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화 〉 마법 소녀 타락시키기(19)
* * *
제가 틀렸던 걸까요? 저는 착한 아이가 아니었던 걸까요?
엄마 말대로 정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팬분들이 바라던 대로, 저 자신 보다 사람들의 안전과 목숨을 먼저 생각했었는데… 그게 잘못되었던 걸까요?
저는… 나쁜 아이였던 걸까요?
모르겠어… 모르겠어, 시우야… 나 어떡해? 이대로 마법 소녀가 아니게 되면… 나 정말 어떡해? 엄마처럼 마법 소녀가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었는데… 너를 만나 같은 꿈을 꿀 수 있어서 정말 기뻤었는데… 그 모든 게 다 거짓말이 되어 버리면, 나 이제 어떡해?
불안해… 지금 이 순간에도 러브 스톤이 조금씩 약해져 가는 게 느껴져… 나를 응원해주던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고 모욕하고 있는 게 느껴져…
나는 마법 소녀의 자격이 없었던 걸까?
시우야… 알려줘…
끼이익
철컹
“일정이 바꼈어. 오늘 쉬는 대신 방송할 거야. 얼른 준비되면 나와.”
이럴수가… 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안그래도 어제 일로 머릿속이 복잡한데…
우으으, 하루의 휴식마저 뺏어간 빌런 님이 원망스러웠어요. 지금 제 꼴을 공개하고 싶은 걸까요?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저의 모습을… 희롱하고 싶은 걸까요?
싫어… 싫어! 그건 정말 싫어!
와락
“세라야, 걱정 마.”
“…진희야?”
상상만 해도 끔찍한 미래에 제가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치자, 슬픈 눈으로 저를 지켜보던 진희가 저를 가득 안아줬어요. 진희야… 미안해, 내가 너를 지켜줘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있네…
“걱정 마. 분명 오해일 거야. 사람들이 너를 배신할 리 없잖아. 너는 세인트 로즈라고. 이런 일로 무너져서는 안 돼. 아직도 너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마법 소녀다운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런, 걸까?”
정말일까? 나는 나쁜 아이가 아닌 걸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고 있는 걸까? 나… 정말 괜찮은 거야?
“응! 정말로 네가 버림받았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야. 이런 건 내가 잘 알아!”
“…지, 진희야… 흐윽, 흐으아앙…”
“울지 마. 마법 소녀가 슬퍼하는 얼굴을 보여주면 안 되지. 가서 오해를 다 풀고 와. 분명 네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야. 알겠지?”
“…으응! 알았어!”
그렇구나… 맞아, 마법 소녀잖아…!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걸로 무너져서는 안 돼! 시우도 말했었잖아, 언제나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그래야 사람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가진다고!
맞아, 그게 맞아! 고마워 진희야!
나, 꼭 설득하고 돌아올게. 내가 진심으로 이야기해 준다면 사람들도 내 사정을 이해해 줄 거야! 그리고 다시 나를 응원해 줄 거야! 모두 다 정의로운 사람들이니까!
진희 덕분에 생각을 고친 저는 희망찬 마음을 가졌어요.
[ㅋㅋㅋㅋㅋㅋ 좆까 씹년아 ㅋㅋㅋ 변명도 그럴 듯한 변명을 해야지 ㅋㅋㅋ]
[이제 슬슬 옷 벗겨지기 시작하니까 후달림?]
[걍 솔직하게 자지가 좋다고 말하세요 앰씹년아 개역겹네]
[이제와서 감성팔이 하지 말고 자지나 빨어 ㅋㅋㅋ 딸감 주제에 깝치고 있네]
[슴골 드러내놓고 질질 짜는 사람이 있다?]
[이거 오히려 작전 아님? 이런 식으로 욕받이 해서 빨리 벗고 싶은 듯 ㅇㅇ]
[로즈님, 어제까지 자지나 빨던 사람이 그런 말 하면 잘도 믿어주겠어요. 우리가 병신으로 보이세요? 순수한 척은 다 하더니 뇌는 정말 순수한가 보네요.]
……어라?
***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제 친구가 몹쓸 짓을 당한단 말이에요! 믿어 주세요!”
[아 그러니까 네 친구한테 자지 뺏기기 싫다 이거네?]
[애초에 친구가 있기는 함?]
[ㅇㅇ아쿠아 마린이랑 같이 실종 됐잖아. 둘이 친구인 듯]
[아니 씨발 ㅋㅋ 고작 그년 지켜주려고 저항도 안하고 이러고 있다고? 개씨발 ㅋㅋㅋ 걍 빌런한테 대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네. 뭔 ㅋㅋ]
[그니까 다들 진심으로 까는 거지. 걍 자지에 미친 년임 ㅇㅇ]
“무, 무슨 말이세요, 그게! 고작이라니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친구가 죽는 걸 어떻게 지켜만 봐요…”
[그 친구 지키려다가 너가 못 구해서 죽는 시민들이 벌써 세 자리 수일 걸]
[얘는 걍 이때다 싶어서 지금 상황을 즐기는 거임. 어제 봤잖아. 지 혼자 허리 흔들던 거. 그런 년임.]
[아 뭐 이렇게 말이 길어. 옷 바뀐거나 제대로 보여 줘.]
[ㄹㅇ 슴골 클로즈업이나 해주라. 딱 봐도 자연산인데 존나 맛있게 생겼네.]
“어째서… 흐윽, 어째서 믿어주지 않는 거예요… 왜…! 흐으으… 으아앙!”
진희야, 틀렸어…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진실만을 말했는데… 정말로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다들 나보고 거짓말쟁이래… 어째서야?
시우야, 도와줘… 제발 저 사람들을 설득시켜줘… 나 혼자서는 역부족이야… 이미 저 사람들에게 나는 나쁜 아이로 낙인찍혀 버렸어…
[협회도 버린 년을 누가 믿어주겠냐고 ㅋㅋ]
[ㄹㅇ ㅋㅋ]
[믿어준다고 해도 바뀌는 거 없음 ㅅㄱ]
[걍 자지나 빨라고. 10번째 말했다.]
“…네에?!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흑, 협회가 버렸다니요!”
[아, 갇혀 있어서 모르는 건가? ㅋㅋㅋㅋ 개불쌍하네 ㅋㅋㅋ]
[이건 연기 아닌 거 같은데? ㅋㅋ 협회에서 너 제명했어 ㅋㅋㅋㅋㅋ]
[너같이 음란한 여자는 마법 소녀로 인정할 수 없대 ㅋㅋ]
[자지 님 거리는 마법 소녀는 국가의 수치지 ㄹㅇ]
“거짓말! 거짓말이에요! 협회가 저를 버릴 리 없어요!”
[와 지는 믿어달라고 하면서 남 말은 안 믿어주네 씨발]
[챙녀 클라스 ㅋㅋ 내로남불은 기본이지]
[진짠데 병신아? ㅋ]
[저러니까 버림받지 ㅅㄱ연 ㅋㅋㅋㅋㅋ]
“아니, 아니야… 뭔가 잘못 됐어… 거짓말이어야 해… 아, 아아아!”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협회가…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그럴 리가 없어…. 엄마가 나를?
내가…
내가 못된 아이라서?
내가 나쁜 아이라서?
정말로 난… 자격이…
“자, 여기까지. 내가 이래서 소통을 안 시켜주려고 한 건데 말야. 알겠어? 지금 네 처지를? 솔직히 말해서 협상 카드도 아니게 된 너는 그냥 애물단지야.”
“…흐윽, 흐으으… 싫어…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엄마… 흐아아아앙. 버리지 말아 주세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착한 아이가 될게요… 흐윽.”
결국 엄마 말 대로 나는… 엄마의 도움이 없으면, 쓸모가 없는 아이야. 그래서 팬들한테도 버림받은 거고, 결국 엄마한테도 버림받은 거야. 그리고 이제는 빌런 님에게도 버림받겠지…
애초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엄마 덕분이었잖아… 벌을 받는 거야, 자격없는 자리를 얻은, 벌을… 받는 거야…
“흐으윽! 싫어어… 한 번만, 봐주세요… 흐윽, 흐아아아앙!”
결국 사람들의 생각은 바꾸지도 못한 채,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된 저는… 버티지 못하고 엉엉 울음을 터뜨렸어요. 시우는 마법 소녀라면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슬픔에 저는 무너지고 말았어요.
그치만… 나, 노력했단 말이에요… 시우에게 굉장한 힘을 받은 그날부터, 정말로 정의로운 마법 소녀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버림받아야 하는 거예요? 정말로…?
제발… 흑, 버리지 말아줘, 나…
흐윽, 버림받기 싫어…
꽈아악
“…흐엣?”
“그렇다고 누가 널 버린대? 솔직히 꽤 마음에 들거든 너.”
“…흐윽, 네에? 무슨… 뜻이에요… 훌쩍…”
“널 버릴 생각 없다고 했어.”
버림받는 게… 아니야? 나…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거야…? 절망에 빠진 제가 눈물을 쏟아 내자, 저를 품에 안은 빌런 님이 제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주셨어요.
“그리고 넌 나쁜 아이가 아니야. 착한 아이라고. 친구를 위해 희생한 거잖아. 이 세상에 너 보다 순수하고 상냥한 마법 소녀가 있을까? 난 없다고 봐.”
“거, 거짓말… 어째서… 제게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빌런 님은… 빌런이잖아요. 그런데 왜…”
“너가 그만큼 착한 아이라서 이 방송이 의미있는 거거든. 착한 마법 소녀를 희롱하는 나쁜 빌런, 이게 중요한 거라고. 그런데 너를 나쁜 아이로 몰아가? 이 새끼들이 물 흐리고 있어.”
“…무슨, 무슨 뜻이에요…”
“됐고. 이거 하나는 명심해. 너가 지켰던, 그리고 지키려 했던 사람들이 모두 다 너처럼 정의로운 줄 알아? 전혀 아니야. 지금도 봐, 이 채팅창을. 어떻게든 너를 깎아내려서 가지고 노려고 하잖아. 이 새끼들이야 말로 존나 나쁜 사람들이지. 너는 나쁘지 않아.”
“나쁜 건… 저 사람들? 그럼 저는… 저는…”
“말했잖아. 너는 착한 아이라니까? 저 새끼들이 말하는 그 행위들, 다 이유가 있는 거잖아. 너가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런, 그런… 그런 거예요? 정말로…?
내가 나쁜 게 아니야?
나는… 아직도 착한 아이야?
아, 아아…!!
“흐아아앙… 빌런 님!”
슬퍼하는 저를 위로해 주듯이… 착하다며 칭찬해 주듯이…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빌런 님의 손길에 안심이 되었어요.
그렇구나. 난 나쁘지 않구나. 빌런 님과의 키스에 행복을 느끼는 것도, 빌런 님께 봉사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니까,전부 다 착한 행동이었구나!
나는…착한 아이였구나!
잘못된 건… 내가 아니라 저 사람들이었구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