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117화 (116/428)

〈 117화 〉 노예 파티의 주인이 되었다(10)

* * *

“히히히힛! 이번에도 똑같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거에요! 그럼 이제 곧 전이될 거니까, 기다리고 있어!”

요정은 이번에도 일방적으로 자기가 할 말만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책임감 없는 녀석. 보상 문제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었는데 잽싸게 가버렸다.

‘지켜서 보상을 얻는 게 더 이득이다’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

악어를 잡은 보상으로 정말 귀중한 걸 주겠다더니 꼴랑 이해할 수 없는 이 문장 하나를 던져주고 끝이다. 보아하니 다음 튜토리얼과 관련된 이야기 같은데 당최 알아먹을 수가 없다.

전이될 때까지 엘리스의 가슴을 주무르며 골똘히 생각해봤지만 ‘이거다!’ 하는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1등 보상으로 추가 스탯을 10개나 얻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조금 화났을 거다.

“주인님! 이제 전이되나봐요!”

“그러게. 꽉 껴안고있어.”

“네에! 헤헹.”

그래도 뭐, 다음 튜토리얼로 넘어가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곳으로 전이되자 처음보는 생존자 그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엔 무려 ‘메인 히로인’과 ‘서브 히로인’이 속해 있었다.

“키히히힛! 좋아, 좋아요! 이제 마지막 튜토리얼을 시작할 시간이에욧! 이번에는 무려 두 그룹이 함께한답니다!”

“그러니 본격적인 시작에 앞어서 잠깐동안 친목을 나눌 시간을 드릴게요옷! 꽤나 재밌는 인연이 있더라고? 니히힛!”

드디어구만.

***

서브 히로인, 이수빈.

엘리스 못지않게 기가 센 느낌의 도도한 미녀다. 모델 느낌이 나는데? 큰 키도 그렇고 매력적인 몸매도 그렇고 히로인 다운 모습이었다. 깔끔한 단발은 그녀의 성격을 말해주었고 크고 당당한 눈은 그녀의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크, 저 정도는 되어야 따먹는 맛이 나지. 나는 곧 보게 될 그녀의 반전 매력에 벌써부터 꼴리기 시작했다. 간만에 더블 펠라를 받을 기회인가? 기대가 되었다.

“수빈님, 어떡하죠…?”

“일단 대기해. 안내받기 전까진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수빈은 저 그룹의 리더로 보였다. 저들은 우리를 경계하면서도 그녀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이수빈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는 강해보이는 몇 명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왔다.

사람을 부리는 게 저렇게 자연스러운 걸 보니 이 세계로 오기 전에 꽤나 높은 위치에 있던 여자임이 분명했다.

“…시우야! 역시 살아있었구나!”

오? 둘이 알던 사이였어? 이수빈은 팔짱을 끼고 우리를 살피다가 시우를 보더니 손을 붕붕 흔들며 시우를 반겼다. 저 정도로 좋아하는 걸 보니 단순한 친구 사이 보단 깊은 사이 같은데 ‘메인 히로인’이 아니라 ‘서브 히로인’인 게 걸렸다.

“……수빈아…”

아하? 짝사랑인 건가? 시우도 그녀를 반겼지만 그녀만큼 즐거워하지는 않았다. 대신 어딘가 못마땅한지 표정이 크게 안좋아졌다. 이수빈도 그걸 눈치채고는 조심스럽게 흔들던 손을 내렸다. 음, 짝사랑이 아니라 전 여친인 걸지도. 그렇다면 ‘서브 히로인’인 게 이해가 갔다.

“정말 다행이야… 다시는 못볼 줄 알았어…!”

“나는 믿고 있었어.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후훗, 역시 너 답네… 정말… 흑, 정말, 다행이야…”

아닌가? 전여친이 아니라 현여친이야? 이수빈이 안도의 눈물을 흘리자 시우가 그녀를 안으며 위로해줬다. 갑자기 염장질이냐? 주인공 답네. 뜬금없이 둘 만의 세계로 떠나버렸다.

그 탓에 짜증이 난 나는 엘리스를 만지며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다른 히로인을 살필 차례였다.

메인 히로인, 한설아.

그녀는 이수빈과는 아주 대조적인 인상이었다. 두 손을 모으고 주변을 살피는 게 무척 소심해보였고 무리 끄트머리에 겨우 끼여있는 걸 보니 존재감도 많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은 그러지 못했는데, 엄청난 사이즈의 가슴이 그녀의 팔에 눌려 굉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과연, 메인 히로인과 서브 히로인의 차이가 분명했다.

하지만 한설아는 이수빈과는 다르게 시우를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녀는 시우 대신 이수빈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이번 튜토리얼에서 시우와 친해지며 정실 자리를…

잠깐.

잠깐만.

그렇다는 건 지금 한설아를 따먹어봤자 네토리는 안된다는 소리잖아.

메인 히로인이라길래 당장 네토리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전제 부터가 틀렸었다. 이대로는 한설아로 네토리 등급을 올리지 못한다.

물론 이수빈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메인 히로인이 아닌 이상 그 한계는 뚜렷할 거다. 확실한 클리어를 위해선 한설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억지로 시우를 한설아랑 엮어주고 그 상태에서 네토리를 해야 한다는 소리잖아!

오우, 꽤나 힘들어보이는데… 도전 정신이 불타오른다.

“아앙!”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자 엘리스가 신음을 터뜨렸다.

“피히히힛! 회포는 다 풀었나요?”

그리고 그와 함께 허공에서 튜토리얼의 요정이 튀어나오며 마지막 튜토리얼의 시작을 알렸다.

***

이번에도 미션은 똑같았다. ‘살아남아라’, 5글자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꽤나 달라졌는데 뭐랄까… 디펜스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우리가 지낼 성이 있고 이 곳으로 몬스터 무리가 밀려오는 거다. 여기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다가오는 몬스터들로부터 열흘간 성을 지켜내야 했다.

그럼 간단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봤자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몬스터들이 강해진다고 하는데 막아내는 우리는 성장이 멈추게 되는 거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몬스터 웨이브 대신 성 지하에 있는 미궁에서 잠들어 있는 몬스터들을 무찌르며 경험치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미궁이 열리는 시간은 몬스터 웨이브가 침략하는 시간 동안만이라고 한다.

이거… 대놓고 싸우라는 거다.

웨이브를 막을 사람과 미궁을 공략할 사람을 나누어야 하는데 거기서 큰 혼란이 올 거다. 거기다가 다른 그룹까지 끼게 됐으니 더 골치가 아플 거다.

이번 튜토리얼을 계획한 놈의 악의가 느껴졌다.

“하핫.”

그러나 나는 고민될 게 전혀 없었다. 요정 짜식. 나한테만 특별히 알려주는 정보라더니 확실히 귀중한 정보였다. 지키는 쪽에서 보상을 얻는 게 더 이득이라고 했으니 마지막 튜토리얼이라고 등수 보상을 혜자로 주는 게 확실했다.

거기다가 스탯을 이미 왕창 올려서 그런지 이제는 튜토리얼에서의 사냥으로는 스탯을 올리기가 힘들었다. 그러니 미션에 충실해서 보상을 노리는 게 맞았다.

“꺄앗… 주인니임… 헤헤.”

따라서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회의하는 무리에 끼는 대신 엘리스를 애무하며 저들의 논쟁을 즐겼다. 다들 보상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하는 걸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와 참기가 힘들었다.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리고 너, 엘리스잖아. 너 이렇게 저급한 년이였어?”

그런데 이수빈이 우리를 보더니 어이없어 하며 다가왔다. 공개 애무 쇼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

“뭐하기는. 지금 가슴 만지고 있는 거 안 보여? 옷 속이라서 잘 안 보이나? 정확히는 유두 건드리는 중이야. 맞지 엘리스?”

“헤흐응… 맞아요. 더 세게 꼬집으셔도 돼요.”

“……미쳤구나 아주?”

이수빈은 시우의 여친인지 전여친인지 아무튼 시우의 여자답게 오지랖을 부리는 성격인 듯했다. 끼리끼리 잘 만났어 아주.

내가 그녀의 말을 비꼬며 계속해서 애무하자 이수빈이 우리를 경멸하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급속도로 그녀의 호감도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수빈이 히로인인 이상, 호감도가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 그러니 그녀의 태도가 여기서 더 나빠진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복종의 목걸이를 쓸 생각이거든? 노예가 되면 다 해결될 문제다.

“후훗, 왜 부러워? 넌 이렇게 사랑해줄 남자가 없지? 보니까 시우 걔도 너한테 거리감 느끼던데. 혼자서 매달리는 거 아니야?”

그래서 지금 당장은 무시할 생각이었는데 엘리스가 나 대신 나서서 그녀에게 반격했다. 사이 좋아보였는데 여자가 보면 또 다른건가? 엘리스의 말은 사실이었는지 이수빈은 얼굴을 찡그리며 침묵했다.

“헤헤… 주인님 저 잘했죠?”

“응. 역시 엘리스네. 믿음직해.”

그 모습을 보고 엘리스가 나를 쳐다보며 입술을 벌렸다. 키스를 조르는 거다. 칭찬을 할 때면 키스도 해준다고 조교를 했더니 엘리스는 지금처럼 칭찬받을 짓을 하면 내게 키스를 요구했다. 정말이지 훌륭한 성노예다.

나는 이수빈을 한 번 흘겨본 후 엘리스와 끈적하게 혀를 섞었다. 물론 가슴을 만지는 걸 멈추지 않고서 말이다.

조금씩 음란한 소리가 우리에게서 퍼져나가자 이수빈은 얼굴을 붉히며 내게 손찌검을 했다.

“이, 이잇! 이 노출증 환자들 주제에!”

­파악!

“너, 되게 추하다?”

“…소, 손 놔!”

그러나 이번에도 엘리스에게 막혀버렸다.

엘리스는 내 뺨을 향해 날라오던 그녀의 손을 잡고는 크게 한 번 비웃어주고, 그녀를 밀친 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내 자지를 건드리며 야릇하게 졸라댔다.

“주인님… 하아… 저, 잘했죠?”

“그러게. 너무 잘해서 키스가지고는 안되겠는데?”

“헤헤헤… 주인님… 그러면, 네? 여기서… 응?”

나는 못 이기는 척을 하며 그녀와 공개 섹스를 시작했고 이수빈은 우리를 모욕하며 자리에서 떠나버렸다. 결국 회의는 뒤로 미루어졌지만 엘리스와 나의 섹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한설아가 끝까지 지켜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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