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71화 (170/428)

〈 171화 〉 초야권을 행사하는 영주님(12)

* * *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아무튼 내 계획대로 로지나가 내게 함락되었다. C등급이란 건 나에 대한 마음이 주인공에 대한 마음 보다 커졌다는 뜻이거든. 아마 계속되는 비교 끝에 로지나가 나를 더 원하게 되었을 거다.

이제 여기서 등급을 더 올리려면 주인공, 이번의 경우에는 아곤에게 네토라레의 충격을 선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무지성으로 로지나 부부를 성으로 데려온 다음에, 아곤을 의자에 묶어 두고 ‘헤으응. 영주님의 자지가 더 좋아요.’를 외치는 로지나를 보여 주어야 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럴 거면 이렇게 정성 들여 작전을 펼치지도 않았지. 그렇게 막무가내로 네토리를 시도하면 A등급을 얻기는 힘들다. 로지나에 대한 배신감 보다 나에 대한 원망이 더 클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까지 왔으니, 로지나가 자기 스스로 내게 몸과 마음을 바치는 모습을 아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럴려고 초야권을 부활시킨 다음 그렇게 스윗한 척 연기를 한 게 아닌가. 그 정도는 해야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어떻게 로지나를 성으로 오게 만드냐인데… 이럴 때 쉽게 가려고 영주 캐릭터를 고른 거 아냐. 권력 좀 부려봐야지. 때마침 스미스 상단이 호른으로 상행을 간다고 하는데, 흐흐… 아곤에겐 미안하지만 그리 즐거운 상행은 아니게 될 거다.

­똑똑똑

“영주님, 세라입니다.”

“음, 들어오게.”

­벌컥

“예정대로 오늘의 신부인 알체 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좋아, 안내하게.”

그럼 그때까지 새 신부나 따먹으면서 로지나가 찾아오는 걸 기다려 볼까. 요새 소문이 어떻게 났는지 결혼하는 부부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덕분에 내 좆이 쉴 틈이 없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알체 님은 굉장한 추녀입니다.”

“…으음, 그, 그래? 흐음… 그래도 식사는 함께 해야지.”

“그리고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계십니다. 오크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크흠. 그 정도인가? 그래도 얼굴 정도는 봐야 예의 아니겠는가.”

“섹스를 하게 되면 분명 그분의 살에 파묻히실 겁니다.”

“………진짜?”

“정말입니다.”

아니 그건 좀 에바인데… 미남미녀가 넘쳐나는 판타지 세계관 덕분에 부담없이 새 신부들을 따먹었었는데, 그 정도로 심각한 여자라면… 좆이 서기는 할까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네토리 각이 떴다고 해도 오크녀는 무리라고.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초야권을 부활시킨 상황에서 예외를 만드는 것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얼굴 보고 사람 가린다고 소리 들으면 괜히 귀찮아진다고. 안그래도 교회에서 초야권 가지고 싸우고 있다고 들었단 말야.

“제게 묘안이 있습니다.”

“흐음… 그래? 어디 한 번 말해보시게. 왕국 감찰관의 뛰어난 혜안을 내가 한 번 들어보겠네.”

“어차피 평민들이 영주님의 얼굴을 볼 기회는 거의 없습니다.”

“호오, 그 말은?”

“그러니 대타를 보내셔도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마침 기사단장의 취향이 그 쪽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랬어? 어쩐지 그 양반 아들 딸들이 다… 으흠, 근데 이래도 되는 건가? 강제로 짬처리 시키는 거잖아. 애도 있는 유부남 보고 다른 여자랑 자라고 명령하는 셈인데…

“이미 기사단장과 얘기를 끝내놨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크, 크하하! 역시 자네다워. 정말 믿을 수 있는 인재일세!”

“그리고 사용인들과도 미리 말을 다 맞춰놨습니다. 오늘 하루는 기사단장이 영주님 대리를 맡을 겁니다.”

“고맙군. 그럼 난 간만에 하녀들이랑… 음?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정말 여성에 대한 예의가 없으시군요. 척 보면 모릅니까? 아니면 굳이 저 스스로가, 빨리 제 보지 안에 자지를 넣어주세요, 라는 말을 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아니, 너 그거 섹스 중독이야, 중독… 세라는 문을 잠근 후 내가 보는 앞에서 치마를 벗더니 팬티까지 내리고는, 내가 업무를 보는 책상 위에 몸을 올렸다. 뒤에서 박기 좋게 말이다.

그래… 뭐 얼굴도 별로인 뚱녀랑 할 바에야 속궁합도 좋은 세라랑 하는 게 낫지. 귀엽기도 하고. 나는 뚱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세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녀의 뒤로 걸어갔다.

“어차피 오늘 일정은 초야권 행사가 전부 아니였습니까. 그러니 일정이 취소된 이상 할 일도 없으실 테니 그동안 열심히 일한 저에게 포상이나 주십시오. 저도 이걸로 만족해 드리겠습니다.”

나 참, 이걸로 만족은 무슨. 하고 싶어서 벌써부터 축축해진 보지를 스스로 벌리고 있으면서 뭔 담담한 척이야. 정말이지… 처음 봤을 땐 무뚝뚝한 모습에 정이 잘 안 갔었는데 실체를 알고나니 이렇게 귀여운 모습들이 보여서… 정말 사랑스러웠다.

“어제도 그렇게 즐겨놓고선 부족한 건가?”

“어제 밥 먹었다고 오늘 굶는 사람이 있습니까?”

“자네도 정말 어지간하군.”

섹스 중독 맞네. 에휴. 그래도 세라랑 하는 건 언제나 옳으니까, 오늘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오늘은 포커 페이스가 얼마나 빨리 깨지려나. 빨리 헤으응 거리는 거 듣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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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겠네.]

아아, 영주님… 그 마음 아직 변치 않으신 거죠? 저는 아곤이 집에 없는 틈을 타, 이제는 소중한 곳에 보관 중인 영주님의 편지를 몰래 꺼내 읽고는, 가슴 속에 차오르는 따뜻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영주님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던 것입니다.

“영주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콰앙!

“로지나아!”

그런데 축제의 마지막 날이라고 친구들과 술집에 가 있던 아곤이 급작스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술에 취했는지 평소보다 과격해진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허둥지둥 영주님의 편지를 숨겨야 했습니다.

­벌컥!

“로지나! 너! 너는… 아니지?!”

“무, 무슨 말씀이세요…”

“너는 그 영주 새끼한테 반한 거 아니지?!”

다행히 들키지 않고 편지를 숨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저를 추궁하는 아곤의 말에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영주님한테 반한 걸… 아곤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혹시… 제가 숨겨두었던 편지를 읽었던 건가요?

“요한한테 다 들었어. 그 바보 같은 크리스틴이 영주한테 흠뻑 빠져있다고. 너도 그런 거 아냐? 영주가 그렇게 다정했다며! 영주가 그렇게 섹스를 잘했다며! 너도 그 창년처럼 그 새끼 자지에 빠져버린 거 아니야?!”

“꺄아아앗! 아곤! 이러지 마요! 정신 차려요… 그런 거 전혀 아니니까, 이러지 마요…!”

아아, 요한의 이야기를 들었던 거군요… 그래서 저를 의심하게 된 건가요? 저도 크리스틴처럼 당신 대신 영주님을 사랑하게 되었다고요? …합리적인 아곤의 의심에 저는 쉽게 부정하지 못했고, 그 틈에 아곤은 저를 침대에 눕힌 다음 강제로 제 옷을 벗기려 했습니다. 무서워… 영주님, 구해주세요… 그 탓에 저는 아곤과의 첫날밤이 떠올라 두려움에 벌벌 떨었습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영주를 만나기 전까진 처녀였던 네가, 섹스를 그렇게 잘 아는게 말이 되는 거야? 그 새끼한테 빠져서 몸을 왕창 대줬으니까 자연스레 배운 거 아니냐고!”

“억지 부리지 마요, 당신!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역시… 그걸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건가요. 아무 말 안하길래 모르는 척 넘어갔었는데,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겠죠… 처녀여야 했을 제가 성행위를 리드하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당신을 사랑하는 건 진심이었는데… 그래서 저 역시 배려를 해준 거였는데 적반하장으로 이렇게 나오다니요… 그리고, 어떻게 감히 영주님께 욕을 할 수 있나요. 저희가 빚을 다 갚은 건 오로지 영주님의 덕이란 걸 잊은 건가요? 당신은 대체…

무서웠지만, 두려웠지만, 저 역시 화가 머리 끝까지 났었기에 저는 처음으로 아곤에게 반항을 했습니다. 갈수록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는 아곤에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젠장! 내가 귀가 없는 줄 알아?! 며칠 전 술자리에서 너도 그 새끼 칭찬을 했었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

“제가 언제 그랬어요! 분위기 상 마지못해 동의만 한 거지, 제가 제 입으로 영주님을 칭찬한 적은 없었어요! 제대로 들은 거 맞나요? 제대로 들은 것도 아니면서 대체 제게 왜 이러는 거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그러는 거냐고요!”

“영주님? 하, 영주님이라고? 이것 봐! 완전 빠진 거 맞잖아!”

아아… 눈물을 꾹 참으며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이성을 잃은 아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논리가 부정당하자 괜한 호칭을 가지고 트집을 부리는 아곤의 모습은 정말 유치하고 어리석었습니다. 그러면 프레하의 주인이자 귀족인 영주님을 영주님이라고 부르지 그게 아니면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예의도 없고 억지만 부리는 아곤의 모습에 결국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의 말에 휩쓸려 제게 행패를 부리는 이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제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던 것입니다.

“그럼 증명해봐! 너가 진짜로 그 새끼 말고 나를 사랑한다면, 이걸 빨아 봐! 창녀처럼 추잡하게 내 자지를 빨아봐라고! 그러면 인정해줄게.”

“미, 미쳤어요? 아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왜? 못하겠어? 크리스틴, 그 년은 좋다고 영주 자지까지 빨았었다는데, 너도 그랬던 거 아냐? 왜 나한테는 못하겠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니까?”

­짜악!

“미쳤어요?!”

“…뭐?”

“당신을 위해 몸을 판 저보고 창녀라고 부르시다니… 제정신인가요? 아곤…! 제가 저 좋자고 영주님께 간 게 아니잖아요. 당신을! 당신의 상단을! 위해서 제 처음을 바친 거잖아요. 돈이 필요해서요. 당신이 만든 빚을 갚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당신이 어떻게 그런 저를 모욕할 수 있어요? 당신이 어떻게 저보고 창녀라고 부를 수 있냐고요!!”

정말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저는… 정말로 당신을 사랑했었는데, 그래서 당신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던 건데… 당신께 저는 영주님께 안긴 그 순간부터 이미 더럽혀진 창녀에 불과했던 건가요?

영주님께 마음이 기울었지만 그렇다고 아곤에 대한 마음이 다 사라진 건 아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눈앞의 남자에 대한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그의 모든 것들이 역겨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아아, 내가 무슨 말을…”

“저리 가세요… 가라고요! 제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요!”

“잠깐, 로지나. 내가 취해서 제정신이…”

“꺼지라고요! 당신 얼굴 따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아곤은 이제야 술에서 깼는지 자신이 부린 행패를 뒤늦게 깨달은 듯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저는 끝까지 미안해하는 아곤을 방에서 내쫓은 다음 방문을 잠그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은 가히 제 인생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인 점도 있었습니다. 오늘의 일로 제가 상행을 따라가지 않는다고 말해도, 아곤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할 겁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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