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초야권을 행사하는 영주님(5)
* * *
멈춰야 하는데… 떨어져야 하는데… 영주님께 달라붙은 저는 그만둬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항을 멈추고 영주님의 혀를 받아들였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키스의 황홀한 쾌락이 너무나도 중독적이었던 것입니다.
“하아… 영주니임, 하아… 츄릇, 츄으읍… 하아… 그마안, 하아앙…”
입으로는 그만둬 달라고 애원하면서도 마치 먹이를 바라는 아기새처럼, 저는 제 입 안으로 들어온 영주님의 혀를 쪽쪽 빨아대며 그분의 타액을 탐했습니다.
“꿀꺽, 푸흐… 하아, 하아앙… 영주님, 그만… 으응, 하아… 아앙!”
얇은 슬립 드레스의 어깨끈은 이미 한참 전에 벗겨져 제 젖가슴이 다 드러난 상태였지만, 키스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젖꼭지가 영주님께 비벼지는 게 무척 부끄러웠지만, 저는 계속해서 영주님의 타액을 빨아들였습니다.
“하아아… 영주님, 츄으읍, 하아… 키스으, 하아… 쮸으읍…”
“하으으… 꿀꺽, 하아…”
저 스스로가 생각해도 정말 추잡하고 상스러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쾌락으로 도피하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이 주는 괴롭고도 비참한 감정으로 무너져 내릴 것 같았기에,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크하하! 그렇게 나와 하는 키스가 좋았던 건가?”
“…아앗! 아니, 아니에요. 이건…”
그런데 영주님은 그것 역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당신께 매달린 것을 알면서도… 또 그 이상한 웃음소리로 저를 비웃으시고는, 다시 이 씁쓸한 현실로 저를 데려오셨습니다.
“나 역시 그렇네. 많은 여자와 키스를 해 보았지만, 그대 만큼 만족스러운 여자는 처음일세. 평생 그대와만 하고 싶을 정도야.”
“하읏… 아, 아아… 영주님…”
아니, 제 착각이었습니다. 비웃는 게 아니었습니다….
영주님은 당신 품에 있는 저를 와락 안으시더니 저와 볼을 맞대며 제게 나지막이 속삭이셨습니다. 그 탓에 제 심장은 두근두근 거리며 크게 날뛰었고 저는 다시 몽롱한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 들어가지.”
“……네에.”
제 앞에서 여자 경험을 자랑을 하신 건 정말 짜증났지만, 어쩌면 영주님께서 진심으로 저를 애정하시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그게 어째선지 정말 좋아서… 저는 침대에 도착할 때까지 스스로 영주님께 안겨서라도 붉어진 얼굴을 숨겨야만 했습니다.
***
“하아… 으응, 응… 하아… 부끄러워요… 하앙…”
“이제와서 부끄러울 게 있나?”
“그치만, 하아… 만져지는 건… 처음이라, 하앙! 하아… 시러어…”
곧바로 성행위를 시작할 줄 알았는데… 영주님이 침대 위에 걸터앉으시더니, 무릎 위에 저를 올리고는 제 몸을 만지기 시작하셨습니다. 침대로 오는 동안 드레스가 다 벗겨져 반나체가 된 제 몸을 말입니다…
“처음? 그대는 남편이 있지 않은가.”
“하아, 아… 이런 일은… 결혼하면 하기로… 흣, 하아앙!”
“크하하! 그렇구만! 그렇다면 이거 부드럽게 해줘야겠어.”
남에게 몸이 만져지는 건 처음이라 굉장히 떨렸지만… 저를 배려해주신 영주님 덕분에 조금은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크고 듬직한 손으로 천천히 저를 주무르시는 영주님의 손길이 정말 상냥해서… 그리고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서… 안심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앙… 이거, 흣, 하아… 가슴이, 하아…”
“기분 좋은가?”
“네에… 하아, 좋아요. ……아앗! 자, 잠시만요… 하으읏! 성기는, 하아… 그만!”
하지만 성기가 만져지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보지 말인가?”
“네에… 보지는… 하아앙! 그만…! 그만 해 주세요… 아아아…!”
커다랗고 굵은 영주님의 손가락이 제 보지… 를 건드리자 단번에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쾌락에 물들어서야 겨우 잊을 수 있었던, 이 남자에게 순결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만 것입니다.
“싫어… 아아! 제발… 영주님… 흑, 그마안!”
분명 각오를 했었는데… 제가 선택한 일이니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결심까지 했었는데… 막상 여기까지 오니 무서워졌습니다. 역시 제 몸만이 목적이었던 것 같아 두려워졌습니다. 그렇게 나약한 인간인 저는 다가올 공포에 겁을 먹고 벌벌 떨고 말았습니다.
“그마아… 으음?! 아아… 영주님…”
하지만 영주님은… 화를 내시는 대신 저를 안아주신 후, 제 볼을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달래주면서 두려움에 떨던 제 가슴을 진정시켜주셨습니다.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뭘 그리 무서워하는가. 내가 오늘 그대에게 겁먹을 짓이라도 저질렀는가? 그렇다면 나를 무서워해도 좋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부디 나를 무서워하지는 말게.”
“……”
“내가 그대에게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네. 하지만 그렇다고 그대를 슬프게 만들고 싶지는 않네. 자네 같은 미인이 우는 건 보고싶지 않거든. 이건 거짓이 아니야.”
“아아…”
“나도 내 말이 궤변이란 건 알지만… 하, 젠장.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군. 자네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어. 그러니 책임을 지게.”
이게 제 처녀를 가져갈 사람이 할 말인지… 솔직히 이해가 되진 않았습니다. 오늘 식을 올린 신부를 데려온 건 영주님인데, 저보고 책임을 지라니요…
“영주님…”
하지만 웃기게도… 저는 그런 영주님이 밉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영주님은 항상 제게 진심이었다는 걸, 이제는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스은 사람… 유부녀에게 이런 우습지도 않은 고백을 하다니… 여자의 마음도 모르는 어수룩한 영주님이 귀여워 보였습니다.
“죄송해요…”
영주님… 생각해보면 당신은 당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저를 가지고 놀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는 않았죠. 값비싼 드레스를 선물하지 않고도, 맛있은 음식을 대접하지 않고도,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시켜주지 않고도, 만나자마자 저를 범하고 또 범할 수 있었는데도… 저를 한 명의 여자로 대해주셨죠.
덕분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여전히 초야권을 부활시킨 건 용서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을게요.
그러나 당신에게 마음을 줄 순 없어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이는 아직도 잠을 못 자고 저를 걱정하고 있을 거에요. 그러니 저는 그이를 생각해서라도 당신의 여자가 될 순 없어요.
하지만… 이것 하난 약속해드릴 수 있어요. 당신의 말대로 더는 당신을 무서워하지는 않을게요.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이 제게 상냥하게 대해줄 걸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고마워요…”
쪼옥
마음 속으로 영주님께 장문의 편지를 보낸 저는 한층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영주님과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자 영주님이 기뻐하시더니 입을 벌려 다시 한 번 저에게 키스를 해주셨습니다.
“하아, 츄으으… 흣, 츄웁, 하아… 영주님… 으응, 하아…”
그리고는 다시 또 손을 내려 재차 제 보지를 만지기 시작하셨습니다.
“하아앙! 하, 하앙! 으응… 영주니임… 츄으읍, 보지, 하아… 으으응!”
그러나 이번에는 무섭지 않았습니다. 영주님의 마음을 확인해서인지, 아니면 영주님과 키스를 하고 있어서인지, 영주님께 보지가 만져지는 건 제가 듣기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야릇한 소리가 제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크하하! 웃으니 훨씬 더 아름답군.”
“영주님… 하아, 앙… 영주님은 웃을 땐 별로에요… 하앙!”
“호오? 그럼 웃지 않을 땐 괜찮다는 소리군.”
“으응! 하, 아앙! 그건… 하아… 맞아요……”
찌걱찌걱
찌꺽찌꺽
“하아아앙! 츄으읍, 츄, 하아! 으응! 하아… 꿀꺽…”
그리고 영주님의 손가락이 제 보지 안으로 들어오는 건… 그 이상이었습니다. 도저히 버티지 못한 제가 결국 영주님에게 등을 기대야할 정도로 말입니다.
“으응! 이거, 하아! 너무 좋아요… 하아앙! 아앙!”
질척이는 제 보지 소리와 헐떡이는 저의 신음 소리 그리고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걸 들으며 저는 결국 영주님의 손으로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영주님이 저를 침대에 눕히시며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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