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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89화 (89/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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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 왕도용사물(27)

소피아와의 아이라…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다. 매일같이 섹스를 하는데 안해봤을 리가 없지. 가끔씩 질싸 후에 정화로 피임하지 않고 임신을 시키면 어떨까 하고 상상을 했었다.

“소피…”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결론은 ‘안된다’였다.

주인공인 용사의 멘탈을 위해서, 원활한 모험을 위해서, 소피아의 안전을 위해서 등등…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

다만, 임신 시키고싶냐 아니냐만 놓고 따졌을 때는 당연히 전자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 분명 매일매일이 즐겁겠지. 아리아 여신도 부러워할 만큼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다.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오빠…”

그러나, 정말 그럴까?

정말 해서는 안되는 걸까?

아리아 여신은 우리에게 마왕을 무찌르라고 힘을 주었지만, 언제까지 무찌르라고는 말을 하지 않았다. 타임 리미트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자라서 자기 몫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모험을 다시 시작해도 괜찮단 소리 아닐까?

그리고 정 안되면 마왕이든 대마왕이든 순삭할 정도로 강해지면 되잖아. ‘히로인 네토리’로 무한히 성장할 수 있으니까 여기서 나갔다가 먼치킨으로 돌아와서 상황을 정리하는 방법도 있다.

뭐야, 괜히 고민했잖아.

“만들자. 우리 아이.”

“…정말?”

그래, 언제부터 하나하나 다 따졌냐? 일단 저지르고 보자.

시우한테 들켜서 S등급이 된다고 해도 이제 복귀권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잘 생각해보면 다른 고민들도 결국은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 것보다 지금 당장의 행복이 더 중요하지.

“항상 말했잖아. 소피,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고.”

“헤헤…”

내가 진심을 가득 담아 긍정하자 소피아가 양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더니, 내 눈을 바라보면서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저 미소를 볼 수 있다면 조금 고생하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러면 그걸로 됐어.”

“뭐?”

“아핫! 그걸로 됐다구! 알아, 나도 내가 어리광 부린 거. 임신을 하면 모든 게 다 물거품으로 돌아가는데 그럴 수는 없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소피아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어리광이라 변명하면서 애써 괜찮다며 씩씩한 척을 했다.

“그리고… 우리만 행복할 수는 없잖아? 그러니 조금만 더 참을래.”

“바보, 참지 않아도 돼.”

“우웅… 솔직히 아쉽지만… 우리만 할 수 있고,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잖아! 모두를 위해서라도 멈출 순 없어!

그래도 아줌마가 되기 전까진 마왕을 꼭 잡는 거야! 알겠지!”

내가 착각했네. 애써 괜찮은 척이 아니었구나.

모두를 위해 참겠다고 말하는 소피아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생각해보니 소피아는 원래 이런 아이였지.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다시 모두에게 나누어 줄 줄 아는 아이.

아아… 그야말로 성녀(聖女)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소피아가 모두를 위한다면 나는 소피아를 위하니까, 소피아의 말을 들을 수밖에.

결심을 하자마자 이렇게 돼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임신시킬 수는 없지.

다만… 책임져 줄 거지?

소피아 때문에 이렇게 달아올라버렸는걸.

“대신… 오빠는 참지 않아도 돼. 오늘밤은 오빠의 정액으로 나를 가득 채워줘… 응?”

“오늘밤도 겠지.”

“아핫! 정말이네… 헤헤.”

달아오른 건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소피아는 천천히 옷을 벗으며 매혹적인 몸을 드러내더니 그 상태로 내게 달라붙어 나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단단하게 서버린 내 자지 위에 올라타 나밖에 모르는 구멍으로 내 자지를 삼키더니 나와 두 손을 마주잡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아아… 그야말로 성녀(性女)다.

***

여러모로 피곤한 하루였기에 늦게 일어난 우리는 재정비의 시간을 하루 더 가지기로 했다. 그러자 시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몰래 창관으로 향했고 나와 소피아는 또 다시 둘만의 야릇한 시간을 가졌다.

근데, 시우 저 녀석 하루도 안빼먹고 매일 가네? 저러다가 돈을 창관에 다 써버릴 기세다. 에휴, 시우야…

우리는 그 다음날이 되어서야 길드로 향했는데 거기서 수많은 모험가들과 길드 직원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었다.

“너흰 영웅이야!”

“고맙다! 수고했어!”

“어서와! 믿고 있었다구!”

음… 이 환대는 뭐지? 어떤 졸렬한 마을이 생각나서 묘하게 기분이 나쁜데?

뭔가 찝찝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크 무리 때문에 고향을 잃거나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모험가들이 모인 모양이었다.

아하,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구만.

“어서 오게! 자네들에게 줄 것이 있어!”

환호에 호응하며 인파를 뚫고 안으로 들어가니 길드 지부장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그는 의뢰비를 건네주며 우리를 5등급 모험가로 승급시켰는데 그만큼 이번에 우리가 한 일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감사합니다…”

거 참… 난 그냥 시우랑 루이즈를 엮으려고 토벌을 했던건데…

이렇게까지 다들 칭찬을 해주니 솔직히 많이 민망했다. 이래 봬도 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피아랑 시우는 진심으로 즐거워하며 뿌듯해했지만 나는 영 죽을 맛이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서 받을 것만 받고 빠르게 길드에서 도망쳤다.

***

도망친 우리가 향한 곳은 루이즈네 저택이다. 이틀 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정식으로 초대장을 받았었고 오늘이 바로 그 초대일이거든. 이렇게 빠르게 날짜를 잡은 걸 보면 어지간히도 시우가 보고 싶었나 보다.

우리가 묵는 숙소보다 커다란 건물에 도착한 후 초대장을 내밀자 메이드 그 자체인 사람이 우리를 안내했다. 이야, 진짜로 저런 옷을 입는구나. 내가 메이드복에서 눈을 떼지를 못하자 소피아가 몰래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군. 반갑네, 루이즈 클라인일세.”

메이드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간 후 꽤나 오래 걷고 나서야 우리는 루이즈 클라인을 만날 수 있었다. 루이즈는 언제나처럼 당당한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는데 나는 그녀의 시선이 시우에게 조금 더 오래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서 말이지, 그렇게 된 걸세...”

음… 이건 또 뭐지?

그런데 루이즈는 단순히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우리를 부른 게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동료를 구하고 있었다.

“…그 마족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필요한 걸세...”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번 오크 무리의 배후에는 그때 만난 개조 고블린들을 만든 마족들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놈들은 몬스터들을 개조하고 인간들에게 보내 실험을 하는데, 그것을 막을 동료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자네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데… 어떤가?”

참고로 그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마르타 경비대가 아니다. 루이즈가 속한 마족들을 상대한다는 비밀 집단이 있다고 한다. 루이즈는 그 집단에 우리들을 동료로 초대하고 있는 거다.

“영광입니다.”

과연, 그렇구만.

이렇게 진행되는 거였어.

왕도용사물의 진정한 메인 퀘스트가 바로 이거였어.

그렇다면 거절을 할 수가 없지.

“루이즈님의 뜻과 함께하겠습니다.”

“헤헤, 저도요!”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요!”

“흠! 바라던 대답이군!”

이제야 챕터1을 깬 기분이다.

***

“허억… 허억…”

뭔가 잘못됐다.

“끄어어억!”

“일어서게! 고작 그 정도인가?”

“끼에에에엑!”

뭔가 크게 잘못됐다.

왜 난 여기서 지금 구르고 있는 거지?

“흐음… 어쩔 수 없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네.”

네가 동료로 초대했잖아. 우리가 알겠다고 했고.

“허억… 하아…”

“하지만 명심하게. 이 정도로는 한 달이 지나도 동료로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을.”

그러면 그걸로 끝이지 뭔 실력 테스트를 한다는 거야!

루이즈가 속한 비밀 집단의 동료가 되기 위해선 최소한의 실력이 필요한데 안타깝게도 그 커트라인이 꽤 높아서 지금의 나와 시우는 통과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루이즈가 시간을 내서 직접 대련을 해주며 필요한 실력을 갖출 때까지 우리들을 지도해주기로 했다.

아니, 그것 까지는 좋은데 뭐가 이렇게 빡세냐고… 시우조차 저렇게 끝나자마자 뻗을 정도니 내가 지금까지 버틴 게 용했다.

참고로 소피아는 힐러라 예외다. 소피아 정도의 힐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통과라고 한다.

그래서 소피아는 대련을 하는 대신 오크들에게 붙잡혔던 여자들을 만나러 갔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젠장, 이럴 거면 그냥 나도 힐 쓸 수 있다고 말하고 따라갈 걸…

“시간도 늦었는데 어떻게 함께 식사라도 하고 가겠나?”

“저… 죄송합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럼 이만.”

“으음…”

미친놈인가 저거? 시우는 루이즈의 권유를 물 흐르듯이 거절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택에서 빠져나갔다.

보아하니 또 창관에 가려는 게 분명했다. 너 중독이야 그거! 자지 셧다운제가 필요해 보인다.

“아, 저는 좋습니다!”

“어… 그렇군. 자네가 있었지. 음… 알겠네.”

너무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좋다. 이제 둘을 엮을 계획의 다음 단계를 밟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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