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11화 (210/428)

〈 211화 〉 태극음양지체(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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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통해 언니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위지은은 오늘도 광장으로 나가 위지혜를 기다렸다. 편지가 도착한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으니 이제 곧 하북성에 그 모습을 드러낼 거란 생각에서였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하지만 오늘도 언니로 보이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고, 실망한 위지은은 작게 투덜거리며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앙… 백랑도 참… 너무 진심으로 주무르잖아요.”

“후후, 그렇게 제 가슴이 좋으세요?”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서 어떤 잘생긴 남자가 위지혜를 꼭 닮은 여자의 커다란 젖가슴을 아주 남사스럽게 주무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남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마치 제 것인 것마냥 주물럭거리는 정말 어이없는 모습을 말이다.

“하아… 읏, 하아…”

“이제 긴장이 조금 풀리셨어요?”

기가 찬 위지은은 하북성의 풍기를 위해서라도 두 사람에게 한마디하려고 했다.

“으음, 어떡하죠? 아직도 긴장하신 거 같네요.”

“그러면… 옷 안으로 만질래요?”

그러나 갑작스레 벌어진 너무나 충격적인 상황에, 그녀는 입도 다물지 못하고 급하게 몸을 숨겼다. 얼마 전 우연히 읽게 된 음란서적에서 나왔던 행위가… 눈 앞에서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아잉, 남들이 보잖아요~’

‘흐흐, 그게 더 흥분되지 않소?’

‘하아앙… 그건 그렇지만…’

설마 현실에서도 이렇게 문란한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위지은은 소설 속의 장면을 떠올리며, 둘 만의 세계에 빠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소설에선 이렇게 가슴을 주무르다가 골목길로 가서 ‘그 행위’까지 해 버리는데… 이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설렘과 흥분, 그리고 호기심으로 그녀의 심장이 쿵쿵 거리며 날뛰기 시작했다.

“후우… 덕분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정말요? 후후, 다행이네요. 다만… 이번엔 제가 긴장해 버렸어요. 어쩌죠? 백랑 전용 구멍이 떨고 있어요…”

“혜매…”

그런데…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혜매’라는 단어에 흥분했던 그녀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 버렸다. 그리고… 억지로 기억에서 지운 끔찍한 그 소식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부끄럽지만, 제가 진심으로 사모하는 분이 생겼답니다. 그러니, 약혼 이야기는 없던 일로 하면 안 될까요? 이미 제 몸과 마음은… 그분의 것이거든요. 자세한 건 집에 도착해서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그분과 함께 돌아가는 중이니, 아버지는 걱정 말고 기다려 주세요.]

약혼까지 한 언니가 다른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바쳤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딨어. 그 착한 언니가 남들에게 욕먹을 짓을 했다고? 위지은으로서는 도무지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순진무구한 위지혜가 웬 쓰레기 같은 남자에게 속아, 그런 몹쓸 짓을 했다는 건데… 그것 역시 상상하기도 싫은 재난이었다.

그래서 위지은은 편지에 적힌 내용을 부정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언니도 참, 농담을 해도 맨날 이렇게 재미없는 농담만 한다니까. 무사해서 다행이긴 한데, 이런 장난은 선을 넘었잖아! 돌아오면 내가 혼쭐을 내 줘야겠어.’

억지를 부리며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믿고 싶은 일만 믿기로 결심했었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위지혜를 보고도, 언니와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유였다. 위지혜가 약혼자도 아닌 다른 남자와 길거리에서 애정행각을 벌일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혜매도 만질래요?”

“우으응, 만지는 걸로는 안 될 거 같아요… 백랑… 우리, 저기 인적 드문 골목길로 가요…”

하지만 ‘혜매’라는 단어를 들은 이상, 그녀도 이 믿기 싫은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저 얼굴과, 저 가슴과, 저 애칭을 가진 여자가… 세상에 둘 이상일 리는 없지 않은가.

저기 저 눈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여자는 자신의 언니가 맞았고, 아직도 그녀의 젖가슴을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남자는 언니를 속인 쓰레기가 맞았다.

“이, 이이, 이 색골! 색마!”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위지은은 칼을 뽑아 들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갔다.

“벌건 대낮에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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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말 보단 귀엽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외모다. 저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도 오히려 사랑스러우니까 말이다. 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까? 혼나게 생겼는데 잔뜩 쓰다듬어 주고 싶다.

하지만 길게 뻗은 팔다리를 보면 마냥 어린 거 같지는 않은데, 위지혜랑 나이 차이가 그리 많아 보이진 않는다. 기껏해야 한두 살 정도? 몇 년이 지나 소녀티가 사라지면 엄청난 미인이 되어있을 거 같다.

다만 위지혜와는 다르게 가슴이 상당히 빈약한데… 그 부분이 참 안타까웠다.

형부될 사람으로서 가슴 마사지라도 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 꽤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거 같은데…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는걸? 이대로 놔두기엔 얼굴이 너무 아까웠다.

­부웅

“손 떼 이 쓰레기야아아아!”

이크, 베일 뻔했네.

마사지는 나중 일이고, 일단 이 상황부터 정리해 볼까.

어떻게든 침착함을 가장하고는 있지만, 이거 꽤나 위기였다. 처제될 사람한테 초면부터 색마라고 오해를 받았잖아. 나는 그냥 길거리에서 위지혜의 가슴을 주물렀을 뿐인데 말야.

이거 이래서는 곤란했다.

위지혜의 호감도를 300이상으로 올리려면, 그녀의 가족들과도 사이가 좋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동생인 위지은과, 이렇게 척질 수는 없었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이다.

­부웅부웅

“손 떼라고오오! 이익! 이이익! 이 미친 변태놈아아!”

그러므로 빨리 이 착각부터 해결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칼에 찔리게 생겼잖아. 기껏 아껴왔던 로드의 기회를 여기서 날릴 순 없지. 나는 위지혜의 가슴을 계속 주무르면서 이성을 잃은 위지은의 공격을 회피했다. 그리고 위지혜의 유두를 꼬집으면서 위지은에게 소리쳤다.

“진정하세요! 위험하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다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무장도 하지 않은 제게 칼을 휘두르다니요!”

“너야말로 이게 무슨 짓인데! 빨리 언니한테서 떨어지지 못 해?! …으으, 언니 가슴 좀 그만 만지고, 여기서 썩 꺼지란 말야! 왜 계속 만지고 있는 건데!”

“어허… 이건 그저 긴장을 풀기 위한 연인들의 애정 행위일 뿐입니다. 대체 왜 그렇게 흥분하신 겁니까. 그리고 듣자 하니 혜매의 동생 분 같은데… 아무리 동생 분이라 해도, 사랑하는 저희 사이를 갈라놓을 순 없습니다.”

“어머, 백랑… 그렇게 멋진 말을…”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야…! 그건 음란서적의 주인공이나 할 소리잖아! 색마나 할 소리라고! …언니! 언니도 제발 정신 차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대낮에, 길 한복판에서, 만져지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부끄러워. 하지만 백랑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치 정도는 참을 수 있어. 후후, 은아는 아직 사랑을 안 해 봐서 잘 모르는구나? 이게 연인의 애정이라는 거야.”

“혜매… 감동입니다.”

“백랑… 그러면 어서 골목길로…”

­부웅부웅부웅

“…이이익! 진짜 둘 다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냐고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언니가 이상해졌잖아아! 책임지고 언니를 돌려 내애애! 동경하던 언니를 돌려 내란 말야아아아!”

이크, 이번엔 진짜 베일 뻔했네.

분노한 위지은이 괴성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오해를 풀기 위해 모든 걸 다 설명했는데도 말이다. 위지혜의 말 대로 모쏠이라서 그런 건가? …가슴을 애무했다고 이렇게까지 화를 내다니.

아무래도 위지세가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위지은에게 연인의 애정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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