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21화 (120/428)

〈 121화 〉 노예 파티의 주인이 되었다(14)

* * *

이수빈은 안도했다. 남자가 뒤로 물러난 것이다.

자지를 빨라는 끔찍한 명령을 내릴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앗…”

하지만 차라리 자지를 빠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눈을 뜬 그녀가 보게 된 것은 발목에 걸쳐있던 바지와 팬티를 다리 밖으로 꺼내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상황은 종료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상상하던 최악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엉덩이 내밀고 벽 짚어.”

그의 노예가 된 후부터 계속 걱정하던 일,

엘리스가 그녀 앞에서 당했던 일,

그 일을 원하는 남자의 명령이 떨어졌다.

“흐흑, 흑… 하지마… 제발… 그러지 마… 흐윽.”

“제발! 말 잘들을게! 욕도 안할게! 그러니까 멈춰줘… 흑, 제바알!”

이수빈은 애원했다. 원하지도 않는 남자와 원하지도 않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았다.

그래서 빌었다. 정조의 위기 앞에선 자존감 강한 그녀도 더 이상 강한 척을 할 수 없었다.

“욕 해도 되니까 빨리 가서 섹스할 준비나 해.”

하지만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노예인 그녀는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흐으윽, 씨발새끼이… 흑, 흐아앙!”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성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남자의 명령대로 두 손을 벽에 짚은 후 남자가 박기 쉽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이 체위를 해본 적은 없었지만 지식은 있었다. 후배위였다.

결국 체념한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보기 좋네. 역시 존나 꼴리는 몸이라니까.”

남자가 천박한 말을 하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듣기 싫었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흐읏!”

얼마 후, 그녀의 음부에 무언가 닿았다.

무척 뜨겁고 음란한 무언가였다.

그 무언가는 슬쩍 그녀의 음부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하아앙!”

입구에 약간 들어온 것뿐인데도 그녀는 쾌감을 느꼈다. 그녀가 경험한 그것 보다 더욱 크고 단단했지만 이상하게도 고통은 없었다.

“하아… 앗!”

남자가 그녀의 골반에 손을 올렸다. 아주 두껍고 든든한 남성의 손이었다. 그는 그대로 골반을 잡고 자신의 허리를 돌리며 자지가 들어갈 질내를 서서히 풀어주었다.

“하으응… 아아… 시러어…”

이미 잔뜩 젖은 보지에 자지가 비벼지며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이수빈은 그 소리에 얼굴을 붉혔다.

천천히 입구 근처를 애무하는 자지의 감촉에 그녀는 미칠 것같았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무언가 부족했다. 야릇하면서도 안타까운 감각에 그녀의 허리가 절로 움직였다.

시우였다면 이미 끝까지 넣었을텐데

그리고 벌써 사정을 마쳤을텐데

남자와의 섹스는 시작부터 모든 것이 달랐다. 이수빈은 비처녀면서도 처음으로 섹스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읏! 아, 그, 그마안! 시러어어!”

그러다가 문득, 남자가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안쪽으로 찔러 넣었다. 처녀만큼 비좁았던 그녀의 질내가 남자에 의해 강제로 넓혀졌다. 자지는 끝도 없이 그녀를 파고 들다 그녀의 자궁구에 다다랐다.

“흐아아아앙!”

그러자 그녀가 또 다시 가버렸다.

벌써 인생의 세 번째 절정이었다.

시우의 자지는 닿지 않던, 그래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그녀의 안쪽 깊숙한 곳을 남자의 자지가 유린했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그녀의 약점을 찾고 단단하게 긁어대며 그녀를 자극시켰다.

이수빈은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하아… 어째서… 흐읏, 으응! 어, 어째서어어!”

그녀는 지금 강간을 당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녀가 아주 혐오하고 증오하는 쓰레기 보다 못한 오물에게 말이다. 당연히 기분이 나쁘고 불쾌해야 정상이었다.

그래, 그래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어째서인지 이수빈은 남자와의 섹스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안쪽을 가득 채운 남자의 자지도

자신의 골반을 잡고 있는 남자의 두 손도

자신의 엉덩이에 달라붙은 남자의 살결도

모두 시우가 아닌 남자의 것인데도 그녀는 쾌감을 느끼고 말았다.

이수빈은 그 사실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하아… 어째서어어…”

자신은 정말로 변태인 걸까? 남자라면 누구든 상관없는 더러운 여자인 걸까? 박아주기만 하면 이렇게 가버리고 마는 수준 낮은 음란한 년인 걸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길게 생각을 이어가진 못했다.

남자가 자신의 자지를 그녀의 질내에서 뽑아냈기 때문이다.

“…하아아, 하아…”

박힐 때랑은 또 다른 야릇한 감각에, 겨우 진정이 된 그녀의 숨이 다시 거칠어졌다. 빠져나가며 다시 질내를 휘젓는 그의 자지에 그녀가 재차 헐떡였다.

“흐엣?!”

그리고 남자가 다시 자지를 찔러넣자, 음란한 교성과 함께 그녀의 허리가 휘었다. 이제까지 와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절정이 그녀에게 찾아왔다.

“하아아, 아앗! 가, 가버려어어어어어어!”

그 순간 이수빈은 깨달았다.

자신이 음란한 게 아니었다.

섹스가 기분좋은 거였다.

지금 그녀가 느끼는 쾌락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 아무런 부담이나 잘못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를 받아들였다.

“아앙! 하아… 아아앙!”

그의 자지가 그녀의 질내를 휘저었고 그녀는 그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자지가 깊숙이 박힐 때마다 보지를 조여댔다.

이수빈은 지금 섹스를 즐기고 있었다.

“하, 하앙! 조아아! 섹스 조아아아!”

그녀의 끈적한 신음 소리와 함께 살과 살이 부딪치는 음탕한 소리가 성벽에서 울려 펴졌다.

***

“수빈아, 기분 좋아?”

“하앙! 조아… 흐읏, 기분 조아…!”

“강간당하고 있는데 기분이 좋다고?”

“하아, 하아… 너는 역겹지만, 앙! 그치만 섹스는 기분 좋은 거어얼!”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이수빈은 남자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거짓을 말할 여유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비록 최악의 인간과 하는 섹스일지라도 섹스는 기분이 좋은 행위였다.

“시우랑 할 때랑 비교하면 어때? 누구랑 할 때가 더 좋아?”

“당연히, 하, 아아아앙! 당연히이이!”

“그래, 당연히 누군데?”

“당연히 너랑 할 때지이이! 흐읏, 흐아아앙! 조아, 너랑 하는 게 더 조아아아!”

시우와 함께한 첫경험에선 그녀는 아픔밖에 느끼지 못했다. 시우가 그녀의 처녀막을 찢자마자 싸버리고 만 것이다. 서로가 너무 서툴렀고 서로가 너무 조급했다. 결국 그 날 사용한 콘돔은 1개가 끝이었다.

그 후로도 몇 번 관계를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계속해서 그 날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이수빈은 섹스가 싫었다.

행위 중에 고통만 느끼는 것도 싫었고, 끝나고 우울해하는 시우를 보는 것도 싫었다.

그러나 오늘 이수빈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시우와 하던 건 섹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섹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조잡하고 수준 낮은 행위였다.

섹스를 하면 지금처럼 기분이 좋아야 정상인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니 그건 섹스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된 걸까?

이수빈은 시우에게서 그 이유를 찾았다.

“시우를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근데 나랑하는 섹스가 더 좋다고?”

“으응! 시우를 사랑하지마안, 아앙! 그래도 섹스는 못하니까아… 흣, 하앙! 그리고 시우는 자지가 작단 말야아아아!”

시우의 자지도 이 남자의 것처럼 크고 단단했다면

그래서 그 자지에 박히며 가버릴 수 있었다면

아니 그 이전에 그의 애무로 느낄 수 있었다면

그녀도 섹스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었을 거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따라서 그건 시우의 잘못이었다.

“그러니까 내 자지가 더 좋다는 소리네?”

“맞아아앙, 하아… 네 자지가 더 크자나, 아앙! 그래서 더 기분 조아아아!”

그렇기에 그녀는 누구의 자지가 더 좋냐는 남자의 물음에 당연히 시우가 아닌 그의 자지를 선택했다.

“야 시우야 그렇다는데? 큭큭, 내 자지가 더 좋다고 하네. 잘 좀 박아주지 그랬냐.”

그래, 그렇기에 이 자지를 선택한 것인데…

“………뭐?”

대답을 끝낸 그녀는 무언가 잘못됨을 눈치챘다.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고 자지를 찔러대고 있는 남자 옆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남자의 말대로라면 그 누군가의 정체는…

‘……시, 시우라고?’

큰 충격을 받은 이수빈은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파앙파앙

그러나 남자는 그녀가 놀라든 말든 쉬지 않고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의 끈적한 신음 소리는 사라지고 살과 살이 부딪치는 음탕한 소리만이 성벽에서 울려 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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