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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92화 (92/428)

92 - 왕도용사물(30)

루이즈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눈 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양 팔을 벌린 채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부끄러워하고 있었다면 그녀도 덜 민망했을텐데, 야속하게도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안기라고…? 그런… 망측한 짓을!’

남자와 포옹을 하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경비대의 일원이 되어 힘든 업무를 해결할 때마다 그녀는 부하들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었었다. 하지만 경비대의 ‘루이즈’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루이즈’가 남자의 품에 안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해야하는 건가…!’

한 번 의식을 하게 되니 걷잡을 수 없이 다른 생각들이 몰려왔다. 경비대에선 쉽게 찾기 힘든 잘생긴 외모, 생각 외로 튼실한 가슴팍과 잔근육들, 진지하게 상대방을 위해주는 성실한 태도 등등 시우에게 가려졌던 그의 매력적인 모습들이 이제서야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우으읏, 이래서야 시우 못지않게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가!’

남자에게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시작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차라리 경비대 말단인 한스와 훈련을 하는게 나을 뻔했다. 그의 돼지같은 얼굴을 보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거다.

“어서!”

“으, 으으으…!”

그녀가 계속해서 머뭇거리며 자리에 머물자 남자가 정색을 하며 소리쳤다. 언제나 서글서글한 미소로 상냥히 대해주던 남자의, 처음 보게 되는 인상을 쓴 모습이었다.

루이즈는 그 사실에 가슴이 덜컹거렸다. 이대로 그의 호의가 적의로 바뀌게 될까봐 그녀는 겁이 났다. 그래서 그녀는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그녀의 심장이 더욱 크게 뛰었다. 어느새 등 뒤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발걸음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이건 교습이니까… 수련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자. 음, 이건 수련의 일종, 이건 수련의 일종, 이건 수련의 일종…’

그러나 루이즈는 결국 그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시작이 정말 어렵네요. 이대로 계속해도 될 지 걱정이 됩니다. 루이즈님, 힘드시면 지금이라도 그만두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괘, 괜찮다! 기사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법이다!”

“오오! 역시 루이즈님입니다. 솔직히 포기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럼 본격적인 교습을 시작하겠습니다!”

루이즈가 허세를 부리며 애써 괜찮은 척을 하자 남자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그녀를 치켜세웠다. 언제나처럼 듣기 좋은 말이었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다.

“알겠네에으읏?!”

남자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녀의 말만 믿고 곧바로 그녀를 안아버렸다. 그녀는 그 즉시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녀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가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게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릴 뿐이었다.

“루이즈님, 어떠십니까? 버틸 수 있겠습니까?”

“으음…! 버, 버틸 수… 있네…”

‘이런 걸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남자의 왼팔이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졌고 남자의 오른팔이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그의 손길에 루이즈는 정신이 나갈 거같았다. 그녀는 남자에게 갇혀 어쩌지도 못한 채 부끄러움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괜찮으시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란 말인가?!”

“원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려고 했지만, 루이즈님이 워낙 잘하고 계셔서 욕심을 내보겠습니다.”

“그, 그렇군…”

‘그냥 솔직하게 힘들다고 말할 것을…!’

루이즈가 자신의 실책을 후회했지만 이제와서는 너무 늦은 후회였다. 남자는 거듭 그녀를 칭찬하다가 루이즈가 방심한 틈을 타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두 발자국 떨어져있던 루이즈가 남자와 같은 곳을 밟게 되었다.

‘무슨!’

자연스럽게 둘은 밀착했고 루이즈는 강제로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마, 망측하다! 이렇게까지 가까이…!’

당황한 그녀는 당장 그의 품에서 벗어나고자 저항했으나 남자는 풀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저항할수록 남자의 몸에 더욱 달라붙고 말았다. 그의 체온이 느껴지고 그의 체향이 느껴졌다. 루이즈는 원하지도 않던 감각에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그의 가슴팍에 짓눌리는 걸 눈치챘다. 그말인즉슨 남자가 그녀의 가슴을, 그리고 그녀의 유두를 느끼고 있다는 소리였다. 루이즈는 수치심에 눈물을 흘렸다.

이때까지 그녀가 했던 모든 포옹은 항상 갑옷을 입고 했었으니 루이즈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네.”

그러나 다행히도 남자의 교습은 거기서 끝이었다. 정말로 버티기 힘들었지만 결국은 이겨낸 것이다. 루이즈는 성취감에 활짝 웃음을 지었다. 처음으로 대련에서 승리한 순간보다 통쾌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럼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무어라?!”

“하하. 반복학습이 중요하다고 가르쳐주신 건 루이즈님이 아니십니까? 덕분에 힘들었지만 반복대련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기에 이번 교습에 차용하려고 합니다.”

“으읏… 조, 좋은 생각이네…”

‘…이 바보! 왜 괜히 잘난 척을 해서!’

루이즈는 과거의 자신을 욕하며 덕배와의 교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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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개인교습이 효과가 없지는 않았는지 루이즈가 보다 자연스럽게 시우와 대화했다. 여전히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어제까진 보여주지도 않던 미소도 짓고 확연히 달라져있었다. 그리고 시우도 그걸 느꼈는지 어제와는 다르게 얼굴도 붉히고 루이즈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짜식, 좋냐?

달라진 둘의 사이를 보니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하네.”

사실, 나도 좋다. 시우야.

오늘의 성과 덕분에 나는 개인교습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제 쪽팔려서 울고 있는 루이즈를 놀렸다가 분위기가 험악해져서 그걸로 끝일 거라 생각했는데, 시우 덕에 루이즈가 교습의 효과를 믿게 되었다.

‘이, 이건 교습이 지루해서 하품을 한 거다! 절대 눈물을 흘린 게 아니란 말이다!’

아, 어제 울쌍짓던 루이즈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다.

***

“자, 자자자자자잠깐! 이건 무엇인가!!”

아, 이것도 찍어서 보관하고 싶다. 루이즈는 표정천재인가? 정말 다양한 표정으로 나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루이즈는 미인이라서 무슨 표정을 지어도 다 매력적이란 말이지.

“어떤 걸 말하시는 겁니까?”

“그그그그그그, 그거 말이다…”

“그거라니요? 정확히 말해주시지 않으면 모릅니다.”

“…으으읏! 배에 닿고 있는 너의 ‘그것’말이다!”

아쉽네. 조금 더 천박한 단어를 써주면 좋았는데 이럴 땐 대명사의 존재가 밉다.

“으음… 이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자, 잠깐! 억지로 비벼대지 마!”

루이즈가 이렇게 당황한 건 지금 내가 발기를 해서 그렇다.

나는 루이즈를 품에 안은 상태에서 자지를 단단히 세운 후 루이즈의 배에 맞닿게 했다. 루이즈는 처음엔 눈치를 못채고 가만히 안겨있다가 계속 무언가가 자신의 배를 찔러대자 확인을 위해 고개를 숙였고, 결국 발기한 내 자지를 보게 되자 그때서야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하. 이건 제 성기입니다.”

“누가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가! 그, 그, 그게 왜 서 있냔 말이다!”

“음… 루이즈님. 남자는 원래 미인과 포옹을 하면 발기를 하는 법입니다.”

“거짓말!”

그야 남자를 모르는 처녀가 품에 안겨서 얼굴을 붉힌 채 눈물을 글썽이고 거친 숨소리를 흘려대면서 가슴을 비비는데 발기를 안하면 그게 남자냐!

시우는 발기를 하다 못해 사정을 할 정도의 자극이다. 어제는 미리 몇 발 빼고 왔어서 겨우 버틴 거였지 원래는 이게 정상이다.

“저도 부끄러운 거 아십니까? 루이즈님을 위해서 억지로 참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저를 위해서라도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진지하게 교습에 임해주십쇼.”

“그… 그런건가? 그렇군. 그렇다면… 하아… 알겠네.”

그런데 진짜 예상대로네. 이런 쪽에 지식이 어중간하게 있으니까 이렇게 대놓고 성추행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당당하게 나가니까 루이즈는 의심을 하는 대신 내 말을 굳게 믿어버렸다. 아마 오늘 성과를 보였기에 더 믿는 것도 있겠지.

후우, 이 정도면 안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는걸?

“감사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심화 단계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제 루이즈님은 제 성기에 익숙해지시면 됩니다.”

“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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