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93화 (292/428)

〈 293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24)

* * *

[호오? 그건 무슨 의미지? 설마 이대로 나를 허락한다는 뜻인가?]

“아, 아뇨! 그냥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 거예요! 별 뜻은 없었어요!”

[그런가… 아쉽군. 좋다 말았어.]

“그으… 그런데 진짜 저를 설득하실 생각이세요?”

[그렇다.]

“어, 어떤 식으로요?”

[음…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설득할 거다.]

“꺄앗?!”

뭐, 뭔가요, 정말! 이건 설득이 아니라 성추행이잖아요! 갑자기 저를 껴안더니 제 귓볼을 쓰다듬어 주는 성좌님 때문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어요.

이걸 지금 설득이라고 하는 건가요? 이런 거에 제가 넘어갈 리 없잖아요! 당황한 저는 성좌님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어요.

[그레이스.]

“으읏, 이거 놔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레이스.]

“하읏…”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그레이스.]

“우으읏…”

[너를 사랑한다.]

“하응… 그, 그런 식으로 칭찬해 봤자거든요?!”

[하긴, 네가 아름답고 매력적인 건 너무 당연한 소리지.]

“흐흥…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러니 어서 그만 놔 주시고… 으응?!”

이, 이건 성추행을 넘어서 성폭력 아닌가요?! 갑자기 숙녀의 가슴을 주무르다니! 너무하잖아요! 선을 넘은 성좌님의 행동에 기겁한 제가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이번에는 성좌님이 제 보지를 어루만졌어요.

“벼, 변태! 성범죄자! 강간할 일은 없을 거라면서요!”

[그렇다. 강간할 일은 없을 거다.]

“그러면 이건 뭔데요! 놓으라고요!”

[아직도 모르겠나? 조금 전에 본 영상을 따라하고 있는 거다.]

“……네에?”

[너를 설득시키려면, 먼저 섹스가 얼마나 기분 좋은 행위인지를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거는 또 다르거든.]

“그으, 그게 강간이잖아요!”

[아니, 끝까지 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말하면서 성좌님이 제 엉덩이를 움켜잡았어요. 커다란 두 손으로 정성을 다해서 말이에요. 그러고 보면 영상 속 남자도 그랬었는데… 정말로 그 영상을 따라하는 걸까요?

혹시나 해서 제가 허리를 들이밀자 성좌님이 제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어요.

“진짜네요… 으읏, 하앙… 그, 그래도 성추행인 건 맞잖아요!”

[그러면 그만둘까?]

“네에?”

[네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 그만두겠다.]

“그으… 그게…”

[대답하지 않는다면 계속하겠다.]

“아앗, 싫어요… 거긴…”

어, 어쩌면 좋죠? 마침내 바지를 벗겨 낸 성좌님이 이번에는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어요. 그러고는 당연하게도 제 보지를 만져 대는데… 으응, 하아앙… 싫어, 왜 이렇게 기분 좋은 건가요? 이러면 멈춰 달라고 말을 못 하잖아요!

“아아앙… 흣, 으응!”

[어쩔 생각이지?]

“읏, 하아… 아앙! 성좌니임!”

[말을 해라.]

“그치마안… 아아앙!”

싫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만둬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데… 저는 그 대신 야릇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이름 없는 복수자’님에게 매달렸어요. 마치 영상 속 여자 주인공처럼요.

“성좌님, 하아… 아앗! 성좌니이임!”

아아, 이 다음엔 다리에 힘이 풀린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매달리게 되고, 남자 주인공은 그런 여자 주인공을 받아 주면서 키스를 하는데….

“하읍, 츗, 츄읍… 하아… 키스으, 츄릅… 하아, 으응!”

그렇군요, 이래서 여자 주인공이 그렇게 기뻐했던 거군요. 키스… 너무 짜릿하고 황홀해요. 평생… 이렇게 혀를 섞고 싶을 정도예요…

“성좌님, 하아… 으읏, 응… 멈추지 말아 주세요… 하아앙!”

키스가 이렇게 기분 좋은데… 섹스는 훨씬 더 아찔하겠죠? 그 사실을 깨달은 저는 ‘이름 없는 복수자’님에게 안겨 성좌님과 끈적한 타액을 주고 받았어요.

***

“상대가 성좌님이라서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성좌님은 믿을 수 있는 성좌니깐… 그래서 가만히 있었던 거라고요. 절대 제가 값싼 여자라서가 아니에요!”

[알고 있다.]

“진짜라고요! 그렇게 가볍게 넘길 내용이 아니에요! 제 자존심이 걸려 있다고요! 기분이 좋아서 계속 그대로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그것도 다, 상대가 성좌님이라서 그랬던 거라고요! 알겠죠?!”

[알겠다.]

“우으으… 모르는 거 같은데에…”

[그런데 상대가 나라서 가만히 있었다는 건… 그레이스, 너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뜻인가? 아무리 나를 믿는다 해도,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보지까지 만지게 해 줄 리는 없을 텐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가.]

“성좌님에 대한 제 마음이 사랑인 걸까요? 항상 제 옆에서 힘이 되어 주시는 성좌님을 의지하고 의존하고 있지만… 이게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으음.]

“그리고 성좌님에겐… 저 말고도 다른 여자가 있잖아요.”

[…뭐라고?]

“신시아… 맞죠? 제게 가르쳐 주신 마나의 흐름을 보고 알았어요. 성좌님이 신시아와 계약한 성좌라는 걸요.”

[……용케 알았군.]

사실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너무 답답했기에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요. 저를 사랑한다는 성좌님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제 마음을 확실히 하기 전에 성좌님의 과거를 정리하고 싶었기에, 저는 이불로 몸을 감싸며 슬며시 입을 열었어요.

“성좌님은 변태니깐… 분명 신시아랑 갈 때까지 갔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성좌님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사랑까지는 못 할 거 같아요. 괜히 사랑했다가 이번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질 거 같거든요.”

[그레이스… 네 말이 맞다.]

“우읏…”

뭐야, 정말 최악이에요!

이럴 때는 제 편을 들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면서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말을 꺼냈던 건데, 너무나도 냉혹한 대답에 숨이 멎을 뻔했어요.

[실제로 시아랑 관계를 맺었었다. 정확히 말하면 시아가 내 첫 상대였지. 하지만 네가 모르는 게 있는데… 시아는 아직도 처녀다. 끝까지 처녀막을 남겨 달라고 내게 부탁했었거든. 아마 나를 믿지 못해서 그런 부탁을 한 거겠지…]

“……네에? 섹스는 했는데 처녀라고요? 아, 가능은 하겠구나… 에엣? 근데 그렇게 번거로운 부탁을 했다고요? 그게 무슨… 서로 사랑해서 섹스를 한 거 아니었어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흐으음… 그리고 계속 궁금했던 건데, 혹시 둘이 싸웠어요?”

[……노코멘트하겠다.]

“싸웠구나, 그래서 저한테 온 거군요. 이제야 알겠어요. 실연해서 방황하다가 저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저와 계약한 거죠? 흐흥… 성좌님이 저한테 매달리는 이유가 있네요. 흐흐흥…”

그런데… 이거 상황이 생각보다 재밌네요. 저를 그저 대체품으로 생각하나 했었는데, 그런 거 같지도 않고… 서운해 하는 목소리를 들어 보면 신시아, 그 서민이랑은 확실히 안 좋게 끝난 거 같고…

이러면 제가 주저할 이유가 없군요!

“그런데 있죠, 성좌님… 성좌님 말대로라면 성좌님은 아직 동정인 거죠? 커다란 그 자지로 처녀막을 뚫은 적은 없는 거잖아요. 네? 그렇죠?”

기운을 차린 저는 이불에서 나와 자그맣게 속삭였어요.

====

====

사랑한다고 말하며 나를 안아 주는 ‘이름 없는 복수자’. 그에게 매달려 허리를 흔드는 여자는… 짜증나게도 내가 아니라 그레이스, 그 싸가지 없는 년이었다.

하아… 어떻게 꿈을 꿔도 그렇게 엿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거지?

아침부터 기분이 상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아카데미에 등교했다. 그런데 1교시부터 마음에 안 드는 그 싸가지 없는 년을 봐야만 했다.

“흐흥! 제가 시범을 보이겠어요!”

마치 뭐라도 된다는 듯이 누구보다 완벽하고 정교한 마나의 흐름을 보여 주겠다며 설쳐 대는 그레이스. 어이가 없는 그녀의 허세에 속이 뒤틀린 것처럼 쓰려 왔다. 아침에 꾼 악몽이 생각났단 말야.

­와아아아!

­웅성웅성

그런데… 저게 저기서 왜 나와?

놀랍게도 그레이스는 정말로 그 누구보다 완벽하고 정교한 마나의 흐름을 보여 주었다.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게 알려 준 마나의 흐름을 말이다.

“와아! 대단해요 그레이스 양!”

“시아 양에게 배운 건가요? 멋져요!”

“혹시 저한테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하지만 저건… 7대 성좌의 계약자들도 쉽사리 따라하지 못 하는 거란 말야. 그런데 그걸 저렇게 쉽게 따라한다고? 그레이스, 네가 그렇게 천재였어?

­웅성웅성

­와아아아!

“미친…”

설마…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새로 계약했다는 성좌가… 에이,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나한테 푹 빠진 앤데 나를 버리고… 아니, 하지만 저 마나의 흐름은…

“시아 양. 고마워요.”

“……뭐어?”

“흐흥,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어요. 모두 다 시아 양 덕분이에요.”

씨발… 뭐 어쩌자는 거지?

당황한 내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그레이스가 평소처럼 싸가지 없게 미소 지으며 내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나는 도통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레이스가 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네, 성, 좌, 절, 더…’

‘……네 성좌 쩔더라?’

“야이 씨발년아!”

* *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