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94화 (94/428)

94 - 왕도용사물(32)

‘아아,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동정이라니… 너무 사랑스러워.’

서큐버스인 샬롯은 이번에도 마법을 사용해 처녀 행세를 하여, 그녀에게 걸려든 동정을 따먹었다. 잔뜩 긴장한 남자는 얼마 즐기지도 못하고 사정을 해버렸지만 샬롯은 그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이미 그가 그녀에게 진심으로 빠져버린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정말~ 이렇게 불쌍한 척 눈물을 흘려주면 다 넘어온다니까? 남자들은 다 똑같은 바보야.’

같은 매혹 스킬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는 지에 따라서 그 효과는 천지차별이다. 그리고 샬롯은 그 매혹 스킬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아는 서큐버스였다.

그녀가 처녀라고 굳게 믿은 순진한 남자는 아무 의심 없이 그녀에게 동정을 바쳤고, 그에게 처녀를 바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연기하는 그녀의 매혹을 저항하지 못했다. 남자는 첫 경험과 동시에 그녀의 노예가 되었다.

‘맛있어. 맛있어. 너무 맛있어. 정말… 달콤해! 이래서 내가 동정을 못끊어!’

남자의 동정은 서큐버스에겐 달콤한 간식, 서큐버스에게 동정을 바친 남자의 애정은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는 식사였다. 따라서 그녀의 매혹에 당한 순진남은 이제 그녀만을 위한 전속 요리사였다.

‘이때까지 먹은 동정 중에 제일이야… 중독될 거같아… 너무 좋아…’

그래서 그녀는 다른 손님은 받지 않았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 굳이 불량식품을? 그녀는 미식가였지 잡식을 먹는 누렁이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창관의 창녀들이 그녀에게 잔소리를 했지만, 마법과는 거리가 먼 창녀들을 조종하는 건 샬롯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정말 이런 남자는 처음이야… 하앙…♥’

거짓으로 지어낸 이야기에 나온 인형을 그가 가지고 왔을 땐 놀라기도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를 생각하는 기특한 남자가 샬롯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얼마 가지고 놀다 버릴 생각을 접고 그가 죽을 때까지 그와 함께하며 애정을 빨아먹을 생각을 했다.

양심의 가책?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당당했다. 자신처럼 아름다운 서큐버스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남자는 기뻐해야 했다.

‘어머…? 그 남자 못지 않게 맛있어 보이는 남자가 또 있네?’

그런데 샬롯에게 욕심이 생겼다. 어느날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남자가 그녀에게 나타난 것이다. 그는 동정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동정보다 맛있어 보였다. 거기다 들리는 말로는 이 남자는 순진남과 절친한 친구였다.

그 사실에 샬롯은 맛있는 계획을 세웠다.

‘…나는 천재야! 어쩜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지? 후후, 정말 재밌어지겠어!’

그것은 두 남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발칙한 계획이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믿고 있던 친구에게 억지로 다리를 벌린 걸 뒤늦게 알게된 남자, 친구의 여자에게 발정하여 자신을 믿는 친구를 배신하고 여자를 강제로 취한 남자, 그 둘의 우정 따윈 그녀 앞에서 걸렛조각이 되고 그녀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죽을 듯이 경쟁하는 두 사람!

‘하앙~♥, 짜릿해!’

어쩌면 그녀는 그 어떤 서큐버스도, 그리고 그 잘난 자신의 어머니도, 맛보지 못한 천상의 요리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몰랐다.

“메리라고 했나? 잠시 얘기할 수 있을까?”

“어머, 오빠! 쟨 오빠 친구만 보고 산다니까? 그러지말고 나랑 놀자, 응?”

그래서 샬롯은 자신과 이야기하자는 남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야기라 해봤자 몸의 대화일 게 뻔했지만 당장의 달콤함을 위해서라도, 다가올 짜릿함을 위해서라도, 그녀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저… 알겠습니다. 방을 잡고 기다리고 계시면 제가 찾아갈게요…”

“어머머, 메리 너?! 드디어 다른 손님을 받는 거니?”

“이, 이야기만 할 거에요!”

부끄러워하는 척 얼굴을 붉힌 샬롯이 속으로 군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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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쿵

성난 발걸음으로 시우가 창관을 헤집고 다녔다. 겁에 질린 창녀들이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 누구도 시우를 저지할 수 없었다.

-쾅쾅쾅!

“메리! 메리 어딨어!”

보디가드들은 이미 쓰러진 지 오래였다. 덩치만 큰 그들은 시우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지며 창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창녀를 사먹던 남자들은 깜짝 놀라 알몸으로 도망쳤고 몸을 팔던 창녀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침대에서 나오질 못했다.

-쾅쾅! 쾅쾅쾅!

“대체 어딨는 거야!”

‘괜히 말했어! 메리, 그 계집애 말을 들어주는 거였는데!’

시우에게 직접, 메리가 다른 남자와 있다는 걸 알려준 줄리아가 자신의 실수를 후회했다. 그녀의 말대로 메리의 일탈은 비밀로 했어야 했다. 하지만 창녀 주제에 잘생긴 저 사내와 사랑에 빠진 메리가 너무나 얄미웠던 줄리아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둘 사이가 멀어지길 바랐었다.

“어딨냐고오!”

그러나 시우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메리가 창관에 의해 강제로 다른 손님을 받았다며 자기 혼자 분개하고는 창관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메리가 누구와 있는 지는 말할 틈도 없었다.

‘저렇게 미친 놈인 줄 알았으면 부러워할 필요도 없었는데!’

줄리아가 한창 후회를 하고 있을 때, 시우는 드디어 창관의 구석에 있는 마지막 방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메리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 이 방에 있는 게 분명했다.

-꿀꺽

그제서야 냉정해진 시우는 머리를 식히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소심해진 시우에겐, 지금 당장 메리를 방에서 데리고 나올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으극, 하읏♥! 아앙! 너, 너므 저아여어♥!]

하지만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메리의 신음소리에 시우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힘이 빠진 시우는 그만 잡고 있던 문고리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아악, 하앗, 하아아앙♥! 또, 가버려어어어♥♥!]

메리와 이름모를 남자는 시우의 난동은 눈치채지도 못하고 둘만의 세계에 빠져서, 서로의 몸을 탐하는 음란한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

[아앙대여어♥! 그, 그마안! 히, 히극♥, 히에엑, 하아아♥…]

시우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신음소리의 주인은 분명 메리가 맞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음탕한 목소리였다.

[더는 안대애애애! 자, 쟈바당기지이 마라여, 으아앙♥!]

시우의 기억 속에 있는 메리는 언제나 수줍어하며 귀여운 신음소리를 냈었다. 저렇게 천박하고 질척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으그극, 흑, 하아앙♥… 쟈지 갱장해에여어♥! 쟈지에 굴복해버려여어♥! 이제 이 쟈지없이는 못사라아아앙♥♥♥!]

또한 저런 저급한 말도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순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여전히 성기 앞에서 부끄러워했었다.

따라서 시우는 문 너머의 여자가 메리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메리는 지금 창관에 없는 게 분명했다. 어쩌면, 메리가 다른 남자와 있다는 소리는, 메리와 자신 사이를 질투한 그 여자의 거짓말일지도 몰랐다.

‘그래, 그럴거야!’

자신이 열심히 돈을 벌어 메리가 마담에게 진 빚을 갚을 테니 평생을 함께하자는 고백을 했었다. 메리는 눈물을 흘리며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을 안아줬었다. 그러니 저 여자는 메리가 아닌 게 확실했다.

마왕을 잡아야 했지만 메리가 우선이었다. 메리에게도 무엇보다 자신이 우선이었다. 둘은 서로를 믿었고 둘의 미래는 언제나 밝았다. 그러니 저 여자는 메리일 수가 없었다.

창관이 강요를 한다고 다른 손님을 받을 메리가 아니었고,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그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메리였다. 지금 저기서 헐떡이는 여자는 메리일 가능성이 전무했다.

메리와 목소리가 똑같은, 메리가 아닌 다른 창녀,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다. 메리를 의심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라써여어어♥! 시우랑은 이제 절대 안할게에여어♥♥! 그러니 그마아안♥]

그러나 메리가 울부짖으며 시우의 생각을 논파했다.

충격을 받은 시우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히극, 히익, 하아앙♥! 약석, 약소옥 할게요오옷♥!]

[모, 모든 걸 다 바칠게여어어♥!]

[제발, 이제 그마, 으극, 하아아앙♥! 시러러어어어, 또 가버려어어엇♥♥!]

문 너머의 여자는 메리가 맞았다. 애써 부정하려 해보았지만 이젠 정말 확실했다. 시우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분명 서로 사랑했을텐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걸까? 충격의 여파로 그녀에 대한 호감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이제는 메리의 목소리만 들어도 혐오감이 들고 속이 울렁거렸다. 시우는 지금 이 순간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한테 처녀를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했던 메리,

동시에 자신의 동정을 가져가며 기뻐했던 메리,

자신 말고는 다른 손님을 받지 않겠다던 메리,

매일 자신과 사랑을 나누며 즐거워했던 메리,

조금씩 자신과의 섹스에 익숙해지던 메리,

어느덧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메리,

하지만 그런 메리도 결국은 창녀였다.

시우는 자신의 순애가 더럽혀지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엉엉 울면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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