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노예 파티의 주인이 되었다(1)
* * *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경험이었다. TS된 것도 소름인데 게이밭에 빠지다니, 트라우마 때문에 다시는 올랜덤을 고르지 못할 거같다. 사실 한 번씩 그런 말도 안되는 장르에 들어가면 어쩌지 하고 생각은 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 후… 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나쁜 점만 있던 건 아니었다. 클라인 검술이랑 푸른 섬광의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둘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한 스킬들이었는데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B등급 헌터도 될 수 있을 거같다.
B등급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면 강해지면 무협 세계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보인다.
“이건 당분간은 못 고르겠다.”
나는 침대에 누워 다시 한 번 도전과제를 살펴봤다. 거기서 ‘올랜덤으로 미션 달성’은 무시하기로 했다. 또 인류애 장르로 들어가는 건 가능성이 낮겠지만 어쨌든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다시 고르고 싶진 않았다.
대신 ‘팁없이 미션 달성’은 재도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덩달아 실패하기는 했지만 거듭 생각해봐도 이 정도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같았다.
“흐음… 포인트 다 투자해서 이거라도 깨볼까?”
그리고 나는 ‘호감도가 마이너스 상태에서 미션 달성’ 과제를 골랐다. 희라를 네토리 할 때처럼 상황만 잘 받춰주면 호감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10만 포인트짜리 도전과제지만 그 정도로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거기다 이 아이템을 들고 들어가면 오히려 쉬울 거다.
[종속의 목걸이: 3만 포인트. 대상을 노예로 만든다. 다만 능력 차이가 클 경우 발동되지 않는다.]
현재 남아있는 내 포인트는 35920 포인트, 그래서 이 아이템을 구매하면 대부분을 투자하는 셈이 되지만, 말 그대로 투자다. 그리고 나는 포인트를 회수할 자신이 있었다. 호감도가 마이너스라도 노예로 만들고 성감자극으로 조교시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이번에야 말로 진짜 도전이다.”
이세계 전생물. 그런데 이제 튜토리얼을 곁들인 장르와 평범한 인남캐39를 고른 후 ‘히로인 네토리’를 시작했다. 총 3만 1850 포인트를 건 도박이었다.
[‘히로인 네토리’ 능력을 사용합니다.]
[‘팁없이 미션 달성’, ‘호감도 마이너스 상태에서 미션 달성’ 과제를 도전 중입니다.]
[장르는 ‘이세계 전생물(튜토리얼)’입니다.]
[당신은 ‘인간남자캐릭터39’입니다.]
[종속의 목걸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션: 히로인을 네토리 하세요.]
[(도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A등급 이상의 성과가 필요합니다.)]
“이거지.”
눈을 뜨고 기억을 흡수하자마자 다시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얼마 후 눈부신 빛이 사라지자 처음 보는 공간이 나타났다.
튜토리얼의 시작이었다.
***
주변을 살펴보자 커다란 숲 속에서 수 백명은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대부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몇몇은 두려워했으며 몇몇은 화를 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 훈련소 때 이후로 처음이라 약간 PTSD가 왔다.
“여긴 어디야?! 나 승급전이었는데!”
“오, 오빠…! 어디갔어!”
“이건 또 뭐야? 몰래카메라냐?”
주변이 점차 소란스러워질 때 허공에서 괴상하게 생긴 생물이 뿅하고 나타났다. 보아하니 그 유명한 튜토리얼의 요정임이 틀림 없었다. 요정은 우리들을 보고 끔찍한 미소를 짓더니 킬킬킬 쪼개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버러지들아? 나는 튜토리얼을 맡은 케이케이라고 합니다. 너희 같은 멍청이들을 위해 도움을 줄 생각이니 입닥치고 내 말 들으세요. 알겠지?”
뭐냐 저 괴상한 말투는. 번역기가 고장이라도 난 듯 싶었다.
“넌 뭐하는 새끼야? 빨리 돌려보내! 지금 얼마나 중요한 순간이었는지 알기나 해?!”
오우, 첫 희생자인가? 무섭게 생긴 빡빡머리 아저씨가 요정에게 삿대질을 하며 크게 소리쳤다. 겁도없지 튜토리얼의 요정에게 대들다니. 내가 미리 그의 명복을 빌고 있자 아니나 다를까 요정에 의해 그의 목과 몸이 분리되었다.
“…어어?”
“꺄아아아아아악!”
“미, 미쳤어! 살인이야!”
“거짓말! 싫어어어어!”
그러자 큰 소란이 일어났다.
아저씨의 목이 너무 쉽게 뽑혔기에 다들 처음엔 이해를 못하다가 그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나오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러면 요정이 더 빡칠텐데?
“시끄러워, 이 벌레들아! 너, 그리고 너! 입 닥쳐!”
역시나 화가 난 요정이 본보기 삼아 몇 명을 더 죽이자 그제서야 주변이 조용해졌다. 만족한 요정은 다시 끔찍한 미소를 짓더니 우리들에게 튜토리얼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나는 그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넘기면서 주변 사람들을 한 명 한 명씩 조사를 해봤다. 그러나 메인 히로인은커녕 서브 히로인도 이번 튜토리얼엔 존재하지 않았다.
음, 이러면 나가리인데.
***
대충 듣기론 요정이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1. 무기와 하루치 식량을 줄 테니 3일간 살아남아라.
2. 숲 속엔 괴물이 살지만 알아서 살아남아라.
3. 뭘 해도 상관하지 않을 거니 살아남아라.
5글자로 요약하면 살아남아라, 이 말이었다.
그리고 요정은 우리들에게 상태창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요정의 말대로 상태창을 외쳐보자 기존의 내가 가진 상태창이 아닌 이쪽 세계에서 통용되는 상태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름: 감덕배]
[직업: 없음]
[체력: 5(+10)]
[마력: 5(+10)]
[힘: 5(+10)]
[민첩: 5(+10)]
[지능: 5(+10)]
[스킬: 아리아 여신의 사랑, 아리아 여신의 친절, 아리아 여신의 힘, 아리아 여신의 방패, 클라인 검술, 푸른 섬광, …… 수면]
공평하게 모든 스탯이 5로 맞춰진 채 시작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가진 스킬들은 그대로 쓸 수 있었기에 아리아 여신의 힘 버프가 켜져있었다. 이 정도면 무리없이 튜토리얼은 통과할 수 있을 거다.
“아시겠습니까?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말이야!”
말을 끝낸 요정은 뭐라뭐라 중얼거리더니 사람들을 숲속 곳곳으로 퍼뜨리기 시작했다. 인원이 워낙 많아서 스타팅 지역을 나눈 모양이었다.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자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떤 공간으로 전이 되었다. 그곳엔 작은 도시락 몇 개와 다양한 무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엘리스다! 맙소사, 엘리스를 여기서 보다니…”
“진짜네? 와… 존나 예뻐.”
그런데 우리 무리에 유명인이라도 있는지 사람들이 수군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압도적인 존재감의 여자 한 명이 주변을 경계하며 울먹거리고 있었다.
‘엘리스라… 아, 기억에 있네. 톱아이돌 중 한 명으로 한국에서 가장 인기많은 연예인.’
그녀는 이쪽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이었다.
러시아 쿼터 혼혈답게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는 주먹만큼 작은 얼굴을 가득 채우는 큰 눈과 한국인은 가질 수 없는 오똑한 코를 가지고 있었다. 인상이 강해 약간 사나워보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워서 포스가 넘치는 외모였다. 거기에 금상첨화로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레슨 중에 끌려왔는지 몸매가 드러나는 딱 달라붙는 셔츠와 허벅지를 크게 노출한 짧은 숏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땀에 젖어있는 모습이 정말 섹시해보였다. 가슴은 얼굴만큼 자신이 넘쳤고 굴곡진 허리라인은 그녀가 왜 톱 아이돌인 지를 잘 설명해줬다.
그녀를 본 내 감상은 ‘존나게 따먹고 싶다’ 였다. 안그래도 게이들을 만나는 바람에 속이 안 좋았었는데 엘리스를 따먹으면 힐링이 될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종속의 목걸이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메인 히로인이나 서브 히로인을 만났을 때 쓰려고 준비한 아이템이었지만… 이 정도의 여자라면 여기서 사용해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엘리스씨! 후욱, 저만 믿으세요! 후욱, 제가 지켜드릴 테니까…!”
“꺼져 인마, 너 같은 약골이 무슨. 엘리스! 오빠가 지켜줄게! 걱정 말고 오빠 옆에 붙어 있어!”
나는 떨고있는 그녀에게 작업을 거는 남자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녀의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그녀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녀에게 종속의 목걸이를 사용했다.
[종속의 목걸이가 사용되었습니다.]
[엘리스가 당신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업적에 따라 새로운 직업을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인으로 전직하시겠습니까?]
그러자 굉장히 만족스러운 안내창이 나타나 나를 기쁘게 해주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