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99화 (298/428)

〈 299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30)

* * *

어두운 밤을 눈부시게 밝혀 주는 수십 개의 양초들, 정확히 말하자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는 양초들 안에서 시우가 내게 장미꽃 다발을 건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말을 하면서 말이다.

“시아야… 나, 나랑 사귀어 줄래?”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이런 식으로 나를 공격할 줄은 몰랐는데… 이건 좀 심하잖아!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부르길래 무슨 문제라도 생긴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내게 학교 폭력을 하려고 부른 거였다.

“…뭐어?”

“사, 사랑해!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어 줬으면 좋겠어!”

­와아아! 지금 들었어?!

­대박사건! 박시우가 고백했어!

­웅성웅성

미치겠네, 진짜. 얘는 뜬금없이 왜 이러는 거래. 갑자기 고백이라니,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상상도 못했던 일에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몰래 우리를 훔쳐 보던 병신들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진심이야?”

“진심이야! 시아야… 네가 다치는 걸 보고 확신하게 되었어.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다시는 상처받지 않게 내가 널 도와 줄게! 그러니 나, 나랑 사귀어 줘!”

­와아아아아아!

­웅성웅성

와아… 이거 한 방 제대로 먹었네. 얘 지금 나를 수치사 시키려는 거지? 모두가 지켜보는 걸 알면서도 개소리를 지껄이는 시우 덕분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사겨라! 짝! 사겨라! 짝!

그 덕에 저런 정신 나간 소리도 들어야 하잖아! 제정신이었다면 공개 고백은 생각도 안 했을 텐데, 빌런한테 세뇌라도 당한 게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

“미안. 거절할게.”

그러니 친구로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줘야겠지? 화가 난 나는 최대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시우의 고백을 거절했다.

“…으응? 뭐, 뭐라고?”

“거절한다고. 사귀어 달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우린 그냥 친구잖아, 친구. 그런 친구랑 어떻게 사귀겠니. 그러니 네 고백은 거절할게.”

“어… 어어?”

­대박! 박시우 차였어!

­웅성웅성

설마 거절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건지 시우가 크게 당황했다. 입을 벌린 채 바보처럼 뒷걸음질치는데 그 모습이 정말 우스웠다.

아니, 야! 사귈 생각이 있었어도 거절했겠다. 중간 고사 때 고백하는 사람이 어딨냐! 거기다 양초랑 장미꽃이라니, 씨발 엄청 부담되잖아! 고백 받는 사람 입장은 생각도 안 해 주는 거야?!

시우가 내 생명의 은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었다. 거듭 말하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시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확실하게 말해 주는 게 옳았다.

“우선 너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아, 없는 건 아니구나. 아무튼 지금은 별 생각 없어. 넌 그냥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거든? 그러니 제발 이런 짓좀 하지 마.”

“시, 시아야…”

“그리고 요즘 누가 이렇게 고백하냐? 넌 이게 통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돌겠네 진짜… 전혀 아니거든? 오히려 화만 나거든? 그러니 야, 네 주변에 여자 많잖아. 고백할 거면 걔들한테 좀 물어보고 해.”

이 정도면 대충 알아 들었겠지?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낸 나는 아무 미련도 없이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내 바람과 달리 시우는 끈질겼고, 그 모습이 질렸던 나는 시우에게 결정적인 증거를 보여 주기로 마음먹었다.

***

“이, 일단 사귀고 생각해 보면 안 될까? 지금은 친구지만 우리 사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뭐라는 거야. 친구 사이도 되기 싫어? 그만 좀 해. 생각 없다고.”

“일주일! 일주일이라도 좋아. 내게 시간을 줘! 최선을 다해 볼게!”

“아니 진짜… 하아, 더는 안 되겠네. 미안하데 시우야. 나 이미 사귀는 남자 있어.”

“……뭐어? 거, 거짓말이지?!”

“보여 줄게. 보여 줄 테니깐… 후우, 병신 같은 소리 좀 그만하고 따라 와.”

확실한 증거를 보여 주지 않는 한 끝까지 집적거릴 거 같았기에 나는 ‘이름 없는 복수자’를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대충 그럴 듯한 모습을 보여 주면 쟤도 그만 두겠지? 그 생각으로 나는 시우를 데리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

“아아… 좀 더 세게 안아 주세요… 하앗, 아앙… 성좌니임, 으응!”

씨발 그 사이를 못 참고 자기들끼리 먼저 시작해? 이런 광경을 보여 주려고 했던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두 사람의 진한 스킨십 장면을 보여 주고 말았다.

“하아, 이대로 저희끼리 먼저… 꺄아아앗! 뭐, 뭔가요! 미쳤어요, 당신? 그 남자를 데리고 오면 어떡해요오!”

“뭐래. 발가벗은 것도 아닌데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그러게 누가 먼저 시작하래?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그레이스? 도대체 뭐가 뭔지.”

“내가 말했지? 사귀는 남자 있다고. 쟤가 내 남자친구야.”

“거, 거짓말… 그레이스의 남자친구겠지!”

“흐흥, 잘 아시네요. 제 남자친구예요! 물론 시아 양의 남자친구이기도 하지만요.”

“뭐어? 그게 무슨…”

[나도 당황스럽다만… 시아가 데려왔다면 그 이유가 있겠지. 반갑다. 그레이스의 남자친구이자 시아의 남자친구인 ‘이름 없는 복수자’다.]

“어어? 사람이 아니야? 이 기운은… 성좌?”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시우를 뒤로하고 나는 ‘이름 없는 복수자’에게 달려들었다. 이럴 때는 말로 설명하는 대신 부정할 수 없는 증거를 보여 주는게 속이 편했다.

역시 키스를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고개를 내밀자 눈치 빠른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입술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하아, 츄웃, 츄릅… 흐응, 하아… 봤지?”

“시, 시아야!”

“애인도 아닌데 이렇게 키스하겠어? 하아… 츄릅, 츄읍… 꿀꺽, 푸흐… 얘가 성좌긴 하지만 특별한 성좌란 말야아… 츄읍, 흐응… 그래서 어쩌다 보니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 츄웃, 츕… 푸흐으…”

“아, 아니야! 날 속이는 거지? 날 속이는 거잖아! 네가 나를 두고 그럴 리 없잖아!”

“뭐래…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러는 거야.”

“시아 네가 그렇게 상스러운 짓을 할 리가 없잖아!”

“푸흐흡… 시아 양 보고 그런 말을 하시다니, 정말 시아 양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분이시군요. 상스러운 짓을 할 리가 없다니, 아하하하!”

대놓고 비웃는 그레이스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거듭 병신 같은 소리를 하는 시우가 불쾌했다. 애인끼리 키스하는 걸 보고 상스럽다고 한다고? 씨발, 진짜 상스러운 게 뭔지 보여 줘?

끝까지 우리 사이를 믿지 못하는 시우 앞에서 나는 당당하게 ‘이름 없는 복수자’의 자지를 움켜잡았다.

“봤어?”

“미, 미쳤어?! 그그그… 그 손 치워!”

“아하, 바지 안으로 넣으라고? 알았어. 자아, 보여? 우린 이 정도로 가까운 사이야. 서로의 자지, 보지 정도는 마음껏 만질 수 있는 사이라고. 혹시, 이래도 못 믿어? 내가 자지 빠는 모습도 보여 줘야겠어?”

“아아아악! 그, 그러지 마! 시아야! 아아악!”

하아, 이쯤 되면 인정해 주면 좋겠는데… 멘탈이 나갔는지 시우가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말이다. 후우, 이래서야 더 귀찮아지는 거 아니야?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여 버렸다.

“아아악……”

[병신 같은 놈이군. 방해가 되어서 텐트 밖으로 쫓아 보냈다.]

“으응… 잘했어.”

뭐어, 그래도 원래 이런 건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거잖아. 길게 고민하기보단 지금을 즐기는 게 옳았다. 스테미나도 회복했으니 이제 슬슬 다시 시작해야 할 거 아냐. 나는 이제 그만 시우를 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사실, 시우보다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았다.

세 달 후에 있을 정실 대전에서 이겨 자지 우선권도 가져 와야 하고, 더 강해 져서 ‘이름 없는 복수자’의 아이도 임신해야 한다. 물론 임신하게 될 경우 복수가 어려워 지지만… 솔직히 이제 복수에는 별 감흥이 없단 말이지.

그것보단 확실한 기정사실을 만드는 게 더 중요했다.

자지 우선권이니 뭐니 해도, 먼저 아이를 만드는 쪽이 정실인 거잖아.

임신만 먼저 한다면 그레이스도 내가 정실인 걸 부정하지 못할 거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강해져서 임신할 수 있는 보지를 만들어야… 아니지, 아니야. 그게 아니라 늦어도 좋으니 임신할 수 있는 보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름 없는 복수자’와 나의 아이라니…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잖아… 그러니 힘든 일이라 해도 절대 포기할 수는 없다.

“으응?”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름 없는 복수자’가 말했었지. 사람들에게서 행복을 앗아가려는 놈들에겐, 웃음을 잃지 않는 게 오히려 최고의 복수라고…

그러면, 그 말인즉슨… 내가 임신하는 게 곧 복수가 되는 거네?

“후후후…”

역시 ‘이름 없는 복수자’는 최고의 성좌구나. 그와 함께 반드시 복수를 해낼 것을 다짐하며 나는 ‘이름 없는 복수자’와 몸을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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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찬스 클리어!]

[결과: B등급, 획득 포인트: 0]

[(보너스 찬스이므로 업적 달성이나 포인트 획득이 불가합니다.)]

[히로인 ‘위지혜’가 속한 세계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강제 복귀권’을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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