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5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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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우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원체 사람을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그였기에 수백 명, 아니 거의 천 명 가까이나 되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아카데미는 그에게 있어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매일 아침 웃으며 그를 반겨 주는 반장,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옆자리 짝꿍, 대련 시간마다 스스로 라이벌을 자처하는 동급생, 일주일만에 벌써 셋이나 되는 ‘동료’들을 만든 박시우는 오늘도 싱글벙글 웃으며 등교했다.
“후우…”
하지만 그런 시우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시아와의 사이가 조금은 서먹해진 것이었다.
“진짜 뭐냐고 그 크기는… 후으으…”
“시아야, 좋은 아침…”
“으응? 아, 조, 좋은 아침…”
매일같이 붙어다니던 두 사람이었지만 아카데미에선 그것이 불가능했다. 두 사람의 기숙사가 서로 다른 것, 두 사람이 듣는 추가 과목이 서로 다른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두 사람의 성격이 다른 것. 이 때문에 박시우와 신시아가 만나는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약간이지만 둘 사이는 어색해질 수 밖에 없었다.
“성좌랑은 잘 맞는 거 같아? 듣기로는 하루도 안 쉬고 수련장에 나온다던데…”
“뭐?! 그렇게 커다란 거랑 내가 잘 맞을 리가 없잖아!”
“어어? 시, 시아야?”
“아… 아, 아니. 다른 이야기였어. 성좌랑 잘 맞냐고? 으응, 잘 맞는 거 같아. 가끔 말이 안 통할 때가 있긴 한데 그래도 나쁜 성좌 같지는 않더라고…”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하지만 그건 시우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날, 커다란 검을 품에 안고 엉엉 울음을 터뜨리던 그녀를 봤을 때부터 신시아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던 시우는 앞으로도 모든 순간을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아카데미 생활이 즐겁다 해도 신시아와 멀어진다면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저기, 시아야. 간만에 우리 대련 한 번 안 할래?”
“응? 아… 당분간은 어려울 거 같아. 수련할 시간이 필요하거든. 생각보다 내가 부족한 게 많더라고. 너도 그렇지? 확실히 ‘연화’는 ‘연화’더라.”
“그렇구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렇기에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한 시우였지만… 당연하게도 대련하자는 게 설마 데이트 신청이라고는 생각을 못 한 신시아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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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어제 저녁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컬렉션을 따라하는 일은 없었다. 갑자기 호출을 받은 그가 성좌들의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으음? 이런… 미안하지만 이건 다음에 보도록 하지. 홍염의 마녀가 무슨 사고를 친 모양인지, 긴급 회의가 생겼다.]
그 덕분에 나는 간만에 자유 시간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진짜 뭐냐고 그 크기는… 야동에서도 그렇게 커다란 건 없었어. …아니, 모르지 그건. 야동엔 모자이크가…… 아니, 그래도 정도가 있지. 모자이크가 있어도 대충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감이 오잖아. 근데 그거랑은 비교도 안 됐어.’
자꾸만 ‘이름 없는 복수자’의 자지가 생각나서 단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정말이지… 그 성좌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할까? 다른 방법으로 오해를 풀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식으로 내가 자신의 자지를 만지게끔 한 ‘이름 없는 복수자’가 괜시리 미워졌다.
“후우… 진짜 뭐냐고 그 크기는… 후으으…”
하지만 이걸 가지고 투정을 부려봤자 ‘이름 없는 복수자’는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애무 방법도 몰라서 오타쿠한테 조언을 들으려고 하는 동정이잖아. 자지만 크지 여자 경험은 없는 성좌이니, 세심한 배려 따윈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시아야, 좋은 아침…”
“으응? 아, 조, 좋은 아침…”
반면에 얘는 세심한 배려가 너무 지나쳐서 문제란 말이지. 박시우, 스승님의 아들이자 그날 나를 구원해준 내 생명의 은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남자…
내가 마음편히 수련할 수 있도록 나를 내버려두는 건 좋지만… 나도 너와 함께 아카데미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어. 대련말고 데이트 같은 데이트를 해 보고 싶었다고. 그런데 너는 새로 사귄 애들이랑만…
“시우야. 오늘도 날씨 좋다, 그치?”
“야, 박시우! 빨리 여기로 안 와? 일찍 와서 숙제 보여 주기로 했잖아!”
“시우! 오늘도 기대할게!”
쳇, 간만에 대화 좀 나누려니까 이걸 방해하네.
야, 너네. 그런다고 시우가 너희들한테 넘어갈 거 같아?
“시아야, 그럼 이만 가볼게.”
“…으응.”
……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슬펐다. 나는 시우를 좋아하는데, 시우는 그렇지 않은 걸까? 나에 대한 배려나 친절은 동정에서 나온 거였을까?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부터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가슴 아픈 가정에 오늘도 마음이 울적해졌다. 이 상태로 ‘이름 없는 복수자’를 만나야 하는 건가? 하아… 오늘 하루도 쉽지가 않을 거 같다.
***
아앙, 야메떼, 핫, 으읏!
다메… 하앙, 다메엣!
[그대여 궁금한 게 있다. 이 여자는 왜 말로만 싫다고 하는 거지? 그만두라고 소리치면서도 입은 웃고 있다. 마치 꼭 치한당하는 걸 즐기는 거 같군.]
“그, 그건… 그, 연극 같은 거라서 그래.”
[아하, 싫어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즐기고 있는 거였군. 그렇다면 필시 남자의 애무 실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일 터. 확실히, 이건 도움이 되는 영상이다. 잠시 보면서 배우도록 하지.]
“으응… 그, 그러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
[그런데 그대. 어제는 존댓말을 쓰더니 오늘은 반말을 쓰는군. 무슨 이유라도 있는가? 웬만하면 하나로 통일했으면 하는데 말이지.]
“왜… 반말은 불편해?”
[아니, 오히려 반말이 더 좋다. 반말이 훨씬 경제적이거든. 뭐, 그렇다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그대가 편한 대로 쓰도록.]
저러는 걸 보면 또 꼰대는 아니란 말이지. 7대 성좌 중에는 꼬박꼬박 예의를 차려야 하는 성좌도 있다던데, 그런 성좌에 비해서 ‘이름 없는 복수자’는 굉장히 쿨한 편이었다. 아무리 반말을 하고 욕을 해도 신경도 안 쓰잖아.
대신에 역시나 배려가 없다는게 문제인데…
[음, 대충 알겠군. 그러면 지금부터 여성 호르몬 자극 시간을 시작하겠다.]
오늘도 수련을 이유로 ‘이름 없는 복수자’에게 몸을 허락해 줘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하읏?! 으, 으응… 자, 잠깐만… 아아앙! 우읏!”
[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모자이크 때문에 성기를 애무하는 건 조금 미숙할 수도 있다. 그 부분은 다른 곳에서 배워 올 테니 오늘은 이걸로 봐주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 흐읏! 아앙! 하아앙!”
그런데, 이게 뭐야.
너무 잘하잖아.
지난 주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에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 혹시 나도 연극을 해야 하는 건가?]
“읏, 그게… 흐으응!”
[소리 지르지 마. 들키고 싶어? 이대로 보지 안이 질척해진 걸 숨기고 싶다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아, 안 돼… 하앗, 아…”
안 돼… 그렇게 속삭이면, 하아… 이, 이상해질 거 같단 말야…
등 뒤에서 나를 껴안더니 애무를 하기 시작하는 ‘이름 없는 복수자’. 듬직한 그의 품에 안겨 음란한 희롱을 당하고 있자, 내 보지에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 다르게 그의 신체가 온전히 느껴져서인지 몇 배는 더 아찔하고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앗, 하앙… 그, 그만 둬어… 하읏…”
[크크큭, 그만 둘 순 없지. 이렇게 극상의 암캐 몸을 가진 여자는 오랜만이거든.]
며칠 전이었다면 필요한 부위만 만졌을 테지만, 오늘은 정말로 리얼하게 나를 추행하고 있다.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내 팬티를 내리고, 직접 보지 안을 괴롭히고 있다. 마치 진짜 치한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제발, 부탁이야… 그만 두라고, 하아… 아앗!”
[가슴도 장난 아니네. 이대로 벗겨도 되지?]
연기를 하라는 소리가 아니었는데… 으읏, ‘이름 없는 복수자’가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더니 브라 밑으로 내 가슴을 주물렀다. 두꺼운 그의 손길에 가슴을 애무 당하자 숨이 가쁘게 차올랐다. 싫은데도 싫지 않은 감각에 나도 모르게 허리가 부들 거렸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에게 몸을 기대자 ‘이름 없는 복수자’의 자지가 내 엉덩이에 닿았다.
[아, 꼴려서 미칠 거 같네. 야, 너도 느껴지지?]
“하앗, 그게 아니라… 으읏,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앙!”
[내 자지가, 이렇게, 단단해, 졌잖아.]
“읏, 하아, 아아앙! 아앗, 하아앙!”
세 글자씩 끊으면서 내 엉덩이를 찔러 대는 ‘이름 없는 복수자’. 팬티도 아니고 치마 위로 찌르는 건데도 흥분이 돼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찔리면 찔릴수록 어제의 그 흉측한 감각이 떠올라서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잘못해서 저게 내 안으로 들어온다면… 아아…
[아이씨, 못 참겠다. 뒤로 돌아 봐.]
“으응?! 우읍, 츕… 츄릅, 하아… 키, 키스… 츄읏…”
[씨발년. 존나 맛있네.]
“안 되는데… 핫, 츄읏, 하아… 안 되는데, 츄릅…”
기세에 짓눌려 내가 아무 저항도 못하고 있자, ‘이름 없는 복수자’가 내 입술을 훔쳤다. 키스를 허락할 생각은 없었는데… 키스를 거부할 여력도 없었기에, 결국 나는 그에게 매달려 서로의 타액을 교환해야만 했다.
“하아, 츄으읍, 츗… 꿀꺽, 푸흐… 하아, 츄릅, 츕…”
조금 전의 야동처럼, 치한을 껴안고 키스를 하고 마는 나. 그러다 그가 뒤로 한 발 물러서자, 다리에 힘이 풀린 내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앗… 흣, 하아아…”
이제… 이 다음은 뭐더라?
무릎꿇은 여배우한테 치한이 다가가서 자지를 내밀고…
[안 되겠다. 빨아.]
펠라치오를 강요받은 여배우가 울면서 입을 벌리고…
“하아암…”
치한의 자지를 입에 넣은 다음 마치 사탕을 빨 듯이…
합
“…으응? 어, 없어?”
하암
……
하압
…….
“진짜 없잖아?! 영상 대로라면 입 앞에 자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대가 내 성기를 빠는 건 나만 좋은 일이다. 그대를 흥분시켜야 하는데 내가 흥분할 수는 없지. 이미 충분한 효과를 얻은 거 같으니, 오늘의 여성 호르몬 자극 시간은 여기서 끝이다.]
“…아.”
[응? 왜 그러지?]
“아아아아아아아!”
[그, 그대여? 진정해라.]
“신시아 이 미친년아아아아아아아!”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그렇지, 진짜로 착각해 버리는 게 어딨어! 이건 어디까지나 수련의 일부였잖아! 그런데 시우도 아니고 ‘이름 없는 복수자’의 자지를 진심으로 빨려고 했다고? 네가 미쳤지! 내가 미쳤지! 아아아아아!
[설마 내가 또 무슨 실수라도 저지른 건가? 미안하다. 아무래도 이쪽으로는 지식이 부족해서 최대한 영상을 따라해 봤는데, 부족한 게 있었던 모양이군.]
“그래, 이 새끼야! 할 거면 끝까지 하든가!”
[그, 그게 문제였나? 그럼 지금이라도 성기를 꺼낼 테니…]
“꺼져, 이 쓰레기야! 누가 그런 변태 같은 짓을 한데?!”
[무슨…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그냥 닥치고 있어 씨발… 흑, 으윽, 신시아 이 쓰레기년아아아아아아아!”
죽고 싶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