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화 〉 이세계 특전: 섹스할수록 강해지는 능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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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을 해도 왜 하필 ‘난봉꾼’이냐, 내 입장이 곤란해지잖아.
…라고 불평을 하지는 않았다. 의외로 이런 쪽으로 관대한 세계관이더라고. 성녀는 내 능력을 인정해 주었고, 덕분에 나는 세틴 왕국의 도움을 받아 매일 창부를 따먹는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아아앙! 용사님, 하아… 용사님의 성검으로 가버려요오! 하아앙!”
“아아… 이제 제 차례인가요? 하아아… 어서 와주세요, 제 보지를 토벌해 주세요!”
의식주도 해결하고, 성욕도 해결하고, 정말 최고 아닌가.
뜻밖의 전개 탓에 당황하긴 했지만, 이보다 나은 루트는 없었다. ‘자택 경비원’이었으면 이런 대접도 못 받았을걸?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형… 미안한데, 밤에 조금만 조용히 해줄 수 있어? 벽이 은근 얇더라고.”
“아, 으응… 다 들렸냐? 미안하다. 조심할게.”
“아냐, 미안할 건 없고… 그런데 살이 좀 빠진 거 같다?”
“그, 그래? 다행이네.”
참고로 용사파티는 열심히 수련 중이다.
던전을 공략하려면 최소한의 힘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각자 여신에게 받은 능력을 살려서 매일같이 노력하고 있다. 아마 다음주쯤부터 던전 토벌을 시작할 거 같은데,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형도 열심히 하고 있나 봐?”
“으응… 뭐, 그렇지.”
그런데 나는… 어떻냐고?
내 입으로 밝히긴 뭐 하지만,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채애애앵!
“져, 졌습니다.”
“오오, 역시 용사님! 대단하십니다!”
“검을 잡은 지 2주만에 기사를 이기다니… 존경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난봉꾼’ 능력을 활용해 봐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섹스하면 일정 기간 동안 능력치 버프를 받는다.’, ‘경험인수가 늘어날수록 능력치가 증가한다.’ 등등의 스킬을 얻었다고 거짓말한 후, 그에 맞춰 강해진 척 힘순찐 놀이를 하고 있다.
“그래도 하루만에 너무 강해졌는데…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는 겁니까?”
“아, 그게… 글쎄 어제 찾아온 창녀가 처녀였지 뭡니까… 하하하.”
“아하! 처녀면 어쩔 수 없지요. 여신님의 능력도 처녀는 따지나 봅니다.”
“처녀는 중대사항이니까요.”
“암, 그렇고 말고요. 처녀는 인정이지요.”
이걸 잘만 응용하면 네토리에도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디 한번 머리를 잘 굴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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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래? 알겠대?”
“으응. 앞으로 조심하겠대.”
“후우, 멍청한 요스케. 진짜 저질이야. 어떻게 하루도 안 빼먹고 그…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대체 머리에 뭐가 든 거야! 변태! 쓰레기! 오타쿠!”
“린… 너무 그러지는 마. 왕국에서 억지로 시키는 것도 있어.”
“…그래?”
“피곤해 죽겠는데 오늘도 늦게 자야한다고 나한테 투덜거린 것만 열 번이 넘어. 아마 형도 해탈한 상태일 거야.”
“그래도… 주변에 안 들리게끔 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것도 그쪽 분들이 멋대로 반응하는 거래.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는 말아 줘.”
“뭐… 쇼스케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지만… 아, 몰라. 아무튼 이제 해결된 거지?”
하아… 이게 아닌데…
오늘도 쇼스케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 주고 말았다. 분명 또 실망했겠지? 욕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에도 화를 참지 못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매번 쇼스케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되어 버린다.
제발 좀 얌전히 있으면 안 돼? 요스케가 변태 같은 짓을 저지르긴 했지만, 어쨌거나 쇼스케의 오빠잖아. 존중해 줬어야 했는데… 아으으으, 진짜 매일같이 짜증만 늘어난다.
이럴 거면 애초에 좋아하지를 말지. 어쩌다가 좋아하게 되어서 이 고생이래. 옛날이었으면 이런 고민도 안했을 텐데… 후우, 나 자신이 미워진다.
“으응. 그런데 린, 괜찮아? 오늘따라 안색이 별로인데?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뭐, 뭐야 갑자기! 너무 가깝잖아!”
“응? 뭐가?”
“완전 멀쩡하니까, 저리 가! 너도 요스케 따라하는 거야?”
아니, 아니지. 미워해야할 건 내가 아니라 이 녀석이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살갑게 굴어? 오늘도 착각하게 되잖아! 이 멍청한 바보 때문에 오늘도 수명이 줄어 버렸다. 후우, 진짜 이런 면에선 요스케가 더 낫다니깐. 적어도 오해할 일은 없잖아. 저질이라서 그렇지…
아, 몰라. 아무튼 하세가와 형제가 문제다.
“그런데 린.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주, 주말? 으음… 글쎄?”
“없으면 됐고.”
“야! 이런 건 세 번은 물어 봐야지!”
“…그러면 시간 있는 거야?”
“으음… 있을지도? 그런데 왜?”
“주말에 같이 쇼핑이라도 갈래? 토벌 가기 전에 왕도 구경은 해 봐야지.”
그런데… 이거 실화야?
난데없이 데이트 신청이라니… 드디어 나를 의식하는 걸까? 애써 침착했던 내 가슴이 다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두, 둘이서 왕도 구경을 가자니, 이거 완전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거잖아! 히나 그 여우한테 홀린 줄 알았더니, 역시 최후의 승자는 바로…
“히나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거든. 그리고 무슨 일인지 형도 같이 가겠대.”
“……하.”
“응? 뭐라고?”
“갈게, 간다고. 갈 거라고. 됐지?”
“린? 잠깐, 어디 가! 얘기는 끝까지 하고 가야지!”
“화장실 가니까 따라오지 마!”
최후의 승자는 개뿔, 쇼스케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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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인물들이 보이네요?”
“아, 그게, 이왕 가는 거 다같이 가는 게 좋아보여서 말야. 형이랑 린을 데려 왔어. 괜찮지?”
“…네, 물론이지요.”
이 남자는 어떻게 이렇게 눈치가 없을 수 있을까요? 원래 세계에 있을 때도 느낀 건데, 정말 눈새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예요. 데이트 신청을 돌려 말했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걸까요? 해도 해도 너무한 거 같아요.
“고마워, 역시 히나야. 정말 착하다니깐.”
“읏… 당연한 거 가지고 칭찬하지는 말아 주세요.”
“응? 딱히 칭찬은 아닌데? 그냥 착해서 하는 말이야.”
“진짜, 당신이란 사람은…”
뭐, 데이트를 거부한 것보단 낫지만요.
어쨌거나 함께 있을 수 있잖아요. 이번 기회에 여자력을 살려서 제가 더 쇼스케 군에게 어울리는 여자라는 걸 보여 줘야겠어요. 린 양도 정말 좋은 여자지만, 그래도 쇼스케 군 옆에 있을 여자는 아니잖아요? 오늘부로 자기 주제를 알게 될 거예요.
“아니, 멈춰. 그거 바, 바가지야. 시세가 너무 이상하잖아. 우리가 너무 초짜 티를 내니까, 일단 지르고 보는 거야.”
“10실버가 바가지라고?”
“손님! 무슨 소리세요, 그게! 바가지라뇨! 저희가 얼마나…… 저기, 그건?”
“이런 일이 있을까봐 미리 주, 준비를 했었지. 서기관님께 부탁해서 얻은 와, 왕도 시세야. 중급 포션은 5실버라고 적혀 있지?”
“와, 형 뭐야. 준비성 철저한데?”
“판타지 자, 장르는… 내가 잘 알잖냐.”
그런데… 의외로 활약을 한 건 제가 아니라 요스케 님이었어요. 이게 오타쿠… 의 힘? 평소에 이런 장르의 만화나 소설을 자주 읽어서인지 아주 자연스럽게 저희를 리드해 주었어요.
역시 쇼스케 군의 오빠인 걸까요?
첫인상은 정말이지 최악이었지만, 쓸모없는 사람 같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도움이 될 거 같은데요? 지금이라도 조금은 친한 척을 해 놓는 게 좋겠네요.
여전히 인상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사람으로 보이잖아요. 지금이라면 저도 버틸 수 있어요. 나름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나 보죠?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뭐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요스케, 요스케! 이 귀걸이는 어때? 오타쿠의 눈으로 봐 줘!”
“이쁘기는 한데… 화, 확인해 보려면 마나를 넣어 봐. 길거리에서 파는 아티팩트라면 너도 해석할 수 있을 거야.”
“형, 노숙 세트라는데? 이런 거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따로 지원받을 예정이니까, 이런 건 없어도 돼. 그리고 이거, 던전 안에서는 쓰, 쓰기 힘들걸? 폐쇄된 공간일 거 아냐. 그 점을 신경써야 해.”
그런데… 저 정도면 아주 전문가 수준 같은데요?
말을 더듬는 게 불쾌했지만, 그래도 모두 다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에요.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이란 게,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거겠죠? 하세가와 요스케… 조금이지만, 정말로 아주 조금이지만… 오늘따라 다르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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