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 로맨스 판타지(36)
* * *
왕도로 돌아온 엘리제는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잠도 못 잘 정도로 걱정이 되었던 미사의 상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치료가 되어갔고, 반신반의하던 손위 형제의 소문은 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니,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질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후계 자리를 빼앗는 것도 마냥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 조차 힘들다고 생각했던 일이지만, 온 우주의 기운이 그녀를 돕기라도 하는 건지 이젠 정말 가능성이 보였다. 이미 그 소문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왕도의 중립층을 이번 기회에 휘어잡을 수 있다면 엘리제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드디어… 빛이 보이는구나…’
그 못난 오라버니를 발 아래에 꿇리고 빛나는 왕관을 손에 넣을 미래를 상상한 엘리제는 기분 좋은 소름을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었다. 흔들리는 홍차 표면에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리제의 얼굴이 비쳤다.
“리제! 나 왔어!”
그리고 이윽고 그녀의 목젖 너머로 홍차 한 모금이 넘어갔을 때,
미사가 치료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
“벌써 완치가 됐다고…?”
“응! 굉장하지! 아실은 정말 대단하다니까! 이렇게 슥슥 손을 대면 아픈 게 단번에 사라져!”
또 좋은 소식이다. 그렇게 싫어했던 왕도였는데… 어떻게 된 건지 돌아오고 나서부턴 매일 희소식만 들려오는구나. 오늘 거의 반나절동안 병사들 치료에 매진했던 남자였기에 당연히 오늘은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여력도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완치를 시키다니, 정말로 기분 좋은 착각이었다.
생각보다 뛰어난 능력자를 손에 넣었구나. 나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고 활짝 웃으며 내게 달려드는 미사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미사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그러게… 정말 대단한걸? 미사를 이렇게 웃게 만들어주다니. 질투날 정도야.”
“햐읏! 리, 리제… 하아앙…”
“그럼 이제 잔뜩 즐겨도 되는 거지?”
오랜만에 만지는 미사의 가슴이지만 변한 건 없었다. 작은 내 손 안에 겨우 담기는 아담한 사이즈와 이렇게 금방 딱딱해지는 젖꼭지, 모두 기억 속 모습 그대로였다.
“햐아… 너무 갑자기잖아… 햐우우…”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으니… 더욱 야릇해진 미사의 신음소리였다. 미사도 나처럼 쌓여있던 걸까? 한층 더 요망해진 미사의 목소리에 내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사가 나쁜 거야. 내 앞에서 다른 남자 칭찬하기 있는 거야? 하암, 츄르읍… 하아… 미사가 누구껀지 다시 제대로 알려줘야겠어.”
“리제에… 핫, 츄릅, 츄으읍, 하아아… 꿀꺽, 하아…”
“자, 키스는 여기까지. 그럼 이제 항상 하던 그걸 해줘. 제대로 해주면 상을 줄 테니까 잘 해야 해. 알았지?”
“하우우… 알았어…”
잠깐의 달콤한 키스를 끝낸 나는 아쉬워하는 미사의 표정을 즐기며 입고있던 바지와 팬티를 차례대로 벗었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앉은 후 미사를 향해 다리 한쪽을 길게 뻗었다. 그러자 미사가 내게 다가와 무릎을 꿇은 뒤 자신의 입을 내 발에 갖다댔다.
“와줘 미사. 어서.”
“으응. 그럼 시작할게. 쪼옥, 할짝.”
아아… 기분 좋아. 발가락 끝에서부터 느껴지는 미사의 질척한 혀놀림에, 짜릿한 쾌감이 척수를 타고 올라와 뇌를 자극시켰다. 키스도 좋았지만 역시 이렇게 애무를 받는 게 더욱 마음에 들었다. 사랑하는 미사에게 일방적인 봉사를 받는 건 항상 묘한 쾌감을 선사해주었다.
“이제 천천히 올라와줘."
“…할짝, 햐아아…”
“하아… 손도 써 줘야지. 응, 맞아. 그렇게. 부드럽게. 마치 손가락으로 연주를 하듯이 나를 애타게 만들어줘. 미사의 혀가 내 보지 안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말고 계속! 하아아앙!”
오늘따라 어쩐지 더욱 순종적인 미사의 태도에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었다. 쉬지 않고 다가온 미사가 마침내 내 허벅지에 도착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미사도 이렇게 봉사해주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나와 눈이 마주친 미사는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를 가게 만들었다는 게 꽤나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미안… 너무 좋아서 못 견디겠어… 미사, 이대로 한 번에 와줘…”
결국 져 버린 나는 다리를 활짝 벌린 후 스스로 보지 마저 벌렸다. 그리고 허리를 내려 미사에게 내 보지를 들이댔다. 더 이상의 애태우기 대신 지금 당장의 쾌락이 필요했다.
“나도 미안해 리제!”
그러나 미사가 내게 준 건 짜릿한 쾌감이 아니라 미사가 항상 들고 다니던 마력 억제 수갑이었다. 이게 뭐야 대체…? 잠깐 방심하던 찰나에 나는 미사에게 구속당하고 말았다.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전개였다.
“미사? 왜 이래? 혹시 속박 플레이가 하고 싶었던 거야?”
“……리제가 나쁜 거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정말 왜 저러는 걸까? 미사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꺼내고는 내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다음, 방에서 나가버리고 말았다. 충격이었다.
“미사…? 미사! 돌아와! 미사아아!”
나 혼자서는 등뒤로 손목을 결박한 이 수갑을 어쩌지 못한다. 거기다 수갑이 의자에도 묶여 있어서 이대로는 몸을 숨기지도 못한다. 영락없이 이 모습 그대로 누군가 구해줄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말도 안돼…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이런 방치 플레이를 원한 건 절대 아니었는데… 하고 절망하고 있자 다행히 얼마 후 미사가 방으로 돌아왔다.
“미사! 정말… 놀랐잖아! 장난은 그만치고… 어……?”
미사를 치료해준 그 남자와 함께 말이다.
잠깐의 정적 후에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계집아이처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미사! 당장 이거 풀어! 풀으라고! 아무리 너라도 이번 일은 절대 용서 못해! 장난이 지나치잖아!”
“호오… 과연 미사님 얘기대로군요. 정말 가능할 줄이야. 놀랍습니다.”
“아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요! 뭔진 모르겠지만 당장 미사에게 그만둬달라고 말하세요! 이 이상은 저도 용납지 않아요!”
“후후! 내가 말했지? 별 거 아니라고. 리제도 내 앞에선 방심이란 걸 하거든.”
“정말! 둘 다 내 말 안 들려어어?!!”
내가 아무리 소리쳐도 두 사람은 내 외침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대신 둘은 나를 완벽하게 무시하고는 자기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감히 왕국의 공주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태어나서 두 번째로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이러면 그 사실을 말해도 얌전히 계시겠군요. ……그런데 공주님은 왜 옷을 벗고 계신 겁니까?”
“응? 아하하. 나랑 잠깐 즐기고 있었거든.”
“그 짧은 시간에 그런 짓을 하시다니… 두 분 다 대단하시군요.”
“그만 이야기 하고 나 좀 풀어주면 안 될까아?!!”
상냥하고 다정하기로 유명하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다. 이 남자는 내가 묶여있는 걸 봐도 구해줄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오히려 벗은 내 몸을 내려다보며… 벗은? 아, 아아아!
“꺄아아아아! 당장 눈 돌려요! 이 저질! 왕족불경죄에요! 사형이라고요!”
맞아, 나 벗고 있었지… 화가 나서 순간 깜빡하고 말았는데 지금의 난 반라 상태였다. 어쩌지? 남자에게 내 몸을 보여준 건 처음이라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수치심과 분노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실례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고 꺼낸 말이 아니었는데… 우선 잠시 동안은 이걸로 가리고 계십시오.”
하지만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여자의 몸에 익숙한 건가…? 의사라서 그런 건지 남자는 나를 성적인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평소처럼 내게 경의을 표하더니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드러난 내 알몸을 가려주었다.
“뭐, 뭔가요 대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 덕에 나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질문할 수 있었다. 무엇이 됐든 우선 이 상황의 원인부터 알아야 했기에 먼저 이야기를 듣는 게 급선무였다.
“공주님께 두 가지를, 아니, 세 가지군요. 세 가지를 말하기 위해 미사님께 부탁하여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남자의 말에 다시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우선 첫 번째는 저와 미사님이 애인 사이가 되었다는 겁니다. 여전히 공주님을 사랑하지만 저를 더욱 사랑하기에, 미사님은 공주님 대신 저를 선택하셨습니다.”
“에헤헤… 미안해 리제.”
“대,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아아!!”
미사는 가볍게 내게 사과를 한 뒤 남자의 품에 들어갔다. 그리고 남자의 한쪽 팔을 껴안으며 그에게 아양을 떨었다.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암컷이 된 미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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