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57화 (156/428)

〈 157화 〉 로맨스 판타지(42)

* * *

약해보인다라… 이거 생각지도 못했던 맹점을 알게되었다. 왕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포스가 없어서야 되나. 그것도 기존에 있던 후계자를 제치고 반역을 하려는 사람이 말이다.

강력한 두 세력과 든든한 하나의 무력이 내 등 뒤를 받쳐 준다고 해도, 내가 사람들에게 얕보이게 되면 반역의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지게 된다.

게이인 왕자를 비난함과 동시에 공주를 내 여자로 만들어서 강력한 남성성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을 생각이었는데, 허약한 모습으로 호가호위하는 꼴만 보여준다면 비난만 받을 게 분명했다.

따라서… 약해보이는 모습 말고, 군주에 걸맞은 포스를 보여줘야 한다.

폭군과 같은 강력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담길 수 있도록 위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지 남들 눈치 안 보고 모두의 앞에서 세실리아와의 사랑을 공표할 수 있을 거 아닌가. 사실 그게 왕이 되려는 진짜 목적이니까.

그러므로… 나는 강해져야 한다.

당당하게 왕이 되기 위해서도, 그리고 지금처럼 암컷 선언까지 한 여자에게 ‘너 나보다 약하잖아(웃음)’과 같은 망언을 듣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저기… 아실? 화난 건 아니죠? 왜 갑자기 인상을 쓰세요…”

“화 안 났습니다.”

“화난 거 같은데요? 표정 풀어요 아실…”

“화 안 났다니까요.”

아니, 여기 로판이잖아. 근데 왜 이렇게 다 강한 애들밖에 없어? 좀 네임드다 싶으면 다 관측이 안 통하더라. 오히려 로판이라서 파워 밸런스가 엉망인 건가? 어떻게 이렇게 단련 하나 안 한 몸으로 나보다 더 강할 수가 있냐고…

나 이래 봬도 C등급 헌터인데… 어디 가서 약하다는 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닌데… 후우… 튜토리얼만 하던 세계관에선 완전 날라다니던 나였는데, 여기선 그저 쭈구리 신세다.

“괜찮아요 아실! 꼭 강해질 필요는 없어요! 여러 아티팩트로 치장한다면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드러낼 수 있을 거에요!”

“리제님… 위로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금방 강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안 된다. 지금 이렇게 약골 취급을 받는 것도 다 능력치가 제약된 상황이라서 그런 거거든. 이것만 풀어도 B등급 헌터 수준은 되는 셈이니, 지금 약하다는 게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거기다가 무협 세계로 넘어간다면 단전도 키울 수 있잖아? 단번에 몇 단계는 더 강해지는 거라고. 그러니 지금 조급함을 느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 그렇게 현실도피를 하진 말아요! 저보다 약하다 하더라도 아실은 언제나 제 주인님이에요. 그러니 현실을 받아들여요!”

“아니 거짓말이 아닌데…”

“걱정마세요 아실! 제가 모든 힘을 다해서 아실을 도울 거니까… 아실이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만들 거니까… 그러니 희망을 가져요!”

아니 이 암컷이 내 말을 못 믿네. 진짜 가능하다니까? 시간만 잔뜩 주면 A등급이 뭐야 S등급 헌터, 아니 그 이상까지도 강해질 수 있는데…

하, 말해서 뭐해. 직접 보여줘야지. 계속 이렇게 오해를 받기가 싫어서라도 중간에 한 번 현실로 돌아가서 힘을 길러와야겠다.

“자, 기분 풀어요 아실! 제가 자지 빨아드릴게요! 아니면 기승위로 해드릴까요?”

음… 근데 뭐 오해받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네…

***

내게 생긴 스탯 제약, 그 문제는 사실 이미 진작에 해결이 된 상태였다. 아마 지금 현실로 돌아가면 바로 사라질걸? 로판 세계로 돌아오자마자 세실리아와 이어졌으니… 시스템이 말한 제약 제거 조건은 이미 한참 전에 충족시킨 셈이었다.

따라서, 지금 바로 강해지고 싶다면 현실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면 제약이 제거되어 스탯이 올라갈 거고, 그 스탯을 바탕으로 더 강한 던전을 돌 수도 있고 무협 세계로 넘어가서 무공을 배우고 단전을 키울 수도 있다.

“비밀… 이요? 숨기고 있던 비밀을 밝히시겠다고요?”

하지만… 나는 곧바로 돌아가는 대신 세실리아를 만나는 걸 선택했다.

“응… 리아, 이때까지 숨겨서 정말 미안해…”

이대로 아무 말 없이 떠났다가 강해져서 돌아오면 세실리아는 하루 아침에 완전히 달라진 날 보게 되는 거잖아.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 그런…”

세실리아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내가 달라진 걸 알게 될텐데 의문을 안 가질까. 호감도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니었다. 시스템 말만 믿고 넘어가는 건 그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사실 나는…”

그래서 나는 세실리아에게 모든 걸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세실리아니까… 그녀에게 더는 숨기는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후훗. 드디어 밝혀 주시는군요! 아아… 그만큼 저를 사랑하신다는 뜻이겠죠? 기뻐요 아버지… 아버지께서 숨기신다면 저도 끝까지 얘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사실대로 말씀해주신다니! 한층 더 아버지를 알게 될 거라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설레어요!”

그랬는데… 뭐지 이 반응은?

마치 다 알고있었다는 듯한…

“아버지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게 되다니…”

뭐냐고 이 반응…

***

“그렇구나. 그러면 그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던 거구나? 내가 다른 사람이란걸.”

“후훗. 맞아요. 가족이잖아요? 모를 수가 없지요.”

“…으음, 그러면 내가 네 아버지를… 사라지게 만든 것도 알고 있었던 거구나?”

“괜찮아요! 어차피 제게 관심도 없는 분이셨는걸요.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저는 그 사람에게 버림 받았을 지도 몰라요. 아버지께서 저를 구원해주신 거에요… 아아, 아버지… 그러니 아버지야 말로 진짜 제 아버지에요.”

“리아…”

내가 막 ‘덕배 아실’의 몸에 빙의했을 때 생긴 위화감에 덕에 세실리아는 그때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다른 사람이 된 걸 알아차렸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밝히진 않았는데 예전의 ‘덕배 아실’이 꽤나 못나게 군 모양인지 빙의한 내가 더 마음에 들어서라고 한다.

꼭 필요한 기억만 담겨 있고 군데군데는 비어있어서 설마 못난 아버지일 줄은 몰랐는데, 그 새끼… 이렇게 귀여운 딸한테 무관심했다니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와락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에요. 후훗. 그러니 안심하세요. 제 마음은 오직 아버지에게만 있었고 앞으로도 아버지에게만 있을테니까요.”

이것 봐. 이렇게 달려들어서 안기는 딸이 뭐가 밉다고 관심도 주지 않았던 걸까? 아내가 죽어서 힘들었던 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나는 몸의 주인이었던 그 남자에게 속으로 비난을 한 후 품에 들어온 세실리아를 가득 안아주며 그녀의 애정에 호응을 해주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실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을 줄은 몰랐어요. 갑자기 한순간에 달라지셔서 놀라긴 했었는데, 그때가 원래 세계로 돌아갔다 왔을 때였군요… 신기해요.”

“무섭진 않아?”

“후훗. 전혀요. 아버지는 아버지인걸요.”

참고로 세실리아도 모든 걸 알고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건 모르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거기까진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세실리아는 사랑만 있으면 내가 어디에서 왔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기특한 말을 해주었다. 정말이지… 참 착한 효녀다.

“그리고 오히려 더 좋은 걸요. 거기서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요! 지금의 아버지도 충분히 멋있는데, 뛰어난 마력으로 가득찬 아버지라면… 저 더 반해버릴 지도 몰라요.”

그리고 말이다. 효녀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는 내 말에도 응원을 해주었다. 그녀를 위해 왕이 되려고 진지하게 행동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리아… 그렇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안심하고 다녀올 수 있겠어.”

“후훗. 제 걱정은 말고 다녀오세요.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나는 숨겨왔던 비밀들을 털어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일시정지권 사용]

[업적달성: ‘금단의 사랑 – 부녀지간(3단계)’]

[업적달성: ‘주인공 조교(3단계)’]

[업적달성: ‘조연의 호감도 100 돌파’]

[조연 ‘세실리아 아실’의 호감도가 100을 초과하여 ‘세실리아 아실’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숙련도는 초기화됩니다.) (‘세실리아 아실’과의 능력치 차이로 스킬 중 일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초 염동력 Lv.1 –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음.]

[업적달성: ‘조연의 호감도 200 돌파’]

[조연 ‘세실리아 아실’의 호감도가 200을 초과하여 ‘세실리아 아실’이 속한 세계관에 아무런 비용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관이 완결이 난 경우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업적달성: ‘조연의 호감도 300 돌파’]

[조연 ‘세실리아 아실’의 호감도가 300을 초과하여……]

[…]

­띵동띵동띵동띵동

­탕탕탕탕!

“아저씨! 문 열어주세요! 아저씨!”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탕탕탕탕탕탕!

“아저씨이! 할 얘기가 있으니까 빨리 문 열어주세요!”

으음…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눈앞을 가득 매우는 반투명 창의 공세를 받은 내가 힘겹게 알림창을 하나 둘 씩 읽어나가고 있자 누군가 과격하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아야…? 현아는 집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나? 왜 갑자기 찾아온 거지.

뭔가 큰일이라도 났나 싶었던 나는 알림창을 읽는 걸 뒤로 미뤄두고 다급히 나를 찾는 현아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쿵쿵거리는 현관문을 열어주자 현아가 빨개진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나를 다그쳤다.

“아저씨! 세실리아라는 게 대체 누구에요? 아저씨 여자 없다면서요! 똑바로 설명해요!”

으으으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얘는 세실리아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리고 왜 그걸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저씨! 설명해주세요! 빨리!”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이런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머리가 어질어질한 상황에 위가 아파왔다.

“어머? 제 이름을 알고 있다니… 신기하네요. 이 세계에서 저를 아는 건 아버지밖에 없을텐데요.”

그런데 등 뒤에서 더욱 더 이해하기 힘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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