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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234화 (233/428)

〈 234화 〉 태극음양지체(37)

* * *

제갈연화에게 남궁진의 비밀을 폭로하라고 부추긴 것은, 다음주에 있을 그 녀석과의 비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짜증나지만 어쨌거나 완벽한 주인공이니, 조금이라도 녀석의 정보를 얻어야 했다.

진 히로인, 공략해야 할 거 아냐.

며칠 전의 무승부로 만족해서는 안 됐다. 조금 더 그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했다. 남궁빈이 안휘성으로 돌아간다면 공략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왜 안 오냐?”

그런데… 어째 기다리던 제갈연화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오라버니! 저 왔어요!”

“아, 안녕하세요…”

정작 나를 찾아온 건 은아와 그녀의 친구, 당소연이었다.

***

““죄송합니다!””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

“네에, 헤헤… 소연이를 도와주려다가 그만…”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저… 꼭 사례할게요!”

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친구한테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그 광경을 보고 자위를 하는 게… 대체 남자를 유혹하는 방법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심히 궁금했지만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두 사람이 귀여워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정확히 뭘 도와달라는 겁니까?”

“그러니까… 에잇, 이렇게 도와달라는 거예요.”

“…이렇게 말입니까?”

“네에! 남자한테 달려들어서 안기는 걸 연습할 거예요!”

아하, 과연.

모르겠다.

이게 도움이 되나? 연인 사이도 아닌데 다짜고짜 안긴다고? 솔직히 그렇게 효과적일 것 같지는 않았다. 유교 세계관인데 오히려 욕 먹지 않을까? 잘못하면 상스러운 여자라고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

“그 전에,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요. …아아, 행복해애… 역시 수련 후엔 오라버니한테 안겨야 휴식이 되어요.”

아니네. 이거 도움 되겠는데? 이렇게 귀여운 애가 안기는데 싫어할 남자는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은아랑 사귀기 전에도 이렇게 대쉬를 받았었지. 지금 보니, 자신의 외모와 매력을 십분 활용하는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은아 아가씨.”

“네에?”

“괜찮은 겁니까?”

“응? 뭐가요?”

“당 소저가 제 품에 안겨도 상관 없는 겁니까? 그리고 당 소저, 당신도 정말 괜찮은 겁니까?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안긴다니요.”

다만 이걸 따로 연습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용기를 내서 안긴 다음에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어필 포인트인데 말야. 경험이 없다 보니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안는 것 정도는 괜찮아요. 그 이상은 안 되지만…”

“저는 괜찮아요. 연습만 할 수 있다면…! 아, 아니지! 애초에 백 대협의 동의부터 받아야 했군요. 백 대협은 괜찮으신 가요?”

“저는… 으음.”

“아잉, 오라버니이. 소연이 좀 도와 주세요. 응?”

“알겠습니다. 도와 드리지요.”

뭐, 안 할 이유는 없지. 거듭 말하지만, 오는 보지… 아니, 오는 여자 안 막는 주의거든. 남궁진을 좋아한다는 하자가 있기는 하지만 당소연도 귀엽게 생겼으니까, 이 정도 배려 쯤은 해 줄 수 있다.

“다만 공짜로 해 드릴 순 없습니다.”

“…말씀 하세요.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어요.”

“돈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제가 원하는 건 정보입니다. 당 소저께서 사모하시는 분의 정보 말입니다.”

“...남궁진의 정보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비무와 관련된 정보면 더 좋겠군요.”

“……이, 이봐요, 그건!”

그래, 정보만 좀 준다면 얼마든지 안아줄 수 있다고. 나는 최대한 자상한 표정으로 품에 있는 은아를 쓰다듬어 주면서 당소연에게 말을 건넸다. 그 탓에 예의를 차리던 당소연의 가면이 벗겨지고 말았다.

흠, 역시 솔직한 모습이 훨씬 더 보기 좋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 역시 진심을 담아 당 소저를 도와 드리겠습니다. 남자의 관점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두 분 만으로는 남자를 유혹하는 온전한 방법을 익히진 못 할 겁니다.”

“우으으… 아무리 그래도…”

“뭐, 비밀이나 약점 같은 걸 알려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사소한 습관 같은 것도 괜찮습니다. 당 소저도 알다시피 저는 상대적 약자 아닙니까. 그저 좋은 승부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겁니다.”

“좋은 생각이에요, 오라버니! 원래 수준이 비슷할수록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그 남자와 조금이라도 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거예요!”

“하하. 역시 은아 아가씨입니다.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응응, 소연아. 이건 남궁진한테도 득이 되는 거야. 경쟁할 상대가 있어야 의욕이 생기지 않겠어? 적수가 없는 개한테 처음으로 경쟁자가 생기는 거라고!”

“…그, 그런가?”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단지 저 좋으라고 부탁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서로를 위한 경쟁을 위해서 이렇게 말씀을 드린 겁니다.”

“으음… 아, 알겠어요. 어디까지나 남궁진을 위해서니깐요! 착각하지 마요.”

역시 서브 히로인, 쉽다 쉬워.

생각지도 않았던 수확에 속으로 기뻐하고 있는데, 은아가 말도 없이 내 자지를 건드리더니, 헤헤헤 웃으며 내 품에서 떨어졌다. 나 잘했지?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혜매도 그렇고, 은아도 그렇고, 어쩜 이렇게 내 마음에 들까? 나는 웃음으로 그녀에게 대답하면서,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기로 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정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연습부터 시작하지요.”

“으, 으으…”

“으음? 당 소저?”

“잠깐만요… 재촉하지 마세요.”

“당 소저?”

“재촉하지 말라고요!”

“……”

“아, 하지 말라고!”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표정으로 했잖아요, 표정으로!”

그런데 반 시진이 지나도 당소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 했다라고 해야 할까? 왜 연습을 하나 했더니, 그녀는 보기보다 숙맥이었다.

***

“이거 아무래도 연습 내용을 바꿔야겠군요.”

“그래요? 어떻게 바꿀까요, 오라버니?”

“우선 이성과의 접촉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하지요. 본인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보단 훨씬 난이도가 쉬울 겁니다.”

­와락

“꺄아아아아아악!”

­찰싹!

“……”

“오라버니! 야! 당소연, 너 미쳤어?!”

반 시진 째 꼼짝도 안하길래 내가 다가가서 안아줬더니, 당소연이 풀스윙으로 내게 귀싸대기를 날렸다. 아이고 아파라. 작은 게 확실히 맵네. 그 탓에 은아 화를 내며 그녀에게 달려갔고, 당소연이 식은땀을 흘리며 내게 사과했다.

“아, 아니… 그게, 본능적으로, 그… 죄, 죄송해요!”

음, 계획대로구만. 한 대 얻어맞은 효과가 있었다.

“…연습을 위해서니까 조금 참아 주시지요.”

역시 포옹만 하고 끝내기엔 조금 아쉽단 말이지.

처음엔 진짜로 도움만 줄 생각이었는데, 자꾸 보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기회가 왔는데 가만히 놔둘 순 없잖아. 그래서 나는 당소연에게 죄책감을 심어 주었다.

“하아… 최대한 참아 볼게요.”

이제 여기서 내가 조금씩 수위를 높여도, 어디까지나 연습을 위한 거라고 정색한다면, 당소연도 크게 저항하지는 못 할 거다.

­와락

“하우으… 하아, 아… 잠깐… 읏, 안 돼… 싫어… 핫…”

“…소연아? 오라버니 혹시…”

“전혀요! 저 지금 손 뗐습니다.”

“핫, 하아아… 그, 그게 아니라… 으읏, 그게… 우으으…”

그런데… 이건 또 뭐지? 나,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다고.

그저 안아 주었을 뿐인데도 당소연이 얼굴을 붉힌 채, 야릇한 신음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마치 애무를 당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얘도 제갈연화처럼 변태인가? 당황해서 내가 한 발 물러났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당소연이 땀을 흘리며 우리들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하아… 자, 자꾸만 그때 두 사람이서… 그, 그걸 하던 게 생각이 나서… 하아, 아무래도 다른 분의 도움을 받아야 할 거 같아요. 아니면, 저 이상해 질 것 같아서… 흐읏.”

아하, 과연.

알겠다.

이게 다 근친충 때문이었다. 그 새끼의 관심이 오직 여동생한테만 향해 있으니까, 이렇게 히로인들이 다 변태가 된 거다. 어쨌거나 스토리를 위해서라면 주인공이 히로인들과 이어져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주인공이 근친충이라 반 고자 상태이니, 필연적으로 히로인들이 ‘여자애들이 더 적극적’인 상태가 된 거다. 조금만 여건이 되어도 바로 선을 넘을 수 있게 말이다.

씨발, 이게 줘도 안 먹으니 직접 먹인다, 인가…

짜증나니까 당소연도 내가 건드려야겠다.

“오히려 그래서 제가 도와 드려야 하는 겁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한계를 뛰어넘는 수련을 하는 것처럼, 당 소저의 경우에도 보다 어려운 길을 택해야 하는 거지요.”

“그, 그런 걸까요?”

“그런 겁니다. 그러니 바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앗, 하아… 가, 갑자기…”

“……오라버니, 진짜 그 이유 때문이죠?”

“은아 아가씨도 이리 오시지요. 셋이서 서로를 껴안는 다면 당 소저도 조금은 안심이 될 겁니다.”

“앗!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헤헤, 역시 오라버니군요!”

그렇게 나는 해가 질 때까지 은아와 당소연을 끌어안은 채 두 사람과의 스킨십을 즐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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