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69화 (168/428)

〈 169화 〉 초야권을 행사하는 영주님(10)

* * *

영주에게 끌려간 로지나가 걱정이 되었던 아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악덕한 걸로 유명한 영주가 로지나에게 했을 짓을 상상하면 도저히 버틸 수 없었던 것이다.

왜 하필 자신들에게 이런 시련을 준 거냐며 여신을 원망한 아곤은 그렇게 밤새도록 그녀 생각에 힘들어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로지나의 얼굴에서 차마 숨기지 못한 슬픔과 자괴감을 발견하고는 그 모습에 더욱 더 괴로워했다.

‘로지나… 잘못한 건 나인데, 왜 너가 아파하는 거야… 죄책감을 가져야하는 건 나란 말이야. 그러니 원망해야 할 사람도, 너 자신이 아니라 나란 말이야…’

자신 때문에 영주에게 몸을 바친 로지나가,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에게 미안해 하는 걸 보고, 아곤은 스스로에게 역겨움을 느꼈다. 남자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너무나도 무능력한 자신이 한심했던 것이다.

‘로지나… 더는 슬퍼하지 않게 만들어 줄게… 앞으로는 항상, 미소만 짓게 만들어 줄게…’

그래서 아곤은 주먹을 불끈 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남은 인생 동안 자신보다 로지나를 더 소중히 여기겠다고 말이다. 그게 자신에겐 과분한 여자인 로지나를 위해 아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였다.

그런데… 그런 아곤의 결심은,

“미안, 로지나! 더는 못 참겠어!”

그가 로지나의 벗은 몸을 본 순간, 깨져버리고 말았다. 처음으로 여자의, 그리고 아내의 알몸을 본 아곤은, 평생 동안 아껴주겠다는 작심 따윈 잊어버리고선, 한 마리의 짐승이 되어 그녀에게 달려들고 말았다.

***

로지나의 나신은 그가 본 어떤 예술 작품보다도 아름다웠고 고귀했다.

눈부시게 새하얀 속살은 그녀의 순수함을 빛내 주었고, 붉어진 그녀의 얼굴은 그 순수함에 야릇한 색깔을 섞어 주었다. 그리고 커다란 그녀의 가슴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모성애를 그리워하게 만들어 주었고, 가릴 듯 가리지 못한 그녀의 성기는 그로 하여금 참을 수 없는 성욕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곤은 눈앞의 저 여자가 자신의 아내라는 것과 그 아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에 정말로 기뻐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행운의 사내였다.

“아아…”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곤은 자신만의 하얀 도화지에 검은 물감 하나가 칠해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로지나의 순결은 이미 영주가 가져갔던 것이다. 원래라면 자신이 얻었어야 했을, 그녀의 처음을 말이다.

“아아아…!”

기쁨은 곧 분노가 되었고, 애정은 곧 질투가 되었다. 아곤은 얼굴도 모르는 영주를 증오했고, 그 저열한 인간에게 더럽혀진 자신의 작품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얼룩진 그녀의 순수함을 자신의 색으로 덧칠하기 위해 이제 막 나체가 된 로지나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발기한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성기 안에 집어넣었다.

“아아악! 잠시, 흑… 아악! 아파요… 아곤, 기다려요!”

애무 하나 없이 갑작스레 시작된 정사에 로지나가 아파했지만, 욕정과 질투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아곤은 그녀의 비명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에 호응하듯 더 세게, 더 강하게,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몸 안으로 집어 넣으며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싫어… 아곤, 제발… 아악! 아프다구요… 흐윽, 흐… 아아! 제발!”

갈수록 로지나의 저항이 거세어졌지만 아곤은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로지나가 비명을 지르든 말든 발정난 수캐마냥 허리를 흔들어 댔다. 마치 로지나에게 보지의 주인이 영주가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아아… 아곤, 흐으윽… 대체 왜…”

하지만 로지나에겐 다행이게도, 아곤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그만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바로 조금 전까지 동정이었던 그가 버티기에는 로지나와의 섹스가 주는 자극이 너무 커다랬던 것이다.

“아… 그… 로지나…?”

그런데 자극이 너무 커서였을까? 사정 뒤에 찾아온 허무함 역시 커다랬던 아곤은, 뒤늦게나마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 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에게 깔린 로지나의 얼굴이 눈물범벅이었던 것이다.

“괘, 괜찮아…? ……미안해.”

그제서야 여자의 비명이 기분 좋음을 숨기기 위한 내숭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아곤은, 자신에게 헛된 지식만 알려주었던 친구들을 속으로 비난하며 로지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오늘 했던 다짐과는 반대로 로지나를 울려버린 자신을 반성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곤은… 앞으로도 계속 로지나의 보지가 주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로지나 몰래 즐거워했다.

====

====

너무… 무서웠습니다. 강간을 당한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싫다고 소리를 질러도 무시당하고 강압적으로 몸을 내줘야 하는 상황은 정말로… 끔찍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대가 아곤이라니요… 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에 그만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행위를 하는 내내 저에 대한 배려 따윈 없었습니다. 저와 처음 만난 영주님 조차 정을 나눌 때는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셨었는데, 사랑하는 아곤은 저를 신경써주는 대신 오직 자기자신만 쾌락을 생각했습니다.

거기다가 아곤과의 섹스는 영주님과의 정사와는 다르게… 아프기만 했습니다. 성감대도 아닌 곳을 무식하게 찔러대는 아곤의 움직임에 고통만 느낀 것입니다. 영주님의 자지로 질내가 가득할 때는 정말 행복했었는데… 질내에서 꾸물대는 아곤의 자지는 불쾌하기만 했습니다.

“미. 미안해 로지나...”

“아곤… 우선, 빼주시겠어요…?.”

“으응…”

하지만… 미안해하는 아곤의 얼굴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었습니다. 자기도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 지 아는 눈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한 번만, 그를 용서해주기로 했습니다.

어쨌거나 아곤은… 여자 경험이 많은 영주님과는 다르게 제가 처음이잖아요?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한 게 분명하니, 제가 이해를 해줘야 했습니다. 그게 부부라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사정을 끝내고도 여전히 발기를 한, 영주님보다는 확실히 작아보이는, 아곤의 자지를 확인한 후 최대한 다정하게 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번에는 저와 호흡을 맞춰,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고요. 이대로 오늘의 성행위를 끝냈다간 아곤과의 사이가 나빠질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으응… 그렇게요…. 맞아요.”

“천천히… 으응, 맞아요. 거기에요…”

다행히 아곤은 제게 미안했는지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제 리드에 맞춰 천천히 허리를 흔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한 명의 여자로서 마음껏 어리광을 부릴 수 있었던 영주님과는 다르게, 아곤에겐 또 다시 엄마처럼 하나하나씩 알려주며 챙겨줘야 했던 것입니다.

그때처럼 듬직한 근육에 몸을 맡기고 짜릿한 절정을 맛보고 싶었는데… 앞으로 평생 동안 그때의 쾌감을 느끼지 못 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읏, 로지나!”

이런… 결국 우려했던 대로, 저는 단 한 순간도 쾌감을 느껴보지 못하고 섹스를 마쳐야했습니다. 고작 두 번의 사정을 끝으로 아곤이 잠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자기만 만족하고 끝내다니, 이래서야 저는 완전 아곤의 성 처리 도구 아닌가요… 기분이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그리고 질내에서 느껴지는 아곤의 정액 역시 정말로 역겨웠습니다.

“하아… 아앗…”

그래서 저는 아곤이 잠든 걸 확인 한 후 아곤 몰래 손가락을 넣어 그 역한 정액을 긁어냈습니다. 어차피 안전일이라 임신은 안 하겠지만 이 상태로 잠에 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영주님의 정액이 안에 들어있을 땐…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하아… 영주님… 아앙…”

영주님은… 자지를 넣기 전에도 넣은 후에도 항상 저를 배려해주시며 제가 기분 좋은 추억만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주셨는데…

영주님은… 계속 제가 기분 좋은 지를 확인해주며 조금이라도 더 제가 느낄 수 있도록 저를 신경써 주셨는데…

영주님은… 섹스가 끝나고도 제 손을 잡아주며 저와 하나가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제게 속삭여 주셨는데…

아곤은 제게 무엇 하나 해 주지 않았습니다.

“영주님… 으응, 하… 아아앙…”

잊기는커녕 그분과의 시간을 더욱 그리워하게 된 저는 잠들어버린 아곤 옆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자위란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보고싶어요…”

­­­­­­

로지나 낙서입니다. 앞으로 에피소드마다 취미삼아 그려볼까 합니다.

* *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