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72화 (271/428)

〈 272화 〉 성좌 계약은 신중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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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성좌라는 존재가 오버 밸런스적인 존재로 보이지만, 막상 성좌가 되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좌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바라보는 것 뿐, 직접적인 개입이나 물리적인 행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지켜만 봐야하는 건 아닌데, 아티팩트를 선물한다든가 성좌의 능력을 전수해 주는 식으로 계약자에게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나와 계약하겠는가?]

그런데 딱 한 가지 성좌의 개입을 허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바로 계약자 본인이 성좌의 개입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성좌는 계약자에 한해 물리적인 간섭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그 간섭의 정도는 둘 사이의 계약에 달려 있다.

“네. 계약하겠어요.”

그렇기에 성좌와의 계약은 반드시 신중히 해야 한다.

자칫하면 나쁜 마음을 먹은 성좌에게 몸을 빼앗겨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동생의 이야기를 꺼내서 일차적으로 멘탈을 흔들고, 폐허가 된 고향을 보여 줘서 이차적으로 멘탈을 부수고, 복수만 생각하도록 마지막으로 가스라이팅을 했어도, 성좌 계약은 신중히 하는 게 옳았다.

[좋다. 계약 성립이다.]

하지만 신시아는 나를 의심하지 않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서 그대의 복수를 돕겠다.’ 라는 말에 ‘그대의 몸을 타락시켜서 여자의 행복을 느끼게 해 주겠다.’ 라는 의미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뭐, 솔직히 억지긴 하지만 꼬우면 성좌 계약을 신중히 하든가.

나는 내 심상 공간에서 신시아를 돌려보낸 후, 인벤토리에서 성좌 전용 아티팩트를 꺼냈다. 그리고 흐뭇하게 미소 지으면서 그 아티팩트를 살펴 보았다.

[수호 성좌의 귀걸이]

[아티팩트, 장착 시 지정한 계약자의 수호 성좌가 될 수 있다. 수호 성좌는 24시간 내내 계약자 바로 옆에 붙어 있을 수 있으며, 심상 공간에 초대하지 않고도 계약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1000만 포인트 짜리니까 그 값을 하겠지?

크크크, 벌써부터 웃음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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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복수자’와의 계약이 성립되었습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이름 없는 복수자’의 계약자입니다.]

[‘이름 없는 복수자’로부터 어스름 불꽃, 검혼의 목걸이, 영구 귀환석을 선물 받았습니다.]

“……”

조력자… 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시작부터 일이 잘 풀리는 기분이다. 이러니 사람들이 아카데미를 찾는 거겠지. 훌륭한 커리큘럼, 뛰어난 강사진, 그리고 검증된 성좌들과의 교류식. 스승님의 말을 믿는 게 정답이었다. 혼자서 발버둥쳤다면 이런 아티팩트는 꿈도 못 꿨을 거다.

­웅성웅성

“대박, 저것 봐! 아티팩트야! 그것도 3개나 있어!”

“계약 선물로 받았나 봐. 대박… 쟤가 특별 입학한 걔지?”

­웅성웅성

그런데 모두 다 수련과 관련된 아티팩트네… 복수할 힘을 기르라는 뜻일까?

허공에 떠 있는 아티팩트들을 품에 넣은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으… 칠흑의 미남자랑 계약했어…”

“대박, 걔 중2병으로 소문난 성좌잖아.”

“그치만, 선택지가 없어서… 흐윽, 흑…”

“으하하하! 이것 봐! 나도 이제 7대 성좌의 계약자다!”

“잠깐만… 패도의 군주가 아니라 페도의 군주인데?”

“……뭐라고?!”

다들 성공적으로 계약했구나. 시끌벅적해진 것과는 별개로 신입생 대부분의 기운이 더 강해져 있었다. 내가 아티팩트를 받은 것처럼 다들 성좌로부터 무언가를 받은 거겠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에 내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자, 뒤편에서 어떤 여자 아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거짓말이야아아아! 내가, 귀족인 내가 무계약자라니! 이럴 순 없다고오!”

“아가씨, 진정하시지요. 자신의 허점을 공개하실 생각이십니까?”

“거짓말이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아아!”

무계약자라… 그럴 수도 있나? 한 명의 성좌한테도 메시지가 안 왔다는 소리일까?

“가끔 가다 저런 경우도 나온대.”

“그래?”

“안타깝지만 성좌들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았나 봐. 우리는 볼 수 없는 걸 성좌들은 볼 수 있거든. 아마 그런 케이스겠지.”

의문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내게 다가온 시우가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계약자’였던 시우였기에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충분히 강해 보이는데… 시우의 말대로라면 성좌들만 알 수 있는 약점 같은 게 있는 거겠지. 불쌍했지만 나와는 관련없는 일이다.

“시아 넌 계약했지? 누구랑 했어? 아, 꼭 말해 줄 필요는 없고… 하하, 그냥 친구로서 알고 싶어서 물어본 거야.”

“나는…”

말해 주는 게 맞을까? 잠깐 고민했던 나는, 고개를 저으며 시우에게 대답했다.

“미안, 비밀로 하고 싶어.”

“으응, 그, 그래도 나쁜 성좌는 아니지?!”

“나와 딱 맞는 성좌였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

이름 없는 ‘복수자’와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 분명 또 나를 걱정하겠지. 그게 싫었던 나는 시우에게도 그리고 아카데미에게도 그 정체를 숨기기로 결정했다.

­짝짝짝!

“자, 자! 다들 정숙하세요, 정숙! 교류식은 여기서 끝입니다! 이제 각자 기숙사로 돌아가서, 오늘 맺은 성좌와의 계약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세요! 새로 얻은 능력이 무엇인지, 아티팩트에는 어떤 기능이 있는지 등등 확인해 보고 싶을 거 아니에요? 개인 정비 시간을 드릴 테니 지금부터 확인해 보세요!”

이건… 신입생들을 배려해 주는 걸까? 안그래도 ‘이름 없는 복수자’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나는 지도 교사의 말을 듣자마자 발걸음을 돌렸다. ‘한광 그룹의 막내 아들’… 이제 계약을 맺은 상태니 더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겠지?

드디어 지호의 복수를 시작할 시간이다.

***

복수를 시작할 시간인데, 어째서…

“하앗, 읏… 변태 새끼… 당장 이거 치워… 흐읏…”

이런 꼴이 된 거지?

“그만 만지라고, 핫, 으읏… 꺼져어!”

[성좌보고 꺼지라고 하다니, 입이 거칠구나? 아니면 여자의 말은 반대로 해석하라는 말도 있던데… 더 만져달라는 소리야?]

“닥치고 꺼지라고! 하앗! 으으으…”

너 아까 내 복수를 돕는다고 했잖아.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대화를 나누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어떻게 된 건지 내 몸을 주무르면서 나를 성추행하기 시작했다. 분명 성좌는 계약자를 건드릴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어떻게 된 거야, 흣, 도대체… 으윽…”

허리를 어루만지던 감촉이 등을 타고 올라와 내 가슴을 주물렀다.

“씨발 진짜… 읏, 역겨워… 너, 성좌면서, 윽… 씨발…”

그와 동시에 내 엉덩이에서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제발 좀 꺼지라고, 읏, 하아… 미친놈아!”

방 안에는 분명 나 혼자뿐이었지만

“씨발, 씨발, 씨발… 흑, 으윽, 씨발새끼야!”

내 신체는 누군가에게, 아니, ‘이름 없는 복수자’에게 희롱당하고 있었다.

[울지는 말고. 예쁜 얼굴이 망가지잖아.]

“닥쳐, 이 쓰레기 성좌 새끼야! 너, 이거 안 치워?!”

옷을 뚫고 속옷마저 무시한 채 내 가슴을, 아니 젖꼭지를 만져 대는 두터운 손가락의 감촉. 허벅지 사이를 파고 들어와 내 가랑이를, 아니 보지 입구를 비벼 대는 두꺼운 무언가의 감촉.

옷을 입고 있음에도 벌거벗은 것처럼 ‘이름 없는 복수자’에게 모든 곳을 허락해 버린 나는 울먹이면서 그에게 소리쳤다. 제발 이 엿 같은 일을 그만두라고.

[시아, 네 몸 진짜 기분 좋다. 지금 당장 따먹고 싶을 정도야.]

“개새끼야아아! 흣, 으윽, 씨발, 멈추라고오오오!”

하지만 ‘이름 없는 복수자’는 희롱을 멈추지 않았다.

“흣, 하앗, 으읏… 씨발, 씨발…”

내가 이불 속으로 몸을 피하자 그가 내 가슴을 깨물었다.

“그만, 흑, 씹… 제발, 아아악!”

내가 화장실로 도망가자 그가 내 클리토리스를 애무했다.

“하아… 젠장, 하아… 젠장!”

내가 기숙사 밖으로 나와 사람들 속에 몸을 숨기자 그가 나를 껴안더니 내 입에 자신의 혀를 집어 넣었다. 너무나도 뜻밖의 첫 키스. 당황한 내가 황급히 방으로 돌아오자, 이번에는 그가 내 보지 안을 직접 핥기 시작했다.

“핫, 흣… 씨발, 진짜… 읏, 흐윽… 미친 성좌 새끼… 으읏, 하아…”

­털썩

“개새끼…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하아…”

연이은 추행과 희롱으로 지친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바닥에 누운 내 몸 위로 누군가가 올라타는 게 느껴졌다. 설마 이대로 나를 강간할 생각인 걸까… 복수를 돕기는커녕 나를 가지고 노는 ‘이름 없는 복수자’가 미웠다. 조력자라고 생각했는데… 외로운 나의 복수를 함께해 줄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절망을 느낀 내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런데…

그가 내 눈물을 닦아 내더니

[소환단]

[영약, 복용 시 모든 능력치가 증가한다. 증가치는 개인마다 다르다. 상황에 따라 뜻밖의 추가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내게 ‘소환단’이라는 영약을 선물했다.

“이게 무슨… 흣, 으읏…”

[장난이 좀 심했군. 사과하지. 하지만 그대의 몸을 만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예상대로 신체가 너무 딱딱하더군. 그래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

“…뭐라, 하아… 고?”

[지금 그대에겐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여성 호르몬이 굉장히 부족한 상태다. 어렸을 때부터 무식하게 검을 휘두르는 바람에 몸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기도 하지. 지금 당장에야 그대의 재능 덕분에 빛을 보고 있지만 머지않아 균열이 생길 거다.]

“…아니, 지금…”

[억지로나마 그대의 여성 호르몬을 극대화 시켜 놨으니 이걸 먹고 명상을 해라. 지금에야 의아하겠지만, 먹고 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지금… 나를 위해서 나를 성추행했다는 소리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터무니없는 그의 주장에 화를 내려고 했으나, 그가 내 입 안에 소환단을 집어넣는 바람에 입을 닫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가 강제로 소환단을 뭉개뜨리는 바람에 그 영약을 삼켜야만 했다.

[가부좌를 틀어라. 내가 도와주지.]

그런데 놀랍게도 소환단을 삼키자 몸 안에서 상쾌한 마나가 샘솟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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