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화 〉 초야권을 행사하는 영주님(13)
* * *
호른으로 떠나는 마차에서 아곤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술에 취해 있었다고는 하나 어젯밤 자신이 로지나에게 한 행동은 남편으로서나 사람으로서나 선을 넘은 행위였던 것이다. 자신을 위해 몸을 바친 그녀에게 그런 모욕감을 주다니… 아무리 친구들의 말에 흔들려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 해도, 그런 말을 꺼내서는 안되었다고 아곤은 반성했다.
“후우…”
하지만 반성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그의 텅 빈 옆자리는 그가 반성하든 말든 끝까지 채워지지 않았다. 호른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다.
“젠장… 그 놈들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끝까지 로지나를 믿었어야 했는데…”
이 상황에서 아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믿고 그녀가 마음을 풀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어쨌거나 그녀와는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부부 사이이니, 멋진 선물을 가지고 돌아가면 로지나가 용서해줄 거라고 멋대로 상상하면서 말이다.
====
====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아곤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간 저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영주님을 만나 뵈러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계속 상상만 했었던 영주님과의 재회… 저는 기쁜 마음에 하늘을 날 것만 같았습니다.
“앗…”
하지만 기쁨도 잠시, 영주님의 편지에 새겨진 구겨진 자국을 본 저는 웃음을 그치고 말았습니다. 영주님의 마음이 변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분이 제게 반했던 건 사실이지만… 아곤에 대한 저의 마음이 사라졌듯이 저에 대한 그분의 마음도 사라졌을 수 있는 거니까요.
“로지나 님이시죠?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제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제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문지기 분들이 저를 성 안으로 안내해주신 것입니다. 이건… 영주님이 저를 계속 기다리고 계셨다는 뜻이겠지요? 감동받은 저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꾸욱 참으며 그분을 뵈러 들어갔습니다.
“정말 염치도 없으시네요.”
하지만 안내받은 영주님의 방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영주님이 아니라 무서운 얼굴을 한 하녀장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을 협박했다는… 그 분 말입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생각지도 못했던 하녀장의 섬뜩한 태도에 저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 말았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입니다. 분명 어디간 멍한 부분은 있었지만 상냥한 분이셨는데 갑자기 이런 태도라뇨… 문지기 분들과는 다른 모습에 저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귀도 어두우세요? 염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부녀 주제에 영주님께 안기려고 찾아오다니, 정말 염치가 없는 일 아닙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하녀장의 말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염치가 없다니… 부정하고 싶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틀린 점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 아니…”
“제 말이 틀렸습니까? 아니면 혹시 그 사이에 이혼이라도 하신 겁니까?”
결국 저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영주님이 좋아서… 그분을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건데, 하녀장의 말마따나 저에게 그런 자격은 없었습니다. 마음이 떠났다고는 하나 이미 임자가 있는 주제에 다른 남자를 찾아오다니… 하녀장이 제게 화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죄송… 해요. 하지만 영주님을… 흑, 여, 영주님을…”
“사랑한다고요? 하, 웃기는 말이군요. 그럴 거면 애초에 돌아가면 안됐죠. 사랑하는 남자를 버려두고 떠나는 게 말이 됩니까? 아, 혹시 그게 아니면 뒤늦게 영주님을 사랑하게 된 겁니까? 그런데 그거야 말로 더 웃기는 말이지요. 영주님과 비교되는 남편을 보고 남편에 대한 마음이 식어서 생각이 바뀌었단 말 아닙니까. 로지나 님은 그게 정말 자신의 진심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아아… 그건… 흑, 아……”
하지만 이렇게 물러날 수는 없었기에 흐르는 눈물을 참아가며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제 입에선 그 어떤 제대로 된 말도 나오지 못 했습니다. 저 역시 그녀의 말에 깊이 동감을 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을 비교한 다음에 결정한 마음이 과연 진심일 수 있을까요? …저는 너무나도 이기적인 여자였습니다.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죄송해요…”
태양을 좇다가 날개가 녹아 허공으로 추락하는 사람처럼 깊은 절망감을 느낀 저는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여기는 비겁한 제가 있을 곳이 아니었습니다. 영주님을 뵙지 못한 건 아쉬었지만, 차라리 그분과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쯤하지. 자네는 내 여자에게 무슨 험한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그런데 그때 영주님이 나타나셨습니다. ‘내 여자’라는 너무나, 달콤하고 아찔한… 단어로 저를 황홀하게 만들어주시면서 말입니다.
***
“칫.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만.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닌가. 자네는 이제 돌아가게.”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로지나 님.”
“네, 넷.”
“오늘은 실례했습니다.”
“네에…”
폭풍과도 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하녀장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걸 확인한 저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은 터라 버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영주님께 처음을 바친 그날처럼 성에 오면 행복한 시간만을 보낼 줄 알았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로지나, 괜찮은가? 세라에게는 내가 한소리 할 테니 기분 풀게.”
“아뇨… 제가 잘못했는 걸요… 죄송해요, 영주님. 흐윽, 흑… 흑… 세라 님의 말에 틀린 건 없어요. 저는 영주님의 마음을 알면서도 감히 비교를 했어요. 그러다가 못난 남자에게 이 몸이 더럽혀지기까지 했어요. 저는… 더는 영주님이 사랑하셨던 순수한 여자가 아니에요...”
하지만 영주님은 그래도 괜찮다는 듯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그 탓에 저는 참았던 눈물을 또 다시 흘리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추한 저를 끝까지 사랑해주시는 영주님이… 정말로 고마웠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한 번 영주님께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제 잘못을 하나하나 고백하며 제발 용서해달라고… 제발 버리지 말아 달라고… 영주님의 품에 안겨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러자 영주님이 저를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며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그건 그대의 잘못이 아닐세.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이지. 사실 나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살았을 그대 아닌가. 그러니 탓할 거면 나를 탓하게. 그대의 인생에 파도를 불러온 건 바로 나니까.”
“그렇지 않아요… 저는 결국 불행했을 거에요. 그 남자는 저를 사랑하지 않거든요. 그가 사랑하는 건 저를 가진 자기자신이었어요. 그러니… 이 세상에서 저를 사랑해주는 건 영주님뿐이에요… 그런데도 전 그것도 모르고…”
“울지 말게.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은 변치 않았으니. 나는 그저… 그대가 내 곁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네.”
“아아, 영주님…”
따뜻한 영주님의 목소리가 헝클어진 제 마음 속을 진정시키자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곤에게선 느낄 수 없었던 사랑받는 행복이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증명하게 해주세요. 영주님에 대한 제 마음을요.”
“음? 그럴 필욘 없네. 그러지 않아도 그대의 마음이 진실이란 걸 알고 있네.”
“아니요… 하게 해주세요.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아요. 제발…”
“…그렇다면 기회를 주겠네. 그래, 어떻게 증명할 셈인가.”
“…남자들은 이걸 좋아한다면서요? 그러니… 이걸로 증명할게요. 그 누구에게도 해준 적 없는 이걸로요.”
이 행복을 받고만 있을 순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주님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 영주님의 품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러고는 영주님의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겼습니다.
“로지나, 이건… 음… 정말로 할 셈인가?”
“네, 사실 저 들었어요. 다른 분께 받은 적이 있다면서요? 그러니 저도 가만히 있을 순 없어요. 제가 더 많이 사랑하는 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주님의 팬티를 벗기자 제 처녀를 가져갔던 영주님의 자지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아아… 아곤의 것과는 모든 것이 다른… 저를 만족시켜주는 영주님의 자지가 말입니다…
“그, 그럼… 시작할게요… 하암.”
맡는 것만으로도 저를 흥분시키는 음란한 냄새를 견디면서 영주님의 자지를 입에 물자 입 안에서 자지가 움찔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 기분이 좋으셨던 걸까요? 감사의 의미에서인지 영주님이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셨습니다.
“츄읍, 하아… 이렇게 하는 거 맞을까요? 후으음… 츄릅, 파하아…”
아곤… 고마워요. 당신이 이 행위를 알려주신 덕분에 영주님을 만족시켜 드릴 수 있었어요. 빨아서 증명하라고 했었죠? 아하하… 그래서 이렇게 빨고 있답니다. 영주님에 대한 제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요. 당신의 자지가 아니라 영주님의 자지를 빨면서요.
====
====
“루시우스! 자네 루시우스 아닌가!”
“…핸릭? 설마 자네 핸릭인가?”
“하하하하! 이야, 이거 자네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야. 거의 20년 만인가? 오늘은 정말 기적 같은 날이군.”
“하하… 기적이라…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는 날이긴 하지.”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무것도 아닐세. 참, 그리고 이제 루시우스가 아니라 아곤일세. 허울뿐이던 귀족 작위는 버린 지 오래거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