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 태극음양지체(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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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해피 엔딩이었다. 장인어른이 우리의 만남을 흔쾌히 허락해 주셨거든. 솔직히 이번에야말로 한 대 제대로 얻어맞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그렇게 나는 두 자매와 공식적인 연인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일어나세요, 오라버니. 벌써 아침이에요.”
“백랑도 참… 여기만 일어나시면 어떡해요.”
“진짜 오라버니는 색마라니까… 잠깐, 언니! 왜 벗기는 거야!”
“이대로 수련을 할 수는 없잖니. 한 발 빼 드려야지.”
“……그러면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해.”
그 후로는 뭐,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우리는 매일매일 몸을 섞으며 사랑을 나누었고, 한층 더 서로를 알아가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다. 이제 한 달 뒤면 혼약식인데, 아마 그때쯤엔 혜매의 호감도가 충분히 올라가 있을 거 같다.
…그러니, 이제 슬슬 네토리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데
“남궁세가에서 손님이 온다고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때마침 시우의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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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팽시운은 위지은을 생각하며 남몰래 속을 끓였다. 날이 갈수록 커져 가는 그녀에 대한 마음과 달리, 그와 그녀의 사이는 제자리였던 것이다. 거기다 위지은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경쟁자들이 나타났기에, 팽시운은 더욱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위지세가의 막내가 그렇게 아름다워졌다지?’
‘크흠, 흠… 그, 거기도 꽤나 커졌더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로만 보였는데… 지금은 보기 드문 미인이 되었어. 어디 한번 노려 봐? 나 정도면 통할 거 같은데 말이지.’
‘어허, 위지세가의 핏줄이 어디 가겠어?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그래서 미리미리 친하게 지냈다는 거 아냐. 자네랑은 다르게 말일세.’
하지만 그런 팽시운의 마음도 모르고, 그의 형들이 찾아와 제수씨가 예뻐졌다며 그를 축하해 주었다. 위지은과 잘 되고 있다는 그의 거짓말을 형들이 믿었던 것이다. 결국 자승자박에 걸려 괴로움을 느낀 팽시운은 일이 있다는 핑계로 급하게 집을 나섰다.
“어이어이, 동생아. 제수씨를 만나러 가는 거냐?”
“믿고 있었다구! 역시 너도 팽가의 사내구나!”
‘팽가의 사내는 개뿔, 하아… 이럴거면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건데…’
하지만 갈 곳이 없었기에 인적 드문 골목길로 들어선 팽시운은, 자리에 앉아 바보같았던 지난 날들을 후회했다. 그리고 이참에 위지은과의 관계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 멍청이들보단 내가 낫지만… 나라고 딱히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니잖아. 은아 요새 되게 쌀쌀하던데… 이러다가 소문이 커지면 어떡하지? 모용세가 막내 놈이 여자를 밝힌다던데… 아니, 물론 은아가 그런 놈한테 넘어가진 않겠지만.’
‘하아… 그보다 우선 은아랑 다시 친해져야 하는데… 수련한다고 만나주질 않으니 너무 답답하네. 세가 안에는 그 몹쓸 놈도 있을 텐데… 아, 혹시 그놈 때문에 쌀쌀맞은 걸까? 도움이 필요한데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그런데… 괜히 도와줬다가 또 혼나는 거 아냐? 부탁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아, 은아야 진짜 내가 어떻게 해 줘야 하니? 우리, 이렇게 서먹서먹한 사이가 아니었잖아. 분명히… 같은 미래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그럴수록 팽시운의 마음은 더욱 더 울적해졌다.
‘아 몰라… 술이나 한 잔 하러 갈까…’
답을 찾지 못한 팽시운은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인근 주점으로 걸어갔다.
“아잉, 오라버니도 참… 이런데서…”
“그만둘까요?”
“누가 그만 두래요? 조금만 더 부드럽게… 헤헤, 만져달라는 소리죠.”
그런데 그때, 골목길 맞은 편에서 두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거리에서 사랑을 나누려는 듯한 음탕한 대화와 함께 말이다. 그 탓에 안그래도 짜증이 났었던 팽시운은 두 사람을 훈계해 주기 위해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말입니까?”
“아니요. 옷 안으로… 응, 그렇게요…”
“은아 아가씨… 유두가 벌써 딱딱하군요.”
그런데 그곳에선 팽시운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위지은이 웬 잘생긴 남자에게 가슴을 애무당하고 있었다.
***
“으, 은아야! 너! 이, 이 색마! 은아한테서 손 떼!”
당황한 팽시운은 즉시 두 사람에게 달려들며 당장 떨어지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남자는 그의 외침을 듣고도 위지은의 가슴에서 손을 떼질 않았고, 위지은은 남자의 애무를 즐기며 태연한 얼굴로 팽시운에게 인사했다.
“안녕, 시운아. 하앙… 오랜만이네.”
“은아 아가씨, 친구분입니까?”
“네, 인사하세요. 제 친구 팽시운이에요. 하아… 그리고 시운아, 너도 인사해. 내 약혼자 백 오라버니야.”
“그게 무슨, 야, 약혼자라니… 거, 거짓말이지?”
“만나서 반갑습니다. 은아 아가씨의 연인, 백이라고 합니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잖아!”
연인이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머릿속이 새하얘진 팽시운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두 사람에게 발악했다. 위지은에게 약혼자라니, 팽시운으로서는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진짠데… 시운아, 진짜야. 하앙, 이 모습을 좀 봐. 이걸 보고도 못 믿겠어?”
“은아 아가씨, 아무래도 확실한 증거를 보여 드려야 할 거 같습니다.”
“응? 아… 헤헤, 그렇네요. 하암, 츄읏, 하… 츄릅, 츄웃… 오라버니, 하앙…”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와 입을 맞추는 위지은의 모습에, 팽시운은 이해해야 했고 인정해야 했다. 위지은에겐 연인이 있고, 그 연인은 자신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어이없게도 사실이었다.
“그런… 으, 은아야, 너… 대체… 이 남자는… 나는…”
“정말 오라버니도… 친구가 보는 앞인데 계속 만지실 거예요?”
“그러면 그만둘까요?”
“누가 그만 두래요? 하아, 저도 오라버니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언니처럼 참을 수 있어요. 으응, 이게 연인의 애정이라는 거죠?”
“과연… 성장하셨군요.”
“오라버니 덕분에요. 헤헤, 읏, 하아…”
“무, 무슨 개소리야! 은아야 제발 그만 둬! 이게… 이게 무슨, 그만 두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팽시운이 가만히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연인사이라고 해도 지금 두 사람의 행위는 선을 넘었던 것이다. 길거리에서 이런 상스러운 짓을 하다니… 당황한 팽시운은 계속해서 말을 더듬으면서도 두 사람을 멈추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은아, 네가 이런 짓을… 어떻게 이런 색녀 같은 짓을… 이, 이 남자 때문이지? 이 남자가 은아 너를… 이상하게, 마, 만든 거지? 그런 거지! 이 쓰레기가!”
“약혼도 억지로 한 거지? 이, 이렇게 미친 인간을 네가 진심으로 사랑할 리가 없잖아! 내 도움이 필요한 거지? 마, 말만 해! 지금 내가 당장 구해줄게!”
그리고 여전히 위지은의 가슴을 애무하고 있는 남자를 노려보면서 진심을 담아 그를 비난했다. 은아가 이렇게 음탕한 짓을 하다니… 색마에게 협박이라도 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이 그녀를 색마에게서 구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친… 너, 정신 나갔어? 너야말로 무슨 개소리야. 하, 참. 진짜 어이없네.”
“어, 어어?”
“시운아, 너 모르는 구나? 여자들도 이렇게 만져지는 거 좋아해. 여자들은 뭐 성욕이 없는 줄 알아? 다 똑같은 사람이잖아.”
“…어어?”
“지금도 내가 부탁한 거야. 남들한테 보여도 좋으니까, 제발 만져달라고.”
하지만 그런 팽시운의 기대는 위지은의 대답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물론 길거리에서 하는 거, 이건 선을 넘은 걸지도 몰라. 근데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닌 네가 간섭할 건 아니지 않아? 우리가 좋다는데 네가 왜 참견이야.”
“은아야, 그게…”
“그리고 너, 그때 거짓말 했었지? 남자들은 다 여자 가슴을 좋아하는 거냐는 내 말에, 뭐? 나 같은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오라버니가 색골인 거라고? 하, 웃기시네.”
“지, 진짜야 난…”
“그러면 왜 지금 발기하고 있는 건데, 이 색골아. 너… 오라버니가 부럽지? 너도 내 가슴, 만지고 싶어 죽겠지? 이 거짓말쟁이야.”
“어, 어어… 아니, 그게…”
“근데, 그거 알아? 네가 원한다면 만질 수 있었어.”
“……뭐어?
“그런데 지금의 너에겐 기회가 없네. 이미 늦었거든. 그러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 줄래? 너한테 오라버니랑 성교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진 않거든.”
“아, 아아, 아아아아악!”
타다다닥
뼛속까지 파고 들어오는 위지은의 날카로운 말에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팽시운은 그만 눈물을 흘리며 도망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에서 위지은의 야릇한 신음 소리가 자그맣게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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