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81화 (180/428)

〈 181화 〉 마법 소녀 타락시키기(4)

* * *

[이희은: 이거 안 되겠는데요? 한 주 동안 열심히 조사해봤는데 아무 정보도 못 구했어요. 이 정도면 위에서 작정하고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거 같은데… 아저씨 말 대로 정말로 그 일과 관련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정말로 아무 것도 못 구했어?]

[이희은: 후후, 그건 아니죠. 딱 하나 구한 게 있기는 해요.]

[역시, 믿고 있었어. 빨리 얘기해줘 그럼.]

[이희은: 그게… 세인트 로즈가 C급 마법 소녀 아쿠아 마린하고 친분이 있다는 거예요.]

[…그게 끝? 지금 장난 쳐?]

[이희은: 흥. 이거 꽤나 중요한 정보거든요? 둘이 그냥 친한게 아니라 실제로도 아는 사이 같았어요. 본모습으로도 친분이 있는 눈치였다고요.]

[그건… 확실히 중요한 정보네. 근데 확실해?]

[이희은: 거의? 근데 진짜 맞을 거예요. 여자의 직감이 확실하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흐음… 좋아. 나도 믿을게. 고맙다.]

[이희은: 흥.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거든요? 둘이 친분이 있기는 한데… 세인트 로즈가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느낌? 아쿠아 마린은 세인트 로즈를 조금 밀어내는 분위기였어요. 그리고 약간은… 질투를 한달까요? 세인트 로즈한테 열등감을 느끼는 거 같기도 했구요.]

[오… 그것도 좋은 정보인데? 좋아. 그럼 우선 아쿠아 마린을 노려봐야 겠네.]

[이희은: 혹시 납치라도 하게요?]

[해야지. 걔가 지금 유일한 정보처잖아. 인질로도 쓸 수 있을 거고.]

[이희은: 좋아요. 그럼 아쿠아 마린이 활동하는 구역을 알려드릴게요.]

[하는 김에 걔랑 같이 그 구역에서 활동하는 마법 소녀들도 알려줘. 아예 거기서 사건을 일으킬 생각이거든. 걔도 C급이면 내가 일으킨 사건에 출동할 거 아냐.]

[이희은: 오, 좋은 생각인데요? C급으로 떨어지길 잘하셨네요.]

[말이 길다.]

[이희은: 칫. 아무튼 알겠어요. 찾아보고 연락 드릴게요.]

크하하! 이거지, 이거야. 이게 치트키지! 힘들어 보였던 네토리지만 S급 치트키인 희은이 덕분에 쉽게 갈 수 있는 각이 보였다. 솔직히 조금 막막했었거든. 일반 시민도 아닌 빌런인 내가 도전 과제 때문에 나쁜 짓만 해야 하는데 대체 S급 마법소녀를 어떻게 네토리 하냐고.

그런데 이렇게 메인 히로인의 친구를 인질로 잡을 수 있다?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정의로운 마법 소녀라며, 그럼 몸을 바쳐서라도 친구를 구할 거 아냐. 그럼 끝이지. 성감 자극에 노출된 여자가 함락 안 될 리가 없었다. 조금 고생은 하겠지만 잔뜩 만져주고 박아주고 하다 보면 금방 넘어 올 게 분명했다.

다만 그렇게 강제로만 하게 되면 네토리 등급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데… 뭐, 그거야 나중 가서 생각할 일이고. 지금은 어떻게든 메인 히로인을 수중에 두는 게 중요했다.

[이희은: 아쿠아 마린이면 이 사건으로 유명한 앤데 알고 계시죠? 혹시나 해서 링크 보내요. https://magic.wiki/w/아쿠아%20마린]

[땡큐.]

오, 안그래도 위키 찾아보려고 했는데 잘됐네. 애가 참 착하다니까?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링크를 눌러 위키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동안 위키에 쓰인 글을 정독했다.

“뭐야… 이 정도면 열등감을 안 가질 수가 없겠네.”

그리고 진심으로 아쿠아 마린을 동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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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마법 소녀 아쿠아 마린, 그녀는 박시우의 소꿉친구로 어렸을 적부터 정의로웠던 시우를 짝사랑했다.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놀림 받던 그녀를 시우가 구원해줬던 것이다. 모두의 앞에서 ‘진희를 놀리지 마!’ 라고 소리치는 시우를 그녀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 마법 소녀가 된 거야?! 대단해! 역시 진희는 착한 아이였구나!’

‘헤헤… 시우 덕분이야.’

‘멋지다… 나도 마법 소녀가 되고 싶은데…’

‘뭐? 시우는 남자잖아…’

‘그게 정말 아쉬워. 왜 남자는 마법 소녀를 못하는 거야?’

‘글쎄… 왜 그럴까?’

‘그래도 남자는 협회에 들어가서 마법 소녀를 서포트 해줄 수 있으니까! 그거라도 가능해서 다행이야. 나는 꼭 정의로운 일을 하고 싶거든!’

‘…응! 시우라면 분명 가능할 거야.’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어른이 되면 꼭 협회에 들어가서 내가 널 서포트 해줄 테니까! 우리 평생 함께하는 거야!’

‘펴, 평생?! …으응, 꼭이야!’

그리고 그 짝사랑은 그녀만의 감정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마법 소녀가 됐을 때, 그녀를 보고 시우가 고백 아닌 고백을 했던 것이다. 평생을 함께하자는 시우의 달콤한 말에 그녀는 활짝 웃으며 행복해했었다.

‘진희야. 나 있잖아… 여자 친구 생겼다?’

‘뭐…?’

‘후후. 나한테도 드디어 봄이 왔다는 거지. 그런데 누군지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지? 그래서 오늘 소개시켜주려고. 걔도 너처럼 마법 소녀거든! 이번 기회에 둘이 친해졌으면 해서 소개시켜주는 거야. 아, 그런데 이거 비밀이다? 알지? 우리끼리만 아는 거다?’

‘……소개시켜 준다고?’

‘응. 서프라이즈야! 깜짝 놀랐지? 후후, 세라야! 이제 들어오면 돼!’

‘아, 안녕하세요! 한세라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그건 그녀만의 착각이었다. 시우는 그녀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시우를 남자로서 좋아했지만… 시우는 그녀를 그저 친구로서 좋아했다.

자신 보다 예쁜 얼굴, 자신 보다 밝은 목소리, 자신 보다 어른 같은 몸매, 모든 면에서 자신 보다 뛰어난 눈앞의 여자를 보고 그녀는 자신이 헛된 기대를 했었단 걸 깨달았다.

처음부터 시우는 그녀를 여자로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최진희예요.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실연의 상처를 알게 된 그녀는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떠나려고 했다. 이 자리에 남아 있기에는 너무나 슬펐던 것이다.

‘어… 반가운 거 맞아요?’

‘낯을 가려서 그래. 변신하면 엄청 좋아할 걸?’

‘그래? 그럼…’

­슈우우웅, 슈웅, 파아앗­!

‘러브 앤 피스 이예이! 사랑과 평화를 가져다 주는 마법 소녀 세인트 로즈, 등.장.완.료! 헤헤… 마법 소녀 친구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잘 부탁해요!’

‘……세인트… 로즈?’

‘깜짝 놀랐지?’

­슈우우웅, 슈웅, 파아앗­!

‘응. 깜짝 놀랐네. 헛구역질 나올 정도로. 안녕 로즈. 어제 보고 또 본다. 그치?’

‘어?! …어어! 마린! 시우 친구라던게 마린이었어?!’

하지만 한세라의 정체를 알게 된 후 그녀의 마음 속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분노라는 감정이 자리잡았다. 세인트 로즈는 바로 어제 그녀에게 연애 상담을 해 주었던 그녀의 동료였던 것이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였어?’

‘너무 잘 알지. 평소에 서로 상담까지 해줄 정도로. ……아하하. 그런데 로즈, 너 그냥 가지고 논 거였구나…? 마음을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라고? 분명 알아줄 거라고?’

‘아니야! 그게…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으응? 어째 분위기가…’

­삐리리릭, 삐빅!

‘아, 호출이네. 미안. 더 있고 싶은데 지금 가봐야 해. 세인트 로즈,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런데 다음엔 안 봤으면 하네요. 그럼 시우야 가볼게.’

기만당했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단 걸 알면서도 그녀는 세인트 로즈를 원망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라도 분노하지 않으면 자신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진희야… 세라한테 들었어. 둘이 원래 사이가 나빴다면서? 내가 괜히 오지랖을 부렸나봐. 미안해.’

하지만 다음 날, 자신을 찾아와 사과하는 시우를 보고 그녀는 분노로 가득찼던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다. 괴롭힘당하던 자신을 구해준 시우, 언제서나 정의로웠던 시우,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가져갔던 시우… 마음 아프지만그를 위해서라면‘친구’로서 질투를 멈추고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자, 주목. 너희도 알다시피 오늘 전학생이 왔다. 모두 반겨주도록.’

‘안녕하세요! 한세라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

그러나 그녀는 마음 정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한세라가,세인트 로즈가, 자신과 시우가 다니는 학교에 전학까지 오면서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러브 스톤 때문이라는 알 수 없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정의로운 마법 소녀? 하, 웃기지 마. 남자 때문에 전학하는 여자가 뭐가 정의롭고 뭐가 순수하다는 거야. 인기 투표 1위? 인정할 수 없어. 다들 실체를 알고 나면 배신당했다면서 욕할 걸? 나쁜 년…’

그렇기에 그녀는 세인트 로즈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삐리리릭, 삐빅!

[7구역, C급 빌런 더크배 출현, 주식회사 NS 본사 테러중.]

[C급 마법 소녀 아쿠아 마린, 민트 초코, 파인애플 피자, 출동]

“하, 기분 나빴는데 잘됐다.”

상념을 떨쳐낸 최진희는 아쿠아 마린으로 변신한 후 신의 없는 기업으로 유명한 주식회사 NS의 본사로 출동했다. 테러를 일으킨 더크배에게 오늘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털어내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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