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54화 (253/428)

〈 254화 〉 이세계 특전: 섹스할수록 강해지는 능력(6)

* * *

“뭐어어?! 요스케!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

“잠깐만, 린… 농담이 아닐 거야.”

“맞아요. 요스케 님의 능력은 ‘난봉꾼’이잖아요. 솔직히 믿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예요.”

“으으… 진짜로?”

“파과(??)라고… 쿨럭, 처녀와 세, 섹스할 경우 몸 상태를 완벽하게 회복시켜주는 스킬이 있어. 그 어떤 디버프도 무시한다고, 으윽… 적혀있으니까, 지금의 저주도 극복할 수 있을 거야…”

“확실하다는 건 아니잖아!”

“맞아… 그러니, 콜록콜록… 그냥 이대로 포기해. 억지부리고 싶진 않아.”

“형…”

“시우스케, 하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말해 줘. 그래도 마지막엔 사람다웠다고. 그리고 항상 못난 모습만 보여줘서 죄송했다고…”

“혀엉!”

“부탁할게…”

나는 그렇게 말한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

자, 낚싯대는 던졌는데… 과연 이제 어떻게 될까?

솔직한 심정으론 반반이었다.

오타쿠 안여돼가 섹스해 달라는데, 그걸 듣고 알겠다고 할 미소녀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내 이야기를 듣고 히로인들이 처녀를 대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아니 희박한 걸 넘어서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다르지.

내가 목숨을 걸고 두 사람을 구해준 상황이잖아. 그러니 양심에 찔려서라도 대놓고 나를 무시하지는 못할 거다. 거기다 나는 시우스케의 형이잖아. 동생의 눈치를 봐서라도 하다못해 고민하는 척을 해야 할 거다.

“요스케에! 정신 차려 요스케!”

“아… 괘, 괜찮아요! 기절하신 거예요.”

“형… 제발, 포기하지 말아 줘… 이렇게 죽을 순 없잖아! 이제 시작이란 말야!”

“쇼스케 군도 진정하세요. 아직 돌아가신 거 아니잖아요…”

“히나… 아아…”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 결정하는 건 시우스케다.

만약 여기서 시우스케가 ‘형… 미안한데 그건 좀.’ 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번 네토리는 실패로 끝이 난다. 허나 반대로 ‘부탁할게… 형을 구해 줘.’ 라고 말하는 순간 이번 네토리는 높은 확률로 성공하게 된다.

“요스케… 흐윽, 쇼스케… 으아아앙.”

“쇼스케 군… 이제 어쩌면 좋죠?”

자, 네 선택은 뭐냐. 여기서 어떤 결정을 내릴 거지?

잠깐의 침묵 끝에 힘겹게 입을 시우스케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부탁이야, 형을 살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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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스케의 입에서 ‘부탁이야.’ 라는 말이 나왔을 때,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거… 지금 나한테 부탁하는 거구나, 라고. 주어가 붙은 말은 아니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쇼스케가 고른 여자는,

히나였다.

가슴이 찢어질만큼 아팠지만…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너와 히나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걸… 옆에서 계속 지켜 봐 왔거든. 언제가 오게 될 미래가 바로 지금이었다.

결코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말이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마음 속으로 눈물을 훔쳐 낸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 후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책임질게.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 나를 지켜 주려다가 저렇게 된 거니까… 내가 책임지는 게 맞아. 응, 그게 맞아. 내가… 요스케를 살릴게.”

그래, 이게 맞는 거잖아.

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내 고백에 깜짝 놀란 히나가 내 손을 붙잡았다.

“린 양…괜찮겠어요?”

아니, 절대 무리지. 저런 기분 나쁜 돼지한테 어떻게 내 처음을 주겠어.

생물학적으로 완전 무리라고.

“괜찮아… 죽게 내버려둘 순 없잖아!”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그러면 완전히 양심도 없는 쓰레기가 되잖아. 너도 그걸 알고 물어본 거지? 이 영악한 여우 같으니… 진심인지 가식인지 도저히 구분히 안되는 히나의 얼굴을 보자 속이 더부룩해졌다.

이딴게… 쇼스케가 고른 여자?

정말이지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다.

“미안해, 린…”

켁… 아니 근데 지금 설마 사과한 거야? 도대체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 생각인 거야? 허리를 숙인 쇼스케 덕분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올 뻔했다. 자기가 등을 떠밀었으면서… 이렇게 사과하는 건 반칙이잖아.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다.

“됐어… 요스케 일인걸…”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됐다니깐! 됐으니까… 자리 좀 비켜 줘…”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 나는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황급히 소리를 높여 두사람에게 부탁했다. 그 모습까지 보여줄 순 없잖아. 뚜욱 뚝하고 투명한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두 사람을 배웅한 나는 요스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지금부터 요스케랑 세, 섹스를 해야 한다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섹스…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아니,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뭔가 묘하잖아. 요스케는 기절 해 있는데, 이걸 내가 지금 덮쳐야 하는 거야? 우엑, 토가 나올 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무리라고.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내가 답답해 하고 있자, 인기척을 느낀 건지 요스케가 눈을 떴다. 으으, 차라리 계속 기절해 있기를 바랐는데, 되는 일이 없다.

“…린? 뭐지, 주마등인가…”

“현실이거든? 너 아직 살아있어! 누구 마음대로 죽으려는 거야?!”

바보, 요스케. 재수 없게 왜 주마등 이야기를 꺼내는 거야.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으으, 또 눈물이 나올 거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조금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뭐? 두 사람은 어디 가고… 자, 잠깐, 너 설마?!”

“그래… 그 설마야! 이 저질! 변태! 쓰레기! 어떻게 그렇게 역겨운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거야! 평소에 맨날 더러운 상상만 하니까 그런 거 아니야!”

“……하아.”

“뭐, 뭔데, 그 한숨은!”

“린.”

“뭐, 뭐냐고!”

“그러지 말고 두 사람을 따라 가.”

“…뭐어?”

“그렇게 무리해서… 크윽, 나를 살려줄 필욘 없어. 말했잖아. 억지 부리기 싫다고. 나 때문에 괜히 안 좋은 기억 만들지 마.”

“……요스케.”

그런데 얘는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진짜… 안 좋은 마음 꾸욱 참고 살려 주려고 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너… 그러다가 죽어. 죽는다고. 그렇게 허세 부릴 때가 아니야. 목숨이 달렸다고, 이 멍청한 놈아!

…라고 소리치기에는 요스케의 말에 혹한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다.

정말? 그래도 돼? 괜찮은 거지? 정말로 미안하지만, 네가 먼저 말한 거다?

…라니, 이게 사람이 할 생각인가? 본능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뭐야, 나… 너무 역겹잖아. 쇼스케가 여자 보는 눈이 있었다. 자기 때문에 죽어 가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려고 하다니, 그리고 그래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다니, 완전 악마나 할 생각이잖아.

다시 한 번 눈물이 차올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아, 덕분에 즐거웠어. 상상만 하던 이세계에 왔고, 애니로만 보던 서비스신도 즐겼어, 그리고 용사가 된 것처럼 모험도 했지… 크윽, 그러니 이 정도 즐겼으면 됐어…”

“바, 바보야. 내가 죽게 내버려둘 거 같아?”

“무리하지 마, 린. 너… 시우스케를 좋아하잖아. 그런데 정말로 나랑 할 생각이야? 나는 그게 싫어. 나 때문에… 크윽, 왜 네가 피해 봐야 하는 건데… 그건 정말 싫어.”

“아, 알고 있었어?”

“모를 수가 없지. 하하, 윽, 콜록콜록… 옆에 있으면 다 보이는 걸…”

그런데 뭐야, 요스케는 왜 이렇게 착한 건데… 나랑은 완전 반대잖아… 저질, 변태, 쓰레기 주제에… 왜 멋있는 척을 하는 거야. 그래봤자 네 인상은 그대로란 말야! 그런데도 나한테 피해주지 않으려고, 지금 혼자 죽겠다는 거야? 요스케 주제에… 너무 건방지잖아!

정말로 죽음을 결심했는지, 조금은 후련해 보이는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 요스케를 보자 가슴이 다시 아파왔다.

…그러고 보면 항상 그랬었지. 린쨩이라고 부를 때 말고는 항상 나를 챙겨주고… 흑, 아껴주고… 상처입지 않도록 언제 어디서나 나를 지켜줬었어… 그런데도 나는 항상 괴롭히고 부려먹고… 흐윽, 나 진짜 쓰레기잖아.

자괴감을 느낀 나는 결국 또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니… 린, 너도 억지 부리지 마. 큭큭… 얼마나 하기 싫었길래 우는 거야.”

“응? 아, 아니야. 이건…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아니 그게…”

“이래서 이 스킬을 말 안하려고 했던 건데… 후우, 실수였어. 그냥 마음 편히 죽는 건데… 미안해, 또 바, 바보 같은 짓을 했네.”

“…지금 하는 짓도 바보 같은 짓인 거 알아? 허세는 그만 둬… 왜 죽으려고 하는 건데! 삶에 미련 같은 것도 없어? 죽기에는… 너무 젊잖아!”

“콜록콜록… 미련… 그런건 이제 없어. 좋아하는 여자를 구해주고 죽는다, 남자의 로망 같은 거거든… 큭큭, 그러니 마음 편하게 죽을 수 있어.”

“뭐, 뭐어…?”

“고마워. 그러니 이제 그만 비켜 줄래? 슬슬 때가 온 거 같아. 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진 않아. 린쨩, 부탁할게.”

요스케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이대로 요스케를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요스케 앞에서 옷을 벗었다. 부끄러웠지만, 이 모습은 보여줄 수 있었다.

“흥, 린쨩이라고 했으니까, 거절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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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히로인 ‘모리시타 린’의 심정이 변경되었습니다.]

[지금부터의 섹스는 화간으로 인정됩니다.]

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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