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로맨스 판타지(28)
* * *
아니… 나는 진짜 건전하게 치료만 할 생각이었거든? 어차피 졸업까지 시간도 많이 남았겠다, 루이나 오베르는 천천히 함락시킬 계획이었다고.
“제발… 만져줘, 유두도 만져줘!”
“핥아주지 않아도 되니까… 클리도 만져주고 보지 안쪽도 긁어줘!”
그런데 이게 뭐람? 얘, 왜 알아서 함락되어 있냐? 루이나 오베르는 치료 중에 헐떡이기 시작하더니 계속해서 나를 유혹하고 또 유혹했다. 만져줄 생각도 안했는데 말이다.
“애태우게 하지마… 이 나쁜 남자야…”
“그냥 치료잖아… 그러니까 제발 보지 안으로 넣어줘!”
“자지를 박아달라고!”
그리고 그녀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허리를 들고는 보지를 들이밀면서 섹스를 요구했다. 처녀 주제에 말이다. 직접 벌린 그녀의 보지 안으로 처녀막이 보이는데, 참… 만감이 교차했다.
박을 수도 없고 안 박을 수도 없고…
진짜 어쩌냐 이거.
“……”
여기서 안 박는다?
그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다. 시우도 아니고 이제와서 멈추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무의식중이라지만 여자가 이렇게까지 애원하는데 그만 둘 순 없었다.
그럼 그냥 박지 왜 가만히 있냐고?
그야… 양호실이 세실리아의 감시 하에 있으니까 그러지. 정신 못차리고 애무한 것도 들킨 상황에서 섹스까지 한다? 난 그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 한다
세실리아는 다른 여자와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한밤중에 찾아와서는 ‘제가 가장 소중하죠?’ 라면서 그날 아리아 멜츠에게 싼 양의 두 배 만큼을 뽑아가는데… 그 말을 믿으면 시우인 거다.
…따라서 여기서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나는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얘가 유혹한 거 뿐이다.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걸 어필해야 한다. 그래야 오늘도 숙면할 수 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창피 좀 당해야겠다.
“치료 중에 너무 그렇게 유혹하지는 말아줄래?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루이나 양은 처녀잖아. 자기 몸을 소중히 해야지.”
“만져달라느니 박아달라느니 하는 말은 조금 참는 게 어떨까?”
***
[아버지! 사랑에 빠진 소녀에게 그런 말씀은 안돼죠!]
이, 이건 뭐야 전음? 아, 텔레파시라고 해야 하나? 매몰차게 루이나 오베르의 유혹을 거절했더니 역시나 지켜보고 있던건지 세실리아가 내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혼날 거라곤… 생각을 못했었다.
어째서? 다른 여자랑 붙어 있으면 알게 모르게 맨날 질투했으면서 왜 오늘은 다른 거야? 루이나 오베르는 괜찮은 거야?
[오베르 양이 불쌍하잖아요. 후훗. 저는 정말 괜찮으니 빨리 달래주세요.]
그래? 그러면 뭐… 허락도 맡았겠다, 위로해줘야지. 내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 싶었거든. 저렇게 봇물터지듯 울면서 화를 낼 줄은 몰랐단 말야. 나는 떠나려는 루이나 오베르를 강제로 품에 안은 후 그럴싸한 말을 꺼내며 그녀를 마음을 진정시켰다.
“흑, 흐윽… 선생님…”
그런데… 뭔가 좀 위화감이 들었다.
루이나 오베르는 귀족이잖아. 언제 어디서나 품행을 유지해야 하는 귀족 말야. 그런데 말을 그렇게 한다고…? 그냥 귀족도 아니고 대귀족인 오베르 가문의 여식이?
감정이 격해 본심이 나온 거라 해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그녀의 언행이었다. 고자라느니, 걸레나느니 등의 단어를 쓰는 것도 그렇지만 품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질 낮은 말투가 더욱 그랬다.
이건 뭐 귀족이라기 보단 그냥 현실의… 앗, 설마?
빙의자인가?
생각해보니 로판 클리셰 중 하나잖아, 소설 속 등장인물로 빙의하는 건. 주인공 주제에 시한부 말고는 속성이 부족하다 싶었더니 빙의자라면 말이 됐다. 세실리아를 볼 때마다 깜짝 놀라던 것도 빙의자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거… 루이나 오베르를 곁에 둬야 할 이유가 늘었다. 로판 특성 상 무협 만큼의 기연 같은 건 없겠지만, 그래도 원작을 알고 있다는 건 정말 쓸모가 많았다.
피해야 할 위험인물들을 알 수 있고 줄을 잡아야 할 인물들도 알 수 있다. 떡락할 영지나 유행들을 피할 수 있고 떡상할 가문이나 물건에 투자를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치트키… 놓쳐서는 안 될 기회였다.
정 안되면 세실리아와 야반도주라도 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말이 다르지. 정치, 경제, 문화 등 그 무엇에서라도 성공을 한다면 굳이 남들 눈치를 보고 살 필요가 없다.
다만… 걸리는 게 하나 있다.
방금의 일로 루이나 오베르가 내 품에 안기면서 네토리 등급이 A등급이 됐거든? 그래서 내심 안심하고 있었는데… 빙의자라는 걸 밝히는 순간에 S등급이 되는 거 아니야? 그러면 조금 곤란해지는데…
에이, 그래도 50만 포인트로 로판 세계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확보한다고 생각하면 나쁘지만은 않다. 그래 강제복귀권 하나 쓰지 뭐.
그리고… 생각해보면 루이나 오베르가 자신이 빙의했다는 사실을 밝히게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갑자기 너 빙의했지? 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 자기가 먼저 나를 위해서 밝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꽤 어려워보인다.
그래도, 기회가 왔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루이나 오베르가 졸업해서 아카데미를 떠나기 전까지 S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후훗. 사이좋아 보이시네요. 두 분.”
아, 결국 왔구나. 세실리아의 말대로 루이나 오베르를 잔뜩 달래줬더니 착한 내 딸이 나타났다. 이러면 된 거지 하고 시선을 보내니 그녀가 화사하게 웃으면서 내게 축객령을 내렸다.
아니, 여긴 내 양호실인데… 약간 서러워졌다.
그런데 진짜 왜 저러는 걸까? 평소와 달리 귀여운 질투도 안 하고 오히려 루이나 오베르를 챙겨주려고 하고… 그냥 마음에 든 건가? 그래서 그녀를 그, 저번에 말했던 성처리 도우미… 로 쓸 생각인 건가?
으음… 기다렸다가 나중에 세실리아와 한 번 깊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루이나 오베르를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오해를 살 수는 없잖아.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이 선택이 맞다.
====
====
딸깍
“여전히 싸구려 말차와 다른 점을 못느끼겠네요.”
“어머, 그럴까봐 싸구려 말차를 준비한 거랍니다.”
“…대모님께선 항상 제 머리 위에 계시는 군요.”
“후후, 장난이에요. 리제. 제가 설마 그런 싸구려를 준비했을 리가 없잖아요.”
“……하아, 또 당했네요. 어째서 대모님 앞에서는 이렇게 바보가 되는 걸까요.”
“그만큼 저를 신뢰한다는 소리 아니겠어요?”
마리 크로젯, 사교계의 대모라고 불리는 공작 부인은 오랜만에 만난 귀중한 손님이 반가워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교육을 담당했던 작은 소녀가 어느덧 성숙해진 모습으로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그 일로 크게 상심했던 그녀를 다시 왕도에서 보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다행히도 그녀의 마음을 바꾼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마리 크로젯은 그 이유가 뭔진 몰랐지만 그저 그녀가 돌아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말이 맞아요. 후우… 왕도에선 믿을 사람이 대모님 뿐이라 그런지 대모님 앞에서는 긴장이 풀리나봐요.”
“어쩜… 기뻐야 하는지 슬퍼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후후.”
“기뻐 해야죠. 이 엘리제의 신뢰를 받는 건데요.”
“…'엘리제'인 건가요…?”
“아직 성씨를 붙일 때가 아니니깐요. 훗, 보아하니 곧 가능하겠지만요.”
“설마 리제, 왕도로 돌아온 이유가…?”
“꽤나 재밌는 소문이 돌아서 말이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하지만 단지 소문에 불과한 걸요. 그 때문에 리제가 왕도로 돌아온 건 너무 위험해요!”
마리 크로젯은 그녀가 그 생각을 접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왕도로 돌아온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의 야망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위험했다. 왕도엔 그녀의 정적이 너무 많았다. 공작 부인인 마리 크로젯이 보호하기에도 벅찰 정도였다.
“진정하세요 대모님. 사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거든요. 후우, 대모님 인맥에 교회 출신도 아닌데 유능한 힐러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분과 만나게 해주시겠어요?”
“설마 리제!”
“진정하래도요. 다친 건 제가 아니에요. 그래도… 저 만큼 소중한 사람이 다쳤답니다. 그래서… 반드시 그 힐러를 만나야겠어요. 겸사겸사 짜증나는 제 오라버니 소문도 확인하고요.”
“…알겠습니다. 바로 자리를 만들어 드릴게요. 엘리제 공주님.”
그 이유라면 어쩔 수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리 크로젯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무사히 치료가 끝나기를, 그리고 왕자의 소문이 헛소문이기를 빌면서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