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로맨스 판타지(32)
* * *
발정난 미사가 자기도 모르게 꺼낸 충격적인 말에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리제라고…? 설마 엘리제 공주를 말하는 거야?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아니, 진짜로?
“엘리제 공주님이 여기를 자주 만져주시나 보죠?”
“하우우… 내가 아프기 전엔… 매일 만져줬었어… 햐앙…”
와, 진짜구나. 그렇게 고귀한 얼굴을 하고서는 뒤에서 남의 보지나 쑤셔댔다니… 역시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니까? 아주 바람직한 반전이었다.
“매일… 말입니까?”
“처음엔 이상했는데 갈수록 기분이 좋아졌었어… 그런데 상처가 생기는 바람에, 하아… 최근엔 전혀 만져주지 않았어… 그래서 슬펐어.”
“근데 있지. 네가 만져주는 게 훨씬 더 기분 좋아! 하앙! 이상해… 남자가 만지는 건데 어째서 이런 거야? 리제가 말한 거랑 달라… 햐아앙… 너무 좋잖아!”
과연… 이제야 이해가 갔다. 왜 이렇게 쉽게 발정났나 했더니 그동안 쌓여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평소보다 훨씬 기분 좋은 자극이 들어오니까 단번에 스위치가 켜진 거다.
“하읏…! 손가락도 훨씬 두꺼워서… 흣, 하아… 안쪽이 채워지는 기분이야아…”
게다가 보아하니 이미 개발까지 된 몸인 거같은데, 그래서 더욱 원했을 거다. 이렇게 보지 안을 긁어주는 걸 말이다. 이거 참… 여러모로 나한텐 좋은 사정이었다.
“햐앙! 핫, 아아…! 이, 이거엇! 조아아아아앙!”
***
레즈인 공주와 그 공주에게 개발된 호위 기사라… 으음, 이거 잘하면 공주까지 건드릴 수 있겠는데? 스마트폰도 SNS도 없는 세계긴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팩트를 기반으로 한 소문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면 재밌어질 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미사부터 확실하게 함락시켜야 겠지.
“헤헤… 너 생각보다 제법인걸? 엄청 기분 좋았어! 딴 데 가지말고 우리 주치의로 남아서 매일 만져주면 안돼?”
뭐, 이미 거의 넘어온 거같지만 말이다.
“미사님 착각하지마십시오. 제가 한 것은 치료입니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지금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나는 한 번 가버리고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는 그녀에게 정색을 하고 말했다. 아까까진 밀었으니 지금부턴 당길 시간이다.
“엣?!”
“저는 미사님 또래의 딸아이가 있는 몸입니다. 그런 제가 미사님의 성기를 만지고 흥분하는 변태로 보이십니까? 하복부 곳곳에 퍼진 저주를 중화하기 위해 저도 민망함을 무릅쓰고 치료를 한 겁니다. 오해는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어… 으응… 하우우…. 미, 미안해! 내가 나빴어…!”
발정이 풀리고 지성이 돌아온 미사는 내 말에 수치심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후후, 그래 잔뜩 부끄러워 해라. 감정이 요동칠수록 함락시키는 게 편해지니까.
“하지만, 엄청 좋았단 말야! 이런 적은 처음이라… 치료인 건 알지만… 계속 만져줬으면 해서… 우으, 미안해! 내가 이상한 거지?”
오, 수치심을 이길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건가? 부끄러워하면서도 끝까지 말을 하는 모습이 정말 기특했다. 그러면서 귀를 파닥파닥 거리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고 말이다. 상으로 당기는 건 그만두고 다시 밀어줘야겠다.
“미사님. 남자에게 만져지는 게 이번이 처음입니까?”
“으응… 애초에 리제 말고 내 몸을 만진 건 네가 처음이야.”
“과연. 그래서 몰랐던 거군요. 미사님. 원래 여자들은 남자에게 만져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지극히 평범한 생리현상인 거지요. 그리고 특히 상성이 맞는 남자에게 만져지면 그렇게 아찔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거랍니다. 그러니 미사님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 런 거야?”
“그렇습니다. 제가 남자이고 미사님이 여자이기 때문에 제가 미사님의 여기를, 이렇게, 만져주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초상식이지요.”
“햐읏! 하… 으응, 그렇네… 정말이야… 하으응…”
대화 도중, 다시 미사의 보지를 슬쩍 간지럽혀주자 미사가 숨을 헐떡이며 내 말에 동의했다. 누가 들어도 개소리인 궤변이었지만 직접 몸으로 겪고 있어서인지 전혀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또 여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음, 역시 유두가 서 있으시네요. 공주님이 여기도 만져주시나요?”
“햐아앙! …으응”
“이런 식으로 만지셨나요?”
“햐앗! 훨씬 부드럽게… 핫, 하아… 그렇게 세게 꼬집지 않았어!”
“하지만 제가 만지는 편이 더 좋지요?”
“그건… 맞아……”
“자, 이제 확실하지요? 미사님의 몸은 여자인 공주님보다 남자인 저를 더 좋아합니다. 그리고 지금 보니 미사님과 저의 상성이 꽤 좋은 거같습니다. 이 정도로, 쉽게, 흥분하시는 걸, 보면요.”
찌걱찌걱
찌걱찌걱
“핫, 하앙!, 자, 잠깐… 햐, 햐아아아아앙!”
말을 마치며 두 손가락을 비좁은 그녀의 보지 안으로 집어 넣고, 애액으로 축축해진 질벽을 사정없이 쑤셔주자 그녀가 또 다시 가버리더니 그와 동시에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공주와는 소프트하게만 즐겨서인지 내가 주는 자극을 쉽게 버티지 못하는 듯했다.
이거, 우선 익숙해질 때까지 천천히 조교해야겠네...
나는 아쉬움을 달래며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그녀의 귀와 꼬리를 만지작 거렸다. 생각 이상으로 부드러운 감촉에 중독될 거같았다.
***
“있잖아… 리제는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걸까? 남자가 만지면 불쾌하다니 완전 틀린 말이잖아 그거…”
정신을 차린 그녀에게 치료가 끝났다고 선언하자 미사가 머뭇거리더니 내게 질문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어지간히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정작 속은 건 자기면서 말이다. 귀엽기는.
나는 앞으로를 위한 함정을 팔 목적으로 그녀에게 위로해주는 척을 하면서 대답했다. 공주와도 시간을 가지기 위해선 미사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거짓말이 아닐 겁니다.”
“뭐? 하지만 틀린 말 맞잖아!”
“공주님은 그게 진실인 줄 알고 말했을 겁니다. 미사님처럼 아직 남자에게 만져진 경험이 없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지요.”
“아… 그렇구나. 흐흥, 그래 리제도 나랑 같구나!”
“미사님. 그렇다고 공주님께 말씀 드리지는 마십시오. 아마 굉장히 민망해 하실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직접 공주님께 올바른 교육을 해드릴 테니, 미사님께선 가만히 계셔주십시오.”
“응! 그 말도 맞네! 나도 엄청 부끄러웠으니까… 리제도 그럴 거야. 푸흐흐 그래도 리제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싶기는 해. 엄청 사랑스러울 거야.”
미사는 공주의 모습을 상상하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그녀가 흠칫 놀랐지만 내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몇 번 가버리면서 나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진 듯했다.
이거 진짜 애완동물이 생긴 기분이네.
흥이 오른 나는 내친 김에 그녀의 귀까지 어루만지면서 미사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미사님은 공주님과 사귀는 사이인 겁니까? 저야 치료를 위해서 만진 거지만 보통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성기를 만지거나 만지게 해주지 않습니다.”
“으으음… 글쎄? 리제를 사랑하기는 하는데… 그게 사귀는 건가? 잘 모르겠어 헤헤. 그래도 리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기는 해. 리제도 그만큼 나를 사랑해주고! ……앗! 이거 리제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고 했는데…”
“하하. 걱정 마십시오. 저 보기보다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정말이지? 휴우… 다행이다. 리제한테 혼날 뻔했어!”
공주가 일방적으로 가지고 놀던 건 아니었구나. 혹시나 했는데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괜히 의심해서 미안. 그냥 평범하게 서로 사랑하는 사이구나… 그럼 결국 사귀는 사이나 마찬가지라는 건데…
참, 생각해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쌍둥이 오빠는 게이에 쌍둥이 동생은 레즈라니, 이거 완전 개판아니야. 왕자와 공주라는 것들이 이 모양 이 꼴이니 왕국의 미래가 어두웠다.
계승권을 가지고 서로 다투었다던데, 이거 원 누가 후계자가 되든 망하는 거 아니야? 그럴 바엔 차라리 내가…
풋, 난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어이없는 상상을 해서인지 방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세상이 나를 비웃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쾅!
콰과가가강!
쿠우웅!
“아, 아실! 밖에 무슨 일이 생겼나봐!”
착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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