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39화 (138/428)

〈 139화 〉 로맨스 판타지(24)

* * *

계속 의심은 하고 있었답니다.

제 곁에 있는 아버지가 사실은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고요.

동정과 원망이 섞인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

갑자기 호감과 애정을 담아 저를 사랑해주시는데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게 이상한 거 아니겠어요?

후훗.

그래도…

저는 가만히 있었답니다.

바뀐 아버지가 훨씬 좋았거든요.

저 때문에 자신의 행복이 사라졌다며

제게 저주를 내리던 어머니 보다,

저 때문에 자신의 반쪽이 사라졌다며

제게 증오를 내뱉던 아버지 보다,

훨씬, 훨씬 더 좋았거든요.

그리고 처음으로 제가 사랑을 느끼게 해주셨는 걸요.

그러니 달라진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후훗.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생겨버렸답니다.

제가…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 거에요.

한 명의 남자로서 말이에요…

저를 보고 마녀라 부르는 세상의 시선에 코웃음 치시고는

저를 위해 친구에게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서는

저를 향한 모두의 비난에 혼자서 맞서시는데

제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 분은 진짜 제 아버지가 아닌데도

진짜 제 아버지 보다도 저를 아껴주시고

진짜 제 어머니 보다도 저를 사랑해주시는데

제가 어찌 그 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냐구요.

후훗.

하지만 운명이란 건 참 야속한 것.

저는 원하지도 않는 피가 이 육체에 섞였다는 이유 때문에

사모하는 아버지의 사랑을 요구할 수 없답니다.

정말,

끔찍한 운명이죠?

그래서…

그 운명을 바꾸려 했답니다.

‘세실리아 아실’의 신체에 내려진 괴로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루이나 오베르 양의 신체를 탐냈답니다.

그 분의 몸이라면 제가 꿈꾸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놀랍게도 그것을 눈치채시고는

저를 말리며 제게 청혼해주셨답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 따윈 보지 말고 평생을 사랑하며 함께하자고

항상 머릿속으로만 꿈꿔오던 고백을 해주셨답니다.

어쩜 이렇게 멋질 수가 있죠?

후훗… 그야말로 제 삶에 나타난 기적과도 같은 분,

늪에 빠져 침전하던 저를 구원해주신 빛 보다 눈부신 분,

아버지…

죄송하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청혼은 거절할게요.

제 욕심 때문에 멋진 아버지를 욕되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후훗.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랍니다.

시골로 도망가지 않더라도 왕도에 남아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부부의 맹세를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답니다.

바로 아버지께서 그 누구에게도 비난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거에요.

가령… 황제라든가 말이에요…

후훗. 정말 아버지와 어울리는 단어이지 않나요?

***

그런데 말이죠.

아버지가 조금 달라졌어요.

또 사람이 바뀌었단 소리는 아닌데…

미세하지만 마력의 흐름이 예전과 달라졌어요.

갑작스럽게 저를 끌어안고 저와 입을 맞추던 그 날,

그 날부터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떻게 된 걸까요?

아버지의 곁엔 항상 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저도 모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계속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걸까요?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일이 더욱 쉬워질텐데요.

흐음, 아버지께 물어봐야 할까요?

고민이 되네요.

­벌컥

“세실리아 양! 돌아오셨으면 얘길 해주시지 그랬어요!”

“어머, 멜츠 양. 안녕히 주무셨어요? 너무 곤히 주무시고 계시길래 그냥 가만히 놔뒀답니다.”

“늦게까지 기다렸거든요. 하암… 설마 세실리아양이 외박을 하고 올 줄이야… 누굴 만나고 온 건가요!”

“누구긴요, 후훗. 사랑하는 아버지를 만나고 왔답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금방 돌아온다고 말했었죠. 그래서 계속 기다린 걸까요? 멜츠 양의 깨끗한 피부에 다크서클이 생겼네요. 아버지께 정화를 받으면 금방 사라지겠지만 조금은 미안해지네요.

그런데 저 표정은 뭘까요? ……설마 질투?

그러고 보면 멜츠 양은 시중을 드는 다른 여성분들과 달리 유독 아버지와 사이가 가까우시죠. 계속 아버지께 몸을 바치는 걸 보면 암시가 통하지 않는 건 아닌데, 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인 걸까요? 분명 마음을 접으라는 암시도 분명 보냈는데 말이죠.

약간 불만이네요.

“후후후! 그런데 세실리아양, 그거 아시나요!”

“무엇을 말인가요?”

“후후후후후! 어쩌면 저… 세실리아양의 새 어머니가 될지도 몰라요!”

“………네?”

“정말~ 집중하라구요! 어쩌면 저 선생님과 결혼할지도 모른다구요!”

지금 멜츠 양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걸까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결혼…? 멜츠 양의 정신이 나간 걸까요? 거듭된 제 암시로 멜츠 양의 뇌가 망가진 걸까요? 그게 아니고서야 이런 망언을 할 리가 없는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멜츠 양이 싫어졌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당당한 얼굴로 이런 끔찍한 말을 할 수 있죠? ……벌이 필요한 걸까요? 레인을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그게 말이죠… 히히, 며칠 전에 선생님이 제게 질내사정을 하셨는데, 평소와는 달리 정화를 안 쓰신 거 있죠! 그 덕에 하루종일 선생님의 정액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가요?”

“네! 비록 제 배란일은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된다면… 제가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할 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선생님과 결혼하게 되는 거구요! 책임지지 않을 선생님이 아니니깐요!”

이건… 그거네요.

제가 삐져있는 바람에 정신이 없으셔서 실수를 하신 거네요.

그게 아니라면 그런 짓을 하셨을 리가 없으니깐요.

정말이지… 당연히 실수인데도 저렇게 오해해서는 마치 자기가 부인이라도 된것마냥 말하다니, 정작 아버지는 제게 청혼을 했는데 말이에요.

짜증나.

귀엽고 순진해보여서 첩으로 쓰려고 놔두고 있었는데 조금씩 선을 넘네요.

처분을 해야 할까요?

“후후! 제가 새 어머니가 된다면 어머니로서! 세실리아 양을 잔뜩 꾸며줄 거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만히 놔두다니요! 선생님께 실례라구요!”

“…어머? 그런 건가요?”

“당연하죠! 자식의 예쁜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버지로서 당연한 거거든요!”

흐음,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죠.

갑자기 룸메이트가 사라지면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조금 알려주시겠어요? 저도 관심은 있답니다.”

“어머머! 정말인가요? 저야 환영이죠! 그러면 말이죠…”

그리고 아버지의 성욕 처리 말고도 쓸모가 있어 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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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했어. 그러게 왜 갑자기 자극을 한 거야? 아직 그 여자와 싸워서 이길 정도로 강해지진 못했다고. 말을 잘 돌려서 다행이지… 기껏 찾은 이 몸의 계약자를 잃을 뻔 했어.]

“죄송해요, 헤헤… 조금 짜증이 났거든요. 딸인 주제에 선생님과 몸을 섞다니… 너무 더럽잖아요. 역겨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선생님이 정말 상냥하고 멋있고 남자로서 엄청난 매력을 가지곤 있지만… 자기 아버지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사랑의 감정을 품을 수 있죠?”

[그건 그 남자도 똑같더만. 딸을 사랑하던 마음은 진심이었어.]

“그거야 그 ‘암시’에 당한 거겠죠. 미네르바님 정도가 되지 않으면 세실리아 양의 암시를 풀 수 없으니까요. 아마 과거의 저처럼 마음까지 조종당한 걸 거에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여자인 셈이군. 가족의 마음까지 조종하다니. 그야말로 마녀잖아.]

“그렇죠… 마녀… 정말 세실리아 양과 잘 어울리는 단어네요.”

어젯밤 저는 보고 말았어요… 세실리아 양과 아실 선생님이 섹스를 하는 모습을요! 정말 충격적이지 않나요?! 두 사람은 가족이란 말이에요 가족!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구요.

하지만… 저는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선생님에게는 죄가 없다는 걸요. 어제의 일은 분명 세실리아 양이 원인일 게 분명해요. 그녀는 사람을 조종할 수 있으니까요!

아마 선생님은 세실리아 양의 암시 때문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착각해버린 거겠죠. 저를 사랑하는데도 말이에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러니 빨리 성장해야 해요. 선생님을 구해줄 수 있을 정도로요.

우연히 봉인을 풀게 되어 계약하게 된 정령왕 미네르바님의 도움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더 성장한다면 어제처럼 몸을 숨기는 일 말고도 선생님께 풀린 암시를 푼다든가 세실리아 양에게 맞서는 일도 가능할 거에요! 2대 1이잖아요!

세실리아 양… 제게 암시를 걸어 저와 선생님을 이어준 건 고맙지만 이제와서 뺏어가는 건 안되는 일이죠. 줬다가 뺏는 법이 어딨어요 정말!

반드시… 반드시 다시 선생님을 되찾아 올 거에요!

두고 봐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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