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5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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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때의 순간이 떠올라요. 정확히 제게 ‘닥쳐, 씨발년아. 처뒤지고 싶냐? 좆 같은 소리하지 말고 저리 꺼져’, 라고 말씀하셨었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원색적인 모욕. 저는 굴욕감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었답니다.
그런데… 제게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어요.
거침없이 쌍욕을 퍼붓던 그녀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요. 이런 걸 ‘뿌린 대로 거둔다’, 라고 하는 거죠? 저는 기쁜 마음으로 시아 양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보냈어요.
‘시아 양, 아직도 처녀라면서요? 저는 아닌데… 흐흥.’
지금쯤 부들부들거리고 있겠죠? 푸흡… 화가 나서 주체를 못 하고 있을 시아 양을 생각하자, 자꾸만 웃음이 나왔어요.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할 수도 있는 거군요? 역시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예요.
[아직도 멀었나? 슬슬 훈련을 시작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이제 끝났어요. 흐흐흥.”
아, 그렇다고 그저 복수를 위해 ‘이름 없는 복수자’님을 받아들인 건 아니에요.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매달려서 키스를 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저 역시 성좌님에게 이성적인 관심이 있었어요.
다만 시아 양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던 건데…
어라라? 이럴 수가!
웃기게도 이미 두 사람은 헤어진 사이인 거 있죠!
저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름 없는 복수자’님과 사귀기로 결심했어요.
상대가 사람도 아니고 성좌지만… 뭐 어때요! 의지가 되는 남자와 애정을 주고받을 수도 있고, 그걸 가지고 마음에 안 드는 서민 앞에서 자랑을 할 수도 있잖아요! 무조건 성좌님과 사귀는 게 정답이었어요.
지이이잉
지이잉
[음? 전화가 온 거 같은데.]
“스팸 전화예요. 무시하세요. 흐흥.”
후훗, 바보 같은 시아 양. 이제서야 후회를 하는 건가요? 그러게 왜 착한 성좌님과 싸우고 그러세요. 보나마나 쓸데없이 기싸움을 하다가 헤어진 걸 텐데, 이래서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는 거예요.
뭐어… 이제 와서 깨닫는다 한들 너무 늦었지만요!
***
[시아한테서 온 거 아닌가?]
“그래서 스팸 전화라는 거예요. 욕하려고 전화하는 거잖아요, 저 서민.”
[하지만 그런 걸 들려줬으니… 화를 낼 만도 하다.]
“어머, 그런 걸 들려주게 만든 사람은 성좌님이었잖아요. 저는 멈추려고 했었어요.”
[입으로는 멈추라고 하면서 손으로는 직접 보지를 벌리지 않았나.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흐흥… 하긴. 귀엽고 아름답고 섹시하고 매력적인 저, 그레이스가 직접 보지를 벌려 주는데 자지를 박지 않는 게 이상한 거죠. 죄송해요. 제가 저와 제 보지를 너무 과소평가 했었네요.”
[크흠… 알긴 아는군.]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한 거 아시죠? 오늘도 시아 양 앞에서 말을 더듬을 뻔했단 말이에요! 그러니 더,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해요.”
[하하. 이제 됐으니 저질스러운 훈련은 여기서 끝내자고 말하던 네가 떠오르는군.]
“그때는 그때고요! 지금은 지금이에요. 자아, 됐으니깐 어서 시작하죠!”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박히기 쉽게 자세를 취했어요. 저번에 잠시 멈추었던 자존감을 키우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훈련 방법이 뭔가 달라지지 않았냐고요? 에이, 같은 방법만 반복하면 효과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하으응! 아아… 들어왔어요, 아앙.”
조금 수위를 높여서 훈련을 재개했답니다!
[훌륭한 보지다. 마음에 드는군. 역시 그레이스, 너는 완벽하다.]
“하아… 맞아요, 저는 완벽해요오… 으응.”
[설마 섹스에도 재능이 있을 줄이야... 그레이스, 너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여자다. 얼굴도 몸매도 그리고 보지도… 단언컨대 최고라고 부를 만하다.]
아아, 너무 좋아요. 성좌님의 진심이 느껴져요. 박자마자 미친듯이 허리를 흔드는 것 좀 보세요. 그만큼 제 보지가 마음에 든다는 뜻이겠죠? 덕분에 시아 양 때문에 흔들렸던 제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보지가 가장 뛰어나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평생 동안 너를 범하고 싶을 정도다. 그레이스… 으윽, 그레이스!]
“으으응! 하아… 저도, 저도예요! 하앙! 저도 평생 동안 성좌님께 범해지고 싶어요! 그러니 더, 더 많이, 더 세게 저를 범해 주세요! 누구보다 완벽한 제 보지를 범해 주세요! 하아아앙!”
후후후… 언제나 냉정했던 ‘이름 없는 복수자’님도 제 보지 앞에서는 발정난 짐승이 되어 버리는 군요? 오늘도 그 사실에 기뻐하며 절정에 이른 저는, 자궁을 가득 채우는 성좌님의 정액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어요.
***
“하아… 으읏, 하아… 감사합니다, 성좌님…”
[수고 많았다.]
“헤헤… 수고야 성좌님이 더 많이 하셨죠.”
섹스를 끝내자마자… 아니, 훈련을 끝내자마자 침대 위에 쓰러진 저는 성좌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어요.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시아 양과 마주 서는 게 두려웠지만, 이제는 견딜 수 있을 거 같아요.
이게 바로 훈련의 성과인 거겠죠? 흐흥… 이대로 ‘이름 없는 복수자’님과 계속 함께할 수 있다면, 모두에게 인정받겠다는 제 목표도 손쉽게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강해져야 하잖아요. 그러면 섹스처럼 기분 좋은 일은 자제하고 그만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저는 큰 충격을 받고 말았어요.
이렇게 놀고 있을 때가 아니었어요!
[이제 사전 작업도 끝났으니 내일부터는 중간고사 대비 훈련을 시작하겠다.]
“네에?!”
[잊었나? 분명 내가 말했을 텐데. 네가 중간고사 때 높은 성적을 받게 만들어 주겠다고. 거기서 네 복수가 시작되는 거라고 말이지.]
“마, 맞아요! 그랬었죠?!”
그런데… 놀고 있던 건 저뿐이었군요! 놀랍게도 ‘이름 없는 복수자’님은 이 이후의 일도 미리 계획하고 있었어요. 역시 ‘이름 없는 복수자’님이라니깐요! 다시 말하지만 성좌님과 평생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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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중간고사라…”
마물들이 가득한 인공 섬에서 살아남는 게 중간고사라니, 이게 맞는 걸까? 공지를 보고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 유리한 시험이잖아. 현상금 사냥꾼 시절 오지를 돌아 다닌 경험이 있으니 상대적으로 할 만한 중간고사였다.
그레이스, 그 망할년에 비해서 말이다.
평생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온 그년이 노숙을 할 수 있겠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데다가, 위생도 신경쓸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몇 날 며칠을 지내야 한다고!
“푸흡…”
하기 싫다고 징징거리고 있을 그레이스가 눈에 선했다.
“살인을 제외한 모든 행위가 가능하다… 란 말이지. 좋아. 죽이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반쯤 죽이는 건 된다는 소리잖아. 잘 됐네.”
그런 그레이스를 내가 압도한다면… ‘이름 없는 복수자’도 생각을 고치겠지? 거기다가 내가 먼저 사과까지 한다면, 그 녀석도 나를 받아 줄 거다. 질투 작전을 쓴다는 건 아직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의미잖아.
지금이야 잠시 잘못된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깐… 결국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다.
띠링
[박시우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후후후…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러니 그년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라면… 아니, 확실하게 압도하기 위해서라면 만반의 준비를 해 놔야 한다.
마침 적당한 샌드백이 옆에 있으니 도움이 되겠지?
시우를 상대로 예행연습을 할 생각에 신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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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데이트다! 드디어 시아랑 데이트를 할 수 있어!”
신시아에게 허락을 받은 박시우가 소리를 지르며 크게 기뻐했다. 과연 대련을 데이트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박시우는 신시아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언제나 세 명의 미인들을 옆에 끼고 다니는 그였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신시아, 한 명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로는 어째 사이가 멀어진 듯 보였지만, 이렇게 다시 대련할 수 있는 걸 보면 둘 사이가 원래대로 돌아온 걸지도 몰랐다. 아니, 적어도 박시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자가 힘들어할 때가 바로 공략할 타이밍이다… 라는 말이 맞았어! 끈질기게 연락한 보람이 있잖아!”
그리하여 박시우는 중간고사때 신시아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언제 또 사이가 멀어질지 아무도 몰랐기에, 기회가 왔을 때 그녀를 잡을 생각이었다.
“헤헤… 장미꽃이랑 고백용 캔들을 준비해 놔야겠어.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고백을 하면 시아도 나를 받아 주겠지? 맞아. 분명 그럴 거야. 걔가 부끄러워해서 그렇지 시아도 나를 좋아하잖아!”
중간고사까지 열흘이 넘게 남았지만, 박시우는 벌써부터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올 그날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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