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207화 (206/428)

〈 207화 〉 태극음양지체(10)

* * *

그녀다.

위지혜다.

보호본능이 느껴지는 순종적인 눈망울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촉촉한 입술, 부러질 것 같은 가느다란 허리와 눈을 뗄 수가 없는 커다란 젖가슴, 아껴주고 싶으면서도 탐하고 싶어지는… 매혹적인 매력.

기억 속의 그녀 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다운, 나만의 여자.

­와락

“어머!”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러자 살과 살이 맞닿은 곳에서, 따뜻한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아, 정말 꿈이 아니구나…

오랜 시간 끝에 드디어,

나는 위지혜를 만났다.

“아앙… 잠깐, 하아… 이야기 중이잖아요. 갑자기 그렇게 허리를 흔들면…”

그런데… 우리 섹스 중이었구나? 재회의 기쁨에 그녀를 꼬옥 안아 주자, 아랫도리에서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다. 울퉁불퉁한 주름들이 내 움직임에 반응해 자지를 꽉 조여 주는데, 이쪽 세계로 복귀하자마자 가 버릴 것 같았다.

“혜매…”

“정말… 제 몸이 그렇게 좋으세요…? 알겠어요. 자, 마음껏 즐겨 주세요.”

“읏…”

아니,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착각을 한 위지혜가 다리를 벌려 내가 박기 쉽게 자세를 바꿔 주었다. 그리고 두 팔을 뻗어 나를 끌어 안더니, 천천히 허리를 돌려 대기 시작했다.

역시 위지마망인 건가…

모성애가 느껴지는 그녀의 배려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한 발 빼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나는 땀으로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돈해 준 다음, 조금씩 음탕한 소리를 내뱉는 그녀의 입술을 맛보며 안쪽 깊숙이 자지를 찔러 주었다.

***

오랜만에 맛본 태극음양지체는 역시 훌륭했다. 위지혜의 보지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 명기지만, 내공을 주고받는 태극음양섹스는 일반적인 섹스와는 비교도 안되는 극상의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위지혜를 시우가 가질 뻔했다고?

미친. 절대 안 되지.

위지혜는 그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을 거다. 그렇게 결심을 한 나는 ‘세이브&로드’의 첫 번째 슬롯에 지금의 순간을 저장했다.

위지혜가 태극음양지체라는 소문이 온 무림에 퍼진 이상, 수많은 무림인들이 그녀를 노리러 올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세이브&로드’를 비롯한 내 다양한 능력들을 이용한다면, 반드시 그녀를 지킬 수 있을 거다.

…라고 내가 마음을 다잡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자, 위지혜가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간지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이름은 언제쯤 알려주실 생각인가요?”

이름? 아… 맞다. 그랬지. 마지막 순간에 나한테 이름을 물어봤었지.

나는 순순히 덕배라는 이름을 알려 주려고 입을 열었다가, 급하게 마음을 바꾸었다. 잘 생각해 보니… 이건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제 이름… 혜매께서 지어 주시겠습니까?”

“네에?”

“과거의 저는 죽었습니다. 저는… 혜매를 만나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혜매께서 제게 새 이름을 지어 주시겠습니까? 앞으로 남은 인생, 그 이름으로 평생 동안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을… 제가요?”

원래 본인이 직접 이름을 붙여 주면, 조금 더 정이 가는 법이잖아. 그 생각으로 위지혜에게 부탁을 하자, 그녀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곧 활짝 웃으며 내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러면 ‘백(白)’ 어떠신가요? 어둡던 과거는 잊고, 밝고 깨끗하게 살아가자는 의미예요. 후훗.”

“…백이라, 정말 멋집니다!”

“어머, 마음에 드시나요?”

“그렇습니다. 아주 감동적인 작명입니다. 그리고… 위지라는 성과도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 아닙니까.”

“…네에? 그, 그 말씀은… 저와…?”

음? 반응이 약한데. 은근슬쩍 데릴사위로 들어가고 싶다고 어필을 해 봤는데,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이것보단 훨씬 부끄러워하면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직 완전히 넘어온 게 아니라서 그런 건가?

위지혜는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깊은 숨을 크게 내쉬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약혼자가 있는 몸. 그이에 대한 마음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그이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백, 바로 당신에게… 마음을 준다는 건 모두에게 손가락질 당할, 아주 몹쓸 짓이잖아요.”

“으음…”

“그런데 있죠… 저는 그 몹쓸 짓을… 해 버리고 말았어요. 어느샌가 당신을… 연모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단순한 동정과 위로였지만… 저를 위해 목숨을 건 당신을… 구하기 위해 몸을 섞은 그 순간부터… 당신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었어요. 당신 품에 있으면 무척 안심이 되고, 저를 괴롭히던 모든 것에서… 해방된 기분이 들거든요. 영원히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요.”

“혜매…”

“하지만… 이 마음이 제 진심인건지… 아니면 제가 태극음양지체이기에 혹은 음란한 몸과 마음을 가졌기에 생긴 일시적인 감정인건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지금도 이렇게 당신에게 안겨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져 정말로 행복해지지만… 이 행복이 저의 착각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저 몸을 섞었기에… 느끼게 된 감정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

“그래서… 죄송해요. 당신이 저를 생각해 주는 건 정말로 감사한 일이지만… 지금 당장, 당신이 바라는 대답을 해 드리지는 못 할 거 같아요…”

음… 그런 건가. 완전히 내게 푹 빠진 듯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속마음은 조금 복잡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위지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 것이었다.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떡정 탓에 혼란에 빠진 것 같은데, 섹스가 주는 쾌락 때문에 생겨난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이 되는 듯했다. 거기다 세계관이 세계관이다 보니 이런 쪽으로 특히 더 민감하겠지.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안그래도 순결과 순수를 강조하는 세상인데, 약혼자도 아닌 남자에게 처녀를 바친 후, 그 쾌락을 못잊어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아마 위지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그리 나쁜 상황만은 아니었다. 위지혜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나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거잖아.

내가 좋으니까, 조금 더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어서 이런 말을 꺼낸 거 아니겠어? 이거 지금… 섹스 말고 다른 이유로도,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나한테 어필하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한 나는 위지혜의 두 손을 잡고, 그녀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그러면 제게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기회요?”

“혜매가 가진 감정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혜매의 진심이 맞다는 것을 제가 직접 증명해 보겠습니다.”

“…증…명이요?”

“그렇습니다.”

“으으음… 아, 알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증명하실 생각인가요?”

“그건 앞으로 천천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그 방법이 조금 야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섹스만 아니면 되는 거지? 자신감으로 가득찬 나는 위지혜의 두 손을 부드럽게 잡아 주었다.

“…믿을게요.”

그러자 위지혜가 내 손에 깍지를 끼며 행복한 얼굴로 대답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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