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08화 (207/428)

〈 208화 〉 태극음양지체(11)

* * *

사실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언제 흑풍대나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니,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쓸데없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한시라도 빨리 폐가를 떠나는 게 맞았다.

“하아… 응, 하, 아앙… 또… 안에 가득…!”

하지만… 해가 질 때 떠나는 것도 위험한 거 아니겠어? 가로등이 있는 세상도 아닌데 야밤에 돌아다닐 순 없잖아.

그래서 우리는 아침이 올 때까지 폐가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로 결정했고, 추운 새벽을 견디기 위해 서로의 체온을 나누었다.

아니, 잠만 자려고 했는데… 너무 추워서 그랬다간 얼어 죽게 생겼더라고.

“하앗, 하, 아아앙! 으응… 가, 가버려어어!”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잖아.

그러니 위지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할 수 있는 한 내공을 늘려놓는 게 맞았다. 둘 다 쓸 수 있는 무공이 태극음양신공뿐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공은 많을 수록 좋은 거니까.

“하아… 하아아… 좋았어요, 백…”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 번 몸을 섞으며 두 번째 아침을 맞이했다.

**

­덜컹덜컹

­덜컹덜컹

흐음… 걱정했던 거랑은 다른데?

솔직히 마을에 가면 흑풍대가 됐든 세가 사람들이 됐든, 우리를 찾고 있는 무리가 있을 줄 알았다. 위지혜는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잖아. 두 세력이 양패구상이라도 나지 않은 이상 반드시 수색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 또 조심하며 움직였던 건데…

진짜로 두 세력이 싸우다 전멸이라도 한 건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란에 휘말려 최악의 경우, 첫 번째 로드를 쓰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고, 우리는 얌전히 산서성으로 향하는 마차에 탈 수 있었다.

이러면 하북성까지도 쉽게 갈 수 있겠는데?

안전을 위해 우선 위지세가로 돌아가자고 의견을 모으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거든. 그런데 시작부터 이렇게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었으니, 정말로 아무 일 없이 위지세가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은 지금 당장 우리를 쫓는 세력이 없다는 거잖아. 지금처럼 정체를 숨기고 최대한 조심하면서 움직인다면, 비교적 간단하게 1차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거다.

“흐흐흐…”

그래, 비교적 간단하게 넘길 수 있을 건데…

“거 맛있게도 생겼구만.”

…일이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없지.

마차가 출발한 후부터 묘하게 불쾌한 기분이 든다 했더니 맞은 편의 세 사람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아주 전형적인 악당의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

“형씨! 좋은 건 우리 나눠 먹자 이거야!”

“혼자 욕심내다간 배탈나는 거 몰라?”

“구멍도 여러갠데 말여! 크하하하!”

뭐가 어쩌고 어째? 고작해야 삼류무사 같은데 그딴 말을 한다 이거지? 자기 수준도 모르고 주제 넘게 위지혜를 노리는 놈들을 보자 정말 어이가 없었다.

­덜컹덜커엉…

­끼익

“시작했어? 소변 보고 올 테니 나 먹을 것도 남겨 놔.”

그리고 마부라는 새끼가 하는 말도 정말 기가 막혔다. 너네 같은 패거리였어? 에라이. 어쩐지 값이 싸더라. 돈 좀 아끼려다가 귀찮은 일만 생기고 말았다. 갈 길이 먼데 시작부터 낭패였다.

“백… 어, 어쩌죠…”

“혜매. 걱정 마세요. 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이거 호감도를 올릴 기회잖아. 불안한 표정으로 내게 의지하는 위지혜를 보자,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크흐흐흐… 진형 들었슈? 자기가 있으니 걱정 말라는디?”

“껄껄껄. 귀엽구만.”

“거 칼 한 자루 없는 새끼가… 뭐, 뭐뭐뭐, 이게 뭣이여…!”

아, 반응 좋고.

“설마… 허공섭물?!”

“아니야 이 멍청아! 이건 이기어검이다!”

“히이이익…! 사, 살려주십쇼! 잘못했습니다!”

아, 목소리 좋고.

자신의 칼에 겨누어진 불량배들이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떠는 꼴을 보자 속이 다 시원해졌다. 그러게 왜 깝치고 그러니. 클리셰적인 놈들의 대사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게 바로 먼치킨의 기분? 어디까지나 ‘염력’을 활용한 꼼수에 불과했지만, 덕분에 절대고수 행세를 할 수 있었다.

“히이이익… 피, 피가!”

“죄송합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제발… 팔순 넘은 노모가 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이거 잘하면… 앞으로도 꽤나 유용하게 쓸 수 있겠는걸? 상대가 고수라면 바로 들통나겠지만, 이 정도로 수준 낮은 놈들이 대상이라면 지금처럼 쉽게 속여넘길 수 있을 거다.

“조용. 살려는 줄게, 살려는.”

“”“가, 감사합니다!”””

“됐고. 어이, 진형. 너는 가서 마부 놈이나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참고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시도 해 보는 것도 좋을 거다. 죽고싶다면 말이지.”

“히이익! 바,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약육강식의 세상이구나. 허름한 차림새일 때는 아주 개무시를 하더니, 지금 하는 꼴을 좀 봐. 앞으로는 얼굴을 가리고 다니더라도 검 정도는 차고 다녀야 할 거 같다.

“백… 이건 대체…”

“후우… 나중에 다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이걸로 호감도는 좀 벌었겠지? 깜짝 놀랐는지 조금은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는 위지혜를 보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

­벌컥

“어서오십쇼~!”

“이보게, 점소이! 여기서 제일 잘 하는 걸로 가져 오게!”

늦은 시간, 성문이 닫히기 직전에 겨우 산서성에 도착한 우리는 간단한 일을 끝내고 조금 있어 보이는 객잔으로 들어갔다. 아니, 알고보니 그 삼류 무사들이 현상수배범들이더라고. 덕분에 뒷처리도 깔끔하게 끝내고 돈도 벌 수 있었기에 이 정도 여유쯤은 부릴 수 있었다.

“백, 이것도 드셔 보세요! 엄청 맛있어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낭비를 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나. 맛있는 요리와 술로 허기를 채운 우리는 방을 ‘하나’만 빌려 오늘밤을 함께 보내기로 결정했다.

***

“그래서… 그건 대체 뭐였나요? 허공섭물? 이기어검? 백은 사실 정체를 숨긴 고수였던 건가요?”

“알고 싶습니까?”

“…혹시 알려 주기 싫으신가요?”

“하하. 설마요. 알려 드릴 겁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겐 비밀로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이에요!”

“그럼…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꺄앗!”

으음… 진도를 나가려고 했는데… 일단 이것부터 설명해 주는 게 맞겠지? 나는 염력을 사용해 위지혜의 몸을 천천히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그 상태로 방을 한 바퀴 돌게 한 후, 살포시 침상 위에 떨어뜨렸다.

“와아… 대단해요…”

“사실 이건 허공섭물도, 이기어검도 아닙니다. 애초에 무공이 아니거든요. 실은 어렸을 적 우연히 만난 도사님께 배운 술법 중 하나입니다. 내공도 없던 제가 흑풍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다 이 술법 덕분이지요.”

“기연이 있었군요…”

“그렇습니다.”

이걸로 해명이 되는 건가? 역시 무협 세계관… ‘기연’ 한 단어면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 답게, 위지혜는 아무 의심도 없이 내 말을 믿어 주었다. 이래서 기연이 사기라니까. 언젠가 일어날 ‘랜덤 기연’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러면 증명이라는 것도… 그 도사님께 배운 술법을 사용하는 건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증명을 할 때는 술법말고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겁니다. 다만… 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저희 둘만이 있는 장소여야 하는데… 음, 지금이 딱 알맞은 상황이군요.”

“그래요? 그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다는 소리지요. 어떻게… 지금 증명해 볼까요?”

“…네에… 조금이라도 빨리, 제 마음을 알고 싶어요.”

좋아, 안그래도 오늘부터 진도를 나가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다. 위지혜의 대답을 들은 나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천천히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를 그녀의 눈앞에 드러냈다.

“하우으… 어, 어째서… 설마 증명 대신 저와 몸을 섞고 싶으신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안심하세요, 혜매. 이건 어디까지나 증명을 위해서입니다.”

“아읏… 싫어… 거짓말이죠?”

말은 그렇게 해도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건지, 내 자지를 보자마자 얼굴을 붉힌 위지혜가 자기도 모르게 옷고름을 풀더니, 음란한 향기를 내뿜으며 느릿하게 우아한 자세로 허리를 돌려 대기 시작했다.

…이건 뭐, 조건 반사 같은 건가?

그 덕분에 안그래도 단단해졌던 내 자지가 아플 정도로 발기해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위지혜가 이번에는 미약하게 신음까지 내뱉으며 본인이 지금 발정했음을 내게 알려 주었다.

“하아… 또 그 자지로… 제 안을… 하앙…”

하지만… 정말 유감이지만… 지금 당장 섹스를 할 생각은 없다.

우선 완벽하게 함락시켜야 할 거 아냐.

기대에 찬 그녀의 마음에 호응해 주는 대신, 나는 위지혜의 부드러운 손을 내 자지 앞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 작고 앙증맞은 그녀의 손 안에 딱딱해진 내 자지를 억지로 끼워 넣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연인이 하는 일을 따라하며, 혜매의 마음을 알아볼 겁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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