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09화 (208/428)

〈 209화 〉 태극음양지체(12)

* * *

“저에 대한 사랑이 본인의 진실된 마음인 건지, 혹은 ‘태극음양지체’이기에 생겨난 거짓된 마음인 건지… 그것이 알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맞아요.”

“그렇다면 몸을 섞는 대신, 평범한 연인들의 모습을 따라하면 됩니다. 이른바, 연인 행세를 하자는 거지요.”

“연인 행세요…?”

“그렇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혜매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금보다 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태극음양지체’와는 상관없는 혜매의 진실된 감정 아니겠습니까.”

“진실된… 감정…”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았습니다. 태극음양신공이 주는 그 쾌락이 없다면, 보다 냉정하게 제 마음을 판단할 수 있겠죠. 이번에도 백은 제게 현명한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백… 그럼 이게 평범한 연인들의 모습이라는 건가요?”

다만, 그 덕분에 새로운 의문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연인의 성기를, 남자의 자지를… 이렇게 손으로 쥐는 게… 평범한 연인들이 하는 행동인 건가요? 연인이 있어 본 적이 없었던 저는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백은… 이런 걸 자주 겪어봤기에, 알고 있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슬퍼지고 말았습니다.

“으음… 그,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그러니 분명 틀림없을 겁니다.”

“어머, 그래요?”

그런데… 연인이 없었던 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거 같았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멋쩍은 듯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백의 모습을 보니, 경험이 없다는 백의 말은 거짓이 아닌 듯했습니다.

후후, 그렇군요. 백도 저와 같았군요…

“그러면, 이제 여기서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기분이 좋아진 저는 활짝 웃으며 백에게 물었습니다.

“보통 여자들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이렇게 손으로, 봉사해 준다고 합니다. 연인을 기쁘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아주 정성스럽게 말입니다.”

“연인에게… 봉사…”

“그러니 혜매도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불쾌함 대신 보람찬 감정이 생겨난다면, 혜매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알겠어요. 그러면 방법을 알려 주시겠어요?”

백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저는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제 손으로 쾌감을 느낀다면, 그건 분명 보람찬 일이겠지요. 그러니 이건 평범한 연인들이 하는 일이 맞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제 손 안에서 뜨겁게 맥박 치는 백의 자지를 애무해 주었습니다. 보지로 그의 자지를 조여주듯, 잔뜩 힘을 주어서 말입니다.

“하아… 백…”

그런데 다시 한 번 느끼는건데…

정말 대단하군요.

“백…”

한 손으로는 쥐기도 힘든 흉악한 크기와… 잘못 만졌다간 화상이라도 입을 거 같은 뜨거운 열기, 마치 강철처럼 절대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함과 맡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발정시키는 음란한 냄새…

이렇게나 훌륭한 자지가 처녀막을 뚫고 제 몸 안으로 들어왔던 거군요.

백의 자지를 어루만지자, 행복했던 첫경험이 떠올랐습니다.

‘하아악! 아아…! 어째서, 이렇, 읏! 하아… 좋은 거야아아!’

그때는 영문도 모르고 쏟아지는 쾌감에 허덕였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후후, 이렇게 늠른한 자지에 박히는데,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죠. ‘태극음양지체’가 아니었어도 분명 백과의 성행위에 푹 빠져 버렸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요?”

“네, 바로 그겁니다.”

“하아… 그렇군요.”

그런데… 백도 그랬을까요? ‘태극음양지체’가 아니었어도… 제 보지를 사랑해 주었을까요? 저와 몸을 섞는 걸… 즐거워해 주었을까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너무나도 불안해 졌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는 백의 마음이야말로… 거짓된 감정일 수 있는 거잖아요. 실은 태극음양신공이 주는 쾌락에 속아, 저를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중일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증명해야 하는 건 제 마음이 아니라 백의 마음이었습니다.

“백… 기분 좋으신가요?”

“그렇습니다.”

“제 손으로 느껴주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엄청 부드러워서… 굉장히 좋습니다.”

“후후, 다행이네요.”

하지만… 차마 그 이야기를 꺼낼 순 없었습니다. 백의 마음을 확인하려다가 믿기 싫은 진실이 밝혀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죠?”

“혜매…”

“제게 더 많은 걸 알려 주세요. 하아… 당신을 더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을 바꿔, 제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에 백을 유혹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태극음양신공이 아닌 평범한 연인들이 하는 애정 행위로, 백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이런 걱정따윈 할 필요도 없는 거잖아요. 제가 생각해 봐도 정말로 멋진 계획이었습니다.

“그 말씀은… 혹시?”

“아뇨,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백의 만족한 얼굴이 보고 싶을 뿐이에요. 그리고… 증명을 꼭 한 번에 끝내라는 법은 없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요.”

“제 마음을 알아낼 때까지, 우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봐요.”

“그거 참… 좋은 생각이군요.”

아, 그런데 제 마음은 어떻게 된 거냐고요? 후후, 제가 괜히 백의 사랑을 갈구하겠어요? 그의 자지를 손에 쥔 그 순간부터, 제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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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을 거예요?! 언니가 실종됐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한 장로님께서 돌아오시면 바로 출발할 생각이다.”

“언제 돌아오시는데요! 벌써 한 달째 연락이 없잖아요! 딸이 실종됐는데, 계속 그렇게 기다리기만 할 생각이에요?!”

“갈(?)!”

남자의 외침에 소리를 지르던 여자가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분노한 모습에 당황한 것이다. 뒤늦게 남자가 화났다는 것을 깨달은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삐죽, 입을 내밀었다.

“나라고 괜찮을 성 싶으냐! 혜아가 걱정되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상황이! 이 빌어먹을 가문의 상황이 문제 아니냐!”

“윽…”

“은아, 네가 말썽만 부리지 않았다면 한 장로님이 세가를 비우는 일은 없었을 거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하염없이 앉아만 있지도 않았겠지.”

“그건… 벌써 몇 번이나 죄송하다고 말했잖아요… 씨이…”

“어허!”

“……히잉.”

“너를 혼내려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다는 걸 말해주는 거잖니. 비연대도 출타한 지금, 나까지 자리를 비울 수는 없어. 답답한 이 아비의 심정을… 제발 좀 이해해 다오.”

“이해해요! 이해는 하는데… 저는 자리를 비워도 괜찮잖아요! 저라도 나서서 찾아 보겠다구요!”

“갈(?)!!”

한 번 더 반복된 남자의 외침에 다시 또 소리를 지르던 여자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을 다무는 대신, 지지않고 남자에 맞서 목소리를 높였다.

“아, 왜요! 문제 없잖아요!”

“너까지 애비 눈에서 사라져야 속이 시원하겠니?”

“아니, 이야기가 왜 그렇게 돼요! 조사만 하고 온다니까요?”

“혜아만으로도 걱정이 돼서 죽겠는데 너까지 사라지겠다고? 이대로 애비를 대머리로 만들 생각이냐?”

“흥… 몇 년 전부터 빠지고 있었으면서 핑계 대기는…”

“어허! 은아야, 너 말이 좀 심하다?”

“아, 몰라몰라! 이럴 때 쓰라고 검술 배운 거잖아요. 맨날 언니를 지켜줘야 한다고 잔소리 해 놓고선…”

­삐이이익

­구구…

­투욱

““…응?””

그런데 그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는 두 사람 사이로 웬 편지 하나가 떨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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