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초야권을 행사하는 영주님(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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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거라 부정도 해보고 안된다고 분노도 해봤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아곤이 괴로워하든 말든 로지나는 점차 영주의 여자가 되어갔다. 답장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곤이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로지나가 생각을 고치기를 기도하면서 편지를 받아보는 것이었다.
‘제발… 여신님, 제발… 로지나를, 저의 로지나를… 저에게 돌려주세요. 이렇게 기도할게요. 제발…’
하지만… 그런 기도가 무색하게도 그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며칠간만 버티면 된다던 로지나는 한 주, 두 주가 지나도 계속 영주와 부부 사이인 척 행동했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영주의 아내라고 자칭했다. 아곤에게는 최악의 일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거짓말… 아닐 거야… 아니지? 제발 로지나… 맙소사!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아아아! 젠장! 로지나,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그러나 밑바닥에도 바닥이 있다고… 진짜 최악은 따로 있었다. 로지나가 영주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생각도 못했던 둘의 2세 소식에 아곤은 그만 이성을 잃어버렸고, 그 후 그는 폐인이 되어 쫓겨나듯 감옥에서 해방되었다.
‘아곤, 너…! 정신차려! 설마 고문이라도 당한 거야?!’
다행히 그의 친구 핸릭 덕분에 길거리에서 객사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지만… 아내와 상단, 모든 것을 잃은 아곤은 회생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인사불성이 되어 핸릭의 집에서 하루하루 썩어 갔다.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바보 같아요? 전부 다 그 영주가 꾸며낸 걸 수도 있잖아요.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까진 아내를 믿어야죠!’
하지만 그런 그를 보고 답답해하던 핸릭의 여동생, 헤나의 꾸중 덕에 아곤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답이 없어 보였던 그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이 맞아… 그 악덕한 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나의 로지나가 나를 배신할 리 없잖아! 그 새끼가 억지로 그런 편지를 쓰게 만든 걸지도 몰라!’
마지막 순간까지 로지나를 믿었어야 했는데… 또 지레짐작 판단해서 일을 망칠 뻔한 아곤은 스스로 반성했다. 그리고 영주의 성에 갇혀 있을 로지나를 구해 내기 위해 프레하로 떠나는 마차에 올라탔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애써 모르는 척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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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기에 들어선 로지나가 짧은 산책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세라가 팔짱을 낀 채 로지나에게 투덜거렸다. 세라의 못마땅한 얼굴을 보니 무언가 로지나에게 불만이 있는 모양이었다.
“로지나 님, 적당히 좀 하십시오. 양심이 있으면 차례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면 무슨 발정난 암캐입니까?”
“어머, 따지려면 그이에게 따지세요. 어젯밤 저를 택한 건 서방님이니까요.”
하지만 로지나는 세라의 불만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그녀를 지나쳤다. 더는 그녀가 무섭지 않게 된 로지나로선 세라의 위협이 그저 귀찮을 따름이었다.
어젯밤, 자신의 순서가 아닌데도 아양을 부려 그이의 자지를 얻어 낸 게 그렇게 큰 잘못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로지나는 자신의 매력에 자부심을 느끼며 당당하게 대꾸했다.
“로지나 님이 억지를 부렸지 않습니까. 최근에 하지 못 했다고 보지 안이 허전하다면서 말입니다.”
“그래서요? 제가 그랬든 말든 결국 저를 택한 건 서방님이라니까요?”
“…칫. 성욕만 많기는… 하긴, 그러니 다른 자지로 보지를 더럽혔지.”
“……지금 말 다 했어요?”
“어머? 혼잣말이 다 들렸나 보네요.”
그러나 아무리 그런 로지나라 해도 지금 세라가 꺼낸 말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보지가 더럽다고 모욕한 것은 분명 선을 넘은 행위였던 것이다.
안그래도 세라가 정실 자리를 뺏어가서 짜증이 났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트라우마까지 건드리다니… 그녀가 얄미웠던 로지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그녀에게 대들었다.
“흥! 가슴도 없는 여자의 추악한 질투라고 생각할게요.”
“……뭐, 뭐라고요?”
“빈약한 몸매를 가진 탓에 성격도 빈약해진 누군가의 빈약한 질투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어요. 후후후후.”
“오늘 한 번 해보자는 겁니까? 아직 그분의 첩도 아닌 주제에.”
하지만 세라도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녀는 빈정거리는 로지나를 째려보며 로지나가 애써 무시하고 있을 그녀의 현실을 일깨워주웠다. 영주의 정실 자리를 차지한 자신과 달리 여전히 아곤의 아내로 남은 로지나의 현실을 말이다.
“우으으으… 그건…!”
로지나가 세라의 정체를 알게 된 날부터 시작된 둘의 기싸움은 이렇게 오늘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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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입장에선 로지나가 미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 입장에서 로지나는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굴러 들어온 돌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자신이 귀족이라는 지위에 있었기에, 그리고 아직도 아곤이 돌아오지 않아 로지나가 이혼을 하지 못했기에, 세라가 당당히 정실 자리에 오를 순 있었지만… 정실 자리가 위험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녀는 로지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편 로지나 역시 세라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뒤늦게 둘이 사귀고 있었단 이야기를 듣고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때서야 알게된 세라의 행동들이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영주와 그럴 듯한 분위기가 될 때면 항상 나타나 급한 일을 핑계로 영주를 데려가던 세라는, 자신과 영주의 사이를 질투해서 둘만의 시간을 방해했던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로지나로선 세라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녀들은 단 둘이서만 있게 될 때면 항상 이렇게 기싸움을 벌였었다.
“흥! 그렇네요. 아직 첩도 아니지요. 그런데 그 첩도 아닌 여자가 정실인 누군가와는 다르게 임신까지 한 걸 잊었나요? 후후, 얼마나 궁합이 좋았으면 이렇게 빨리 임신을 했을까요? 서방님의 처는 아직도 임신을 못 했다던데 말이죠!”
다만 그녀들이 오늘처럼 지독할 정도로 싸움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로지나의 안정기가 시작되면서 세라의 독점 시간이 끝나자, 세라가 불안함을 느낀게 그 원인이었다. 당연히 자신 역시 임신할 줄 알았는데… 임신에 실패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곤이 돌아와 로지나가 이혼까지 해내게 된다면 그녀의 정실 자리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세라가 오늘 과민반응을 했던 것이었다.
“칫… 누가 먼저 낳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누가 먼저 남자 아이를 낳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로지나 님이 여자 아이를 낳으면 저와 똑같다는 뜻입니다. 알겠습니까?”
“이… 이잇! 그럴 일은 없네요. 이 아이는 분명 남자아이일 거니까요.”
하지만 초조했던 건 로지나도 마찬가지였다. 세라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비록 지금은 자기가 앞서나가 있다곤 해도, 자신이 여자 아이를 낳는다면 지금처럼 위세 좋게 행동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똑똑똑
“영주님께서 부르십니다.”
그렇게 서로가 불안해하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을 때, 그녀들의 주인이 둘을 불렀다. 세라에게는 아쉬운 일이, 로지나에겐 기쁜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로지나, 그대의 남편이 드디어 프레하로 돌아왔다는 군. 오자마자 이 성으로 달려온 모양이야.”
“어머.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 잘됐네요! 드디어 서방님과 정식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칫. 그래봤자 첩이지만요.”
“크하하! 그럼 가서 사이좋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영주의 웃음소리를 들은 둘은 각자 영주의 손을 잡고는 상반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하지만 이내 곧 같은 표정으로 바뀌었는데, 그녀들의 손을 뿌려친 영주가 둘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허!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자니까? 둘 다 소중한 내 여자니까 그만 좀 싸우게. 이쪽 가슴도, 그리고 이쪽 가슴도, 다 마음에 드니까 말일세.”
““알겠어요…””
싸우지 말라는 영주의 잔소리에 힘없이 대답하면서도, 그래도 큰 쪽을 더 좋아할 거라며 내심 기뻐한 로지나는 이제는 눈에 띄게 커져버린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영주의 손길을 즐겼다. 그리고 충격받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곤에게 항상 하고 싶었던 말을 건넸다.
“아곤, 우리 이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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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클리어!]
[결과: S등급, 획득 포인트: 41230]
[업적달성: ‘초야권 행사’, ‘악덕 영주’, ‘위상 반전’]
[클리어 특전: ‘포커 페이스‘ 스킬]
[도전과제 클리어!]
[‘히로인이 누군지 모르고 미션 달성’ – 100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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