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84화 (183/428)

〈 184화 〉 마법 소녀 타락시키기(7)

* * *

[속보입니다. 마법 소녀 민트 초코, 파인애플 피자가 사망하고 마법 소녀 아쿠아 마린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협회는…]

­쨍그랑!

“…실종? 진희가 실종이라고…?”

“진희야… 아, 아니지?”

자신의 소꿉친구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란 시우는 황급히 스마트폰을 열어 진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문자, 톡, 전화 등등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제발… 진희야…”

하지만 시우가 진희와 연락되는 일은 없었다. 평소라면 재빠르게 답장이라도 보내줬을 진희는 정말로 실종된건지 불안하게도 끝까지 침묵하였다.

[…얼마 전 C급 빌런으로 격하되었던 더크배의 소행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협회의 성급한 판단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시우는 세라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S급인 그녀라면 뉴스도 모르는 정보를 알지도 몰랐다.

[한세라: 미안해!]

[한세라: 조금만 기다려줄래?? 우리도 지금 파악 중이야…]

[한세라: 그래도 진희라면 무사할 거니까! 걱정말고 기다리자 우리. 응?]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세라도 협회도 진희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만약 살아 있다면 어떻게든 연락이 됐을 텐데… 어쩌면 진희 역시 빌런에게…

“아니야! 아닐 거야! 분명 괜찮을 거야!”

자기도 모르게 끔찍한 상상을 한 시우는 세차게 고개를 휘젓고는 다시 한 번 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게 지금 시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런데 그때 뉴스에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는데요, 이번에도 자기 혼자 살기 위해 현장에서 도망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박사님?]

[너무 흉흉한 반응이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게… 현장에서 아쿠아 마린의 혈액을 찾을 수 없었거든요? 이게 무슨 뜻이냐, 이건 아쿠아 마린이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럼 김 박사님도 아쿠아 마린이 도망쳤다는 주장에 동의하시는 건가요?]

[저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물론 납치됐을 가능성도 있지만요. 어쨌거나 확실한 건 아쿠아 마린은 동료들이 죽는 동안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과연… 잘 알았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박사님.]

진희가 동료를 버렸다고? 자기 혼자 도망쳤다고? 시우로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최악의 주장이었다. 시우가 아는 진희는 그렇게 비겁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존경하는 정의로운 마법 소녀였다.

“확실하지도 않은 걸로 진희를 못된 년으로 몰고 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지? 왜 다들 진희를 못살게 구는 거야!”

화가 난 시우는 뉴스를 끄고 집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소꿉친구로서 이대로 가만히 지켜만 볼 순 없었기에, 시우는 현장으로 달려나가 자기가 직접 진희를 찾아보려 했다.

­철컥

[시우야… 부탁이야, 나 좀 도와줘…]

그런데 그때 타이밍 좋게, 진희가 시우의 전화를 받았다. 역시 그녀는 무사했던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란 걸 확인한 시우는 기쁜 마음으로 진희에게 안부를 물었다.

“진희야! 괜찮아? 괜찮은 거야? 진짜 나 걱정돼서…”

[시우야… 나 어떡해? 괜찮은데… 괜찮지 않아. 정말 괜찮은데… 하나도 괜찮지 않아… 흑, 시우야아… 흐으윽. 시우야아아…]

“우, 울지 말고 진정해, 진희야!”

하지만 어째선지 진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극도로 불안해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진희 탓에 시우는 걱정이 되어 안절부절 떨고 말았다. 어쩌면 그 사건처럼 진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 걸지도 몰랐다.

[도움이 필요해 나… 흐윽, 흑… 시우야, 내 러브 스톤이…]

“진희야, 침착해! 천천히, 쉼 호흡하고… 일단 진정부터 해!”

[세라를… 불러줘, 시우야… 흑, 세라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 제발… 시우야 한 번만 나를 도와줘.]

“진희야. 너라면 몇 번이고 도와줄 수 있어. 그러니 제발 침착해…

[으응… 흑, 흐으… 나, 버틸게… 진정할게… 그러니까 세라를 불러줘. 이제 너랑 세라 말고는 아무도 믿지 못하겠어….]

“걱정 마. 세라도 분명 도와줄 거야. 우린 친구잖아!”

[…세라한테, 서로 상담 해주던 그 장소에 있다고 말해 줘… 흑, 나 지금 거기에 숨어 있거든… 그리고 부탁인데… 본모습으로 와달라고 전해 줘. 세인트 로즈는, 너무 눈에 띄잖아… 흐윽, 나… 지금 다른 사람들한텐,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알겠어! 세라한테 말해줄 테니까, 꼼짝 말고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울음 꾹 참고! 나쁜 생각하지 말고! 알겠지?”

[우응… 흐으윽, 고마워 시우야… 정말 너뿐이야… 흑, 고마워…]

“진희야… 나야말로 고마워. 정말로… 무사해줘서 고마워.”

제대로 자초지종을 듣지는 못 했지만, 러브 스톤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절대 가볍게 넘어갈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걱정이 된 시우는 지체 없이 전화를 걸어 세라에게 진희의 사정을 알렸다.

[나만 믿어! 내가 금방 구해주고 올게! 진희가 나를 믿고 있다고 했지? 후후, 마법 소녀라면 기대에 부응해야지! 좋아, 금방 다녀올 테니까, 시우 넌 걱정 말고 기다리고 있어!]

“응! 부탁할게 세라야!”

다행히 세라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시우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자신만 믿으라면서 시우를 안심시켰다. 덕분에 시우는 긴장을 풀고 두 사람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건 안 좋은 소식인데, 세라랑 진희가 독감에 걸려서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을 예정이라고 해. 이번 독감 상당히 센 거 알지? 둘 다 많이 힘들 거야. 다들 시간 나면 위로의 문자 한 통 정도 보내줘라.”

하지만 하루가 지나도 세라와 진희는 돌아오지 않았다.

***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후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하아… 세라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다시 한 번 세라의 스마트폰이 꺼져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시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는 연락이 될 거라는 희망이 점차 사라져 갔다. 당연히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확실했다.

“세라야… 진희야… 제발 무사히 돌아와 줘…”

하지만 그렇다고 시우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크게 낙담한 시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세인트 로즈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수많은 팬들이 거주하는 커뮤니티라면 그녀들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지도 몰랐다.

[로즈쨩 오늘 아픈가? ㅠ. 매직스타 업로드가 없넹… (5)]

[실시간 빌런 자지 빨고 있는 세인트 로즈 방송.link (2)]

[갤주 인터뷰 움짤.gif (12)]

[로즈 아프면 내가 간호해주고 싶다. (3)]

[실시간 빌런 자지 빨고 있는 세인트 로즈 방송.link (4)]

[로즈쨩이 자주 가는 가게로 추리해본 로즈쨩 사는 곳 (24)]

[ㅋㅋㅋ 하루종일 남친이랑 떡치는 중인 듯 ㅋㅋㅋ (14)]

[실시간 빌런 자지 빨고 있는 세인트 로즈 방송.link (4)]

[성희롱 글 올라오면 바로 삭제해주세요. 여기 로즈도 가끔씩 놀러오는 곳이잖아요. 관리 부탁드려요. (4)]

[매직스타 20시간 째 침묵중…… 로즈쨩 어떠케된거야 ㅠㅠㅠㅠ (12)]

[실시간 빌런 자지 빨고 있는 세인트 로즈 방송.link (2)]

[아 ㅅㅂ 어그로 좀 쳐내 도배하고 있잖아 ㅡㅡ (5)]

그러나 영양가 없는 커뮤니티 답게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사생활 염탐이나 성희롱뿐이었다. 화가 난 시우는 여느 때처럼 악질 팬들이 쓴 글을 PDF 파일로 저장했다.

[내 눈이 이상한 건가? …뭐지? 아니 진짜야 저거? (3)]

[관리자님 어그로 처리 좀 부탁드려요. (2)]

[코스프레 아님?? 에반데 (6)]

[실시간 빌런 자지 빨고 있는 세인트 로즈 방송.link (3)]

[근데 첨 보는 플랫폼인데? 이거 보고 있으면 해킹당하는 거 아냐? (9)]

[병신들아 ㅋㅋㅋ 누가봐도 본인이구만 ㅋㅋ 맨날 레이피어보고 노출증 환자라고 까대더니 꼴 좋다 ㅅㄱ염 (15)]

[실시간 빌런 자지 빨고 있는 세인트 로즈 방송.link (1)]

[그냥 다른 사람이네. 안대 낀 거 보면 모르겠음? 역겹다 진짜 저렇게 어그로 끌고 싶을까. (4)]

[진짜 질 나쁜 장난이네. 바로 고소준비 해야겠다. (4)]

[로즈쨩… 아니지? 씨발 아니라고 말해!!! (6)]

그런데… 오늘따라 무언가 반응이 달랐다. 당연히 어그로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의 반응만 보면 도배된 링크가 진짜인 것만 같았다. 처음엔 절반 정도가, 나중 가서는 거의 모든 글들이 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당황한 시우는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링크를 눌러 도배된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우는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말았다.

[하아… 츄, 츄으읍… 푸하아… 츄릅, 하아…]

[똑바로 안 해? S급이라는 년이 자지 하나 제대로 못 빨아?]

[흐으… 윽, 츄릅, 츄, 우웁, 하아아… 푸핫, 콜록콜록!]

[뭐야, 친구 죽는 꼴을 보고 싶다는 거야?]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우, 우웁?!]

[그게 아니면 제대로 좀 빨아봐. 엉?]

[쮸웁, 츄으읍… 우욱, 츄읍, 츕, 하아… 츄르읍, 꿀꺽, 하아…]

[그래, 이거지. 그렇게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 봐. 이제 좀 낫네.]

[네, 네에… 츄르르, 하암, 츕, 츄웁… 츄으읍, 츄웁… 하아… 츄르읍.]

그것은 그의 여자 친구, 마법 소녀 세인트 로즈가 빌런으로 보이는 남자의 자지를 정성스레 빨아주는, 시우로서는 도저히 믿기 힘든, 믿기 싫은 최악의 장면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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