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 왕도용사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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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이 이렇게 무서울 수도 있나? 나는 처음으로 소피아에게 공포를 느꼈다. 차라리 내가 먼저 알렸더라면 상황이 더 나았을텐데 이렇게 먼저 들켜버리니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변명이 되게 생겼다.
아니 근데, 여신님은 뭔 그딴 권능을 주는 거야. 색욕의 여신이었어? 자지 상태를 확인하는 권능이라니 그게 말이 되냐고. 어이가 없었지만 왠지 알 거같기도 했다. 뭐만하면 아리아 여신 핑계를 댔으니 한 번 당해봐라 하고 소피아에게 그런 권능을 넘긴 걸지도 몰랐다.
후우, 결국 자업자득이란 소리다.
이렇게 된 이상 사과를 해야 하는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나라도, 꼴려서 따먹었다고 대놓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에휴… 오빠, 이 바보야.”
“소피…?”
“뭘 이제와서 그렇게 쪼는 거야. 나랑 사귄 이후로도 우리 엄마랑 계속 섹스했으면서.”
그건 또 그렇네. 생각해보니 아줌마랑 섹스하는 것도 여러 번 들켰었다. 이 세계관으로 돌아오는 게 워낙 오랜만이라 까먹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소피아는 화를 내면서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금방 화를 풀었었다. …지금도 그러려나?
내가 조심스럽게 소피아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그녀가 그 상태로 내게 안겨들었다. 이거, 뭔가 희망이 보인다.
“으휴! 잘난 오빠를 애인으로 둔 내 잘못이지. 이렇게 멋진 오빠를 여자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잖아.”
“……응?”
“보나마나 우리 엄마처럼 오빠를 꼬셔댄 거 아냐. 바보 같은 오빠는 또 거기에 넘어간 걸거고. 보아하니 루이즈님같은데 그 여자도 생긴 거랑 다르게 여우였네. 어우, 재수없어.”
“......으응?”
어라? 그게 또 그렇게 되나?
호감도를 100이상 찍어놔서 그런지 소피아는 내가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해석했다. 사실 시우한테 넘기기 싫었던 내가 조교 끝에 따먹은 거지만, 소피아는 루이즈의 유혹에 내가 넘어갔다고 생각한 거다.
그런데… 듣고 보면 또 맞는 말같기도 하다. 섹프가 되자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루이즈였잖아. 양심이 조금 찔리긴 했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소피아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다고 오빠가 잘했다는 건 아니야! 시우한텐 비밀로 한다고 해도 그 여자한텐 내 얘기를 했어야 할 거 아냐!”
“그… 말하긴 했는데.”
정확힌 루이즈가 먼저 알고 있었던 거지만.
“뭐?! 그럼 알고도 오빠를 꼬신 거야? 진짜 그렇게 안봤는데 대단한 여자네. 그런데도 우리 파티에 들어오겠다고 한 거야? 완전 어이없어.”
“……으응.”
그래,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냐?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대로 끝까지 숨기는 게 맞아보였다. 루이즈한텐 미안하지만… 이해해 줄 거다. 아마도.
“에잇!”
그렇게 내가 속으로 안도하고 있을 때, 소피아가 나를 안은 채 돌진하여 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 후 내게 올라탄 소피아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나로는 부족해? 나 혼자로는 안되는 거야?”
“소피...”
“오빠를 독점하려는 게 내 욕심인 걸까? 응?”
“미안해…”
서운해하는 소피아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확실히 내가 너무 이기적이긴 했다.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있으면서 또 다른 여자를 탐하다니, 소피아가 착해서 이 정도인 거지 자칫했으면 푹찍엔딩을 볼 수도 있었다.
진짜 하렘물 주인공들은 어떻게 하렘을 차리는 거지? 걔들은 죄책감 이런 걸 안 느끼는 건가? 어쩌면 그 놈들은 다 싸이코패스인지도 몰랐다. 시우 이 쓰레기야.
그런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소피아를 위해 루이즈와 인연을 끊자고 생각하니 그건 또 힘들었다. 충격적이게도 나 역시 싸이코패스일지도 몰랐다. 시우야 미안해.
“아핫! 표정이 그게 뭐야. 화가 다 풀려버렸잖아.”
내가 혼란스러워 하자 소피아 내 얼굴을 보더니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가벼게 나와 입을 맞추고는 내 품에 안겨 흥얼거렸다.
“정말~ 이 갈대 같은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천사 같은 아이는 용서를 해준 모양이었다. 나는 성녀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느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만약 세실리아였다면 이렇게 넘어가지 않았겠지… 휴, 왕도용사물이라서 살았다.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너가 내 첫 번째야 소피.”
“치! 말은 잘 해요. 헤헤… 그래도 말뿐이라도 너무 좋아.”
화가 다 풀린 우리 성녀님은 내 손길을 즐기며 내게 몸을 비벼댔다. 그리고 천천히 위에서부터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달라붙어 있다보니 몸이 달아올랐나 보다.
“윽, 뭐 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소피아가 내 쇄골에 입을 대더니 그 상태 그대로 깨물어버렸다. 뭐지? 벌 주는 건가? 귀여운 체벌이긴 했지만 너무 뜬금이 없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여신님 말이 사실이었네… 정말 오빠는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소피?”
“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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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뜨지 않은 아주 야심한 밤, 구름 위로 서큐버스 하나가 혼자서 중얼거리며 하늘을 날았다. 그녀는 화가 많이 났는지 연신 씩씩거리며 누군가를 욕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욕보다는 투정에 가까웠다.
“그 남자!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정신도 못차리게 만들어 줄 거니까! 두고봐!”
“인간 주제에 자지가 좀 잘났다고 해서 봐줄 생각 없으니까!”
“섹스 좀 잘한다고 다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에이이이잇!”
서큐버스 퀸의 딸, 샬롯은 아직도 본신의 처녀를 가져간 남자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와의 섹스는 너무나 강렬했고 짜릿했기에 어쩌면 그녀가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그 사실이 너무 화가 났다. 한 순간의 배려도 없이 자신을 물건 취급하며 가지고 논 남자가 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샬롯은, 알게 모르게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건 성을 사랑하는 서큐버스의 본능이었다. 그의 쇄골에 위치 추적 마법을 남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본인은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그와 다시 섹스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녀의 복수도 결국 섹스였지만 말이다.
“너는 끝난 줄 알아! 다음에 만나면 넣자마자 싸게 해줄 테니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처녀 서큐버스는 본체로 첫 경험을 가지면 그 상대의 취향으로 몸이 자라게 된다. 그게 죽어도 싫었던 샬롯은 서큐버스 퀸을 찾아가 그걸 막아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사실 복수를 위해서라면 남자의 취향대로 자라는 게 유리했지만 샬롯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몸이 좋았다.
“아마 날 주인님으로 부르게 될 걸? 히히힛! 그래, 내 발가락을 핥으면서 날 찬양하게 될 거야! 그러면 그때 내가 말하는 거지! 다시는 너랑 안해주겠다고!”
“너는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내게 부탁하겠지만 나는 끝까지 안 들어줄 거야. 흥! 평생 나를 보면서 자위나 하라지!”
키득키득, 상상만 해도 상쾌해진 샬롯이 하늘을 날며 즐거워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는 김에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여러 테크닉들을 배울 계획이었다. 이전엔 배우는 게 귀찮았기에 조금 듣다가 도망쳐버렸지만 지금은 그 기술들이 필요했다.
“감히 이 샬롯님을 화나게 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으읏?! 끼야아아아아앗!”
그런데 갑자기 샬롯이 번개에 맞은 것처럼 비명을 지르더니 그 자리에서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낙하한 샬롯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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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너는 안 가봐도 되겠어?”
“흥! 그 도둑고양이 얼굴은 보기도 싫어. 나는 됐으니까 시우랑 둘이서 잘 갔다 와.”
“미안,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흥… 이렇게 안아준다고 내 기분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면 그게 맞아. 그러니까 자주 안아줘야 해.”
드디어 마르타를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시우와 난 마지막으로 루이즈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소피아도 함께했으면 좋았겠지만 루이즈의 얼굴을 보고 가만히 있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기에 그냥 숙소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둘의 사이를 빨리 풀어줘야 할텐데 큰일이다.
“그럼 갔다올게.”
“확인하고 있을 거니까 조심해.”
“윽.”
확인한다는 건 그 권능을 말하는 거겠지.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성가신 능력이다. 자신의 성녀를 울리지 마라 그런 건가? 저도 여신님의 성기사인데요? 나도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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