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14)
* * *
조교 ○일차.
“말해. 누굴 생각했지?”
[…계약자를 생각했다.]
“어느 계약자를 생각했지? 이름을 말해!”
[시, 신시아… 그대를 생각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진실을 고백하는 ‘이름 없는 복수자’. 그 모습이 기특했던 난 그의 자지를 살포시 밟아 주었다. 당연하게도 그의 자지는 이미 단단하게 발기해 있었다. 이게 조교의 효과인 걸까?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발바닥에 애무당하자 귀여운 신음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흐응… 나 때문에 발기한 거야?”
[그건…]
“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 나 때문에 발기한 거야?”
[그래… 그대 때문에 발기했다.]
“흐흐흥… 착하네. 제대로 발기할 줄도 알고. 남자 다 됐네 우리 성좌.”
[하지만 불가항력이었다. 그대가 계속 만지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 아닌가! 그래 놓고서 그대는 왜 자꾸 내게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건가?]
“……”
[…그대여?]
“야! 눈치 좀 챙겨!”
[…으응?]
“간수와 죄수 플레이 중이었잖아! 조금씩 간수한테 조교당하는 죄수를 보면서 흥분할 생각이었단 말야! 딱 보면 몰라? 봐! 가터벨트까지 입고 있잖아!”
[…그, 그렇게 말해도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나는 도통 알 수가 없다.]
하아… 진도가 너무 빨랐던 걸까? 이번에야말로 SM 플레이를 즐기려고 했는데, 아직 조교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이런 쪽으로는 지식이 전무한 ‘이름 없는 복수자’가 눈치 없이 분위기를 다 깨뜨리고 말았다.
풋잡으로 사정시키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건 다음 기회에 노려봐야겠다.
[그래서 말인데…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순 없는 건가? 그대에게 일임한다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지금의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존심도 상하고 말이지.]
“그으래? …그러면 어떤 걸 하고 싶은데?”
[크흠… 지난 번처럼 키, 키스라든가…]
“……헤에, 우리 ‘이름 없는 복수자’ 나랑 키스하고 싶었구나?”
[아니, 그… 이렇게 밟히는 것보단 그쪽이 더…]
“아이, 참. 말을 하지. 나랑 입을 맞추고 쪽쪽거리면서 침을 주고 받고 싶었구나? 그러면서 내 아랫배에 자지를 비벼 대고 내 가슴까지 주무르면서 나랑 혀를 섞고 싶었구나? 그렇지?”
[노코멘트 하겠다…]
얼굴도 모르는 성좌지만 정말 귀엽다니깐. 소심한 말투로 내게 키스를 이야기하는 ‘이름 없는 복수자’ 덕분에 보지가 축축해졌다. 자기가 먼저 의견을 내다니! 조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잖아.
그 사실이 마음에 들었던 나는 활짝 웃으며 그의 자지를 만져 주었다.
“그러면 퀴즈를 내서, 네가 전부 다 맞추면 너랑 키스해 줄게.”
[…퀴즈?]
“그래, 퀴즈! 먼저 첫 번째 질문이야.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네 자지를 애무해 줄 수 있는 사람의 이름은?”
[……신시아.]
“정답이야! 그러면 두 번째 질문. 지금 네 자지를 애무해 주면서 네 자지한테 박히는 상상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그것도 신시아, 그대다.]
“오, 똑똑한걸?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이야. 네가 성적으로 흥분해서 발기해 버렸을 때 네 성욕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 거 같아? 힌트는 지금 네 눈앞에 기쁜 마음으로 네 자지를 만지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거야!”
[그것 역시 신시아… 그대다.]
“흐응, 대단한걸? 그럼 약속대로 전부 다 맞췄으니깐 너랑 키스해 줄게.”
그야말로 마음에 쏙 드는 ‘이름 없는 복수자’의 대답. 그의 머릿속에 ‘신시아’라는 존재를 성욕 처리 대상으로 박아 넣는 데 성공한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벌렸다. 그러자 축축하면서도 말랑한 무언가가 내 입 속을 침범했다.
“하앙, 츕, 츄르읍… 말은 하고 시작해야지, 이 바보야… 하아, 츄르읍… 쮸웁.”
[그대여… 가슴을 만져도 되겠는가?]
“츄읏, 하아… 만지고 싶어?”
[그대의 가슴은… 내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대의 풍만한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 잡으면 내 심장이…]
“푸흐흐, 됐어 됐어. 그냥 꼴리다고 말 해. 나는 그러는 편이 더 좋더라. 예전엔 몰랐는데 추잡하고 저질스러운 게 내 취향이더라고… 나 되게 저급하지?”
[저급한 건 모르겠고 그대가 존나 꼴리다는 건 확실하다.]
“뭐야, 그게… 푸흡, 야 네가 더 꼴리잖아.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이야… 하아, 가슴만 만지지 말고 보지도 만져 줘… 하아앙!”
이번에도 충직하게 내 명령을 따르는 ‘이름 없는 복수자’. 가볍게 살짝 가 버린 내가 ‘이름 없는 복수자’에게 몸을 기대자, 듬직한 가슴팍으로 나를 받아 준 그가 내 엉덩이를 움켜잡고는 나와의 키스를 이어갔다.
정말이지… 키스에 푹 빠졌다니깐. 쿠퍼액까지 흘려 대면서 나를 놓지 못하는 ‘이름 없는 복수자’ 덕분에 애틋하고 황홀한 감정이 차올랐다.
“나랑 하는 키스… 하아, 기분 좋지?”
[…그렇다.]
“츄웃, 츄르읍, 푸흐… 누구랑 하는 키스가 좋다고?”
[신시아, 그대랑 하는 키스가 좋다.]
“누구랑 하는 키스가, 하아… 쯉, 츄웁… 꼴린다고?”
[신시아, 그대랑 하는 키스가 꼴린다.]
“그럼 네가 키스하고 싶으면, 쪼옥, 쪽… 후으… 누구를 찾아야 겠어?”
[신시아, 그대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처럼 그대를 껴안고 그대의 추잡한 젖가슴을 주무를 수 있다. 그래야 저질스러운 그대의 보지를 만지면서 내 자지를 비벼댈 수 있다. 신시아, 그대는… 내가 그러는 걸 좋아하니깐… 그렇지?]
“하아아… 정답이야!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 구나! 응응! 너무 좋아!”
이게 가스라이팅의 힘이구나! 드디어 ‘이름 없는 복수자’라는 도화지에 스케치를 끝낸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자지를 만져 주었다. 섹스는 안 되지만… 그래도 스타마 정도는 해 줘도 되겠지?
[으응? 자, 잠깐 분명 섹스는 계약 위반…]
“푸흐흐, 섹스 아니거든?”
그의 자지를 보지 입구에 끼운 내가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 주자, ‘이름 없는 복수자’의 입에서 앙증맞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입이나 손보다는 보지가 더 좋은 모양이구나? 평소보다 더 단단해진 그의 자지 덕분에 보지 안이 떨려왔다.
[조금만… 윽, 천천히…]
“바보야… 저항하지 말고 빨리 키스나 해 줘. 흐읏, 하아… 어차피 섹스도 아닌데 그대로 싸 버려도 괜찮잖아. 그리고 내 젖꼭지… 흐응, 이렇게 네 손가락을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여? 빨리 만져달란 말야!”
[아, 알겠다… 으윽…]
“그래, 하아… 츄릅, 아앙… 바로 그거야. 네 성욕을, 흐읏… 으으응! 하아… 나, 신시아한테 쏟아 내 줘.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네 성욕을… 아앙, 받아줄 수 있어… 너의 계약자인 나, 신시아만이… 흣, 으으응… 너의 자지를 만족시켜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알겠지, 우리 성좌야?”
[그대여…]
“으응! 나를 네 성욕 처리를 위한 도구로… 하앗, 사용해 줘어… 아아아앙!”
아아, 행복해…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게 사정하는 걸 느끼면서 절정에 이른 나는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
어제의 스마타, 엄청 기분 좋았단 말이지... 보지 바로 밑에서 뜨겁게 맥박치던 ‘이름 없는 복수자’의 자지를 떠올리자 팬티가 조금씩 젖어 가는 게 느껴졌다. 계약만 아니면 섹스까지 하는 건데 말야…
“하앙…”
아쉬운 마음에 내가 탄식 섞인 한숨을 내쉬자 주변에서 수많은 시선이 느껴졌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뭐야, 저것들은… 다들 변태 같이 얼굴을 붉히고선… 아니, 씨발? 저 새끼는 발기까지 했네? 굉장히 기분 나쁜 구경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다.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쉰 거 뿐인데…
아, 설마 탄식이 신음처럼 들렸나?
어이가 없네, 정말. 요새 남자, 여자, 학생, 선생, 가리지 않고 저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진짜 역겨워서 토가 나올 거 같다. ‘이름 없는 복수자’처럼 순수한 사람들은 없는 거야?
정작 그 순수한 성좌를 음란하게 만들고 있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선을 지켜 줬으면 좋겠다. 내가 아직도 처녀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 어라?
아니, 잠깐만… 내가 선을 지키고 있는 거라고?
…맞아, 섹스 금지는 그냥 우리끼리의 약속이었었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삽입 금지’ 규정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건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없앨 수 있는 둘만의 약속에 불과하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그와 섹스하게 되더라도 절대 계약 위반이 아니다.
따라서 당장이라도 ‘이름 없는 복수자’와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건데…
“으응…”
막상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조금은 주저하게 된다. ‘이름 없는 복수자’는 성좌잖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에게 처녀를 주는 게 맞는 걸까?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 시우잖아.
하지만 ‘이름 없는 복수자’가 싫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야.
그래서 좋냐고 하면, 으음…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니, 그래도 얼굴도 모르는 성좌잖아. 그런 성좌랑 사귀기라도 할 생각이야? 그냥 성욕 해소용 장난감으로 만들 생각이었잖아.
근데 또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은 섹스까지 갈 거 같단 말이지… 어제만 해도 완전 하는 분위기였고, 또 그게 싫지는 않았고… 키스를 조르는 모습이 귀여워서… 완전 사랑스러웠고… 그런 ‘이름 없는 복수자’라면 끝까지 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
아니이이, 그래도 성좌잖아! 나는 인간이고! 둘 사이에 섹스는 무슨 섹스야, 어차피 임신도 못 하잖아!
근데 또 정액을 맛볼 수 있다는 건… 정액이 실재한다는 거니깐… 임신을 할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그러면 또 모르는 건데…
아아아, 모르긴 뭘 모른다는 거야. 잊었어? 나는 시우를 좋아하고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다른 남자랑 섹스를 하는 건 시우에 대한 배신이잖아!
머리가 터질 거 같다. 하나의 의견에 대한 반론이 나오면 그 즉시 반론에 대한 반론이 나오고 그 즉시 반론에 대한 반론에 대한 반론이 나오고… 으윽, 토할 거 같아… 나는 대체 어쩌면 좋지?
“아, 시아야! 여기 있었어?”
내가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고 있자,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한 시우가 내게 다가왔다. 언제나처럼 세 명의 새로 사귄 ‘여자 사람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