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로맨스 판타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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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다듬는 게 진짜 치료야? 이해할 수가 없는데…”
치료를 빌미로 내가 공주의 볼을 마구 쓰다듬어주자,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녀가 망설이다가 내게 말을 걸었다. 과연 이 행위로 치료가 되는 건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으음, 그런데 어쩌지?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말랑해 보이길래 만진 거였는데… 솔직하게 말을 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말을 돌려 댔다.
“하하. 정확히는 치료라기보단 진료지요. 원래 치료에 앞서서 진료가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뭘 진료하는 건데?”
“공주님께서 과연 남자를 얼마나 싫어하는 지를 확인하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무렇지도 않나 보군요. 당연히 저항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만져대도 가만히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치, 치료라고 하길래 억지로 참고 있는 거잖아. 섣부른 착각은 하지마!”
“그렇습니까? 하지만 얼굴까지 붉게 물들이시고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게… 억지로 참고 계신다기보단 즐기시는, 아니 흥분하고 계신 거같은데요?”
그런데 생각 보다 잘 둘러댄 거같다. 안그래도 공주가 흥분했는 지 확인해야 했는데, 이렇게 먼저 밑밥을 던지고 그걸 그녀가 부정하면 앞으로의 과정이 훨씬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억지는 네가 부리는 거고! 절대 아니거든? 대체 뭘 보고 흥분했다는 거야. 정말 의사 맞아? 굉장히 무례하고 불쾌해. 최악이야 정말.”
“흠. 그렇군요.”
그래, 바로 이렇게 부정하면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절대 흥분하지 않았어. 그냥 기분만 나빴을 뿐이야. 정말이지… 이런 것도 모르면서 무슨 치료를 하겠다고… 꺄아앗! 뭐, 뭐하는 거야!”
원하던 대로 이악물고 아닌 척 하는 공주의 태도에 감사해 하며 나는 그녀의 하반신을 덮고 있던 내 외투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이미 잔뜩 젖어 있는 공주의 맑고 깨끗한 보지가 드러났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흥분하지 않았을 공주님의 보지는 왜 젖어있는 겁니까?”
“어… 어? 어어… ………꺄아아앗!”
내 자지로 몇 번이나 가버리는 미사를 바로 눈앞에서 봤을텐데 흥분을 안 했을 리가 있나. 예상대로의 보지 상태에 만족한 나는, 수치심으로 얼굴이 빨개진 공주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면서, 음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와 미사님과의 섹스를 보고 흥분하신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모를 수가 있나요. 공주님께도 이렇게 ‘여자’의 향기가 풍기기 시작했는 걸요. 제게 가버리는 미사님을 보면서 남자와의 섹스가 얼마나 기분 좋은 지를 상상하셨지요? 그리고 미사님께 자신을 투영시켜서 저와 하는 것을 상상하셨지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공주님을 쓰다듬어도 가만히 계셨던 거 아닙니까. 지금처럼 얼굴을 붉히면서 말입니다.”
“아, 아니야… 나는 그런 적 없어…”
“하지만 보지는 젖어있는 걸요. 역시 저와의 섹스를 상상하신 거 아닙니까. 아, 혹시 그게 아니라면 실금을 하신 겁니까?”
“그것도 아니야! 아닌데… 흑, 아닌데… 전부 다 아니라고…. 흐윽…”
직설적인 나의 추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진 공주는 결국 눈물을 글썽이며 그저 아니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거듭되는 정신 공격으로 인해 멘탈이 많이 망가진 모양이었다.
“하하. 공주님. 그렇게 부끄러워 하실 일이 아닙니다. 남자인 저를 보고 흥분한 건 트라우마가 치료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니 오히려 좋은 소식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흥분했다는 걸 인정하시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이 틈을 타 공주에게 내 생각을 주입시켰다. 다른 생각은 못하고 내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도록 말이다.
“맞아맞아. 리제 너, 나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봤었잖아. 너도 모르게 허리까지 흔들면서 말이야. 히히. 평소보다 훨씬 더 야해진 나를 보면서 흥분한 거지? 그리고 너도 그렇게 기분 좋은 걸 느껴보고 싶었던 거지? 난 다 알아.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
그리고 이때다 싶어 미사에게 신호를 보내 그녀의 지원까지 받았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끝을 볼 생각이었다.
“미사… 꺄앗! 잠깐… 흣, 하아앙… 만지지 마아…”
“이것 봐! 역시 유두까지 딱딱해져 있잖아. 이래놓고서 흥분을 안 했다고? 에잇! 거짓말쟁이는 혼나야 해!”
“하앙! 시, 시러어… 흑, 어째서 이러는 거야… 하아앙…”
아니, 거기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등 뒤에서 공주의 옷 안으로 손을 넣은 미사는 그녀의 유두가 발기했다는 정보를 알려준 후, 그대로 계속해서 공주의 유두를 괴롭히며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
그 결과, 헐떡이던 공주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엉엉 울면서 내게 항복하고 말았다. 표정을 보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모든 걸 내려 놓은 듯했다.
“알겠어… 말하면 되잖아. 그래. 흥분했어. 너랑 미사가 섹스를 하는 걸 보고 흥분했다고! 그래서인지 너가 날 만지는 것도 싫기는커녕 기분이 좋았다고! 이제 됐지! ……흐아아아앙”
“잘하셨습니다. 공주님.”
휴, 이제 칠부능선은 넘었네. 솔직해진 공주를 본 나는 활짝 웃으며 울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지금까진 괴롭혔으니 이제부턴 달래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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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라는 거야… 하아…
나한테 무슨 말을 한 건지 그래서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 지, 정신이 몽롱해져서 바로 직전의 일인데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다만 한 가지, 기분이 좋으면 고개를 끄덕이라고 말만은 뇌리에 남아 있었다.
참 어이없게도 말이다.
수치심, 자괴감, 굴욕감… 등으로 나를 잔뜩 괴롭혀놓고서는 이제 와서 기분이 좋아지기를 바란다니,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장난감이 아니라고… 이 왕국의 공주란 말야! 이렇게 함부로 대할 사람이 아니라고…!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질 못 했다. 내가 무슨 말을 꺼낸다 하더라도 눈앞의 남자는 나를 가볍게 무시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오히려 내게 문제가 있는 거라며 나를 더욱 괴롭혀 댈 게 확실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얌전히 남자가 시키는 것을 따랐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알겠어…”
그렇게 내가 힘없이 남자의 말에 대답하자,
“하읏?!”
남자가 내 양쪽 허벅지에 자신의 두 손을 올렸다.
“어떠신가요? 기분이 좋으신가요?”
그리고는 손가락 끝만을 이용해서 나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어? 하아… 으읏, 핫, 하아… 이건… 하아아…”
그 탓에 흐릿했던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
***
부드럽게 스치듯 내 허벅지 위를 기어다니는 남자의 손가락에 자꾸만 오싹오싹한 기분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멈췄으면 하는 생각과 계속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공존했고 그 사이에서 나는 바보가 되어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자의 손가락이 한 층 더 위로 올라왔다.
“좋습니다. 솔직해지시니 훨씬 더 보기 좋네요. 계속 그렇게 하는 겁니다.”
“하아… 읏, 하아… 이상해 이거… 하아앙….”
남자가 만지는 곳이 딱히 내 성감대도 아닌데도, 그리고 혐오하는 ‘남자’가 내 몸을 만지는 건데도, 어째선지 자꾸만 기분이 좋아졌다. 괴롭고 힘들었던 감정은 조금씩 사라져갔고 알 수 없는 따뜻함이 남자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와 텅 빈 내 가슴을 채워주었다.
“아아… 이거, 왜… 하아… 어째서…”
“알겠습니다. 그럼 더 올라가겠습니다.”
기분이 나빠야 하는 데…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 멈추지 못했다. 힘들기만 했던 오늘을 위로해주는 남자의 손가락에 중독된 나는 계속해서 남자의 등반을 허락해 버렸다.
“흣, 하, 하아앙… 아아, 그런… 하아…”
그러다가 마침내 남자의 손이 허벅지 안쪽에 도착했을 땐 나도 모르게 가볍게 가버릴 정도로 쾌감을 느끼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남자가 봤는지 애무해주던 손을 멈추고는,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공주님. 어떻습니까. 기분 좋으시지요.”
좋아… 이제 부정하지 못 하겠어. 너한테 만져지는 거 너무 좋아…
“미사님이 주는 쾌락이 좋다곤 해도 결국 남자가 주는 쾌락에는 비할 수 없는 법입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남녀의 본능이지요. 그것을 모르고 살았으니 공주님은 인생의 절반을 손해본 것입니다.”
그럴 수가… 싫어… 왜 이제서야 알려준 거야. 인생의 절반… 손해 봤어…
“그런데 말입니다. 아직 제대로 된 성감대를 만진 것도 아닌데 이 정도의 쾌감입니다. 여기서 만약 제가 공주님의 보지를 직접 만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지를…? 하아… 분명 만져지는 것만으로도 가버릴 정도로… 엄청 기분 좋을 거야. 확실해.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하아… 보지를… 하아앙…
“공주님이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어하신 거,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녀석 때문에 평생 동안 그 기분 좋음을 못 느끼신다면 그건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맞아. 억울해. 그건 싫어… 나도 느끼고 싶어… 미사가 느꼈던 그걸… 보는 게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어… 나도 해 보고 싶어… 섹스…
“그러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공주님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제가 남자가 주는 쾌락을 직접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공주님이 남은 인생에서는 손해보지 않도록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아아… 정말? 약속한 거다? 그러면 부탁해… 나를 더욱…기분 좋게 만들어줘!
“저를 믿어주시겠습니까?”
쏟아지는 남자의 말에 나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의 손가락이 보지 안쪽으로 들어왔다.
“하, 앗, 하아아아아아아앙!”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남자에 의해 가버리고 말았다.트라우마 따윈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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