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노예 파티의 주인이 되었다(5)
* * *
법과 경찰이 사라진 이 공간에서 자신의 욕망대로 범죄를 일으키려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경계를 하게 되면 힘을 모으지 못한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의 협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일은 하지 말아달라.
이게 시우의 논지였다.
한 마디로 우리의 행위를 보고 성욕을 억제하지 못해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 있으니 멈춰달라는 소리였다.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이야기였다.
“내가 왜?”
“…네?! 말했잖아요! 살아남기 위해서…”
“그러니까 왜 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나보고 그만둬라는 거냐고. 니들 목숨은 니들이 챙겨야지.”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릅니다. 그런 미지의 위험을 당신 혼자서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살아남기 위해선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편을 나눌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거 참, 말이 통하질 않는다.
시우가 흥분을 하며 떠들기 시작하자 시우의 무리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다가왔다. 대략 한 50명은 되려나? 생존그룹이라더니 꽤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아 있는 걸 보니 이름값은 하나보다.
“저질! 당장 그 손 놓으세요! 성폭행이에요!”
“이봐! 엘리스씨가 싫어하고 있잖아! 당장 그만둬!”
무리 중에 간부급으로 보이는 여자 하나와 남자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내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미친년 하나랑 보빨충 하나인가? 저딴 논리나 펼치고 있으니 이런 노답들이 무리에 있지, 이번 시우는 여러모로 실망이 크다.
“하앗, 하아앙! 주, 주인님… 제발 그만둬주세요…”
“주인니임?! 지금 당신 엘리스씨를 노예로 삼은 건가요? 말도 안되군요! 저희가 구해줄게요 엘리스씨!”
“이, 이이, 쓰레기 새끼! 감히, 감히!!”
하, 말도 섞기 싫을 정도로 귀찮은 년과 놈이다. 나는 저 둘이 떠드는 걸 무시하고 계속해서 엘리스를 만져댔다. 그리고 짜증을 가득 담아서 시우를 보고 말했다.
“쯧, 당연히 맞설 수 있지. 그러기 위해서 이 튜토리얼이란 게 있는 거잖아. 그런 힘을 키우라고.”
“그 힘도 함께 키우는 겁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이라고요! 그렇게 자신이 있으시면 저희라는 위험에도 맞서보시죠! 저희는 눈앞에서 고통받는 여성을 지켜만 보지 않습니다!”
시우의 말이 끝나자 생존 그룹의 맴버들이 우리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정의의 사도인 시우는 내게서 엘리스를 구해낼 생각인 듯했다. 이거 미친 거 아니야? 노예를 뺏어가려고 하다니, 아무리 시우라도 용서할 수 없다.
“엘리스, 준비해.”
“뭐, 뭐어?! 어…?”
나는 엘리스를 애무하는 걸 그만두고 인벤토리에서 거대 양손 도끼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엘리스는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내 명령을 듣고 훨윈드를 돌 준비를 했다.
‘관측’으로 확인해본 결과, 놈들 대다수가 코볼트 보다 못한 놈들이었고 대장인 시우조차 엘리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엘리스 하나로도 힐만 제대로 넣어주면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란 소리다.
병신. 사람 모을 시간에 코볼트 한 마리라도 더 잡아서 스탯을 올렸어야지. 멍청한 짓을 하는 걸 보니 어쩌면 눈앞의 시우는 주인공이 아닐지도 몰랐다.
스탯이라는 게 생긴 이상 양보단 질로 승부해야 하는 것을, 쯧쯧.
“멍청하기는! 우리와 진짜 싸울 생각인가봐요!”
“그런데 왜 엘리스씨가 무기를 들고, 설마! 강제로 조종할 수 있는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정말 끝까지 저항할 생각이네요… 엘리스씨는 제가 마크하겠습니다! 다치지 않게 제압할 테니 나머지 분들은 이 남자를 노려주세요!”
막상 내가 맞서 싸우려고 하니 놈들이 크게 당황했다. 이때까진 숫자놀음으로 사람들을 억제해왔겠지만 나한텐 통하지 않는다. 후우, 참교육을 해줘야겠다. 시우 빼고 다 쓸어버리면 되겠지?
“히히히히히! 재밌는 광경이군요! 그런데 누가 멋대로 싸우래, 이 새끼들아! 지랄말고 무기 다 내려어엇!”
젠장, 조금만 더 늦게 나오지.
튜토리얼 요정의 재등장으로 참교육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
“여러분들이 너무 제 말을 잘 들어서요, 짜증나게. 그래서 귀찮게 일을 벌여야하잖아요. 에라이!”
짝!
쿠우웅구웅
“뭐, 뭐야?!”
“어어? 이건… 콜로세움?!”
튜토리얼의 요정은 ‘1차’ 튜토리얼을 통과함을 축하해주다가 돌연 화를 내더니, ‘2차’ 튜토리얼로 가기 위해선 인원을 줄여야한다면서 뜬금없이 박수를 쳤다.
그러자 공터가 크게 흔들리더니 바닥에서 거대한 건물이 솟구쳤는데 누군가의 말처럼 그 모습이 마치 콜로세움과 같았다. 사람들이 서 있는 공간은 콜로세움의 전장이었고 그 주변에 새로 솟아난 건축물은 관중석이었다.
“여기서 여러분은 또 살아남아야 해요. 다만, 이번엔 숫자에 제한을 둘 거야. 알아들었냐 이 버러지들아! 흠흠, 물론 모두가 시험에 들 필요는 없어요.”
“5등, 박시우.”
요정이 시우의 이름을 부르자 시우가 관중석으로 전이되었다. 관중석에는 아주 커다란 의자 하나와 양쪽으로 각각 2개의 적당히 큰 의자가 있었는데 시우는 그 중에서 가장 오른쪽 의자에 앉게 되었다.
“4등, 최건.”
“3등, 김호식.”
그리고 뒤이어 호명된 두 명도 전이되어 왼쪽의 두 의자를 차지하였다.
음, 대충 감이 온다. 이건 코볼트를 쓸어담은 순위겠지? 그렇다면…
“2등, 엘리스.”
“1등, 감덕배.”
역시나 나와 엘리스가 나란히 1등, 2등이었다.
엘리스가 전이 된 후 내가 뒤따라 전이되자 나는 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의자에 앉게 되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남아있는 생존자들이 고개를 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 생각보다 경치가 좋네.
“히히, 감이 오시죠? 가장 열심히 살아남은 5명입니다! 여러분껜 다음 튜토리얼이 시작될 때 순위에 맞는 선물을 드릴 거에요.”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
짝
“오옷! 나도 왔다!”
“휴, 뭔진 몰라도 일단 살았다.”
요정이 다시 박수를 치자 공터에 남은 사람들의 3할 정도가 관중석으로 전이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위 5명과는 달리 의자 없이 서있어야 했다.
“조용! 시끄럽게 하지말고 닥쳐! 너희들은 어쨌거나 살아남은 놈들이에요. 그러니 통과. 문제는 저 쓰레기들인데.”
“너희들은 자기 손으로 개새끼 한 마리도 못잡은 벌레들이야. 사실 죽었어야 정상이지!”
“그러니 살아남으세요. 20명만. 1시간이 지날 때까지 목표대로 인원을 줄이지 못하면 다들 죽는 거야! 히히히힛! 지금 바로 시작이야!!”
요정은 그 말과 함께 다시 사라졌다. 대신 콜로세움 가운데서 커다란 안내창 하나가 떠올랐다.
[00: 59: 58]
요정이 말한 제한시간이었다.
***
재밌네. 상황이 재밌게 됐다.
지금 밑에 남아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시우의 생존 그룹 맴버들이었다. 저들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죽여야만 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한다는 시우의 이상따윈 여기선 허상에 불과했다.
그럼그럼, 이게 맞지. 자기 생존은 자기가 책임지는 거다. 언제까지나 묻어만 갈 수는 없다. 그것도 모르고 생존 그룹이라는 기괴한 단체를 만들었으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게 당연했다.
참, 꼴 좋았다.
“엘리스, 이리와.”
“잠깐, 또 뭔데…”
“뭐기는. 와서 빨아.”
기분 좋은 순간엔 기분 좋은 일을 해야지.
나는 바지를 내리고 엘리스를 불렀다.
“싫어… 미쳤어? 다들 보잖아…”
“어허, 명령이야. 와서 빨아.”
“미친놈… 제발… 하아, 흡, 후욱, 하아… 츄웁.”
엘리스는 머뭇거렸지만 노예인 이상 내 명령을 들어야만 했다. 그녀는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내 자지를 빨아주었다. 그러자 음란한 소리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하아, 츄르릅… 꿀꺽, 하아… 헤읏, 츄읍.”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돌리다가 시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시우는 이번엔 내게 간섭하지 못했다. 시우에게 힘이 되어주던 숫자가 저기 저 밑에 있으니 아까처럼 의기롭게 행동할 자신이 없나보다.
녀석, 싱겁기는.
“할짝, 쮸읍, 하아… 츕, 츄으읍, 꿀꺽…”
한 편, 이번엔 반대편을 보자 3등과 4등 남자 놈들이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엘리스의 곳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즐기며 보라는 듯이 엘리스의 가슴을 만져댔다.
“그, 그만, 하아앙! 할짝, 하아… 츄릅, 아앙!”
그랬더니 이제는 주변의 관중석에서 사람들이 몸을 돌려 엘리스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며 부러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거지, 바로 이거야!기대했던 반응에 내 자지가 엘리스의 입에서 더 커졌다.
…그런데 시작 안하나? 시간이 벌써 10분이나 지났는데 밑에 있는 놈들은 아직도 싸우지 않고 모두 다 엘리스만 쳐다보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