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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87화 (87/428)

87 - 왕도용사물(25)

정의로운 용사답게 오크들에게 잔뜩 화가 난 시우는 평소와는 다르게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떠들썩하게 축제를 즐기던 오크들은 혼자서 달려오는 시우를 비웃었지만 하나 둘씩 동료들이 죽어나기 시작하자 그 웃음은 곧 사라졌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크들은 진지하게 시우에게 맞섰으나 제대로 무장도 되어있지 않은 오크들이 시우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소피, 지금이야.”

“응!”

작전대로 시우가 놈들의 시선을 끌자 그 틈에 나와 소피는 반대쪽으로 돌아가 여자들이 겁탈당하고 있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너무나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히이익… 히이, 히히히…. 히헥, 헤엑.”

“아아아, 흐윽, 흐, 하… 히헤헤.”

이곳에선 교배를 위한 난교가 벌어지고 있었다.

오크들은 여자들을 가축처럼 취급했고, 저항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오크의 커다란 자지에 정신을 못차리며 강간당하고 있었다.

얼마나 박혀댔는지 제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고 대다수의 여자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짐승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개중에는 이미 임신했는지 배가 불룩한 여자들도 있었는데 오크들은 그러든말든 신경쓰지 않고 자비없이 자지를 박아댔다.

“씨발 이게 뭐야…”

하지만 거기까진 예상했던 모습이었다.

새끼 오크들에게 모유를 빨리는 여자들도,

자지에 굴복해 오히려 강간을 즐기는 여자들도,

더 나아가 진심으로 오크들을 사랑하는 듯 보이는 여자들도,

끔찍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너무 불쌍해… 우리 빨리 구해주자!”

-퀴이익?

-퀴읶! 퀴이익!

“오빠?”

“아, 응. 알겠어.”

왜 전부 다 저렇게 돼지지?

안구테러에 당한 기분이다. 당분간 계속 머리 속에 남을 거같아…

내 몸무게의 두 배는 족히 넘을 거 같은 여자들이 발가벗은 채 오크들에게 강간당하고 있는 광경은 내가 견디기엔 너무 충격적인 현실이었다.

-퀴이익! 퀵! 끼이윅!

-퀴익! 퀴이이이!

아, 그래. 일단 너네 죽이면서 기분 풀어야겠다.

***

우리는 무사히 모든 여자들을 구해낼 수 있었다.

아니, 이걸 무사히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정신적으로 망가진 여자들이 너무 많았고 그 중엔 학살당한 오크들을 보고 진심으로 오열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다들 정상적인 삶을 살기엔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안타까워한 소피아는 힐과 정화를 써보았지만 아쉽게도 통하진 않았다. 정신계열을 치료하기 위해선 다른 스킬이 필요해보였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여자가 몇 명 있었기에 그녀들의 도움을 받아 여자들을 안전한 곳에 피신시킬 수 있었다.

“오빠, 그럼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게!”

“위험하면 알지? 쉴드마법 꼭 생각해.”

“아핫! 걱정마. 오빠가 날 위해 사준 거잖아! 그러니 걱정말고 빨리 갔다 와!”

소피아는 여기에 남아 경비대가 올 때까지 여자들을 안심시키고 정신을 차리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역시 성녀라니까. 너무 착해.

관측으로 여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문제가 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나는 소피아를 믿고 시우를 도와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

“후우… 진짜 오크새끼들 개또라이들이네.”

충격적인 사실.

오크들은 살찐 여자들을 좋아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

오크들을 자신의 취향을 위해 납치한 여자들을 억지로 살찌운다.

그러니 천막 안에 있던 여자들은 강제로 식고문을 당해 돼지가 된 것이고

그때서야 만족한 오크들이 여자들을 겁탈했다는 말이다.

“취향은 존중하는데 강제로 존중받는 건 아니지 미친새끼들아!”

참고로 이건 이 세계관에선 상식 같은 이야기였는데 그 덕에 여자가 살이 찌면 ‘너 그러다가 오크한테 납치당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참 무서운 세계관이다. 소피아가 진심으로 여자들을 동정한 게 이해가 갔다.

잠깐, 그러면 전통의 여기사와 오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여기사가 ‘큭, 죽여라.’라고 하면 오크가 강간하는 게 아니라 폭식시키는 거잖아. 씨발… 진짜 어질어질하다.

-퀴이이이에에엑!

-퀴이… 퀴에에엑!

오, 다시 한복판으로 나와보니 시우의 학살극이 진행되고 있었다.

시우는 피투성이가 된 채 오크를 썰어댔는데 상처 하나 없는 걸 보니 전부 다 오크의 피인 게 분명했다.

그래 시우야. 한 놈도 남겨두지 말고 다 죽이자.

그런 끔찍한 걸 보여준 오크들을 나도 용서하지 못하겠다.

“할 만하냐?”

“형! 어떻게 됐어요?!”

“작전대로 다 구했지. 지금은 소피아가 지키고 있어.”

“아뇨. 그 새끼들 다 죽였어요?”

뭐야, 아니 너도 오크 죽이기에 진심인 거야? 오늘따라 생각이 통하네.

내가 자연스럽게 시우의 옆에 다가가자 시우가 반색을 하며 반겼다.

그런데 죽였냐는 말부터 나오는 걸 보니 시우가 진짜 제대로 화난 듯했다.

오늘따라 공격적인 시우가 어색했지만 호구처럼 소심한 것보단 이게 훨씬 보기좋았다. 역시. 아다 떼주길 잘했다니깐.

“한 마리도 안남기고 다 죽였지. 여기는 어때?”

“대충 정리는 됐는데 저 멀리서 엄청난 기운이 다가오고 있는 게 느껴져요. 아마 오크 무리의 보스인 거 같아요.”

“알아서 찾아와주니 잘됐네.”

괜히 용사가 아니네. 나도 충분히 강해진 거 같은데 결계 파악도 그렇고 지금도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더러운 재능충.

하지만 오히려 좋다. 용사가 강할수록 버스타기엔 좋으니까 앞으로도 잘 키워봐야지.

“그럼 잠깐 숨고르고 있어. 보스가 오기 전까지 내가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고마워요, 형.”

고맙긴. 이게 다 경험치인데.

시우 덕에 모랄빵당한 오크들은 무기는 들고 있지만 전투의욕은 전혀 없어보였다. 이런 놈들을 사냥하는 건 케이크를 먹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근데 얘네 이 상태에서도 용케 안 도망치고 상대하고 있네. 학살하는 시우보다 곧 다가올 보스가 더 무섭단 소리인가?

***

“형! 조심하세요!”

“뭐, 크악!”

경험치 폭식에 정신이 팔려 얼마 남지 않은 오크들을 베어내고 있는데 갑자기 시우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뭔 소리인가 하고 돌아보는 찰나에 무언가가 날라와 내 몸을 강타했다.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 막기는 했지만 그 충격에 나는 튕겨나갔고 몇 번을 구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뭐야 씨발!”

아프다. 방패를 들고 있는 팔이 찌릿한 게 아직도 충격의 여파가 몸에 남아 있다.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변의 분위기가 바뀐 게 느껴졌다.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오크들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사나워졌다.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자 시우가 나를 지키듯 내 앞에 서서 성검을 다시 꺼내들었다.

“형, 물러서계세요. 보스가 온 거 같아요.”

“보스?”

시우의 말에 고개를 들자 언덕 너머로 평범한 오크의 몇 배는 되는 크기의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놈을 보자마자 정체를 깨달았다.

“오크 주술사잖아!”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결계를 만든 건 저 녀석이었다.

어쩐지 오크들이 결계 안에 있다고 했는데 보스가 오크 주술사라면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근데 주술사가 저렇게 덩치가 크나?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보스가 커다란 수정구를 들고 우리를 노려보았다.

-콰앙!

-퀴에에에에엑!

-퀴, 키익…

“미친…!”

그리고 그 수정구에서 눈으로 따라가기에도 벅찬 속도의 마법이 쏟아졌다.

다행히 공격은 빗나가 얼마 남지도 않은 오크들에게 떨어졌지만 끔찍하게 뒤틀린 놈들의 모습을 보니 그 파괴력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건… 에너지 볼트 계열의 마법인가? 아까 방패로 겨우 막은 공격도 저 마법일 텐데 아직까지도 충격이 가시질 않은 걸 보면 정말 쉽지 않은 상대다.

아니 근데 이건 오크 주술사 수준이 아니라 그냥 오크 메이지잖아.

오크도 메이지가 있어…? 역시 쉽지 않은 난이도의 세계관이다.

“야! 이길 수 있겠어?!”

“걱정마세요!”

하지만 우리 쪽에도 만만찮은 사기 캐릭터가 있다. 가랏, 시우!

시우는 침착하게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 놈에게 접근했다. 속도가 빠르고 위력이 강하다 하더라도 결국 맞지 않으면 그만. 낮은 명중률의 마법으로는 재빠르게 움직이는 시우를 맞힐 수 없었다.

“흐아아아앗!”

-퀴이이익!

젠장 얕았나.

아쉽게도, 시우에게도 문제점이 있었다. 공격을 회피하며 놈에게 접근을 할 수는 있었지만 지금의 성검으로는 지나치게 덩치가 큰 놈에게 유효타를 때리기가 어려웠다. 적어도 그 날, 개조 고블린을 상대할 때의 대검 크기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바꾸면 이동 속도에 한계가 올 터. 그 사실을 알았기에 시우는 섯불리 성검을 변형하지 않고 지금의 방식을 고수했다.

-퀴익!

-퀴에에엑!

-퀴이이... 이기긱!

하지만 놀랍게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시우는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놈을 압도하며 조금씩 놈의 숨통을 조였다. 보스는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해본 채 서서히 죽어갔다. 이대로 가다간 시우의 승리가 확실했다.

아다 뗀 시우, 이거 지금 못막습니다.

-퀴이이이에에에에에에엑!

그러나 보스는 역시 보스.

쉽게 가지 않았다.

크게 소리지르며 뒤로 물러난 보스가 수정구를 위로 치켜들자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졌고 하늘 위에서 파지직거리는 검은 구름이 생겨났다.

“야, 조시…”

딱 봐도 위험해보이는 마법을 보고 조심하라는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정말 말 그대로 찰나의 속도로 벼락이 시우에게 내리쳤다.

이번엔 아예 피할 수도 없게 시우가 서있는 자리를 강타하는 넓은 범위의 파괴적인 공격이었다.

“…실화냐?”

그러나, 시우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담담하게 놈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 사실에 보스는 질렸는지 그만 수정구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번개… 잘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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