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화 〉 마법 소녀 타락시키기(14)
* * *
마법 소녀 펠라 실황의 효과는 굉장했다. 덕분에 네거티브한 감정들을 엄청 모을 수 있었거든. 시기와 질투, 분노와 증오 등등 원한이라는 원한은 왕창 받은 덕분에 단기간에 몇 배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이 정도면 S급인 희은이와 싸운다 해도 압도적으로 이기지 않을까?
왜 이 세계관에서 빌런들이 테러를 일으키고 다니는 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쁜 짓을 하는데 힘도 세진다고? 정말 빌런 최적화 설정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빌런’의 입장이고, 네토리를 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선 아쉬운 점이 더 많았다.
아니, 이쯤되면 약해져야 정상 아냐? 왜 아직도 힘이 그대로인 거냐고. 세인트 로즈 팬덤이 이 정도야? 자지빠는 거 가지고는 부족해?
두 번의 방송으로 그녀의 러브 스톤에 타격이 갈 줄 알았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내 자지를 빨고 정액을 삼키는 모습에 팬들의 정나미가 떨어질 줄 알았는데, 대다수의 팬들은 음란해진 그녀의 모습에도 환호했다.
이 변태 새끼들…
덕분에 세인트 로즈의 일반인화 작전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솔직히 지금이 더 꼴리면 개추 ㅋㅋ ㅇㄷㄴㅂㅌ]
[ㄴ ㅆㅇㅈ]
[ㄴ 개추도둑 누구냐]
[ㄴ 몰래 남친 자지 빠는 것 보다야 공개 딸감 되어주는 게 더 낫지 ㅋㅋ]
[로즈 때문에 여친이랑 하다가 싸웠다. 삼켜달라고 한 게 그렇게 잘못이냐?]
[ㄴ 이새끼 밴좀]
[ㄴ 기만질 좆같네 앰씹새끼가]
[ㄴ 영차함 ㅇㅇ]
[ㄴ 캬~ 일처리 빠른 거 보소]
[S급 마법 소녀가 SEX급 마법 소녀였노 ㅋㅋㅋ]
[ㄴ 엌ㅋㅋㅋㅋㅋ]
[ㄴ 그러면 레이피어도?? 레이피어쨩 이제 팬티 노출가지고는 약해서 안돼!]
[ㄴ 씨발 레이피어는 어쩔 수 없이 노출하는 거야. 세인트 로즈랑은 비교도 안되게 순수한 마법 소녀인데 비교질 좀 작작해.]
내가 생각했던 건 방송을 본 팬들이 그녀를 보고 더럽다고 욕하는 거였는데, 팬들은 오히려 꼴린다고 성친찬을 하고 있으니… 부정적인 감정 대신 긍정적인 감정이 모여서 역효과가 나버렸다.
이래서는 러브 스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없잖아.
뭔가 해결책이 필요한데…
띠링!
“음?”
무슨 일이지? 쉬는 동안 새로운 작전을 세워보려 했는데, 희은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회의가 있다고 하더니 새로운 정보라도 얻었나? 어제 자 촬영분을 스마트폰으로 옮긴 나는 톡을 열어 희은이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
“제가 그래서 조심하라고 했죠? 뭘 자기만 믿으래. 저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 했잖아요.”
“너를 믿는 나를 믿은 거지.”
“뭐래…”
위험할 뻔 하기는 했다. 정확한 위치를 추적 가능한 마법 소녀라니, 무슨 능력자물이냐고. 덕분에 숨겨왔던 비밀 아지트를 들키고 말았고, 나와 부하들은 새벽부터 피난을 가야만 했다.
그래도 구출은 막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진짜 희은이 아니었으면 어떡할 뻔 했냐. 귀중한 치트키가 제 역할을 철저히 해줬다.
“그런데 뭐예요, 아저씨… 저보다 강한 거 아니에요? 탐지 계열이긴 하지만 S급인데 이렇게 한 방에 보내버리다니…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뭐, 내가 강해지긴 했지.”
“우욱, 재수 없어. 그 표정은 뭐래. 하나도 안 멋있거든요.”
하지만 S급 마법 소녀를 척살한 건 온전히 나의 능력이었다. 강해진 힘을 한 번 테스트 해 봤거든? 이제는 익숙해진 ‘염력’으로 놈의 몸을 고정시키고, 내공을 섞은 ‘푸른 섬광’을 날려주니까 한번에 죽어버리더라고. 이 정도면 못해도 A등급 헌터 수준은 되지 않을까 싶다.
현실로 돌아가면 다시 약해지겠지만 미리 이 감각에 익숙해지는 게 좋겠지. 이번 네토리만 끝내면 위지혜를 만나러 갈 예정이니까… 분명 나는 단숨에 강해질 거다.
아, 그런데 죽일 필요까진 없지 않았냐고? 아니지, 오히려 죽여야지. 다음에는 이년을 추적하는 또 다른 마법 소녀가 올 수도 있잖아. 내 목적이 ‘네토리’인 이상, 방해가 되는 요소는 미리미리 없애는 게 맞았다.
그리고 말야, 이게 복수에도 도움이 된다고. 파견온 마법 소녀가 끔살을 당했으니, 복수의 대상인 우리 협회장님께서 얼마나 곤란하시겠어. 딱히 복수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관심 있는 척을 해야 희은이도 나를 믿고 따를테니,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데 괜찮을까요? 쉽게 속을 거 같지는 않은데.”
“죽은 자는 말이 없다잖아. 결국 살아남은 네 말을 믿게 될 거야. 다만… 조금만 맞자. 상처 하나 없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부상까지 입은 마법 소녀를 의심하진 못 할 거야.”
“에엣?! ……뭐라고요? 지금 저를 때리겠다고 했어요? ……아저씨가?!”
“복수를 위해서야, 희은아. 부탁할게.”
“아, 알겠으니까, 이 손 놔요. 뭐야 진짜. 성희롱이야.”
이것 봐라. 이것도 복수 핑계를 대니까 바로 이해해 주잖아. 다행히 희은이는 흔쾌히 내 계획에 동의해주었다.
그래, 그게 맞지. 희은아, 황개도 조조를 속이기 위해서 곤장을 맞았단다. 대의를 위해선 견뎌야 하는 게 있는 거야. 음? 너무 틀딱 비유 아니냐고? 어허, 삼국지는 필독서…
“대신에!”
“응?”
뭐야, 갑자기. 내 이야기를 듣고 한 발 물러섰던 희은이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멱살을 잡았다. 어… 대신에 나도 한 방 맞자 이건가? 그 정도는 인정이지. 배빵 한 대 정도는 맞아줄 용의가 있다.
“이거 하나만 대답해 주세요…”
“…말해 봐. 뭐든 대답해 줄게.”
어라? 그게 아니었네. 물어볼 게 있다고?
“아저씨, 혹시 세인트 로즈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죠? 복수는 핑계고 그냥 걔랑 그… 야한 짓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나 걔처럼 어린 애한테 관심 없어. 넌 나이 먹은 아저씨한테 뭔 그런 걸 물어보냐.”
“그, 그렇죠?! 헤, 헤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헤에…”
나, 참…
위험했네.
지난 번 네토리로 ‘포커 페이스’ 능력을 얻지 못 했다면 바로 들켰을 거다. 이게 여자의 ‘감’인가? 무섭다. 야한 짓 하는 게 진짜 목적인 건 어떻게 알았지? 역시 뭐든지 간에 항상 방심은 금물이다.
“됐고, 슬슬 마무리 하자. 아지트는 이미 다 옮겼거든? 이제 우리가 싸우는 척만 하면 돼.”
“알겠어요. 협회에 위치 찾았다고 신호 보낼게요.”
“오케이. 작전은 다 숙지했지?”
“아카리의 실수 탓에 우리를 발견한 아저씨가 아카리를 죽였고, 혼자 남은 제가 반항해봤지만 속수무책, 계속 당하기만 하다가 협회의 지원이 오자 아저씨가 도망간다. 맞죠?”
“굿. 그럼 시작하자.”
후우, 이걸로 위기 하나는 넘겼네.
***
이번 일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거, 타임 리미트가 있는 작전이었잖아? 이대로 방송하면서 메인 히로인이 조금씩 타락해가는 모습을 느긋하게 직관하려고 했는데… 어물쩍거리다가는 네토리에 실패하게 생겼다.
이번에야 희은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항상 그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잖아. 희은이도 모르는 능력을 가진 마법 소녀가 나타날 수도 있고 말야.
그러니… 최대한 빨리 세인트 로즈를 타락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녀를 일반인으로 만들어야 하고 말이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는데, 결론은 이거다. 그녀의 러브 스톤을 약화시켜야 한다.
문제는 이제 그걸 어떻게 하냐는 건데…
생각해보면 이게 다 성욕에 미친 팬들 때문에 생긴 문제잖아.
그럼 그 성욕을 이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 조직은 모든 외부 활동을 정지한다. 그리고 모두 이번 작전에 참여하도록 한다. 알겠나?”
“““옙!”””
“그리고 알파부터 감마까지 모든 부대를 하나로 통일하고, 부대 명칭으로 ‘댓글 부대’를 사용한다. 알겠나?”
“““옙!”””
“좋아, 작전 개시!”
“““핫!”””
꼴린다고 말은 하지만 주구장창 펠라하는 방송만 보여주면 팬들도 지칠 거 아냐. 분명 그 이상의 꼴림을 원할텐데, 그 방법을 알려준다? 그럼 못 참지. 무조건 그 방법을 따를 거다.
자기 손으로 세인트 로즈의 옷을 벗길 수 있는데 가만히 있겠냐고.
[(※필독) 로즈 방송 수위 높이는 방법. Tip]
[로즈 이 년은 이제 그냥 끝났음. 얘기 들어보셈.]
[야 로즈 가슴 까는 방법이 있다는데?]
[로즈 얼싸, 입싸를 넣어서 질싸까지 당하게 만들 수 있대 ㅋㅋㅋㅋ]
[100일후 진짜로 로즈를 창녀로 만들 수 있는 방법.how]
[다들 러브 스톤이 어떻게 강해지고 약해지는 지 알고 있지? 그거 이용하면 로즈 벗길 수 있음. 우리가 로즈 더럽다고 욕하면 욕할수록 로즈 의상이 조금씩 벗겨지는 거임. ㅇㅇ. 우리가 로즈를 진짜 창녀로 만들 수 있다는 거임. 존나 꼴리지 않음? 오늘부터 24시간 로즈 매도할 거임 ㅋㅋㅋㅋ]
장담하는데 다 벗겨질 때까지 한 달도 안 걸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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