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화 〉 이세계 특전: 섹스할수록 강해지는 능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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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숙소로 모시겠습니다.”
“간단한 식사 후 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으응…”
이거, 참… 뭔가 좀 그렇네.
넷이서 함께하는 모험, 그러면서 깊어지는 우정과 사랑,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네토리… 이런 걸 기대했었는데, 이건 뭐 던전 토벌 회사에서 일하는 기분이다.
“수리해야 할 장비는 이쪽에 놔둬 주세요.”
“각자 원기 회복 포션 한 병씩 가져 가세요.”
이렇게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는 거였어?
교통 제공, 숙소 제공, 식사 제공, 등등… 끊이지 않는 왕국의 지원에 맥이 다 빠져 버렸다. 이래서야 네토리하기가 힘들잖아. 숙소에서 몰래 한 명씩 꼬셔 볼 생각이었는데, 덕분에 계획이 다 망가지고 말았다.
이제 어쩌면 좋지?
아무래도 던전 안에서 네토리를 하는 걸로 작전을 선회해야 할 거 같은데… 으음, 쉽지가 않아 보였다. 두 사람 다 이미 주인공을 좋아하는 상태란 말야. 그러니 공략을 할 거면 시우스케가 없는 장소에서 하는 게 편한데… 크흠, 일이 꼬여 버렸다.
“후우, 고마워 형. 형 아니었으면 오늘 힘들었을 거야. 확실히 연습이랑 실전은 많이 다르네. 하마터면 처음부터 리타이어할 뻔했어.”
“아, 아냐. 네가 다 했지 뭐.”
“에이, 이럴 땐 빼지 말고 알겠다고 해. 너무 겸손한 것도 별로야, 형.”
“으, 으응…”
에라이 씨… 그냥 미친 척하고 강간해 버려? 웬만하면 다 자박꼼일 거 아냐. 굳이 어렵게 갈 필욘 없잖아. 안그래도 오타쿠 안여돼라 말 걸기도 힘든 상황…
띠링
[특별 과제 규칙: 올 랜덤, 강간 금지.]
…아, 맞다. 그랬었지.
제기랄, 고작 지능이 1 높아진 걸로는 지금의 위기를 타파하기가 힘들었다. 괜히 특별 과제가 아니라는 건가? 평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니 그래도, 오늘 내가 한 건 진짜 별 거 아냐. 던전 안이라 능력치가 대폭 저하되는 여기 세계 사람들도, 어그로 끄는 것 정도는 가능할걸?”
“그런가?”
“그래. 오히려 처음인데도 침착하게 몬스터를 베어 넘긴 네가 대단한 거야. 사실 말이 좋아서 어그로지, 쫄아서 도망만 다닌 거거든.”
이렇게 된 이상 공략 대상을 바꿔 봐야겠다.
***
잠깐, BL드리프트를 하겠다는 소리가 아니다.
미쳤냐? 시우를 노리게.
내가 하려는 건 공략을 위한 가스라이팅이다.
생각해 봐라. 던전 토벌에서 내가 활약해 본들, 내 호감도가 올라갈까? 오타쿠 안여돼인 상태인데? 당연하게도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 오른다 해도 쥐꼬리만하게 오르겠지.
반면에 시우스케의 호감도는 하늘을 뚫고 올라갈 거다. 이미 반한 상태잖아. 시우스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우와, 대박, 어울려’ 라면서 좋아할걸?
그러니 여기서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야, 딴 건 몰라도 이런 쪽으론 내가 빠, 빠삭하잖냐.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야. 네가 캐리한 거야. 진짜 고맙다, 동생아.”
“…으응.”
“원래 이런 건 딜러가 제일 중요한 거야. 웬만한 건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너는 딜 넣을 생각만 해. 아, 알겠지?”
“하하. 알겠어, 형. 의지가 되는데? 앞으로 딜은 나한테 맡겨.”
아무리 주인공이래도 딜충이면 욕을 먹을 거 아냐. 안 그래?
파티가 되어서 다들 열심히 공략하고 있는데, 한 명은 기믹 수행도 안 하고 딜각만 보고 있으면 그 파티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한 명은 호감도가 까일 수밖에 없고 말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시우스케를 딜충으로 만드는 데 전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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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힘들어… 던전 토벌이란 게 이렇게 힘든 거였어?”
“그야 당연하지. 그, 그러니 우리를 소환한 거 아니겠어?”
“바보 요스케! 지금 필요한 건 팩트가 아니라 공감이거든? 벌이야! 이거 다 네가 들어!”
“리, 린쨩… 너무해.”
“린쨩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진짜… 오, 오늘 활약해서 이번만 봐주는 거야. 앞으로 다시는 그렇게 부르지 마!”
진짜 요스케는 학습 능력도 없나? 징그러우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대도 매번 저런다. 린쨩이라니, 친한 사이 같잖아. 아니 물론, 소꿉 친구니까 친한 사이가 맞기는 하지만… 아, 몰라. 제발 부탁인데 자제 좀 해 줬으면 좋겠다.
“미, 미안해… 내가 또 실수했네…”
“흥!”
그래도 오늘은… 용서해 줘야겠지.
진짜 요스케가 아니었다면 많이 다쳤을 거다. 힐러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팠을 거 아냐. 그 녹슨 검에 베였다고 생각하면 으으…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완전 최악이었을걸? 오늘만은 요스케가 내 마음 속의 MVP다.
…그런데 잠깐, 이거 어제도 했던 생각 아냐?
맞아.
어제도 요스케가 나를 구해 줬었잖아.
흐음… 요스케답지 않게 이틀 연속 MVP다. 뭐야, 혹시 나 좋아하나? 앞에서 방패를 들어야 탱커가 자꾸 후위로 오니, 이거 의심을 안 할 수가…
“고마워요 요스케 님. 오늘도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전장을 보는 눈이 되게 밝으신가 봐요. 평소에 기사님들께 칭찬을 들으시는 이유가 있군요.”
“그, 그게… 부담되니까 님은 좀 빼주면 안 될까?”
“어머, 오빠라는 말이 듣고 싶으셨어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요스케라고 불러도 좋으니까, 님은 조금…”
…뭐야, 히나도 구해준 거야? 흥, 역시 저질. 전투 중에도 자꾸 여자한테 눈을 돌린다는 거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든다. 야한 능력을 얻은 것도 그렇고 완전 변태잖아. 같은 형제인데도 쇼스케랑 완전 비교된다.
“나도 고마워, 형. 오늘도 덕분에 딜에 집중할 수 있었어. 이거 나도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냐?”
“너, 너까지 그러기냐. 제발… 그냥 넘어가 주라.”
그런데… 정작 쇼스케는 별로 활약상이 없네. 매번 마무리 일격을 넣고 있기는 하지만 그게 끝이다. 용사라면 조금 더 멋진… 으음, 뭐 그래도 별 문제 없잖아. 아직 난이도가 낮은 던전이니까 그런 거겠지. 얼마 뒤엔 요스케보다 훨씬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다.
쿠구웅…
쿠웅…
그런데… 아까부터 이게 무슨 소리지?
보스도 토벌했으니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자꾸 저 멀리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땅이 무너지는 듯한 이상한 소리…
“다, 다들 조심해! 함정에 걸렸나 봐!”
쿠구구구웅!
…가 아니라, 진짜로 무너지는 거였잖아!
“꺄, 꺄아아악!”
“안 돼!”
싫어, 설마 이렇게 죽는 거야?
갑작스럽게 발밑이 무너지면서 모두와 함께 추락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 봤지만 헛수고였다. 우으으, 뭐가 대마법사의 자질이야. 이럴 때 공중부양 마법 하나 못 쓰는데! 다 좋은데 임기응변이 약하다던 마법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선생님, 그러면 가르쳐 주셨어야죠! 그러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일도 없을 거 아니에요!
콰다당
콰당
푹신…
…라고 마음 속으로 소리쳤지만, 의외로 추락은 짧았다.
그리고 하나도 안 아팠고 말이다.
그래서 뭐지… 하고 아래를 쳐다 보니
“으그극… 허, 허리가…”
요스케가 내 밑에 깔려 있었다.
***
“히나, 괜찮아?”
“쇼스케 군, 하아… 고마워요. 덕분에 무사했네요.”
“요스케, 괘, 괜찮아?!”
“으응, 사, 살 덕분에 버틴 거 같아…”
하아, 다들 무사하구나.
공주님 안기 자세로 쇼스케에 안긴 히나가 부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겠지. 정신을 차린 나는 주변을 살펴 보기 위해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다.
“오, 역시 마법사야. 린, 멋진걸?”
“흥, 됐으니까 히나부터 내려 놔.”
“어머, 질투하시는 건가요?”
“바, 바보야! 방심할 때가 아니니깐 그렇지!”
“리, 린쨩의 말이 맞아. 다들 전투 준비 해! 이건 히든 보스 스테이지야!”
뭐, 히든 보스라고?
여전히 린쨩이라고 부르는 요스케가 짜증났지만, 요스케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보스가 하나 더 있다는 소리잖아! 깜짝 놀란 내가 당황하고 있자, 요스케가 다시 소리쳤다.
“다들 위를 봐!”
으으, 거미는 진짜 싫은데. 이번에도 요스케만 믿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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