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91화 (91/428)

91 - 왕도용사물(29)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옙, 맡겨주세요!”

후우, 오늘부터 바로 시작이라니. 어지간히 속상했나 보네.

나는 저택의 사용인을 통해 소피아에게 늦는다는 연락을 보낸 후, 루이즈가 기다리고 있는 응접실로 걸어갔다.

시간도 늦었고 몸도 피곤하겠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간 후 소피아와 달콤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루이즈의 열렬한 의지 덕분에 당장 지금부터 교습을 시작하기로 했다.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을 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단 말이지. 공짜로 해준다고 해도 참, 크흠…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루이즈가 약간은 긴장을 한 기색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에 대련을 할 때랑은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다. 하루사이에 이 정도의 갭모에를 보여주다니 역시 히로인이다.

그리고 루이즈는 언제 갈아입었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덕에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것도 평상복 중 하나인가? 패션센스는 진짜 내 취향이다.

“흐흠! 어서 말해주게 어떻게 하면 그와 친해질 수 있는가.”

아이고 성급하시긴.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루이즈가 다급히 내게 해답을 요구했다. 한시라도 빨리 답답함을 해결하고 싶은 가 보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나는 돌려말하지 않고 그녀에게 충언을 날리기로 마음먹었다.

“음… 답을 드리기 이전에,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얼마든지! 바라던 바 일세.”

“그렇다면 믿고 직언하겠습니다. 루이즈님, 눈을 왜 그렇게 뜹니까?”

“…으음?”

“친해질 생각이 있기는 한 겁니까? 매번 그렇게 정색을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친해지겠습니까? ‘아,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사실, 친해지는 법, 그런 거 따위 모른다. 알면 내가 진작에 쓰고 다녔지.

이건, 교습을 빙자한 팩트폭력이다. 루이즈 얘는 이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평생 안바뀔거같단 말이지. 모두를 위해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렇게 직언을 해줄 필요가 있었다.

변명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인정 하란 말이야. 자신에게 솔직한 여자가 매력적인 법이다. 츤데레 그것도 이제 다 한물 간 거 보면 모르겠어?

“억지로 얼굴을 굳히지 않으면 자꾸 표정이 풀어진단 말일세! …앗!”

“호오, 역시 루이즈님은 시우에게 마음이 있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친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또, 또! 변명하기는!

짜증이 났지만 루이즈의 가슴을 보고 겨우 진정했다.

“루이즈님. 이성에게 호감을 갖는 건 세 살 먹은 어린 아이도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전혀 부끄러워할 게 아니란 말입니다.”

“으음...”

“거기다 루이즈님은 기사 아닙니까? 기사가 눈 앞의 상대를 보고 등을 보일 생각입니까? 당당하게 맞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자네 말이 맞네.”

진짜 시우랑 천생연분같다. 이런 걸로 예시를 들어야 알아먹는 구만.

루이즈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변명을 이어나가다가 내가 기사라는 말을 꺼내자 그때서야 자신의 추태를 인정했다.

으음… 근데 저렇게 풀죽은 모습을 보여주면 내가 나쁜 짓을 한 거같잖아. 이게 가스라이팅? 혼내는 건 나인데,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나다. 루이즈, 이 무서운 여자…

“솔직하게 인정하시면 제가 시우의 마음을 얻을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인가?”

“이 세상에 저보다 시우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믿으십쇼.”

“흐음… 그렇다면 솔직하게 말하겠네. 짐작 대로일세. 나는 어쩌면 그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르네.”

얼씨구.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줘도 자기 마음을 모르는 척 추측하고 있다. 잠깐, 그게 아니구나!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자기 마음을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루이즈도 분명 처녀일 거고 시우가 루이즈의 첫사랑일 거 아냐? 시우 못지않게 평생 검만 휘두르던 그녀가 처음 가지는 연심에 혼란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여기서 루이즈에게 줄 솔루션은, 이거다.

“그럼 그 마음을 숨기지 마십쇼.”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억지로 표정을 굳히지 말고 시우 앞에서 잔뜩 풀어지는 루이즈님의 얼굴을 그대로 보여줘라는 말입니다. 루이즈님이 시우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우가 알 수 있게 말입니다.”

“그… 그건… 시우군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 반대입니다. 오히려 엄청 좋아할 겁니다. 계속 말하지 않았습니까, 시우가 매일 루이즈님 이야기를 꺼낸다고. 자기만 의식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시우도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일 겁니다.”

섹스에 중독되어서 매일 창관에 들른다 해도 그건 육체적 쾌락을 위한 거지 정신적 쾌락을 위한 게 아니다. 시우는 아직, 여자가 주는 호감에 약할 게 분명하다.

루이즈가 먼저 나서서 시우에게 관심을 표하면 시우도 루이즈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을 거다. 그리고 그 상태만 만들어주면 달아오른 남녀가 연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겠지.

음… 완벽한데? 이 정도면 돈을 받는 게 미안하지 않을 컨설팅이었다.

“좋아! 자네의 말대로 한 번 해보겠네!”

***

“저… 루이즈님? 어디 아프신 건가요? 힘드시면 오늘 수련은 여기까지만 해도 됩니다. 저는 그러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

“……”

실패, 대실패다.

내가 생각을 잘못해도 한참을 잘못했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어 이건.

루이즈는 시우를 향해 웃는 거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괴상한 표정을 지었고, 시우는 그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준 다음 여느 때처럼 자연스럽게 창관으로 향했다.

“나는 글러먹었군…”

“루이즈님…”

그리고 그 결과, 큰 충격을 받은 루이즈는 눈에 띄게 우울해하며 자기비하를 했다.

근데 솔직히 좀 심하긴 했어. 의식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한 거지 오크 같은 면상을 보여주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아아…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딱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거겠지? 참 씁쓸한 사건이었다.

***

아무래도 교습의 방향성을 바꾸어야 할 거같다.

루이즈가 보여주는 모습은 흡사 남성 울렁증이었다. 평소에는 남자들 무리에서 잘만 지내놓고선 막상 ‘이성’이라고 의식을 하니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따라서 그걸 극복해야 한다. 호감있는 남자 앞에서도 평소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마주설 수 있도록 남자에게, 정확히는 이성이라고 느끼는 남자에게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루이즈님.”

그래, 정말 그 이유다. 다른 이유는 없다.

루이즈의 가슴이 부드러워 보인다든가, 나한테 안겨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든가, 은글슬쩍 스킨십을 시도해서 어쩔 줄 몰라하게 만들고 싶다든가, 그런 이유는 정말 아니고 오직 루이즈만을 위해서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과격한 교습으로 바꾸어야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읏… 그걸로 해결이 된다면 괜찮네만.”

“좋습니다. 그럼 안기시죠.”

“…무어라?!!”

아, 진짜라니까. 극약처방을 위해서다. 남자에게 익숙해지는 데는 경험보다 좋은 방법은 없지.

문제는 루이즈가 나를 이성으로 느끼냐는 건데…

“어서!”

“으, 으으으…!”

벌써부터 홍당무가 된 루이즈를 보니 별 걱정은 없어보였다.

====

====

남자의 몸이 거칠게 여자를 파고들자 힘을 버티지 못한 침대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에 맞춰 여자는 야릇한 목소리로 화음을 넣었고 이내 곧 남자가 사정을 하며 행위의 마침표를 찍었다.

“하아… 시우님.”

“메리… 한 번 더 가능할까?”

“네에, 와주세요오…”

아니, 마침표가 아니고 도돌이표였는지 남자는 다시 행위를 반복했고 여자는 남자를 가득 안으며 그를 받아들였다. 그 후 둘은 익숙한 몸놀림으로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어 서로를 절정에 이끌었다.

“하앙! 너무 좋아요오!”

“안돼, 가버려요오옷, 아아아앙!”

그러다 마침내 여자가 가버리며 보지를 쑤셔대는 남자의 자지를 가득 조여대자 남자가 이번에도 여자의 질내에 사정하며 또 한 번의 행위를 종료했다.

여자는 그 여운을 즐기다가 몸을 숙여 더럽혀진 남자의 자지를 청소해주었는데 그녀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메리, 좋았어?”

“하압, 츄르릅… 너무 좋았어요, 꿀꺽, 시우님…”

“나도… 오늘도 최고였어.”

“후후… 기뻐요.”

여자가 청소를 끝내자 남자가 팔베개를 해주었고 여자는 남자에게 기대 사랑의 말을 건넸다. 남자는 그녀에게 흠뻑 빠진 듯 보였는데 여자의 별 거 아닌 이야기에도 하나하나 반응해주며 자신의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데 시우님… 요즘 루이즈님과 매일 함께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역시 아름다우시죠? 시우님과 잘 어울리는 미인이기도 하고…”

“루이즈님과는 대련을 할 뿐이야. 대련이 끝나면 곧바로 헤어지고.”

“정말인가요…! 아, 그치만 아직 시우님이 그 분의 매력을 모르셔서 그래요. 계속 함께 하신다면…”

“메리, 지금 나에겐 너뿐이야.”

“시우님! 흑, 흑흑… 정말 행복해요오…”

여자가 눈물을 흘리자 남자가 그녀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었다. 그러다 그녀와 키스를 했고 둘은 다시 또 몸을 섞었다. 그리고 그 행위는 새벽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