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86화 (285/428)

〈 286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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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아!

­웅성웅성

“저게 1학년이라고?”

“몰랐어? 쟤 특별 입학했잖아.”

“저 검술은… 기억에 있는 검술이군.”

2학년 서열 2위 황진아, 그녀를 간단하게 제압한 박시우를 향해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 신입생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그의 실력에 모두가 놀랐던 것이다. 상기된 얼굴로 이변의 주인공을 바라보는 사람들.

하지만 정작, 사건의 주인공인 박시우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뭐야, 내 수준이 기대 이하였다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흥, 복기할 정도도 아니었다는 거네.”

그는 아픈 몸으로도 대련을 포기하지 않겠다던 신시아를 걱정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식은땀까지 흘려 대면서 앓는 소리를 내뱉던 신시아. 난생 처음 보는 그녀의 약한 모습에 박시우의 고민이 깊어 갔다.

‘지금이라도 선생님한테 말해서… 아니, 시아가 선생님 말을 들을까? 차라리 아버지한테 말해서 억지로라도 대련을 그만두게… 하아, 근데 또 화내는 거 아냐?’

‘그치만… 그게 무서워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시아… 엄청 힘들어 보였잖아. 촉촉하게 젖은 입술로 거친 숨을 내쉬고… 온몸을 움찔거리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커다란 가슴을 흔들어 대면서 야한 신음을…’

“안 돼!”

“뭐… 뭔데, 갑자기… 복기는 하라는 거냐? 됐어. 결국 내 수련이 부족했던 거잖아.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나는 그냥… 그냥 검사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만해서 수련을 게을리한 게 문제였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대련장에서 물러나는 황진아.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박시우 역시 자신의 실수를 반성했다. 어떻게 아파하는 신시아를 떠올리면서 야한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야릇해 보여서 자기도 모르게 발기를 했었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박시우 본인을 위해서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잘못했다간 앞으로 신시아를 볼 때마다 그 순간이 기억날지도 몰랐다.

“하아… 정신 차리자.”

느릿하게 고개를 내저은 다음 대기실로 걸어가는 박시우. 여전히 그의 고민은 해결되지도 않았건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세 명의 ‘여자 사람 친구’들이 달려들며 그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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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애! 어떻게… 어떻게 전부 다 피한 거죠? 회심의 일격이었는데에!”

“크크크, 무계약자 주제에 서열 10위인 나, 에르제베트 드 르퓌셀에게 덤빈 게 잘못이다. 네년의 움직임 따윈 눈감고도 알 수 있다는 소리다!”

“당신의 이름은 김춘봉이잖아요! 칠흑의 미남자와 계약하면 이름이 바뀌기라도 하는 거예요?!”

“그, 그 말 취소해애애애! 감히 내 역린을 건드리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앗!”

“꺄앗, 싫어어어어어!”

­콰가가가가강!

깜찍한 비명을 지르며 이번에도 패배하고 만 그레이스 델 라피가. 오늘의 패배로 ‘연화’의 역사에 남을 전무후무한 20연패라는 기록을 세운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구급반에 의해 실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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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겠어? 역시 힘들면 그냥 포기하는 게…”

“괜찮아. 별로 강한 상대도 아니잖아. 서열 47위 정도면 껌이지.”

“그래도 2학년이잖아. 방심하지 마, 시아야.”

“방심? 하… 내가 방심할 거 같아? 완전 집중할 예정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스승님한테 내 안부나 전해 줘. 아, 근데 오시긴 한 거지?”

“응. 지금 귀빈석에 앉아 계셔.”

너무 만만한 상대를 노리는 거 아니냐고 사람들한테 욕을 먹기는 했지만… 뭐, 어쩌라고. 나한텐 복수가 더 중요하단 말야. 대전 상대로 2학년 서열 47위, 한태훈을 고른 나는 대기실에서 마지막 준비를 끝마쳤다.

아직도 내가 아프다고 생각했는지, 시우가 찾아와 나를 걱정해 주었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오늘을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 줄 알아?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잠도 줄여가면서 검만 휘둘렀단 말야.

물론 틈틈이 섹스도 즐겼지만 그것도 수련의 일부이니… 나는 당당할 수 있었다.

그래, 당당할 수 있는데…

생각해 보니 섹스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거 같기도 했다. 그게 한 번 시작하면 도중에 끊기가 어렵더라고… 그래서 수련을 미루고 하루종일 섹스한 적도 많았는데… 에이, 설마 그거 때문에 문제가 생기겠어?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와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시아, 네 옆엔 항상 내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런데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뒤에서 나를 안아 주며 내 긴장을 풀어 주었다. 애정이 느껴지는 그의 따뜻한 포옹… 정말 사랑스럽다니깐. 덕분에 힘을 얻은 내가 활짝 웃으며 시우를 돌려보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너를 믿지 말고, 너를 믿는 나를 믿어라.]

“…그걸 지금 응원이라고 하는 거야? 뭐래, 나는 나 자신도 믿을 거거든?”

[으응? 그, 그렇군…]

“너 그거 미연시 하는 계약자한테 들은 거지?”

[…그걸 어떻게 알았지?]

“딱 봐도 그래 보여. 에휴… 됐으니까 조금 더 세게 안아 줘.”

포근한 그의 품에 안겨 숨을 고르고 있자 모든 불안감이 사라졌다. 그래, 나한텐 ‘이름 없는 복수자’가 있잖아. 조금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만 바라봐 주는 성좌가 옆에 있는 한, 내가 걱정할 일은 없을 거다.

[시아… 인체 재각성에 대한 정보는 불분명하다. 서열 47위 한태훈은 마력 운용이 조금 뛰어난 창술사에 불과하지만, 인체 재각성을 시전한 한태훈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절대로 방심하지 마라.]

“알겠어, 알겠어. 시우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참 걱정이 많구나? 근데 내가 복수를 앞에 두고 방심할 거 같아?”

[하긴. 그것도 그렇군. 너를 믿겠다.]

“흐흥… 그니까 우리 복수를 끝내고 할 거나 미리 생각해 두자.”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나?]

“응! 야동 중에 24시간 삽입 플레이라는 게 있거든! 그걸 해 보고 싶어!”

[…24시간? …사, 삽입 플레이?]

“왜 싫어?”

[아니… 시아, 네가 원한다면 따르겠다.]

“후후, 기대된다.”

[기대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우선은 곧 있을 대련에 집중해라.]

“흥, 이미 집중하고 있거든?”

시답잖은 대화 끝에 어느덧 대련이 시작되었고, 집중력을 잃지 않은 나는 최태훈을 궁지에 몰아넣으며 놈의 인체 재각성을 유도해 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

“젠장… 젠자아앙! 너 때문에 씨발!”

진짜 못 봐 주겠네. 설마 인간이기를 포기한 거냐?

사람보다는 괴물에 더 가까워진 놈의 모습을 보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건 너무 끔찍하잖아. 부작용이 없다는 말처럼 의식은 그대로인 모양인데, 생긴 건 부작용 그 자체였다.

온몸의 근육이 기괴하게 자란데다가, 무슨 늑대인간처럼 손톱이 자라서는, 바닥을 긁으며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 딱 봐도 심상치가 않았다. 저건 그냥 몬스터 아냐? 아무래도 인체 재각성이라는 게 인간의 몬스터화를 말하는 듯 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씨발, 닥쳐어!”

“설마… 인체 재각성?”

“다, 닥치라고! 씨발년아아아아!”

그렇다면 이 쓰레기들이… 인간과 몬스터를 혼합시키는 실험을 했다는 거잖아. 그 사실에 분노한 내가 놈을 도발하자, 안그래도 화를 내고 있던 한태훈이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 들었다.

“뭐가 됐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

그 모습을 보고 스승님과 이사장, 그리고 몇몇 실력자들이 한태훈을 저지시키려고 대련장에 나탔지만,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놈과의 대련을 이어갔다.

“그러니 여러분들! 방해하지 마세요! 아직 대련 중이라고요!”

놈을 죽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를 이대로 날릴 순 없단 말야. 최소한의 동작으로 놈의 공격을 피한 나는 스승님에게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시아! 조심해!]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픈 거지?

분명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옆구리에 커다란 상처가 생겨 있었다.

[저 녀석… 손톱에 마나를 둘렀다. 보이는 것보다 한 뼘 더 길다고 생각해라.]

‘씨발… 방심한 건 아니었는데…’

[나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투명한 마나다. 하지만 너 역시 눈동자에 마나를 두른다면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거다. 다행히 치명상은 피했으니 앞으로 더 조심하면서…]

‘아니, 그냥 이대로 맞으면서 싸울게.’

[시아! 그게 무슨 소리야!]

‘혹시 모르니깐 정당방위인 걸 보여줘야 할 거 아냐. 저 새끼는 내가 직접 죽일 거거든.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는 증거를 만들어야 해.’

[하지만 그랬다간 상처가… 네 몸에 상처가…]

‘내 복수야.’

[그, 그래도…]

‘내 복수라고!’

[시아…]

‘그러면 너는 그냥 가만히 지켜 보고 있어! 저 새끼는… 내가 죽일 거라고!’

놈의 공격에 몸에서 피가 흐른다. 반격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흡사 공세에 휘말린 듯한 형세. 힘겹게 검을 휘두르지만 그럴 때마다 내 몸의 상처만 늘어난다.

그래서인지 들리기 시작한 놈의 웃음 소리와 누군가의 비명 소리.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놈을 죽이기 위한 포석이다. 전력을 다한다면 지금보다는 덜 다치겠지. 하지만 확실한 기회를 잡을 순 없을 거 아냐. 약삭빠른 놈이 언제 핑계를 대고 몸을 숨길지 모른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크크, 크크큭! 죽어 이 씨발년아아아아아!”

방심했는지 커다란 자세를 취하는 놈.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거 페이크지? 여기서 휘말렸다간 정말로 크게 다칠 거다. 근데… 그러지 않고선 죽일 수가 없잖아. 슬슬 끝내지 않으면 스승님이 개입할 거다. 그러니 그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

­카아앙!

­탁, 쉬리릭

예상대로 내 반격을 막아내고는 몸을 회전시키며 내 심장을 노리는 한태훈. 나는 놈의 공격을 허락함과 동시에 앞으로 한 발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창궁무애검법(??無???)’

‘창궁약연(????)!’

그러자 놈의 목에 가느다란 실선이 하나 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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