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94화 (293/428)

〈 294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25)

* * *

“어머, 무서워라. 지금 제게 쌍욕을 하신 건가요?”

“네가 먼저 나를 도발했잖아!”

“으응? 도발이라뇨.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제가 언제 도발을 했다고… 어머, 혹시 부끄러워하시는 건가요? 흐흥, 그러지 마세요. 덕분에 뛰어난 마나의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답니다. 그러니 시아 양은 자랑스러워 하셔도 돼요.”

“그게, 아니라… 너, 씨발 다 알면서 지금 나 약올리는 거지?!”

“어머? 자꾸 그렇게 상스러운 소리를 하실 건가요? 이것 참… 차라리 대련이라도 하자고 말씀하세요. 예의를 차려서요.”

아아, 미칠 거 같아… 빌런도 아닌 일반인을 죽이고 싶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뭐? 네 성좌 쩔더라? 씨발년이 지금 그게 할 소리야? 어떻게 된 건지 진짜로 ‘이름 없는 복수자’와 계약한 모양인데, 그걸 가지고 저렇게 깝치는 꼴을 보니… 정말로 반쯤 죽여 버리고 싶었다.

아니, 내가 뭐 자기한테 나쁜 짓을 하기라도 했어? 그냥 주제도 모르고 남의 성좌를 탐내길래, 정신 차리라고 한소리 해 준 거 뿐이잖아!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혼자 삐져서는, 남의 약점을 후벼파는 저 쌍년이 미웠다.

“대련? 그래, 야! 한판 붙자. 한판 붙자고!

“그래요, 지금 당장… 응? 어머… 그러지 마라고요? 굳이 대련할 이유가 없다고요? 흐흥… 알겠어요. 성좌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당연히 따라야죠.”

“……야, 씨발 지금 그 새끼 네 옆에 있어?”

“어머? 지금 성좌님 보고 그 새끼라고 하신 거예요? 저런… 그러니 버림 받았, 앗, 아무 것도 아니에요. 속으로 말한다는 걸 그만 입 밖으로 얘기해 버렸네요.”

“하아… 진짜 네가 미쳤구나? 야, 그 새끼한테 전해. 당장 돌아오라고. 동료가 되어 줄 거라고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할 거 아냐!”

씨발 복수를 도와준다고 한 새끼가 욕 좀 들었다고 바로 다른 여자한테 가? 세상에 그런 성좌가 어디 있어! 섹스까지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나는 수업 중인 것도 잊은 채 그레이스에게 소리쳤다. 아니, 정확히는 그레이스 옆에 있을 ‘이름 없는 복수자’에게 소리쳤다. 제발 좀 그만 돌아오라고 말이다.

“흐흥… 도대체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동료? 약속?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고 진정하세요. 아카데미가 장난으로 보이세요?”

“후우… 씨발,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됐어… 됐으니깐, 다시는 찾아오지 마. 너를 믿었던 내가 바보였어. 이제 됐으니깐… 그냥 꺼져, 씨발…”

하지만 ‘이름 없는 복수자’는 끝까지 내 말을 들은 체도 안 했고… 결국 분에 못 이긴 나는 거듭 쌍욕을 내뱉으며 짐을 챙긴 후 기숙사로 돌아갔다.

***

“멍청아아아아! 거기서 왜 화를 내고 지랄이야아아아! 으아아아!”

기숙사에 돌아온 나는 침대 위를 구르며… 아얏, 침대에서 떨어져 방바닥을 구르며 조금 전의 일을 후회했다. 다시는 찾아오지 마라고? 씨발, 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한텐 ‘이름 없는 복수자’가 필요하단 말야!

30분 전의 신시아는 진짜 구제불능의 쓰레기였다.

“그냥 미안하다고 했어야지이! 그래야 돌아올 거 아냐아아!”

“그런데 자존심, 그까짓 게 뭐라고오!”

“아아…. 아아아아악! 멍청아, 이 쓰레기야! 진짜 안 돌아오면 어쩔 건데에! 네가 책임질 거야? 네가 책임질 거냐고오! 책임 질 것도 아닌데 왜 욱해가지고 일을 망치는 건데! 씨바알… 이러면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나를 싫어할 거 아냐아!”

그레이스, 그 허접한 년의 도발 따윈 가볍게 무시했어야 했는데… 그러기에는 도발의 수위가 너무 강했었다. ‘네 성좌 쩔더라’라니… 마치 ‘이름 없는 복수자’랑 섹스라도 해 본 것처럼 들리잖아.

“으으… 싫어어어! 내 전용 자지란 말야아아!”

물론 허세 가득한 도발이었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인 도발이었다.

내가 응? 키스도 해 주고, 펠라도 해 주고, 파이즈리까지 해 주면서 직접 조교한 성좌란 말야. 걔 아다도 내가 떼 줬다고!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성좌를 네가 따먹었다고? 씨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잖아!

수업 중에 쌍욕을 한 건 내 잘못이 맞지만, 솔직히 불가항력이었다.

“내가 키운 자지인데… 씨발, 키워 준 보지는 내버려 두고 왜 그년 옆에 붙어 있는 건데… 괜히 불안해지잖아…”

“혹시 그 멍청한 년의 보지로 욕구불만을 해소할 생각이야? 싫어… 싫다고! 그러지 말고 어서 돌아와… 이렇게 언제든지 박힐 준비가 된 보지가 너를 기다리고 있단 말야아… 핫, 흐응…”

“아직도 네 자지를 못 잊어서 매일 밤 자위하고 있단 말야아… 하앗, 아앙… 그러니 얼른 돌아와서 질내사정 해 줘어! 자궁 속이 너무 허전하단…”

­띠링

[박시우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 씨발 진짜! 박시우, 이 눈치 없는 새끼야아!”

하아… 스트레스를 풀 겸 자위 좀 하려고 했더니, 이번에도 결정적인 타이밍에 시우가 나를 방해했다. 이 새끼 혹시 나를 관음하고 있는 거 아니야? 타이밍이 너무 절묘한데…

아, 몰라. 신경이 너무 예민해진 모양이다.

***

[시아야, 괜찮아? 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네 편이라는 걸 기억해 줘. 우린 그만큼 가까운 사이잖아! 혹시 상담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해. 내가 힘이 되어 줄게.

그리고 그레이스가 너한테 사과하고 싶대. 무언가 오해가 있었나 봐. 연락처를 줄 테니깐 진정됐으면 한번 연락해 봐. 아, 그리고 다행히 선생님이 이번엔 그냥 넘어가 주신대. 그래도 다음부턴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지금부터라도 네 욱하는 성격을 고치는 게 좋을 거 같아.]

“흐응… 사과하고 싶다고?”

이건 그레이스의 의견일까 아니면 ‘이름 없는 복수자’의 의견일까? 그게 궁금했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레이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쉬는 시간이니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철컥

[여보세요?]

“나야… 신시아. 나한테 뭐, 할 말 있다며? 해 봐. 들어 줄게.”

[아, 시아 양… 흐읏, 하앙… 지금은 전화 받기가 조금, 하아앙… 곤란한데, 으응… 조금 있다가 연락해도 괜찮을, 하응… 까요?]

“……쉬는 시간 아냐?”

[그게, 으응… 몸이 안 좋아서, 하아… 조퇴를 했거든요… 아앙.]

“뭐야, 조금 전까진 멀쩡했잖아.”

[흐흥… 그랬는데, 하아… 갑자기 기분이 너무, 으응… 좋아져서, 읏, 하아… 조퇴를 해야만 했어요…]

“너 씨발 지금 뭐하고 있냐? 똑바로 말 해.”

이게 지금 나랑 폰섹하는 것도 아니고,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이름 없는 복수자’가 쟤랑 계약했다고 해서 별로 꼴리지도 않는 쟤를 따먹겠어? 아니, 그치만 정말로 욕구 해소를 위해 계약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데…

[하아앙! 성좌님께서 하아, 으읏, 으으응… 저를 위로해 주고 계세요… 하아앙… 제 상태가 지금 그만큼, 으응! 하아… 별로거든요… 하아…]

씨발, 진짜잖아!

부정하고 싶었지만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레이스는 지금 ‘이름 없는 복수자’와 섹스 중이었다. 믿기지 않았지만… 같은 여자로서 알 수 있었다. 저 헐떡임은 자지에 박힐 때나 나오는 소리였다. 절대 만져지는 것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소리였다.

“미친년… 너 설마 그거 들려 주려고 나한테 연락하라고 한 거야? 씨발… 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나한테 그러는 건데. 나도 지금 힘들단 말야!”

[하앗, 아앙! 자, 잠시만… 으읏, 하앙… 아아아앙!]

­투욱

[읏, 하아… 잠시만요, 성좌님, 흐응! 지금 전화 중인데… 아앙! 하아아앙! 그렇게 거칠게 하시면, 아앗, 하아… 들킨단 말이에요, 하아… 아아아앙! 그런, 하아… 아앙!]

“……야이 씨발년놈들아! 너네 지금 나 가지고 놀아?!”

[죄송해요, 시아 양! 하아, 아아앙! 지금 전화기를 주울 수 없는 상황이라, 아앙! 읏, 하아… 가, 가 버려요… 으응! 하아… 성좌니임, 아아아앙!]

“하…… 재밌네.”

진짜 얘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화가 나서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질투 작전이지? 일부러 들려 주는 거잖아. 나랑 통화하는 거 알고 진심으로 섹스하는 것 좀 봐.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니깐. 결국 저번에 보여 준 야동을 따라하는 거잖아, 이거어!

억측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억측이 아니었다. 지금 ‘이름 없는 복수자’는 내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거였다. 그리하여 ‘이름 없는 복수자’의 속내를 드디어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내가 키운 자지인데… 다른 여자 보지를 따먹고 있는 게 말이 돼? 야이, 바보야. 질투 작전 같은 거 안해도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대줄 생각이었단 말야아아! 그것도 24시간 내내 말야아아!

“병신… 여전히 섹스 하나는 잘하네…”

[하앗, 으응! 하아… 아아아앙! 성좌니이이이임!]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다 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결국 그레이스, 저 허벌년이 가 버리는 걸 확인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통화를 종료했다. 짜증이 나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흥분이 되었기에 다시 자위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띠링

[그레이스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절묘한 타이밍에 방해를 받고 말았다.

[시아 양, 아직도 처녀라면서요? 저는 아닌데… 흐흥.]

“……죽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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