한 짓거리였다. 결국 이하린과 어색해진 것도 자업자득인 상황. 한시우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과거를 후회했다.

“기운 내, 인마. 다 쉬었으면 한두 마리만 더 잡고 돌아가자.”

“후… 알겠어요.”

하지만 어쩌겠는가. 후회한다고 바뀌는 건 없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둘 사이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하는 것뿐. 그래도 마지막에 자신의 손을 잡아 준 이하린을 생각하면 아직 그에게도 희망이 있었다. 하린이는 아직도 나를 믿어 주는구나, 하고 안심한 한시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당분간은 포인트에 집중하자. 포인트를 벌어서 하루빨리 강해지자. 그렇게 강해져서 얼른 하린이를 데려오자. 그러면 다시… 좋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우린 아직…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

희망찬 미래를 꿈꾼 한시우가 다시금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그때 그의 여자 친구는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어떻게 하면 그와 혀를 섞을 수 있을까, 하며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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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암막 커튼, 딱 봐도 고급져 보이는 서라운드 스피커, 벽 한쪽을 가득 매우는 티비 스크린. 이, 이렇게 과소비 해도 되는 건가요? 눈 깜짝할 사이에 원장실이 작은 영화관으로 변해 버렸어요.”

“아저씨, 대박!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니에요?!”

“별로 안 비싸. 다 합쳐서 한 1만 포인트 정도밖에 안 돼.”

“와아… 안 되겠어요. 저 그냥 아저씨랑 사귈래요!”

“나, 참. 거절한대도?”

“아앙, 그러지 말고 다시 생각해 봐요오!”

고작 드라마 하나 보려고 이런 세팅을 한다고요? 여유가 넘치는 남자의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어요. 시우는 포인트 때문에 지금 진호 오빠랑 고생 중인데… 남자는 포인트가 남아도는지 팝콘까지 구매하고는 저희에게 한 통씩 나누어 줬어요.

“카라멜 팝콘! 나 이거 엄청 좋아하는데에!”

“공짜니깐 안심하고 먹어.”

“정말요? 그랬다가 나중에 통수치는 건 아니죠?!”

“싫으면 먹지 말든가.”

“에헤헤. 농담이에요, 농담!”

그래도 뭐어… 이렇게까지 배려해 준다면 얌전히 따라 주는 게 예의겠죠. 잔뜩 흥분한 하나를 진정시킨 저는, 떨리는 손으로 팝콘 하나를 집어 먹었어요. 감미로운 향기가 신경 쓰였지만 그래 봤자 팝콘이니깐 별 문제는…

“이, 이건! 그냥 카라멜 팝콘이 아니잖아요! 달콤하고, 고소하고, 바삭하고… 모든 게 다 완벽해요! 영화관에서 파는 싸구려 팝콘과는 차원이 달라요.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카라멜 소스 좀 보세요! 적당히 단단한 껍질도 좋고,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속살도 좋고… 하아, 팝콘 주제에 감히 4점을…… 어라?”

“우리 하린이, 또 또 시작했구나?”

“……하린아, 너 먹을 거에 되게 진심이었구나?”

아아아… 이럴 수가! 또 정신줄을 놓고 말았어요! 남자 앞이니 조심했어야 했는데… 팝콘이 대단해 봤자 얼마나 대단하겠어, 하고 방심했던 게 문제였어요. 우으으, 이러다가 이상한 여자라고 오해 받으면 어쩌죠? 당황한 제 얼굴이 달아올랐어요.

“드, 드라마! 팝콘은 됐으니깐 어서 드라마나 보죠!”

그리고 달아오른 제 얼굴은 얼마 안 가 뜨겁다 못해 타올랐어요.

[아앗, 아아아앙! 가, 가버려요오오!]

[집사님, 하아… 그렇게 세게 박으면… 으으으으응!]

재밌는 드라마라면서요! 이건 재밌는 드라마가 아니라 성인용 드라마잖아요! 이번에도 방심했던 저는 한번 더 뒤통수를 얻어맞고 말았어요.

***

-꿀꺽

상상을 뛰어넘는 드라마의 수위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어요. 처음엔 분명 평범한 럽코물이었는데… 갈수록 노출이 많아지더니, 나중 가서는 섹스… 그리고 섹스, 또 섹스… 사실상 야동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어요. 아무리 가릴 건 다 가렸다 해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보기 민망할 정도로 베드 신이 자주 나왔어요.

이 사람은 이걸 알고도 저희한테 보여 준 걸까요?

“아저씨이… 우리 저거 따라해 볼래요?”

그런 의문을 담아 제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분위기를 탔는지 요염한 표정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있는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니, 쟤는 부끄럽지도 않나요? 은근슬쩍 단추까지 풀고 있는 게 진심으로 보였어요.

“됐고… 점심값이나 미리 해결하자.”

“으응? 아하… 여기요. 지금 키스하면 가슴은 공짜랍니다아!”

“됐으니까, 입이나 벌려.”

[아앙, 집사니임! 하아, 아아앙! 너무 깊어요오! 하아… 으응!]

으으읏, 완전 사면초가예요. 앞에선 두 배우가 몸을 섞고 있고, 옆에선 두 사람이 혀를 섞고 있어요… 이걸 어쩌면 좋죠? 이러다가 끝까지 가 버리는 거 아닌가요? 당황한 저는 카라멜 팝콘을 먹으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어요.

-냠냠

-우물우물

하지만 카라멜 팝콘이 너무 맛있어서 오히려 방해가 됐어요. 이것보다 맛있는 침을 지금 하나가 마시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떨고 있는 제 자신이 바보 같았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선을 지키고 있는 남자인데, 제가 두려워할 게 뭐가 있나요. 지금이야말로 남자와 딥 키스를 할 찬스였어요.

“하아… 으읏, 응… 하아아…”

“자, 그럼 이제 하린이 차례네.”

그래서 저는 남자를 기다리는 대신 제가 먼저 남자 위에 올라탔어요.

“하아, 으읏, 응… 츕, 츄릅, 하아… 츕, 쮸으읍… 쮸읍…!”

“으응?!”

“하아아… 침, 하아, 맛있어… 으응, 츄릅, 츄웁… 쮸읍… 하아, 아아앙!”

이번에도 입만 맞추고 키스를 끝내면 어떡해요.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남자 위에 올라탄 저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 남자와 혀를 섞기 시작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일방적으로 그의 혀를 빨아들이기 시작했어요.

남자의 침을 마시기 위해서요.

“으응, 하아, 으으응! 츄읍, 츄르읍… 하아, 미칠 거 같아, 아아… 츄읍, 츄릅… 하아, 쮸으읍… 꿀꺽, 하아… 더어… 더 주세요… 하앙, 츄읍, 쮸으읍… 하아아아앙!”

아아, 바로 이거예요! 이걸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드디어 맛보게 된 남자의 침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어요. 하나 입술에 묻어 있던 침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어요. 훨씬 더 끈적끈적하고 질척질척해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어요.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드는 야릇한 황홀함에 빠진 저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미친듯이 남자의 침을 빨아 댔어요.

“하아아아… 으응, 츄르읍… 하아, 아저씨이, 하아… 침 너무 맛있어요… 하아, 최고예요… 으읏, 하아… 츄릅, 쮸읍… 이대로 계속 마시고 싶어요오…”

“뭐야, 내 침이 그렇게 좋아?”

“하아아… 으응, 너무 좋아요… 아저씨, 하아… 아저씨이… 너무 좋아아…”

아아, 정말 환상적이에요. 이렇게 달콤한 디저트를 쉬지 않고 맛 볼 수 있다니, 세상에서 저보다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역시…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아야 해요. 바보같이 망설이다간 결국 후회하게 되어 있어요.

마치 제 남자 친구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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