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노예 파티의 주인이 되었다(19)
* * *
“하, 할 생각도 없었거든?! 손 놔!”
라고 반항하던 이수빈이
“제발… 하읏, 하아… 제바알…”
이라며 애원하게 될 때까지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실망인데? 조금은 더 버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금방 굴복하다니,
역시나 ‘줬다 뺐는’ 작전은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았던 걸 지켜만 보고 있어야 했으니 많이 답답했을 거다.
아마 발정난 상태에서 정조대를 차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괴로워하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비트는 데 불쌍하면서도 무척 꼴려보였다.
하지만 아직이네.
나는 이수빈의 시선을 무시한 채 엘리스의 보지에 내 자지를 다시 한 번 찔러 넣었다.
“아아… 아앗! 제발… 그만해애!”
그러자 엘리스보다 이수빈이 먼저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도 자지를 받지 못해서 무척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아니 수빈아, 그러면 말을 해야지.
‘제발’이라고 소리만 칠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보지를 만져 줘’라든가 ‘그만하고 좀 박아줘’라고 말을 하라고. 마지막 자존심인지 뭔지 끝까지 말을 돌리고 있으니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러면 도와줄 수가 없어.
그러니 그때까진 자지 압수다.
***
결론부터 얘기하면 오늘 이수빈을 완전히 함락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안타까워만 했을 뿐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가 그녀의 애액으로 잔뜩 젖어있는 걸 보면
금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지않아 이수빈은 자기 스스로 고개를 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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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온 이수빈은 그 즉시 자신의 하복부에 손을 갖다댔다.
“으윽… 왜… 왜! 내 몸이잖아! 근데 왜… 으아아!”
하지만 원하던 곳을 만질 수는 없었다.
주인이 내린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그녀는 주인의 허락 없이 자위를 할 수 없었다.
직접 만지는 게 아니라면 되잖아 라는 생각에
침대 모서리에 가랑이를 대려고 했지만…
그것 역시 통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위’라고 인식하는 이상 그와 관련된 모든 행위는 금지되었다.
“우으으…. 흑, 흐윽… 나쁜 놈, 씨발 새끼… 죽여버릴 거야…”
이수빈은 그 철두철미함에 흐느끼며 자신의 주인을 욕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정말 쓰레기 보다 못한 인간이었다.
그는 오늘 그녀의 몸을 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정신을 범했다.
그녀는 주인과 엘리스와의 정사를 보면서 원하지도 않는 부러움을 느껴야 했다.
주인은 됨됨이는 최악이었지만 그의 자지는 아니었으니…
그녀의 몸은 솔직했고 어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달아오르고 만 것이다.
덕분에 그녀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고 말았다.
그 사실이 이수빈은 너무나 치욕스러웠다.
“그깟 자지가 뭐라고… 그깟 자지가…”
더구나 주인은 그녀를 약올리기라도 하듯이
사정을 끝낸 자신의 자지를 그녀에게 들이댔다.
그녀는 강제로 그의 자지를 빨아야했다.
그건 시우에게도 해준 적 없는 행위였다.
“자지가… 하아… 하아… 자지…”
정말 최악의 경험이었다.
토가 나올 정도로 끔찍한 맛…
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달콤했던 정액.
사정을 끝내고 흐물흐물 해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단단했던 자지.
“하아… 하아…”
이수빈이 주인의 자지를 떠올릴수록 그녀의 몸이 점차 뜨거워졌다.
분명 끔찍한 경험이었는데… 그랬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의외로 나쁘진 않았던…
멈칫!
“으엣?! 이, 바보가아아?!”
이수빈은 금제에 의해 멈춰진 손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화를 냈다.
또 다시 자기도 모르게 보지 쪽으로 손이 내려간 것이다.
“진짜 죽이고 말 거야아아!!”
그녀는 부끄러움을 숨길 겸 재차 주인을 욕했다.
“……나쁜 새끼… 이런 걸 노린 거지? 내가 버티지 못하고 항복 하기를… 누가 넘어갈 줄 알아?”
주인이 바라는 것은 명확했다.
그녀의 완전한 굴복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주인의 뜻대로 따라줄 생각이 없었다.
“절대… 절대 안 넘어가…. 이 따위 성욕… 내가 이겨줄게. 어디 끝까지 해 봐. 어차피 너랑 했던 그거, 하나도 기분 안 좋았거든? 너가 엘리스랑 하는 것도 전혀 안 부러워. 엘리스랑 하는 것도… 엘리스…”
하지만 알게 모르게 그녀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가 봐도 아름다운 엘리스의 얼굴이
‘암컷’의 얼굴로 변해 헐떡이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렇게나 쿨했던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 다는 것은
그만큼 주인이 주는 쾌락이 황홀하다는 것일 터…
“하아… 엘리스… 나쁜년… 하으으…”
엘리스와의 키스도 생각이 났다.
첫키스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싫어하던 년과의 키스였지만,
시우와 할 때보다 훨씬 달콤하고 짜릿한 경험이었다.
거기다 엘리스가 주인의 정액을 입에 물고 키스를 했을 땐…
“헤으으… 정액… 하아.”
그 순간을 떠올린 이수빈의 숨이 거칠어졌다.
이번엔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가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 애틋함을 달랬다. 하지만 아직 가슴으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이수빈이었다.
주인이 만져줄 때는 이걸로도 충분했는데…
아쉬움을 삼킨 그녀가 한 손을 내려 자신의 허벅지를 매만졌다. 그리고 조금씩 가랑이 사이로 손을 움직이며 그녀가 몰랐던 자신의 성감을 찾아 헤맸다
“하아… 엘리스… 앗, 하앙… 주인… 니임…”
가고 싶다는 열망으로 발기한 유두를 꼬집으며, 사타구니 근처를 어루만지며 ‘그 순간’들을 되새기며 그녀가 헐떡였다.
그 노력 덕분인지 조금씩 그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아아… 조금만…”
“조금만 더…”
“하읏, 제바알…”
“…하앙… 이제… 곧…”
하지만 그녀가 제대로 만족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강제로 멈춰졌다.
“……어째서… 움직여, 움직이라고!”
그녀가 울면서 소리쳐도
그녀의 손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수빈이 쾌락을 느끼는 순간 금제가 발동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가슴 또한 만지지 못하게 되었다.
“하하… 하… 거짓말이지… 싫어… 제발…”
만지고 싶었다. 쑤시고 싶었다. 박히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것이 너무나 괴로웠다.
“제바알! 으아아아… 싫어, 싫다고! 제발 만지게 해줘! 제바알…”
“흑, 흐으윽, 으아아아앙!”
그렇게 그녀는 날이 밝을 때까지,
욕구 불만에 몸부림쳤다.
***
주인이 그녀에게 내린 명령에는 허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디까지나 ‘자위’만 금지됐다는 것이다.
남이 만져주거나 박아주는 데는 아무런 금제가 없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겨우 자신의 몸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흥… 바보 같기는…”
아무 남자나 찾아가서 부탁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서로의 첫경험을 함께한 ‘전’ 남자친구가 있었다.
여러 사건에 의해 서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다시 고백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여유가 사라졌다.
따라서 그녀는 오늘 시우를 만나 그 쓸데없는 ‘전’이라는 수식어를 뗄 생각이었다.
사실 여전히 죄책감이나 자괴감 때문에 시우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당장의 욕구해소가 급했다.
착한 그녀의 시우는 그녀의 고백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순진한 그녀의 시우는 그녀의 유혹 역시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주인과 비교했을 때 시우의 모든 것이 주인 보다 부족했지만,
그녀에게는 그 자그마한 자극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오빠, 그건 어떻게 하는 거에요?”
“잘 봐,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하지만…
“와아! 대단해요! 역시 시우오빠에요!”
“하하하…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닌데…”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시우의 곁엔 또 다른 여자가 붙어 있었다.
‘저 애는… 한설아였나? 왜 시우 옆에 있는 거지…? 쟤랑 볼 일이 있다고 했던 건 시우가 아니라 그 남자였는데…?’
‘그래서 타깃이 바뀔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쟤가 시우 옆에 있는 거야…’
둘의 사이는 생각 이상으로 가까웠다.
한설아는 시우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고
시우 역시 그런 한설아가 싫은 눈치가 아니었다.
이수빈은 그제서야 자신이 느끼던 시우의 어색함을 알게 되었다.
저 여자 때문에 시우가 자신에게 거리를 두고 있던 것이었다.
그녀가 그 남자의 노예가 되어 치욕을 당하는 동안
시우는 저 여자와 달콤한 썸을 타고 있던 것이었다.
“하하… 하… 바보 같아… 난 왜 강간당하면서 너에게 미안함을 느낀 걸까?”
“너는 내 생각 따위… 하지도 않고 있는데…”
“애초에 나를 그 사람에게 넘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어?”
안그래도 위태로웠던 그녀의 정신이 망가졌다.
더 이상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그저 눈앞의 광경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우에게 그녀의 자리는 없었다.
아랫도리가 지끈거렸다.
이수빈은 지금 당장 주인을 만나고 싶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