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 왕도용사물(24)
붉은 등이 켜져있는 자그마한 방, 시우는 푹신하면서도 단단한 침대에 앉아 초조한 심정으로 방에 들어올 여자를 기다렸다.
덕배는 여자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동정인 시우가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여자가 들어올까?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날 보고 비웃으면 어쩌지?
시우를 안내해주던 여자는 그에게 딱 맞는 여자가 있다며 시우보고 행운아라고 했지만 시우는 도통 진정이 되지 않았다.
한 번 시작된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걱정은 깊어져 갔지만 해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부터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고 목마른 것도 아닌데 입안이 바짝 말라 목이 아파왔다.
여자와 제대로 된 스킨십도 해본 적 없는 시우에게 안면식도 없는 여자와의 섹스는 커다란 시련이었다.
시우는 헤엄치는 방법도 모르는데 망망대해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피아…”
소피아를 위해서라도 섹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덕배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그녀와의 소중한 첫경험의 순간에,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소피아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생각했던 자신이 우스웠다.
“그래… 여기서 잘 배워서 아무것도 모르는 소피아를 내가 리드해야지.”
자신이 여자에 대해 쑥맥인 만큼 소피아도 남자에 대해 쑥맥일 터.
시우는 소피아를 생각하며 억지로 긴장을 삼키고 마음을 다잡았다.
-끼이익
“아, 안녕하세요오…”
하지만
처음보는 여자가 반라의 모습으로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의 마음은 금세 무너져버렸다.
-쿵쿵쿵쿵
시우의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난생 처음보는 여자의 속살은 시우가 견디기엔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아랫도리에서 신호가 왔다.
인사를 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시우는 그저 멍하니 여자를 지켜만 보았다.
소피아의 생각은 이미 시우의 머리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
자신이 동정이라는 사실도 밝혀졌겠다 시우는 당연히 남자에게 익숙한 창녀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방으로 들어온 건 창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순박한 모습의 여자였다.
“저… 메리라고 해요… 자, 잘부탁 드려요…”
그리고 놀랍게도 메리는 시우가 자신의 첫 손님이라 말했다.
아니, 첫 손님이기 이전에 첫 남자라 말했다.
“나도! 잘… 잘, 부탁, 할게!”
그래서일까? 메리는 지나치게 부끄러워하며 시우 앞에서 속옷을 벗었는데 순수한 얼굴과는 달리 너무나 성숙한 몸매였다.
커다란 골반이 안그래도 가는 그녀의 허리를 더욱 부각시켰고 핑크빛 유륜이 그녀의 가슴을 더욱 아름답게 꾸몄다.
“와…”
시우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메리의 때묻지 않은 깨끗한 보지가 보였다.
메리는 시우의 시선을 느끼고는 스스로 자신의 보지를 벌려 처녀막으로 자신의 순수함을 증명했다. 처음이라는 그녀의 말은 진실이었다.
“언니가… 꼭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요…”
그러나 시우는 메리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처녀막이 어떻게 생긴 지 시우는 알 수 없었다.
시우는 그저 메리가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저, 손님…”
그건 틀린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그 사실을 눈치챈 메리는 보지를 벌린 손을 떼지 않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시우에게 말했다.
“제 처녀막… 만져, 보실래요?”
***
그 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일이 끝나버렸다.
시우는 메리가 시키는 대로
그녀를 애무했고, 그녀에게 삽입했고, 그녀에게 사정했다.
창관에서 배운 지식밖에 없었던 메리와 그 지식조차 없었던 시우는 과정에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결국은 섹스에 성공했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서로의 첫경험이었지만 둘의 몸은 여전히 뜨거웠고, 두 사람은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골랐다.
“하아… 기분 좋으셨어요…? 하아… 저로 만족하셨나요?”
“엄청 좋았어…”
이제 막 처녀가 아니게된 메리가 눈물을 글썽이며 시우에게 소감을 묻자 동정을 탈출한 시우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대답했다.
“흑… 흑흑… 고마워요 흑…”
그런데 시우의 대답에 메리가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어… 어? 잠시, 읍!”
그 모습에 시우가 당황하여 몸을 빼려고 하자 메리는 시우가 도망치지 못하게 그를 끌어안고는 자신의 입술을 시우의 입술에 갖다댔다.
그리고 타액으로 잔뜩 젖은 자신의 혀를 시우의 입 안에 집어넣더니 정성스레 시우의 혀를 애무해주었다.
그녀에게도 시우에게도 또 한 번의 첫경험이었다.
“츄우웁, 하… 손님… 흐윽, 고마워요… 츄읍.”
“메리…”
시우는 처녀를 바친 상대에게 키스하며 고맙다고 말하는 메리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이 알수없는 감정은 이상하게도 중독성이 있었고 메리가 울면서 자신에게 매달릴수록 그 감정은 점점 더 커져갔다.
“첫경험은 분명… 흐윽, 끔찍할 거라 생각했는데. 손님 덕분에 츄릅, 하… 정말 행복했어요오… 하아…”
“평생 손님을 하앙… 츄웃… 못잊을 거에요… 꿀꺽, 하…”
그리고 그럴수록 다시금 성욕이 밀려왔다.
아직 메리의 질내에서 빠지지 않은 시우의 자지가 다시 단단해졌다.
“아앗! 손님, 대단해요오…”
“메리, 그게… 한 번 더… 될까?”
“하앙… 손님이 원하시면 얼마든지요오…”
***
또 한 번의 섹스가 끝나고 시우가 자지를 메리의 보지에서 뽑아내자 처녀혈과 정액으로 더럽혀진 흉측한 막대기가 모습을 보였다.
메리는 그것을 보고 서비스라며 자신의 작은 입으로 시우의 자지를 삼키더니 쪽쪽 빨아대며 열심히 청소해주었다.
가끔 이빨이 부딪칠 때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메리는 더욱 더 청소에 집중했다.
그 광경에 시우는
아까의 감정이 다시 한 번 타오르는 걸 느꼈다.
“메리… 그러면 그… 이제 다른 손님도 받는 거야?”
“모르겠어요…”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메리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한다면 다시는 이 감정을 느끼지 못할 거같았다.
“내가 매일 올게! 그… 그러니까… 절대 다른 손님 받지마. …그래줄래?”
그건 절대 싫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고 또 불쾌했다.
무조건 이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네에! 저는 시우님 전용이에요!”
다행히 메리는 기뻐하며 자신의 말을 들어주었다.
시우는 그 사실에 만족하며 또 다시 사정했다.
메리의 청소시간이 길어졌다.
***
***
어젯밤, 사냥을 끝내고 개인 시간을 만든 시우는 약속대로 메리를 찾아갔다.
하루사이에 다시 어색해진 메리였지만 섹스를 시작하자 둘은 금세 전날처럼 불타올랐다.
그런데 시우가 떠나기 전, 메리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만 이렇게 행복해선 안된다며 시우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시우가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위로하자 메리가 훌쩍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마을이 불타고 있었어요. 사람은 한 명도 찾을 수 없었고 저는 그렇게 하루아침에 혼자가 되었어요…”
그녀의 마을은 어느날 누군가에게 습격당했는데 마침 마을 밖에 있었던 그녀는 화를 피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가족은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르타에 왔어요. 살기 위해서.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며칠을 쉬지 않고 걸어가 마르타에 도착했지만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일을 할테니 돈 대신 잠만 재워달라는 그녀의 부탁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겁탈당할 뻔한 걸 마담이 구해주셨어요… 그리고 일자리를 주셨어요. 그런데 있죠. 웃기게도 그게 몸을 파는 일이래요. 뭐가 다를까요…”
결국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길거리로 나가 구걸을 했지만 뒷골목 불한당들에게 걸려 강간을 당할 뻔했고,
다행히 지나가던 창관의 마담이 그녀를 구해준 후 창관에서 일할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시우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정말 행복한데. 그런데…”
그래서 괴로운 시간만 보낼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창관 사람들은 친절했고,
덕분에 다정한 시우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이렇게 저만 행복해도 될까요? 가족들의 행방도 모르면서? 알려주세요 시우님…”
하지만 그녀가 웃을수록 행복해할수록, 살았는지도 죽었는지도 알 수 없는 가족이 떠올라 너무 괴롭다고 한다.
*
“…그깟 인형이 뭐라고! 그게 뭐라고… 동생만 챙겨주는 부모님이 미워서 집에서 도망쳐버렸어요… 근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다시는 못 볼 걸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텐데… 정말 그깟 인형이 뭐라고…”
그리고 메리는 인형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가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들어줬다는 그 인형.
동생을 위해 하루종일 만든다고 생일인 자신은 신경도 안써줬다는 그 인형.
그래놓고 정작 토끼같지도 않았다는 그 인형.
아무리 생각해도 시우는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인형이 메리가 말한 그 인형같았다.
“형. 이거 잠시 맡아줄 수 있어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시우는 오크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