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화 〉 마법 소녀 타락시키기(15)
* * *
[세인트 로즈 존나 미친년아님? S급인데 납치된 것도 이상한데 저항도 안하고 빌런 꺼 빨아주는 것도 진짜 이해 안 감. 사실 즐기고 있는 거 아냐?]
[ㄴ 좆까, 씹새꺄. 협박당하고 있는 거잖아. 그 짓거리 안하면 친구 죽인다는데 로즈가 친구 죽게 내버려 둘 거 같냐.]
[로즈 걍 정신나간 년인듯. 내가 로즈였으면 친구고 뭐고 무시하고 빌런 싹 다 정리했음.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 하는 거 아니냐?]
[ㄴ 응, 친구 없는 왕따 발언 잘 들었구연~]
[솔직히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드네요. 세인트 로즈는 지금 자기 혼자 마법 소녀 이미지를 다 깎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편협한 사고로 선배들이 쌓아왔던 이미지에 이렇게 먹칠을 하는 게 참 안타깝네요.]
[ㄴ 그래서 지금 그 선배들은 뭐하고 있죠? 로즈 납치당한 거 뻔히 아는 상황에서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왜 지켜만 보고 있나요. 그게 선배들이 쌓아온 이미지라는 건가요?]
“하아, 씨발 개 같은 새끼들…. 대가리에 똥만 든 놈들이 이렇게 많았나…”
밥도 굶어가면서 하루종일 세라의 실드를 친 시우는 문득 찾아오는 허무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반박하고 또 반박해도 새롭게 작성되는 비방글에 지쳐버린 것이다.
이쯤하고 그만했으면 좋으련만… 인터넷에 떠도는 악성 유저들은 끈질기고 지독했다. 덕분에 시우는 쉴 틈이 없었다.
시우를 도와주는 사람들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편했겠지만…
[오늘도 로즈 얼싸 캡쳐로 한 발 뺐다 ㅋㅋㅋㅋㅋ]
[요새 로즈 펠라 ASMR로 딸치는 중 ㅋㅋ 개쩜 ㅋㅋㅋㅋ]
[로즈 걍 꼴림의 신임. 울면서 할 거는 다 하는 게 존나 요망함 ㅋㅋ]
[아 나도 빌런이나 될까. 박지는 못 해도 직관은 가능할 거 아냐]
자칭 팬들이라는 사람들은 실드 글을 쓰는 대신 하등 쓸모없는 성희롱 글만 끄적였고, 그 탓에 시우는 분노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건… 진짜 미친놈들인가…”
그런데 그 보다 시우를 화나게 만드는 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어제부터 들끓기 시작한 아주 음흉한 여론이었다.
[로즈 벗기는 방법.txt]
[전직 빌런이 알려주는 러브 스톤 약화 공략법]
[로즈 벗기고 싶은 사람 참고하셈]
[아ㅋㅋ 로즈 알몸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개추 ㅋㅋㅋ]
“이걸 어떻게 알고… 씨발…”
시우의 능력으로 진화된 세라의 러브 스톤은 강력한 힘으로 소유자의 순결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무적은 아니라서, 러브 스톤이 약화될 경우 그 힘 역시 약해지고 만다.
따라서 여론의 움직임 대로 정말 세라의 러브 스톤이 약해질 경우…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시우는 그 일만은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세인트 로즈를 보호했다.
아니, 보호하려 했다.
[엌ㅋㅋㅋㅋ 보빨남 또 등장 ㅋㅋㅋㅋ]
[보빨게이야 ㅋㅋㅋ 네가 그렇게 실드쳐도 로즈는 절대 안 대준다! ㅋㅋㅋㅋ]
[네가 보빨하려는 로즈 지금 빌런 자지 빠는 중임 ㅅㄱ]
[응 이미 협회도 로즈 버렸어~ 로즈 이제 개같이 따먹힐 예정이야~]
[보빨게이 눈물의 방송 시청 ㅋㅋㅋㅋㅋ]
하지만 시우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여론에 동참한 상태에서 시우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 방송 ON]
[자 드가자~~~]
[딸감 갱신 ㅅㅅㅅㅅ]
결국 시우는 방송이 시작될 때까지 여론을 돌리지 못 했다.
***
방송은 시작되었지만 아직 준비중인건지 검은 화면만 송출되는 상황에서, ‘제발 봐주세요… 이건 진짜 못 하겠어요…’ 라며 울먹거리는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부터 방송되는 걸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세라는 무척 떨고 있었다.
그 탓에 시우 역시 떨고 말았다. 자신의 여자친구가 이런 가혹한 일을 당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억울했다. 왜 하필 세인트 로즈이고, 왜 하필 세라란 말인가. 참다 못한 시우는 부들거리던 손으로 주먹을 쥔 후 화면을 노려보았다.
파앗
[시작됐어요? 으읏… 아하하… 아, 안녕하세요!]
그리고 화면에 나타난 두 사람을 보고 비명 섞인 노성을 내질렀다.
빌런이
세라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친구인 자신조차 아직 만져보지 못한 세라의 가슴을 말이다.
“아아, 아아아아! 이 개새끼가아아!”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조숙한 세라의 가슴, 팔짱을 낄 때면 은근슬쩍 느낄 수 있었던 부드러운 가슴, 꼭 한 번 만져보고 싶었던 여자의 가슴, 그 가슴을 만지는 행위 역시 빌런에게 뺏겨버린 시우는 가슴 속에서 터져나오는 화를 참지 못 했다.
물론 그 이상의 짓을 이미 저질렀던 빌런이지만, 그렇기에 이런 일을 벌써 당했을 거라고 상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하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않은가.
시우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심하게, 난폭하게, 자기 멋대로 세라의 가슴을 희롱하는 빌런을 용서할 수 없었다.
[러브 앤 피스, 이예이!]
[사랑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마법 소녀 세인트 로즈… 아하하… 등장, 완료…]
[만나서 반가, 반가워요… 여러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빌런은 애무를 멈추지 않았고 세라는 극심한 수치심을 느끼며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저는… 흐으윽… 빌런 님에게 사로잡힌 후… 흐윽…]
[저와 같이 포로로 잡힌 제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하우으…]
[빌런 님의 명령에 따라 방송을 하는 중이에요…]
아아, 얼마나 부끄러울까,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씩씩하던 첫 인사와는 다르게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만 세라가 너무 불쌍했다. 그러나 안타까워하는 시우와는 달리 채팅창은 그런 세라를 보고 즐거워했다.
[빌런 ‘님’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년 흐느끼는게 아니라 그냥 느끼고 있는 거 아님? 씨발련 ㅋㅋㅋ]
[벌써 조교 끝남? ㅋㅋㅋㅋ 님은 니미 개뿔 ㅋㅋㅋㅋ]
[나도 님 소리 들으면서 로즈쨩 가슴 만질래]
[인사는 됐으니까 빨리 빌런님 자지나 빠셈 ㅋㅋㅋㅋㅋ]
채팅창만 보면 모두가 그녀를 마법 소녀가 아닌 마법 창녀로 보는 듯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음란한 시선으로 빌런 못지 않게 그녀를 희롱했다.
[방송 주제는… 으으… 흑, 흐… 야, 야캠으로… 앞으로 빌런 님과 외설적인 행위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방송은 협회에서 빌런 님과의 협상을 받아줄 때까지 계속 해야 한대요…]
[그러니 여러분… 흐윽… 방송은 이제 꺼주시고… 협회에 이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아하하…]
[흑, 착하고 순진하신 여러분들께서는 보기 힘든 일들이 일어날 거예요…]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시청자들은 세라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외설적인 행위? 보기 힘든 일? 이미 타락한 시청자들로선 오히려 바라던 일이었다. 그들은 울먹이는 세라에게 성칭찬을 하며 곧 다가올 음란한 순간을 기다렸다.
[후읍?! 하, 우으읏! 뭐, 뭐하시는 거예요!]
[벌이다. 누가 그런 말을 하라고 했지? 얌전히 있어.]
[네? 아, 아아…? 하우으으… 으으… 흑, 후으…]
[아니지, 그렇게까지 얌전히 있으라는 말은 아니었어. 키스할 줄 몰라?]
[모, 몰라요… 처음이란 말이에요!]
[호오? 처음은 아닐텐데. 크크큭, 내 자지랑 한 게 첫키스 아닌가? 펠라한다고 생각하고 내 혀를 받아들여]
[그런… 첫키스가 자, 자지라니… 에엣… 에에엣?!]
[호들갑 떨지 마.]
[우읍! …하, 하우… 츄릅, 츄… 하으… 츄으… 츕, 츄웃…]
그러나 이어진 건 그들이 바라던 세라의 펠라치오가 아니었다. 하지만 키스 역시 그들이 원했던 만큼 충분히 음란한 행위였다. 자기 입으로 ‘첫키스는 자지’라고 말하는 마법 소녀라니, 이 보다 꼴리는 말이 있을까. 당연하게도 채팅창은 그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세라야… 아아, 키스까지… 씨발 빌런 이 쳐죽일 새끼…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시우의 멘탈 상태 역시 난리가 났다.
설마했던 키스까지 하다니… 꽉 쥔 시우의 주먹 사이로 새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손톱이 파고드는 아픔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방송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훨씬 더 크고 괴로웠다.
결국 견디지 못한 시우는 고개를 숙여 방송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하아, 츕, 츄읍, 하아… 기분, 하아… 좋으신가요? 하우… 츄읍, 츄…]
[빌런 님의 자지, 하아… 마시써요… 츄웃, 츄…]
하지만 이어지는 펠라 소리에 시우는 다시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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