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16)
* * *
최근 성좌 조교에 온 힘을 다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복수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내 인생의 첫 번째 목표는 가족의 복수. 매일같이 ‘이름 없는 복수자’와 몸을 섞으며 사랑을 나누기는 했지만, 결코 섹스를 우선시한 적은 없었다.
“으읏, 하아… 으응! 더, 더 안쪽까지 찔러 줘어… 하아앙!”
[시아, 아침부터 대체 몇 번이나 할 생각인가.]
“그치마안… 눈 뜨자마자 네가 키스하는 바람에 발정났단 말야아!”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모닝 키스를 부탁한 건 시아, 너다만.]
“그건… 하아, 으응! 아, 몰라아! 섹스하는데 말 시키지 마! 네 자지에 집중할 수가 없잖아… 흐읏, 아아앙! 됐으니까 빨리 허리나 흔들어 줘어!”
아니, 진짜라니깐?
공개 대련이 있는 날 아침부터 ‘이름 없는 복수자’와 섹스를 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복수를 위한 행동이었다. 싸우기 전에 몸부터 점검해야 할 거 아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감각이 온전한지를 확인을 해야 하니 지금의 섹스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핫, 아앗, 으응… 아아아아앙!”
[후우… 동시에 가 버렸군.]
“하아… 자궁이 네 정액으로 가득차 있는 이 느낌… 진짜 너무 좋아. 이대로 껴안고 있어도 되지? 헤헤…”
[그렇게 웃는 모습은 언제봐도 정말 사랑스럽군.]
“…뭐, 뭔데! 진짜… 방심하고 있을 때 그런 말 하지 마!”
아니, 진짜래도?
마치 풋풋한 연인처럼 깍지를 낀 채 몸을 겹치고 있지만, 이것도 다 점검의 일환이었다. 이렇게 해야 온몸의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단 말야. 그 모습이 흡사 꽁냥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게 제일 효율적인 방법인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벌로 30분동안 키스할 거야… 멈추면 알지? 중간에 끊으면 주말에 안 재울 거니깐 각오해… 가 아니구나. 중간에 끊으면 주말에 재울 거니깐 각오해!”
휴우, 그럼 이때까지 노력했으니깐 조금은 쉬어 줄까? 변호를 마친 나는 ‘이름 없는 복수자’의 품에 안겨 그와 입을 맞추었다.
***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하아… 벌써? 우으… 아직 부족한데…”
[아니, 이걸로 충분하다. 설마 대련 중에 정액이 흘러 나오는 불상사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여기서 더 하는 건 과유불급이다.]
“내가 미쳤냐?! 하아, 알겠어. 일어나면 될 거 아냐…”
[아니 기승위를 바라고 한 말이 아니다만…]
“푸흡, 장난이야 장난. 내가 뭐 섹스에 미친 변태인 줄 알아?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오늘은 이걸로 봐줄게.”
[좋아, 훌륭한 판단이다.]
모닝 섹스를 끝낸… 아니, 신체 점검을 끝낸 나는 화장실로 걸어가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땀을 빼서 그런지 기분이 상쾌해서 느낌이 좋았다. 이 컨디션 그대로라면 복수도 쉽게 끝내겠는걸? 가슴속에서 자신감이 생겨났다.
[표정이 좋다. 안심할 수 있겠군.]
“뭐야… 씻겨 주러 온 거야?”
[중요한 날이니깐 이 정도는 해 줘야지.]
“헤헤… 그럼 구석구석 꼼꼼히 씻겨 줘. 특히 젖꼭지랑 보지 안을 중점적으로 씻겨 줘야 하는 거 알지?”
[알겠다. 참고하지.]
“아니, 농담이었는데… 흣, 하아… 잠깐만… 읏, 으응! 정말… 변태라니깐. 씻겨 준다는 사람이 발기하기 있어? 너 사실 섹스할 생각으로 들어온 거지?”
[노코멘트 하겠다.]
그런데… 역시 ‘이름 없는 복수자’도 부족했던 걸까? 씻겨 준다는 핑계로 화장실에 들어온 그가 내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자지를 빳빳하게 발기한 채로 말이다. 정말이지… 이러면 내가 발정할 수밖에 없잖아.
아무래도 조교를 조금 지나치게 해 버린 거 같다.
***
[면목이 없다. 처음엔 정말 순순한 마음으로 씻겨 줄 생각이었는데… 샤워하는 네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그만…]
‘흐응… 내가 그렇게 꼴렸어?’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꼴렸다.]
‘그래서 자지로 설명한 거야? 에휴… 덕분에 지각할 뻔했잖아.’
[하, 하지만 한 번으로 끝내려던 걸 시아 네가…]
‘뭐래. 먼저 시작한 네 잘못이거든? 나는 그냥 발정난 몸을 달래려고 했을 뿐이야. 그 상태 그대로 대련할 수는 없잖아.’
[…거듭 말하지만 면목이 없다.]
‘아, 몰라아… 정액 때문에 배가 빵빵해서 기분 나빠.’
[아침에는 분명 기분 좋다고…]
‘네 말대로 과유불급이거든? 어차피 임신도 못하는데 너무 가득 채웠잖아!’
[미안하다…]
…라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사실 화낼 정도로 기분이 상한 건 아니었다. 오늘도 조교의 성과를 본 기분이라 내심 짜릿했었거든. 발정난 짐승처럼 내게 질내사정을 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든지, 섹스를 끝내고 청소 펠라를 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도 해 줬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투덜거렸던 건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미안하면 키스해 줘.’
[지금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식전 행사 중인데…]
툭툭
마이크 테스트, 아, 아.
“그럼 지금부터 이사장님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그래서 하는 소리야. 앞으로 최소 한 시간 동안 저 꼰대 새끼 말을 들어야 하거든? 근데 존나 치사한 게 중간에 졸면 벌점을 주는 거 있지. 그러니깐 내가 졸지 않도록 네가 키스 좀 해 줘. 응?’
[…과연, 좋은 생각이군. 알겠다.]
아니, 나도 어쩔 수 없는게… 여기서 벌점을 한 번이라도 더 받으면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단 말야. 그게 싫어서 이러는 거지, 절대로 배덕감을 느끼고 싶어서 키스를 해 달라고 조른 게 아니다.
‘으음, 하아… 입을 다물고 키스하니깐… 뭔가 이상해… 흣, 하아…’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주의해라.]
‘하지만, 하아… 흥분돼서 어쩔 수 없어… 하앙…’
아, 진짜라니깐?
물론 전교생이 앉아 있는 강당에서, 그리고 수많은 참관객들이 우리를 지켜 보는 상황에서… 남들 몰래 ‘이름 없는 복수자’와 키스를 하는 게, 미친듯이 꼴리기는 했지만… 이건 그냥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내가 무슨 성욕에 미친 변태도 아니고, 배덕감을 느끼려고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잠깐만! 가슴은 또 왜 만지는데?! 핫, 으읏… 이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시아, 네가 눈빛으로 만져 달라고 말했다.]
‘야이, 미친 성좌야!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결국 키스로는 부족해서 수위를 조금씩 높여 가고 있지만… 이것도 다 그저 시간 때우기에 불과했다. 아니, 한 시간 동안 키스만 하면 질릴 거 아냐. 가슴 애무 역시 졸지 않고 버티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웬만하면 입은 벌리지 마라. 혀를 움직이는 게 들킬 거다.]
‘너 때문이잖아! 누가 그렇게 음란하게 만지래? 하아앙… 그리고 보지는 또 왜 건드리는 건데! 이러다가 들키면… 아앙, ‘연화’ 공식 치녀가 된단 말야아! 흐읏, 이 개변태 성좌야아!’
[…애액이나 그만 흘리고 말해라.]
‘흥, 그거 네 정액이거든?!’
다만, 문제는 이러다가 둘 다 흥분해서 선을 넘어버릴 거 같다는 건데… 에이, 설마 섹스까지 하겠어? 지금처럼 보지가 만져지는 선에서… 아니, 지금처럼 보지가 빨리는 선에서… 아니, 지금처럼 보지에 자지가 비벼지는 선에서 끝이 날 거다.
“저기, 시아야… 괜찮아?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으으응?!”
“헉… 어디 아픈 거야?”
“아, 아니… 흣, 그게 아니라… 흐응…”
깜짝이야… 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 뜬금없게도 옆에 앉아 있던 시우가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 때문에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는 바람의 주변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안 돼… 이러다가 들키면 최소 퇴학인데…
“뭐가 아니라는 거야. 식은땀도 흘리고 있고… 엄청 불편해 보여. 양호실에라도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다행히도 시우가 내 건강을 걱정해 준 덕분에, 나는 아무 의심 없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역시 내 ‘친구’라니깐. 나는 ‘이름 없는 복수자’에게 스마타를 당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시우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잠깐, 긴장해서 그래…”
“괜찮기는! 몸도 부들부들 떨고 있잖아.”
그거야 살짝 가 버리는 바람에 그런 거고…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기에 나는 시우의 말을 긍정하기로 했다. 대충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되겠지? 이거 가지고 조금 뒤에 있을 공개 대련이 취소되지는 않을 거다.
“조금만… 흣, 하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반장한테 힐이라도 써 달라고 부탁할까?”
“뭐어? 하아… 돼, 됐어… 걱정해 줘서 고마워어…”
“알겠어… 그래도 정 못 참겠으면 말해 줘.”
“으응…”
못 참겠으면 말해 달라고? 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입 안에 있는 ‘이름 없는 복수자’의 혀를 빨아 대면서 그에게 신호를 보냈다. 대화가 끝났으니 애태우는 건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이라는 뜻이었다.
‘못 참겠어… 그냥 이대로 박아 줘어…’
[정말 괜찮겠는가? 들키지는 않더라도 불편한 의심을 당할 거다.]
‘박은 상태로 가만히 있어도 되니깐… 빨리 박기나 해 줘어… 발정나서 미칠 거 같아… 그리고 네 정액이 자꾸 흘러나오는 바람에 팬티가 젖고 있단 말야.’
[그렇군. 마개라도 박아달라는 뜻인가?]
‘마개라… 푸흡, 그래 마개. 내 전용 보지 마개 좀 박아 줘. 알겠지?’
[알겠다.]
“……으으응!”
그런데… 진짜 변태라니깐.
박는 걸로는 부족해서 허리까지 흔들기 시작한 ‘이름 없는 복수자’ 덕분에 음란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다행히 이번에도 아파서 내는 소리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 소리에 흥분했는지 시우의 바지가 부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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