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6화 〉 태극음양지체(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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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렇지, 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고. 자지를 만지자마자 흠칫 놀라는 걸 보고 의문을 가졌었다가, 필요 이상으로 옷이 벗겨지니까 얼굴이 새빨개지는 걸 보고 확신했다. 남궁빈은 연기를 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나를 꼬시는 법을 알려준 건 은아와 혜매였다.
“우으… 그게, 그러니까… 아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두 사람이… 흑, 죄송, 아니 하지만 가가가, 아니 오라버니, 아니 백 대협이 저를 먼저 유혹했잖아요!”
“제가요?”
“저보고 구천현녀라고 했잖아요. 방중술의 대가인 여선요… 흑, 그래서 성교하자는 뜻인 줄 알고,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 용기를 내서, 흐윽…”
“저기, 남궁 소저?”
“부끄러워도 꾹 참고, 하아… 자, 자지도 만지고… 오, 옷도 벗고… 으으읏… 하지만 이렇게 하면 백 대협이 좋아할 거라고…”
그런데 궁금한 것은 도대체 남궁빈이 왜 그런 짓을 했냐는 거다.
아직 함락되기엔 먼 상황 아니었어? 이제 호감도작을 시작하려고 한 건데, 놀랍게도 그녀는 이미 함락되어 있었다. 자기가 먼저 나를 유혹할 정도로 말이다.
위지 자매가 무슨 짓을 한 건가? 혹시 뭐 최면이라도 걸었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 그게 싫은 건 아니었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거였다.
“으으으읍?! 하, 하읏… 츄읏… 츄읍, 꿀꺽, 하아… 백 대협… 이건.”
하지만 그걸 지금 물어볼 정도로 눈치없는 놈은 또 아니지.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며 그녀와 키스했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빈방으로 향했다.
“어서 갑시다.”
“…네에?”
“꼴려서 미칠 거 같으니까 지금 당장 가자고요. 당신이 내 자지를 이렇게 만들었잖아. 책임져야지.”
“꺄앗… 하아, 백 대협… 설마…”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어떤 건지, 다시는 외로움을 느낄 수 없게 몸 속 깊은 곳까지 새겨줄게.”
“네에… 네, 부탁할게요!”
드디어 진 히로인을 따먹을 시간인가. 예상보다 빨랐지만 기분 좋은 어긋남이었다. 과연 천무지체를 뛰어넘는 육체는 어떤 맛일까? 뻣뻣하게 발기한 자지가 기대감에 움찔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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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친구 분은 그 남자를 사랑하는 거예요. 생각해 봐요. 애초에 마음이 없으면 성교를 가지고 고민을 하겠어요? 절대 아니죠.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의 성교를 고민할 리 없잖아요.’
‘그… 그런 가요?’
‘당연하죠. 고민을 한다는 건 마음이 있다는 소리예요.’
‘흐음…’
정곡을 찌르는 위지 소저의 말,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오라버니와의 성교라면 단언컨대 한 순간도 고민을 안 했을 거다. 하지만 그 남자와의 성교는…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도니, 내가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위지 소저의 말은 사실인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면 그 후로 틈만 나면 그의 얼굴을 떠올렸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 오라버니의 이야기인데, 오라버니가 흥미를 되게 빨리 잃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나들이로 오라버니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다시는 오라버니와 이어지지 못할 거예요. 화경의 여자 무인이 세상에 한 명뿐인 건 아니잖아요.’
‘…네?’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요. 그러니까 숨기는 게 있다면 솔직하게 얘기하시는 게 어때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도와 줄 테니까요.’
‘에, 에에…’
허나 그럼에도 여전히 그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었는데, 두 번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끔찍하고도 무서운 말에, 결국 생각을 고치고 말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맞아요… 사실 제 이야기였어요. 깜짝 놀랐죠? 너무 잘 속으셔서 양심이 찔렸었는데, 지금이라도 사실을 밝히게 되어서 조금은 마음이 편하네요.’
‘아니 뭔… 됐고, 이렇게 된 이상 언니를 불러와야겠네요.’
그래서 나는 두 사람 앞에서 솔직한 내 마음을 고백했고, 다행히도 두 소저는 내 이야기를 듣고도 나를 응원해 주었다. 어쩜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있나 싶었다. 그러니까 그 남자의 연인들인 거겠지. 감동한 나는 두 사람의 조언을 새겨 들었다.
‘오라버니가 의외로 밀어붙이는 거에 약하거든요. 그러니까 강하게 달라붙으세요. 막 팔짱을 끼면서 가슴을 느끼게 해 주라는 거예요.’
‘그치만… 가, 가슴은…’
‘아, 진짜 있는 사람이 더 한다니까? 누구는 없어서 못 하는데 계속 그럴 거예요?’
‘후후, 확실히 백랑이 가슴에 약하긴 하죠. 그런데 그 이상의 약점이 있어요. 이렇게 슬쩍.’
‘히이이익!’
‘어머, 자지도 없는 분이 그렇게 놀라시면 어떻게 해요. 자, 이렇게요. 백랑의 자지를, 이렇게 만져 주면, 좋아서 죽으려고 한답니다. 그이의 자지는 커다랗고 단단한 대신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미, 미, 민감, 이 아니라 민망하게 그런 걸 어떻게…’
‘뭐 못하겠으면 그만 두세요. 저희 둘이서 버티다가 새 여자를 찾아 보든가 할 테니까요.’
‘아, 그게 아니라…’
‘후훗, 그건 싫으시죠? 그러면 이제 또 다른 가슴 활용법인데요. 이렇게 골이 보이도록 들이 민 다음에…’
그것은 꽤나 음란한 조언들이지만… 상당히 유용해 보였다.
***
이틀 동안 두 사람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기는 했지만… 그것들을 활용하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여전히 이 감정이 사랑인지 헷갈렸거든. 위지 소저의 말에 틀린 것은 없어 보였지만, 고작 그것만으로 결론을 내리기엔 걸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와아… 하북성에 이런 호수가 있었군요. 이런 절경을 보는 건 처음이에요.”
“어머, 어깨를… 고마워요, 저를 감싸주셨군요.”
“그래요? 어, 어울린다고요? 그렇구나… 이런 옷은 처음 입어봐요.”
“맛있어… 고급 객잔에선 이런 음식을 파는 군요. 몰랐어요.”
허나 그 생각은 남자와의 나들이로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멋있어 보이는 그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자상해 보이는 그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믿음직해 보이는 그가, 내게 반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외모에 감사하게 되었거든.
내가 달라붙으면 귀를 붉히고, 내가 애교를 부리면 미소를 짓고, 내가 팔짱을 끼면 행복해 하고, 아아… 이게 바로 사랑이었다. 그가 바로 내 운명의 상대였다. 그에게 요구받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아직 성교를 요구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술은… 딸꾹, 헤헤… 처음 마셔 봐요.”
그래서 나는 오늘 끝을 보기 위해 두 소저들에게 배운 걸 십분 활용했다.
‘남궁 소저…?’
‘빈이라고, 불러 주세요… 안 그러면… 에잇.’
음란하고 음탕한 짓이었지만, 그가 원하는 거잖아. 견딜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즐거웠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얼굴을 붉히는 그가 너무 귀여웠거든. 그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구천현녀가 될 수 있었다.
“혜매랑 은아 아가씨가 시켰죠?”
허나 그것도 잠시, 그에게 모든 것을 들키고 말았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그가 화를 낸 것도 아닌데, 지레짐작 겁이 났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 들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말들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나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나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나를 안고 입을 맞춰 주었다. 아아, 나는 그를 유혹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네에… 네, 부탁할게요!”
마침내 그와 서로 사랑하게 된 나는, 그날 그에게 내 처음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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