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60화 (159/428)

〈 160화 〉 초야권을 행사하는 영주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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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탁

­보글보글보글

­지글지글지글

“오우…”

이게 염동력인가…? 대박이네 진짜. 세실리아 덕분에 얻은 염동력을 사용해서 해장국을 끓여봤는데, 손이 몇 개는 더 생긴 느낌이라 훨씬 더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었다.

무를 썰면서 양념장을 만들고 동시에 콩나물까지 다듬는데, 요리 스킬 덕분에 멀티태스킹까지 완벽하게 되어서 깔끔하게 해장국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거, 헌터 때려치고 식당을 차려도 되겠는데? 염동력으로 요리하는 헌터 요리사로 광고하면 꽤나 어그로를 끌 수 있을 거 같았다.

뭐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크… 이거지.”

마지막으로 간을 본 나는 식탁 위에 상을 차리고 현아를 깨우러 갔다. 암시에 걸려서이긴 하지만 어쨌든 술에 취해서 잠든 상태이니 현아에게 해장국을 대접할 생각이었다.

“흐음, 오빠… 헤헤… 저도 사랑해요…”

그런데 몇 번을 깨워도 현아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아야,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잠을 자. 일어나서 밥 먹어.”

“헤으으… 오빠, 변태… 뭘 먹으라는 거에요오…”

“해장국 끓여놨으니까 일어나래도?”

“오빠니까… 먹어주는 거에요오… 하으음… 맛있어…”

이런 이상한 잠꼬대나 하면서 말이다.

내가 끓인 건 해장국인데 왜 변태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야… 괘씸해서 머리를 한 대 콩 때려주고는 식탁으로 돌아왔다. 억지로 깨워서 밥을 먹일 순 있었지만, 나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꿀잠을 자게 놔두는 것도 좋아보였다.

***

간단하게 요기만 해결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상태창을 열어봤더니 스탯 제약이 이미 풀린 상태였다. 캬, 이게 내 스탯이라고? 단번에 웬만한 B등급 헌터 보다 강해진 스탯을 보니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휘파람을 부르면서 ‘히로인 네토리’로 장르 선택까지 확인해보니 무협 제한 역시 풀려있었다. 크, 드디어구나. 이제 다시 위지혜를 만나러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두근 거리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지금 가진 포인트를 확인했다.

“13만 5570 포인트라…”

강제로 쫓겨났던 위지혜의 세계로 돌아가려면 20만 포인트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대략 6만 5천 포인트 정도를 벌어야했다.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어렵지도 않아 보였다. 도전 과제만 달성하면 금방이었다.

이거… 생각 보다 빨리 위지혜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나는 어떤 도전 과제를 고를 지 고민을 하다가 한 번에 대박을 노려보기로 결정했다. 바로 100만 포인트짜리, ‘히로인이 누군지 모르고 미션 달성’을 선택한 것이다.

보상이 큰 만큼 딱 봐도 어려워보이는 과제였지만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 도전 과제에는 함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냥 객기를 부리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가 나는 내가 가진 포인트를 이번에 모두 투자할 생각이었다. 성공만 하면 100만 포인트를 벌 수 있는데 고작해야 13만 5570밖에 안 되는 포인트를 아낄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신중히 판단하여 중세 경제 판타지 장르와 악덕 영주 캐릭터를 선택했다. 각각이 2000 포인트와 13만 포인트 짜리로 상당한 지출이었지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대박을 노리고 ‘히로인 네토리’를 시작했다.

[‘히로인 네토리’ 능력을 사용합니다.]

[‘히로인이 누군지 모르고 미션 달성’ 과제를 도전 중입니다.]

[장르는 ‘중세 경제 판타지’입니다.]

[당신은 ‘악덕 영주’입니다.]

[미션: 히로인을 네토리 하세요.]

[팁: 메인 히로인은 주인공과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도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A등급 이상의 성과가 필요합니다.)]

***

이번에 내가 빙의한 캐릭터는 도시 프레하의 영주, 핸드릭 반 드리히로 꽤나 성격이 더러운 놈이었는데, 뭐만 하면 부하들의 뚝배기를 깨는 게 애꾸눈 궁예를 보는 거 같았다. 정말 ‘악덕’한 놈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하들이 이 놈에게 반항하지는 못 했는데, 흉악하게 생긴 것과 달리 핏줄이 고귀했고 무력 또한 프레하의 기사단장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에 도저히 이 놈에게 거스를 수가 없어서였다.

“크하하! 오늘부터 이름만 있던 초야권을 부활시킨다! 앞으로 결혼을 앞둔 이 도시의 모든 처녀들이 결혼식을 올린 날 나를 찾아오도록 만들어라!”

­술렁술렁

­술렁술렁

“”“부,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래된 악습이었던 초야권을 부활시킨다고 선언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솔직히 조금은 걱정이 되었었는데 워낙 강력한 통치를 펼치고 있어서였는지 그 누구도 저항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다행히도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아니, 당연히 이번에도 주인공 이름이 시우일 줄 알았거든? 그래서 ‘악덕 영주’라는 걸 살려서, 시우에게 사기를 치고 빚을 만들어서, 빚 대신 히로인을 따먹을 계획을 세웠었다고. 100만 포인트 개꿀이네 하면서 말야.

“영주님! 모든 영지민들의 이름을 확인해봤지만 ‘시우’라는 이름을 가진 영지민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름에 ‘시우’가 들어가는 영지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설마 주인공 이름이 시우가 아니었을 줄이야… ‘히로인 네토리’를 너무 쉽게 봤었다.

그래서 이제 어떡하나 고민을 하다가 팁을 보고 초야권을 떠올렸는데, 무사히 통과가 되었다. 이 세계에서 초야권은 핸드릭도 거를 정도로 악습이었는데도 말이다. 정말 포인트 값 하는 캐릭터라 다행이었다.

“영주님! 출정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크하하하! 좋아! 그럼 내가 앞장서지. 북부 숲의 몬스터들은 오늘 프레하에서 모두 다 자취를 감추고 말 거야! 크하하하하!”

참고로 포인트 값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는데, 영주라는 지위에 걸맞게 핸드릭은 이렇게 병력을 이끌고 몬스터를 토벌하러 나설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단번에 상승한 스탯에 적응하고 새로 생긴 스킬인 염동력을 수련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정말이지… 여러모로 완벽한 캐릭터였다.

“크하하하!”

이렇게 웃는 것만 빼고 말이다.

고티어 캐릭터들은 원래 이런 건지 계속 몇몇 특성들이 강제되었는데, 그 탓에 뭐만 하면 크하하하 웃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진짜 완벽한 악역의 웃음이라 내 목소리인데도 솔직히 듣기가 싫었다. 행동이 강제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말이다.

이것만 아니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컸다.

“크하하하!”

아오, 진짜 거슬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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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퍼진 소문을 직접 확인하고자 벽보를 보러 간 로지나는 그 끔찍한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초야권이라니… 어떡해요, 아곤…’

다음 주에 결혼을 앞두고 있던 로지나에게 초야권은 너무나도 큰 재앙이었다. 어떻게 지켜온 순결인데… 이대로 폭군에게 바칠 수는 없었다. 부모님을, 여신님을, 그리고 아곤을 생각해서라도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어머머? 그래도 영주가 양심은 있네요. 보상으로 100루윈이나 준다는데요? 거의 삼 년 치 생활비잖아요.”

“아쉽네~ 내가 처녀였으면 바로 영주님께 달려갔을 텐데 말야.”

“어머! 언니는! 브룩 씨는 어떡하구요!”

“제대로 세우지도 못하는 그 양반 얘기는 왜 꺼내? 그리고 그 인간은 오히려 좋다고 갔다 오라고 했을 걸? 흥!”

“호호호, 그건 그래요. 저희 바깥양반도 그랬을 거에요. 100루윈이면 열 번은 더 자고 와도 된다고 하면서요.”

초야권의 보상으로 무려 100루윈이나 받을 순 있다곤 하지만 그 이유로 몸을 바쳐서야 창녀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로지나는 결혼이라는 일생에서 가장 성스러운 순간을 망치려 드는 영주가 정말 원망스러웠다.

‘아곤… 결혼은… 포기할까요? 꼭 지금 당장 식을 올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로지나는 그 악독한 놈에게 몸을 바칠 바에야 결혼을 미루는 게 낫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곤을 정말 사랑했고 그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여신님께 약속했던 순결을 버리면서까지 하고 싶을 정도로 결혼이 급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곤! 저, 아곤에게 할 말이…”

그래서 로지나는 아곤을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랑하는 그라면 자신을 이해해 줄 거라는 희망찬 생각을 품은 로지나는 그를 찾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로지나! 망했어… 망했다고! 이번 상단 일이 완전히 망해버리고 말았어! 북쪽 숲이 뚫리면서 계획이 모두 망가져버렸다고…”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아곤의 비명 같은 외침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맑고 투명한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아곤의 얼굴은 벽보를 바라보던 자신 보다 더한 절망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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