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78화 (277/428)

〈 278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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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물도 SM물도 포기한 나는 결국 강간물을 체험하기로 결정했다. 이게 강간물이긴 한데, 나중에 보면 여자가 먼저 남자한테 매달리더라고. 그 이유가 궁금해서 이번 영상을 고른 거지 절대 내가 변태라서 고른 게 아니다.

[괴, 굉장하군. 저 여자 배우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야.]

……아니, 진짜라니깐?

‘이름 없는 복수자’도 놀랄 정도로 굉장히 퇴폐적인 영상이긴 하지만, 절대로 내가 변태라서 고른 게 아니다. 자지도 빨아본 적 없는 내가 설마 진심으로 강간당하길 원하겠어? 그러니 쓸데없는 오해는 사양이다.

그리고 어차피 섹스 전에 끝낼 거 아니야. 본방도 안 하는데 변태는 무슨 변태야. 그렇게 자기 변호를 마친 나는, 술에 취한 척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긴… 하아, 머리 아파… 분명 회식 중이었는데…”

[더 자고 있지 그랬어. 이거 아쉽게 됐네.]

“…부장님? 헉, 이, 이거 놓으세요!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가만히 있어. 기분 좋게 해 줄 테니깐.]

“놓으라고요! 아, 아앙! 미쳤어! 지금… 하아앙!”

강제로 내 옷을 벗기더니 내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한 ‘이름 없는 복수자’. 그의 야릇한 손놀림에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만지는 방법이… 야해도 너무 야하잖아. 싫다고 저항해야 하는데… 의지를 상실하고 만 내가, 침대에 누워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하지, 마라고요… 으읏, 하앙… 그렇게 또 젖꼭지만… 아아앙! 시, 신고할 거예요! 하아, 으응…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요!”

[흐흐흐, 하고 싶으면 해. 지금 찍고 있는 영상을 회사 사람들한테 뿌리고 싶다면 말이지. 크크큭.]

“그런… 거짓말… 으읏, 하아… 으으응! 제발 하지 마세요!”

안 돼… 이렇게 좋아하면 안 되는데…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만 둬 달라고 소리치면서도 그를 껴안고 몸을 겹쳤다.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이름 없는 복수자’의 애무가 너무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다.

[화내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방해되잖아. 아니면 영상을 공개하고 싶어?]

“아, 아니에요… 그건 싫어요! 하앙…”

[그래, 그렇게 얌전히 있어. 오늘 하루만 즐길 테니깐.]

정말로 변태가 된 걸까? 아니면 몸이 민감해진 걸까? 조그만 자극에도 커다란 쾌감이 쏟아졌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팬티가 다 젖어 버렸다.

이래서야 강간물이 아니라 화간물이잖아…

상대가 여자에 대해 무지한 ‘이름 없는 복수자’라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엉덩이를 들어 팬티를 벗기는 ‘이름 없는 복수자’를 도와주었다. 이렇게 해도 내가 야한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싫어… 거긴 안 돼요, 하읏! 부장님… 하아…”

[시아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보지도 예쁘구나?]

“그러지 마세요… 성희롱이라고요, 으읏, 하아아앙! 시러어!”

그런데… 정말 뜬금없게도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보지를 핥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뜻밖의 감각에 깜짝 놀란 내가 온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이름 없는 복수자’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따뜻한 혀가 보지 안을 핥아 줄 때마다 질척이는 소리가 들려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앗, 멈춰… 아앙! 시러, 시러어! 이상해… 아앗, 하아… 이거 이상하다고오!”

[이게 그렇게 좋아?]

“좋은 게 아니라, 하아아앙! 싫다고… 으읏, 하아… 아앙! 아니, 좋기는 한데, 하아아… 싫다고 말했잖아아아!”

맞아, 이번 야동엔 이런 애무도 있었지…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당한 후였다. 그 덕분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런 걸 당하면 더는 연기를 하지 못 한다고… 진심으로 흥분해 버린 나는 그의 혀놀림을 즐기며 음탕한 교성을 터뜨렸다.

“아아앙! 부장님, 하아… 으응! 제발… 아앙! 하아아앙!”

[설마 가버린 거야? 귀엽네.]

“그치만, 으읏, 하앙… 너무 좋아서, 하아… 아아앙!”

[자, 이제 올라가 볼까?]

“으응?! 하아… 시러어… 아앙, 부장니임…”

보지를 핥던 ‘이름 없는 복수자’의 혀가 클리토리스를 거치더니 서서히 내 몸을 등반하기 시작했다. 아랫배를 지나 배꼽을 간지럽히고 둔턱을 넘어 내 젖꼭지를 괴롭혔다. 이거… 너무 음란한 거 아니야? 그 아찔한 감각에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혀가 결국 내 입 안에 들어왔다.

“하앗, 츄릅… 우응, 부장니임… 하아, 츗, 츄으읍… 꿀꺽, 하아…”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나는 ‘이름 없는 복수자’와의 키스… 그 사실에 기뻐하며 그를 껴안아 주자, 그가 자신의 두터운 손가락으로 내 보지 안을 헤집어 주었다.

“아앗, 하아앙! 부장님… 그만, 하아… 아아앙!”

[하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그치만, 으응, 하아… 나도 이러긴 싫은데, 으응, 츄릅… 하아, 부장니임!”

아아, 또 가버릴 거 같아… 진짜 너무 좋아… 이러니 여자가 먼저 매달리지. 이제야 강간물의 여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게 된 나는, ‘이름 없는 복수자’와 혀를 섞으며 귀여운 목소리로 그에게 아양을 떨었다.

***

[이제 나도 좀 즐겨 볼까?]

“하아… 부장님? 하아… 으읏, 뜨, 뜨거워요…”

[파이즈리, 정도는… 할 줄 알지?]

“네에? 그러면 이거… 읏, 하아… 아니요, 해 본 적 없어요…”

[그래? 그러면 이번 기회에… 배워 보자고.]

몇 번이나 가 버리며 내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상체 위에 올라타더니 내 가슴 사이에 자신의 자지를 끼웠다. 파이즈리라고? 그래… 이것도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나는 최대한 기억을 되살리며 두 손으로 내 가슴을 모았다.

“이러면… 될까요? 하아…”

[…오? 역시 시아는, 읏, 똑똑하구나. 정말 우리 회사의… 인재라니깐.]

“헤헤… 읏, 하앙… 부장니임…”

그러자 만족했는지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그만큼 즐기고 있는 걸까?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왠지 ‘이름 없는 복수자’가 미소 짓고 있을 거 같았다.

여기서 고개만 숙이면 펠라치오도 가능할 텐데…

빨아 주면 엄청 좋아하겠지?

“……으응?”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입 안에서 감미로운 맛이 느껴졌다.

이게 도대체 뭐지? 엄청 맛있어서 중독될 거 같아… 세상에 이런 맛도 있었나? 달콤하면서도 야릇한 게, 맛 보면 맛 볼수록 몸이 뜨거워지고 기분이 좋아져서…

[무, 무슨 짓이지?! 머, 멈춰!]

“…네에?”

[그만 두라고!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머, 멈추라니깐!]

“갑자기 무슨… 헉?!”

미친, 설마 이거 자지였어? 정신을 차리자 내가 고개를 숙인 채 ‘이름 없는 복수자’의 자지를 빨고 있었다. 무슨 자지에 미친 변태도 아닌데 말이다. 아아, 이러면 자기 변호도 하기 힘든데… 아무래도 정신이 나가서 큰 실수를 저지른 거 같다.

[도, 도도, 도대체 무슨 짓인가! 이런 걸 부탁한 적은 없었다!]

“아니, 그… 장난이랄까… 아하하…”

[장난이면 당장 그만 둬! 왜 자꾸 빨고 있는 건가!]

그런데… ‘이름 없는 복수자’의 반응이 수상했다.

설마, 얘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야?

“에이 왜 그래. 닳는 것도 아닌데. 츄릅…”

[그, 그, 그만 두라니깐! 아아아아!]

“아, 뭐야. 없어졌네.”

[그대 정말 미쳤는가? 내가 분명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푸흡, 뭐야. 찐텐이잖아. 아니, 그럼 진짜로 수치심을 느꼈다는 거네? 아, 웃겨. 성적 자극에 내성이 없는 건 이쪽이었잖아! 잘난 척은 다 하더니, 자지 좀 빨렸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름 없는 복수자’가 웃겼다.

저 새끼 저거, 역으로 남성 호르몬이 부족한 거 아니야?

그런 의심이 들만큼 ‘이름 없는 복수자’의 반응이 지나치게 순수했다.

[하아… 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라.]

“흥, 네가 내 보지를 빠는 건 괜찮고?”

[그, 그건 어디까지나 수련의 일부분이었다. 그리고 성기를 빠는 건 그대가 참고하라고 보여 준 영상에서도 나오는 행위이지 않은가!]

“그 영상에 자지 빠는 장면도 나오거든?”

[그, 그야 그렇다만, 그 장면은 그대의 수련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장면이다.]

“아닌데? 네가 잘 모르나 본데, 여자들은 원래 남자 자지를 빨 때도 흥분해. 자지를 빨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자지에 박히는 상상도 하게 되거든. 그러니까 자지를 빠는 것도 수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

[…정말인가?! 아, 그, 그래도 그건 사양하지. 여성 호르몬 자극은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굳이 그대가 내 자지를 빨 필요는 없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

그러고 보면 파이즈리를 해 줄 때도 반응이 뭔가 이상했단 말이지. 아무래도 그때부터 참고 있다가 펠라치오 때문에 결국 무너진 거 같다.

“근데 너 기분 좋았지? 부끄러우면서도 동시에 좋아서 미칠 거 같았지? 맞잖아! 자기도 모르게 소리 지를 만큼 엄청 기분 좋았잖아! 그치? 나도 그래서 잘 알아!”

[……노 코멘트 하겠다.]

“침묵이 긍정이거든? 푸흐흐… 아 진짜 웃기네. 여자에 대해 무지한 게 아니라 아예 성적으로 무지한 거였잖아. 그런 주제에 자기 자지가 크다고 자랑이나 하고, 푸흐흐. 뭘 알기는 하고 자랑한 거야?”

[그대여. 성좌에겐 성욕이 무의미하다. 그러니 성적으로 무지하다고 문제될 건 전혀 없다.]

“그렇다고 성욕이 없는 건 아니잖아? 아까도 그렇고, 잘만 발기하던데? 아, 설마 박을 사람이 없어서 무의미하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다. 성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하아, 그냥 그렇다고 치겠다. 그래, 성교할 대상이 없어서 성욕이 없는 거다. 이제 됐는가?]

“아, 뭐야 삐졌어? 장난이야, 장난.”

[후우… 오늘의 수련은 여기까지 하겠다.]

“야아! 장난이라고!”

[……]

“뭐야… 진짜 가 버렸네. 푸흡, 자지 빨려서 ‘가 버린’ 거야? 아하하하하!”

아무래도 앞으로의 수련 시간이 더욱 더 재밌어질 거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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